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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친구들과 4명이서 바다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늘 친하게 지내던 4명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해서 훨씬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는 길의 차 안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즐겁게 떠들면서 처음 보는 간판이나 건물을 볼 때마다 신이 났다.



그렇게 들떠 있었기 때문에 도착한 민박집이 매우 낡았음에도 오히려 분위기가 사는 느낌이었다.

[야, 예산을 너무 아낀거 아니냐?] 라고 농담을 했으니까.

여주인인 할머니에게 방을 안내 받을 때도 다른 손님이나 종업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낡은 민박집이니 한창 여름인데도 손님이 없는 것인가 싶었다.

판자로 만들어진 마루는 큰 소리로 삐걱거리고, 방에 화장실도 없어서 복도의 공동 화장실을 써야 했다.

거기다 수세식도 아니었다.



화장실 천장에 달린 전구는 먼지가 가득해서, 청소 좀 하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화장실에서 조금 떨어진 우리 방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결국 낮에 바다에서 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방에 짐을 두고, 빠르게 수영을 하러 갔다.

해가 질 때까지 마구 놀고, 밖에서 저녁을 먹은 후 민박에 돌아가니 밤 9시 즈음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낮에 마구 헤엄을 쳤다보니 피곤해서 다들 슬슬 잠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문득 한밤 중 일어났다.

그다지 오래 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아마 새벽 2, 3시 정도였던 것 같았다.

친구가 크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뺀 친구들은 모두 곯아떨어져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친구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마루를 삐걱삐걱 울리면서 어두운 복도를 반쯤 더듬어 가며 나아갔다.



전등 스위치는 화장실 바깥에 있었다.

낮에 보았던 그 전구를 생각하며 만일 켜지지 않으면 어쩌나 겁을 먹었지만, 다행히 불은 제대로 켜졌다.

생각한대로 대단히 빛은 약했지만, 어쨌거나 일은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화장실은 무척이나 적막했다.

머릿 속에서 여러 쓸데 없는 것을 생각하며, 나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용변을 보려 애썼다.

그런데 그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 그것이 들렸을 때, 순간적으로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착각은 아니었던지, 소리는 다시 들렸다.

바깥의 복도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화장실로 오는 것 같았다.

친구 중 누군가가 화장실에 오는 것일까?

내가 방에 없고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으니 아마 화장실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내 그 누군가는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크를 받아주기 힘든 구조의 화장실이었기에, 나는 먼저 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로 했다.

[누구야? 안에 나 있어. 미안. 금방 나갈게. 혹시 민박집 분입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의 빛이 꺼졌다.

[엥? 이봐, 뭐하는거야! 재미 없는 장난은 하지마!]



내 손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패닉에 빠져 소리쳤다.

[정말 장난 치지 말라고! 이 화장실 진짜 무서워.]

대답은 없었다.



문 저편에서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나가면 한 대 때려주겠다고 이를 갈면서 화장지를 감고 있는데, 문 너머에서 무엇인가 소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친구 중 누구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지나치다 싶은 장난에 분노는 사그라들고, 오히려 쓴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으로 더듬어 물을 흘려보내고, 나는 일어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벽에 손을 대고, 잠금을 풀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도 문 밖에서는 변함 없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제 나갈거야. 수고했어. 진짜 무서웠네. 문 열거니까 좀 떨어져 있어.]

문고리에 손을 댄다.



열리지 않는다.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등에 식은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문 밖에 서 있는 누군가가, 대단한 힘으로 문고리를 잡고 내가 문을 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제 진짜 항복이야. 나가게 해 줘.]

웃으면서 말했지만, 얼굴은 잔뜩 긴장한 채였다.



어둠에 싸인 가운데, 조용한 화장실에 중얼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확실히 전보다 커졌다.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물을 내리기 전까지는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던 것이 이제는 확실히 들리고 있었다.

아주 낮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목소리.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더욱 패닉에 빠졌다.



분명하게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가 멎었다.

무서운 예감이 들어서, 나는 다시 열쇠를 잠궜다.



그러자마자 철컥하고 문고리에서 소리가 났다.

내가 열쇠를 잠궜기 때문에 문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몇 번이고 계속 문고리를 돌리는 것을 보며, 나는 문 너머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무언가는 또 소근소근 중얼대기 시작했다.

아까 전보다 또 소리가 커졌다.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알아차렸다.

이 소근거리는 것의 내용이 대단히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절대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째서인지 머릿 속에 박혀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대로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 버리고, 이해하고 싶지 않아도 이해해 버린다.



어느새 나는 울고 있었다.

큰 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도와달라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렇게 해서라도 문 너머의 소리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 역시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한밤 중에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문 밖의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제 내가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바로 들릴 정도가 되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너무 소리를 친 탓인지 목이 쉬기 시작했다.

분명 문 너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이다.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귓 속에 넣고 손바닥으로 귀를 가린 채 화장실 구석에 머리를 박고 웅크렸다.

어두웠기에 어디인지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더러운 것을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바깥의 소리는 귀를 막아도 소리가 들릴만큼 커져 있었다.



나는 [신님, 신님, 도와주세요.] 라고 빌었다.

그 순간, 머리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깜짝 놀라서 나는 머리를 들었다.



마침내 그 놈이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문 저편에서는 아직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것 같아져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이해하지는 않았지만, 그 소리는 분명히 일본어였다.



도저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었고, 완전히 지쳐 있었다.

나는 막고 있던 귀에서 손을 뗐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어떤 손에 이끌려서 나는 끌려갔다.



[어라?] 하고 생각하는 사이, 나는 벽이 있을 곳을 뚫고 지나갔다.

그 사이 나는 문 저 편에서 들리던 소리를 들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듣고 있는데도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의식은 모두 나를 끌어들인 손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디 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끌려다니면서 어디까지나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그 무서운 소리는 멀어져서, 마침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지친 나는 비틀거렸다.

그대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쳐 있었다.



어쨌거나 살아났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나는 화장실에 있었다.

누가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겁에 질렸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괜찮아?!] 라고 외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밝았다.

열쇠를 열자, 힘차게 문이 열렸다.



친구들의 얼굴이 보였다.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지만, 내가 괜찮아 보이지 안심한 것 같았다.

[뭐야, 너. 한밤 중에 소리를 지르고. 큰 도마뱀이라도 나왔냐?] 라고 농담을 걸어왔다.



나는 갑자기 화가 나서 [뭐야, 정말! 금방 전 그건 너희가 그런거지?] 라고 고함을 쳤다.

하지만 친구들은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금방 전이라니? 네가 화장실에서 도와달라고 고함을 쳐서 온거야. 그런데 네가 화장실 안에서 대답이 없어서 민박집 사람들까지 부른거라고.] 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방을 안내해 줬던 할머니가 서 있었다.



조금 곤란해하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손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라고 묻는다.

그렇지만 무엇인가를 숨기는 얼굴이 아니라 벌레나 파충류가 나와 관리 소홀을 추궁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친구들과 방으로 돌아왔다.



그 화장실에서 문 밖의 무엇인가나, 나를 도와준 손은 무엇이었나 싶지만 그 동네나 민박에 얽힌 이야기 같은 것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 때 내가 느꼈던 것들은 모두 진짜였다.

도대체 그 화장실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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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리스마스는 다들 잘 보내셨나요?
    연말이다 보니 계속 바쁘네요 ㅠㅠ
    신경 좀 더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로보나이트 2011.12.26 17:42
    아닙니다!
    늘 재미난 괴담 번역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3. 덕분에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HAPPY NEW YEAR!
  4.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상당히 기묘한 체험을 한 듯 하군요.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음산한 경구9(驚句)를 읊조리던 존재는 어떠한 원한을 가지고 죽은 지박령이고, 그에 대한 공포 속에서 떨고 있을 때 불현듯 나타나 구해준 정체 불명의 구원자는 아무래도 화자의 수호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래저래 날씨도 쌀쌀해지고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였지만, 그래도 연말이라는 생각에 훈훈한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VKRKO님도 남은 2011년 잘 보내세요~ :)

  5. 수세식이 아니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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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허리아픈현자 2012.08.20 18:34
    요즘허리아픈건 배속에든 두터운기름기때문인듯합니다.어휴 허리야
    괴담을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괴담보는재미로여름을나고 이힘든시기를 버티죠
    (전 절대 신심깊은 신도는 아닌듯합니다.)
  8. 분명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손으로 더듬어 물을 내리다니.. 신기하네요
  9. ㄱㅌㅍㄷ 2016.12.10 15:28
    수세식이 아니라도 손으로 손잡이를 당기면 물이 나오도록 하는 기구가 있었던 거 같아요
  10. 옛날 화장실 써보신분 없으신가..
    수압을 위해 천장 가까이에 물내려오는거 달아놓고 거기서 줄을 길게 내려놓습니다
    앉아서 싸고 물내릴수 있게요
  11. 근데 수세식이 아니라고 하면 그 양변기가 아니란 뜻이 아니고 물이 안 내려온다는 뜻인 거 같은데... 아니면 그냥 화식 토일렛이었는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