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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47th]레벨 50

괴담 번역 2011. 10. 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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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아 지능에 장애가 있는 아이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녀석은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드래곤 퀘스트 3를 하고 있었다.

[이 녀석도 드래곤 퀘스트는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30분 정도 그 플레이를 구경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무척 슬픈 것을 알아차렸다.



그 녀석의 플레이는 그저 아리아한 주변에서 슬라임과 까마귀를 쓰러트리는 것 뿐이었다.

파티에 홀로 있는 용사의 레벨은 50을 넘고 있었다.

그 녀석은 계속해서 맨손으로 슬라임을 죽이고 있었다.



무척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좀 다른 곳으로 진행시켜 보자고 생각해서 패드에 손을 뻗자 그 녀석은 굉장히 험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의 어머니가 [미안해. A군은 패미콤을 정말 좋아하거든.] 이라고 나에게 사과했다.

그 녀석은 드래곤 퀘스트 외의 게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후로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전처럼 게임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패드를 손에 쥐면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가도,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TV가 아니라 친구의 등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말로 허무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패미콤을 미워하게까지 되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렇게나 무엇을 증오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게임 따위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라고 기도했을 정도였다.

나는 게임은 모두 그 녀석에게 줘 버리고, 본체는 버리려고 했지만 형에게 잔뜩 혼만 났다.



자취를 하고 있는 지금도 게임은 싫다.

종종 그 녀석과, 영원히 세계를 구할 수 없었던 그 용사를 떠올리면 무척 슬퍼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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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쓸쓸하네요.
    세계를 구할수 없는 영웅이라......
  3. 왕눈이 2011.10.07 16:53
    영원히 맨손으로 슬라임만 때리고 있다니ㅠㅠ
  4. 이해가안되는데 설명해주실분?

    그보다 업뎃이 굳입니다!
    •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캐릭터가 강해지면서 장비도 생기고
      멀리도 나가보고 동료도 생기고 마지막에는 게임의 최종
      목적(세계를 구한다)에 도달하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는 캐릭터가 레벨이 50이 넘도록 동료도
      장비도 없이 첫마을 앞마당에서 잡몹만 잡고 있어요.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도 늘어나는데
      경험치 얼마 주지도 않는 초반몹만 잡으면서 거기까지
      올렸다는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그러고 있었다는 거겠죠.

      세계를 구한다는 골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맨손으로 잡몹을 잡는걸 반복하는 캐릭터가, 장애때문에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는 그 아이의 현실과 겹쳐 보이는 거죠.
    • 제가 건조하게 이해한 것보다, 심금을 울려 찡하게 하는 마지막 문장에 감탄했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왜 저렇게까지 싫어하게 됐지' 싶다가 이걸로 확실히 알겠네요. 해설 감사합니다. 풍부한 감수성을 지니셨나 봐요ㅠㅠ
  5. 이해가안되는데 설명해주실분?

    그보다 업뎃이 굳입니다!
  6. 로보나이트 2011.10.08 12:12
    이 글을 읽고 저도 가슴이 짠- 해졌습니다... 왜인지 오늘부터는 저도 패미콤 못 잡을 것 같네요. 이런 글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7. 게임을 전혀 몰라서 리플읽고 이해했더니 본문이 너무 가슴아프네요ㅠㅠ
    특히 마지막줄... 다시 읽었더니 가슴이 싸해졌어요ㅜㅜㅜㅜ 괴담보다 여운이 오래가는 느낌..
  8. 참고로 아리아한은 드퀘3에서 맨 처음 시작하는 마을입니다.
  9. 으아아 2011.10.08 22:36
    이럴수가....
    정말 가슴이 싸하네요....
    첫마을에서 레벨 50 맨손..
    영원히 세계를 구할 수 없느 ㄴ영웅....
  10. 반면 교사의 좋은 사례로군요.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기도 하네요.

    가상의 세계에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슬픈 청춘의 자화상이 떠올라서 말이지요... ㅠ_ㅠ);
  11. 이런 경우는 아니지만 ...

    동생이 , 포케못 옐로를 붙잡고

    마을을 벗어는 방법을 몰라서(일본어를 모르므로 )

    첫번째 마을에서 50레벨 을 넘기고있는것을 구경 한적이 있습니다.

    보자마자 ... '너 뭐하는짓이냐 , 이리줘봐' 를 외치며

    바로 녀석의 무간지옥을 멈추어 줬습니다만 [.. ]


    꼬맹이들은 여러모로 무섭더군요 [.........
    • 옐로가 있나요?;;
      레드그린이 1세대 인걸로 아는데..
      이후 2세대 금은은 한국어 정발이었고
    • 1세대에 블루랑 피카츄가 추가로 있죠.
      해외판은 레드-블루가 기본이고, 피카츄가 옐로로 이름이 바뀌어 출시됐습니다.
  12. closer2me 2011.11.23 11:03
    성장소설의 한 챕터를 보고 있는것 같네요. 씁슬해요.
  13. 그러고보니 바람의나라 공략 중에 초보존에서 렙 10까지 찍고 나가는 공략이 있었죠.지금은 초보존 경험치가 1로 바뀌어서 못하지만...그냥 레벨 노가다중이었을지도 몰라요ㅋ메이플에서 일부러 전직 안하고 초보자로 열심히 키우시는 분을 본지라 그냥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생각이 먼저 나네요ㅋㅋㅋㅋ
  14. 비밀댓글입니다
  15. ㅁㅁㅁㅁ 2012.03.17 11:35
    뭔소리냐 이해가 안돼
    친구가 죽은것도 아니고
    뭐야 이거 뭔소린지 설명좀 해줄사람
  16. 허리아픈현자 2012.08.20 19:15
    아,,,,슬픈일입니다
    용산데 미래를 향해 걸어가야하건만
    현제에 머물러 이리저리 나아가지도 못하고
    퓨처워커가 생각나는건 무엇일런지요
    어쨌든 씁슬하면서도 께닮음을주는글입니다.
    감사합니다.
  17. 슬픈거에요. 친구는 지적장애가 있어 평생이 가도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초보존 이상으론 가지 못할거에요. 용사도 영원히 그 이상의 맵은 갈 수 없는거고요. 하지만 건강한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누리고 있고 주인공은 그런 현실에 마음 답답함을 느낀거죠. 조숙한 아이였던듯
  18. 이건 괴담은 아닌거 같은 기분이...ㅠㅠ
  19. 그냥 시작마을에서 만랩찍은
    뒤에 플레이하러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