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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내 친구의 집은 이른바 "귀신이 나오는" 집이었습니다.
그 집에 놀러 가면 아무도 없는 방에서 발소리가 들리거나, 책장에서 갑자기 책이 떨어지곤 했습니다.
게다가 부엌에서 수도꼭지가 갑작스레 틀어지는 것 같은 체험을 내가 눈 앞에서 보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친구 여동생 방의 창문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닫히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밤새도록 들렸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심약한 성격의 나는 그 집에서 무서운 일을 겪을 때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안 갈거야!] 라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묘한 것이, 어째서인지 친구의 말에 혹해 또 그 집 대문을 드나들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2층에 있는 친구 방에 있었는데, 확실하게 뚜벅뚜벅하며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방의 벽지가 슥슥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거기다 마치 빗자루로 다다미를 쓰는 것 같은 슥삭거리는 소리까지.
5분 정도 계속 되었을까요?
그리고 잠시 뒤 또 벽지를 긁는 소리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때는 나를 포함해 4명이 만화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다른 친구에게 [그 소리 들었어?] 라고 물었고, 그 친구도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집에 사는 친구는 전혀 무섭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 녀석에게 [그 집에 살면 무섭지 않냐?]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안 무서운데?] 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그는 유령에게 어쩐지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것도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부가 그렇다고 말입니다.
빗자루로 방을 청소해 주고, 가끔은 못된 장난을 치지만 가족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친구네 집은 저렇게 잘 살고 행복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와는 고등학교 때까지 친하게 지냈지만, 대학생이 된 후에는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갈리면서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은 그의 결혼식이었습니다.
살짝 술에 취한 나는 친구에게 [너네 집에 아직 나오냐? 그 자시키와라시.] 라고 물었습니다.
계속 마음에 걸렸었던 탓입니다.
그러자 그는 [아, 그거 말인데, 요즘 안 나와. 정말 최근에 들어서 싹 사라졌어.] 라고 이상하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그로부터 4, 5년 정도 지났을 때였을까요?
나도 결혼하고 친가에서 전철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마침 백중날이 되어 친가에 돌아왔을 때, 우연히 어릴 적의 또다른 친구를 만났습니다.
서로 반갑다고 떠들며 가까운 술집에 들어가 옛 정을 떠올렸죠.
그 녀석은 쭉 고향에서 살아온터라 어릴 적 친구들의 소식을 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걔는 벌써 애가 셋이래, 걔는 병에 걸렸다더라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나는 [그 귀신 나오는 집 걔는 어떻게 됐어? 장남이니까 아직 그 집에 살고 있나?]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뭐야, 너 몰랐냐? 걔네 집 파산해서 야반도주 해 버렸어...] 라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전후해서, 즉 자시키와라시가 사라질 무렵 어째서인지 그간 순조로웠던 아버지의 사업이 왠지 순식간에 실적이 떨어지며 한순간에 도산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어릴 적 내가 동경하던 훌륭한 가정은 붕괴하여 어딘가로 멀리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의 집에 나타났던 기이한 현상들은 토오노 설화집의 자시키와라시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그 집에 있었던 것은 정말 자시키와라시였을까요?
내가 아직까지도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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