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적인 것과는 관계 없지만, 어릴적 무서웠던 이야기다.
저녁을 먹고 놀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서, 당시 열살 무렵이었던 나는 현관으로 나섰다.
부모님은 맞벌이였기에,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 어린 동생 뿐이었다.
흐린 유리 너머, 여자 같은 실루엣이 보였다.
근처 사람인가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들어선 것은 처음 보는 초로의 여성이었다.
할머니는 [이 책을 사줘, 천엔이야.] 라며 눈 앞에 낡은 책을 드밀었다.
할아버지가 [누가 왔니?] 하며 현관으로 오자, 할머니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런 낡은 책을 천엔이나 주고 사라고?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불신감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알았네. 여기 천엔이야.] 라며 할머니에게 천엔짜리 지폐를 건넸다.
빙긋 웃는 할머니의 얼굴은 어쩐지 몹시 기분 나빴다.
할머니는 [잘됐구만, 이걸로 붉은 고양이는 안 나올거야.] 라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낡은 책은 그저 흔해빠진 추리소설이었다.
왜 이런 책에 천엔이나 낸 것인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안 내면 큰일이 난단다.]
붉은 고양이라는 건 옛날부터 방화범을 가리키는 은어였다고 한다.
즉, 천엔을 내지 않으면 방화범이 집에 불을 지를거라는 협박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 똑같은 할머니가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학년을 가리지 않고, 그 할머니가 나타났다는 집만 스무집이 넘었다.
붉은 고양이는 한 곳에 나타나면, 마치 그 장소는 기피하는 것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분명히 그 할머니가 나타나고 수십년이 지나도록 비슷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금품 갈취에 대한 피해신고도 낼 수가 없단다.
그랬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집에 불이 날 테니까.
심지어 한 집을 특정하는 게 아니라 한 구역에 연대 책임을 물어, 어느 집에 불이 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력을 피해, 전국을 떠돌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붉은 고양이란다.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말씀하시곤 했다.
[가족의 안전을 산다고 치면, 천엔은 싼 돈인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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