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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현 북부, 어느 온천 마을 여관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벌써 20년은 더 됐다고 하네요.

관광지에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매출에 지장이 오는만큼, 아직도 그 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쉬쉬하는 사건이랍니다.



그곳은 마을 전체가 높은 산간에 있어, 겨울이 오면 눈 속에 파묻힐 지경입니다.

그 마을에서 2km 가량을 더 들어간 곳에,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도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호텔에서 일하게 된지 몇년 된 프런트맨이 있었다고 합니다.



온천 주변이니만큼, 겨울은 성수기입니다.

호텔에도 손님이 잔뜩 찾아왔기에, 그날도 신발함에는 손님들이 신고 온 다양한 신발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신발들을 현관에 죽 늘어놓는 것이, 그가 맡은 일 중 하나였습니다.



평소처럼 일을 하다, 어느 펌프스 구두를 손에 든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옅은 베이지색 구두인데, 안에 검붉은 피 같은 게 묻어 있다는 것을요.

구두 바닥 전체가 들쑥날쑥하게 얼룩진 채, 차갑게 젖어 있었습니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 호텔을 나섭니다.

현관에 놓인 신발도 하나둘 줄어들더니, 마침내 마지막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아까 그 더러운 펌프스 구두였습니다.



11시가 넘어갈 즈음에야, 마침내 펌프스 구두의 주인이 프론트로 내려왔습니다.

그리 인상에 남지 않는, 굳이 말하자면 어딘가 음침한 인상의 여자였습니다.

싸구려인 듯한 수수한 옷을 입고, 한손에는 애완동물을 넣는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구가 담요로 막혀 있어, 안에 들어있는 개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에 상처라도 입으셨나요?]

프론트맨은 일단 물어봤습니다.



[주제 넘은 말이지만, 손님 신발에 그런 것 같은 흔적이 있어서요.]

여자는 [신발은 애완동물이 더럽힌 거에요.] 라고 대답한 뒤, 곧 돌아가 버렸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 방을 청소하러 간 여성 종업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까 그 손님이 묵었던 방이, 이상하다고 소란이었습니다.

그 방으로 가보니, 다다미 위에 발자국이 어지러히 찍혀 있었습니다.

피에 젖은 발자국이.



방 한켠에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마치 귀신이 춤을 추기라도 한 듯한 참상이었다고 합니다.

욕조 배수구에는 작은 동물의 사체조각 같은 게 잔뜩 막혀 있었습니다.

데리고 온 애완동물이 쥐 같은 걸 잡아, 방을 더럽힌 듯 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큰 피해였습니다.

다음날, 마을 주민이 수상한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했습니다.

국도에서 100m 가량 떨어진, 눈으로 덮인 숲 속에서.



온천 마을의 보일러 관리인이, 숲길을 지나가다 발견했다고 합니다.

비닐봉지 안에서는 아기의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땅에 아기를 내려두고 몇번이고 밟은 것인지, 두개골이 산산조각난 채였다고 합니다.



아마 깊은 원한이라도 있었던 것이겠죠.

그 소식은 금세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그 여자가 가지고 있던 애완동물 가방은 비어 있었을 것이라고, 프론트맨은 곧 깨달았습니다.



경찰에게 신고한 결과, 다다미에 묻어 있던 피는 역시 사람의 것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여자는 곧 전국에 수배되었지만, 호텔 기록에 남긴 이름과 주소는 가짜였습니다.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프론트맨 뿐이었습니다.



프론트맨은 여자의 몽타주를 만드는 데 협력했습니다.

온천 마을은 소문이 나서 매출에 지장이 올까 두려워,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걸 한사코 막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나,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여자의 행방은 찾을 수 없어, 수사는 진전 없는 미궁 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어느덧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과거의 평온함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프론트맨 역시, 평소처럼 호텔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내일 예약을 좀 하고 싶은데요, 지난번에 전화했을 때는 A씨라는 분이 담당하셨던 거 같은데...]

[제가 A입니다.]

[A씨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한동안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내 몽타주를 그린 게, 너구나?]



그 후, 프론트맨은 곧바로 호텔에서 사직하고, 도쿄로 향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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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의 괴담은 온천 마을 호텔에서 일어난 소름 끼치는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
    갓난아기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머리를 짓밟아 죽이는 끔찍한 짓을 했을까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지 않고, 오히려 신고한 프론트맨에게 보복을 하려 하다니...
    사람이 새삼 참 무섭다고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2. 도미너스 2020.10.28 14:23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네요.
    A씨는 무사할지 궁금한 결말입니다.
    이번 이야기도 잘 보고 갑니다.
  3. 입문자 2020.10.28 21:39
    허미.............
    잘 보고 갑니다 ㅜㅜ
  4. 밀랍술사 2020.10.29 04:12
    으으... 간만에 섬뜩했네요.
  5. 검정이어폰 2020.10.31 13:12
    댓글 두번째 남겨보네요 ㅎㅎ
    지금은 기후현에 살고있는 터라;; 이 글도 재밌게 봤습니다.
  6.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아이까지 죽인 인간이 뭐가 잘났다고 저런 협박질을 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읽으면서 방 한켠에서 마구잡이로 갓난아이를 짓밟아 죽이려는 귀기어린 여성에 대해서 공포가 느껴지는 한편 분노도 치미네요.
  7. 역시 귀신보단 사람이 더 무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