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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다른 사람의 심령 현상이나 공포 체험과 비교하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은 심령 현상이라...

어제라고 해야하나, 자정이 넘었으니 시간으로는 오늘 있었던 일이다.



나는 외식업에 종사하다보니 날이 바뀌고서야 귀가하는 일도 잦다.

어제는 오늘 휴가인 것도 있고, 단체 손님 예약이 들어오기도 해서 혼자 남아 좀 마무리를 했다.

새벽 1시 반쯤 지날 무렵, 슬슬 집에 가야겠다 싶어 가게를 나왔다.



문제는 바로 그 귀갓길에서 일어났다.

집에 돌아올 때는 역 가운데를 가로질러 오면 약간 지름길이 된다.

그런데 그 역 벤치에 아주머니 한 명이 앉아 있었다.



50대쯤 되어 보이는데, 페트병에 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람 한둘은 앉아있는 곳이었기에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줌마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병을 입에서 결코 떼질 않았다.

괜히 엮이지 않으려 재빨리 앞을 지나가는데, 내가 지나가자마자 아줌마는 일어서서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속으로 제발 좀 그냥 봐달라고 중얼거리면서도, 혹시 단순한 자의식 과잉은 아닐까 싶어, 걷는 속도를 늦춰 봤다.



하지만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아줌마가 나를 추월해 지나가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뒤쪽에서 [까륵... 까륵...] 하고 뭔가를 씹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나는 아줌마가 아까 그 페트병을 깨물며 뒤에서 따라오는 거라 생각해, 완전히 미친 사람에게 찍혔구나 싶었다.



조금만 더 가면 편의점이 있으니까, 일단 거기까지만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언제든지 달려서 도망칠 각오를 하며,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

3분 정도 걸어, 곧 있으면 편의점이 나올 무렵이 되자 뒤에 있던 아줌마가 걸음을 재촉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온힘을 다해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겨우 살았다 싶었는데, 아줌마도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경찰이라도 불러야하나 싶었던 순간, 아줌마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 무슨 일 당한건 아니고?]

...?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하고 되받아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줌마 말을 들어보니, 내가 편의점에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뒤에 누가 달라붙어 있었다고 한다.

아줌마는 역 앞에서 마중 나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머리가 길고 흑백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오더라는 것이다.



옆을 지나칠 무렵, 뭔가 이상하다 싶더란다.

앞서가는 나는 뒤를 전혀 신경 쓰질 않고, 뒤에 따라가는 여자는 딱 달라붙어 걷는데 서로 말 한마디도 없었으니까.

혹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달라붙은 게 아닌가 싶어 따라왔다는 것이다.



편의점 다가와서 속도를 냈던 건, 나를 잡고 편의점에 대피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편의점으로 뛰쳐들어가고, 여자는 그대로 걸어나갔다고 한다.

아줌마는 내가 걱정이 되서 일단 편의점에 들어왔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줌마가 뒤를 쫓아온다고 느낄 때부터 몇번이고 뒤를 돌아봤지만, 그런 사람은 결코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지만, 더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줌마는 곧바로 역 쪽으로 돌아갔다.

조금 무서웠기에 편의점에서 잠시 어물거리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바로 자려고 옷을 벗었는데, 등골이 오싹해졌다.



옷 뒤에 긴 머리카락이 잔뜩 붙어있었다.

언뜻 봐도 열 올은 족히 될 것 같았다.

혼자 살고 있으니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고, 직장에도 머리를 기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내 머리카락도 아니고.

기분 나빠서 옷을 버린 뒤 샤워를 했다.

새벽 가장 먼저 오는 쓰레기차에다가 던져버리고.



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줌마는 그 뒤 여자가 어딘가로 걸어갔다고 말했지만...

혹시 내 뒤에 다시 붙어 우리 집까지 온 건 아닐까...



누군가 도와줬으면 한다.

정말로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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