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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겪은 조금 무서웠던 이야기.

당시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늘 저녁 7시쯤이었다.

그날도 동아리 활동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하교길을 걷고 있었다.



계절은 여름.

너무나도 찌는 듯 더웠고, 하늘이 어슴푸레했던 기억이 난다.

집 근처 교차로, 나만 오른쪽으로 가야했기에, [내일 보자.] 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헤어졌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았다.

교차로를 지나면 집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한다.

하지만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어두운 길이다.



교통량도 적어서, 밤이면 인적도 거의 없었다.

친구들과 헤어지자마자, 여자가 흥얼대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앞을 보니 십여미터 앞 길가에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여서, 아마 저 여자가 부르는 건가보다 싶었다.



걸어가다 그 옆을 지나치게 되는 순간, 얼핏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어둑어둑했기에 그때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친척 이모였다.

이모는 우리 어머니 사촌동생으로, 가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하는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항상 잘 모를 콧노래를 부르며 걷곤 했기에,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일단 아는 사이니만큼, [이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모는 콧노래를 멈추고 내 쪽을 바라봤지만, 인사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었다.

그냥 웃고 있다기보다는 히죽거리고 있었다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까.

평소라면 인사를 받아줬을텐데, 왠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들은건가 싶어 다시 한번 인사를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모랑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 나를 잊었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누구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나는 [그럼 다음에 뵈요.] 라고 말한 뒤, 이모를 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걸어가자니 다시 이모의 콧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노래는 그쳤는데, 갑자기 등이 차가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무더운 날에, 이 감각은 무엇일까.



어쩐지 무섭다고 생각하며 나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당시 학교에서는 콧쿠리상이 유행하고 있었고, 마침 그날 점심시간, 나는 친구들과 장난삼아 콧쿠리상을 했던 터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지만.



그 탓에 괜히, 혹시 콧쿠리상으로 불려온 귀신이 나에게 붙었나 싶었다.

쓸데없는 상상 때문에 괜히 더 무서워졌지만, 나는 애써 기분 탓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걷는 사이 등이 급격히 차가워져, 온몸에 소름이 돋고 벌벌 떨릴 정도였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누군가가 내 바로 뒤에서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 4, 5미터 뒤, 꽤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기척으로 알 수 있었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계속 걸었다.

하지만 그 인기척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생애 가장 큰 공포를 느낀 순간이었다.

바로 뒤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진 순간, 공포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냥 기분 탓이려니 싶었지만, 여전히 등은 시려웠다.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한 순간, 뒤에서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싸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평정을 가장하며 걸었지만, 결국 나는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차가운 것이 쫓아오는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달리자, 30초 정도만에 금세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와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던 어머니를 보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어서 오렴... 어머, 너 왜 얼굴이 그렇게 시퍼렇니? 달려온거야?] 라고 어머니가 물었지만, [응...] 하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엄청난 피로감에 젖은 나는, 물을 한잔 마시고 세수를 하려 세면대로 향했다.



세면대의 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 창백했다.

기분이 좀 괜찮아질 때까지 소파에 앉아있자 싶어 거실로 향하자, 어머니가 물었다.

[너 혹시 뭐 이상한 거라도 만났니?]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어. 그냥 착각했나봐.]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도 [뭐니, 그게.] 라며 웃었다.

[참, 나 오다가 A 이모 봤는데.]



그 말을 꺼내자, 어머니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인사를 했는데, 내가 누군지 잊어버렸나봐...] 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조금 화난 듯 말을 끊고 물었다.

[너 지금 무슨 말하는 거니? A 이모는 작년에 돌아가셨잖아. 네가 본 거, 정말 A 이모 맞아?]



[뭐? 그런 소식 들은 적도 없고, 틀림 없이 A 이모였어. 바로 옆에서 얼굴도 봤고 맨날 부르던 이상한 콧노래도 들었는걸!]

어머니는 새하얗게 질려,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큰이모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



[A 기일이 언제였지? ...뭐, 오늘? 알았어.]

전화를 엿들으며, 오늘이 이모 첫 기일이라는 걸, 나도 깨달았다.

그 뒤 나는 엄마와 함께 이모 댁에 향을 올리러 갔다.



이모는 세상에 어떤 미련이 남았던 걸까.

그날 왜 그렇게 갑작스레 내 앞에 나타났던 건지, 등 뒤에서 느껴지던 그 기척은 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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