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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68th]썩은 나무

괴담 번역 2011. 12. 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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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이야기이다.

B와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만났다.

내가 처음 입사해서 서툴렀을 때 날 도와준 것이 바로 B였다.



B는 대충 가르쳐줘서, 꼼꼼한 나는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갑인데다 고향도 같아서 금새 친해지게 되었다.

나와 B는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곤 했다.



두 사람 모두 자동차를 좋아해서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입사하고 반년 정도 지날 무렵, 갑자기 B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이는 좋았지만, 술을 마시러 가는 횟수가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아마 처음이라 어색한 내게 신경을 써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자, 우리 사이의 대화마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가 말을 거는 경우는 많았지만, B는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나마도 일에 관련된 사무적인 내용 뿐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나는 다른 동료들에게 상담을 했지만, 모두들 한결 같이 B가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전에는 밝은 성격이었고, 매일 저녁 술도 같이 마셨다고 해도 어째서인지 다들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갑자기 B가 무단 결근하기 시작해서, 1주일 동안 출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나 상사가 몇번이고 연락했지만, 그 때마다 헛수고였다.

긴급 연락처에 적혀 있던 B의 친가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걱정이 된 나는 B의 주소를 상사에게 물어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매우 낡은 목조 아파트.

주변은 황폐해져서 잡초가 무성했다.

B의 방은 2층 가장 안 쪽이었다.



녹슨 계단을 올라가 통로를 나아가자, 확실히 B의 이름이 새겨진 문패가 걸려있다.

문 앞에는 신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친한 사이긴 했지만 B의 집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

반응이 없다.



집에 없는 것일까?

나는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다.

[B! 있어? 나야!]



......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자고 있거나 외출한 것일까.



하지만 중병으로 쓰러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그머니 문고리를 돌렸다.

문은 열려 있었다.



끼기긱거리는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현관은 어째서인지 흙투성이였다.

안 쪽까지 계속 흙이 떨어져 있었다.



도저히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없는 정도였다.

나는 그대로 신발을 신고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부엌이 보였다.



세면대에는 평범하게 물이 채워져 있고, 작은 벌레의 시체가 몇개 떠올라 있다.

어째서인지 식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B를 찾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안 쪽 방의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문 틈새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기분 나쁜 분위기가 감돈다.



나는 문을 열었다.

방에는 빛이 사라져 있었다.

다다미 6장 정도의 넓이의 방이었다.



방에 두껍게 쳐진 커튼 틈 사이로 작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방이다...

TV도, 테이블도, 가구나 가전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방 한 구석에... 매우 큰, 그리고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무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썩은 나무였다.

그것은 작은 방에 맞지 않아 천장을 조금 뚫었을 정도의 크기였다.



전체가 검게 변색되어 있고, 흠뻑 습기에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아래쪽에는 곰팡이인지 이끼인지 모를 기묘한 식물이 다다미에 자라 있다.

곳곳에는 검붉은 옷감 같은 것이 감겨 있고, 그 위에 본 적 없는 글자로 무엇인가 적혀 있다.



[뭐... 뭐야, 이거?]

이 썩은 나무도 이상하지만, 도대체 왜 이게 B의 방에 있는 것일까?

자세히 보면 나무의 좌우에는 자연석인가 싶은 축구공 모양의 돌이 제단에 손재주 좋게 쌓여 있다.



허리 높이의 제단의 위에는 초가 흩어져 있다.

그 외에도 절에서 쓸 법한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용도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나는 방의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눌렀다.



하지만 불은 전혀 켜지지 않았다.

갑자기 얼굴에 무엇인가 떨어진다.

[우왁!]



손으로 치우면서 알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바퀴벌레가 있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거대한 썩은 나무와 의식을 치른 것 같은 흔적, 거기에 더러운 방까지.



도대체 B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B는 걱정 됐지만, 솔직히 나는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아마 B는 이 곳에 없을 것이다.



나가면서 목욕탕과 화장실을 살펴보고, 아파트에서 나가자.

그리고 경찰에 연락하면 될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와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직]

또 들렸다.



나무다.

썩은 나무에서 소리가 난다.

이제 더는 싫다.



이런 곳에서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본심과 반대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분명히 벌레일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썩은 나무에 가까이 가서 나무를 응시했다.

자세히 보면 곳곳에 큰 못이 박혀 있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며 썩은 나무의 표면을 훑어 보고 있을 때였다.

[히익!]

나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눈이다!

나무 가죽 틈새에서 무엇인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은 멍하게 떠져서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와지직! 키킥! 파지직!]

썩은 나무 안 쪽에서 기분 나쁜 손이 나온다.



분명 인간이다.

이 썩은 나무 안에는 인간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안이 비어서, 그 안에 인간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 보고 있던 것이다.

내가 이 방에 들어오고 나서, 계속...

썩은 나무의 가죽이 차례로 벗겨져 나가고 어두운 방 안에서도 그 모습이 보이게 되었다.



거기에 있던 것은... B였다.

머리카락은 거의 빠져있었고, 피부는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턱을 쩍 벌려서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검은 지네 같은 모습의 벌레가 아무 것도 입지 않은 B의 몸에 붙어 있었다.

너무나도 무서운 모습이었지만, 보자마자 B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B...? 아아...]



무서워서 말도 잘 안 나왔다.

B의 몸에서는 군데군데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무에 박혀 있던 못 때문일까?



충혈된 눈은 엄청난 속도로 가로세로를 미친 듯 움직이고 있었다.

[으웨! 으웨!]

침을 마구 흩뿌리며 휘청휘청 내게로 걸어온다.



[오... 오지마!]

온 몸이 덜덜 떨려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넘어진채로 B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B는 눈 앞까지 다가왔다.

[으웩! 우오!]

두려워하는 나를 두고, B는 갑작스레 토했다.



녹색의 끈적거리는 액체 투성이의 기묘한 물체가 내 발 밑에 토해졌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차라리 모르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은... 인간이었다.

작은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 였다.



그것은 무표정하게 멍하니 나를 응시하고 있다.

B는 스스로 토해낸 그 물체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었다.



B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공포로 미칠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미 미쳐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B의 탓이 아니었다.



물론 B도 굉장히 무서웠다.

하지만 그 때 보았던 것이다.

B보다 훨씬 무서운 것을.



B의 등 뒤에 보이는 썩은 나무의 틈에서, [B와 같은 모습을 한 것들] 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생존 본능이었을까?

생각조차 되지 않는 머릿 속에서 [도망쳐야 해!] 라는 강한 충동이 나를 이끌었다.



나는 단숨에 방을 뛰쳐나와 현관으로 달렸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보았다.

그 때 본 광경은... B가 [B와 같은 모습을 한 것들] 에게 와구와구 먹히는 광경이었다.



B는 아까 내게 지었던 만족스러운 표정인 채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병원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길가에서 기절한 것을 옮겨 왔다는 것이었다.



B의 집에 가고 나서 이미 이틀이 지난 후였다.

나는 입원을 핑계로 회사를 그만 두었다.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믿고 싶었다.

상사나 동료들에게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B는 없었다는 말만 전했다.



경찰이 B의 집을 수색했지만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나 역시 수사를 받았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퇴원하고 나서 나는 몇 년 동안 정신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날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누군가 알고 있다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 기분 나쁜 썩은 나무와 의식 같은 흔적들, 그리고 B가 변해버린 모습을.



그리고 그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 와 [B와 같은 모습을 한 것들] 은 무엇이었을까?

그 후로 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B는 행방불명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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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아 방금 올라온 글!! 잘 읽었어요~
    연말이라 바쁘실텐데 수고많으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2. 김식빵 2011.12.28 19:14
    혹시 외계인인가? 아니면 귀신?
  3. 이번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한 존재 역시 기묘한 공포감을 자아내는군요.

    아무래도 인간의 인지 영역 밖에 존재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구상의 생명체 혹은 변종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분들 의견처럼 외계인 일지도 모릅니다.

    묘사된 모습과 행태를 살펴볼 때, 왠지 목표 대상의 유전자 지도를 복제ㆍ증식하며 잠식해나가는 일종의 『유전자 침탈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역시 괴담의 매력 중 한가지라면, 이처럼 은은하게 느껴지는 기괴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VKRKO님 2011년 남은 기간도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에도 재미있는 괴담들 많이 소개해주세요~ :)

  4. VKRKO님 남은 2011년도 평안하게 보내시고, 2012년에도 건강하시기를.
    위의 저건 정말 무섭네요. 벌레 중에는 자기 살을 새끼에게 먹이는 어미도 있지요.
    무슨 일본 작가의책에서. 아시야가의 전설인지 여하튼 무슨무슨가의 전설이었는데, 거기에서 배 속에 벌레를 넣어서 키우다가 자기 살을 다 먹혀서 사라지는.. 그런 내용의 단편 소설이 있었습니다.
    • 특이한 책이네요;
      iska님도 남은 한 해 잘 보내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몸 건강히 원하시는 일 모두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
  5. 허리아픈현자 2012.08.20 18:39
    흠 어떤 의식같은걸까요.?
    진짜 대박괴담입디다.
  6. 정주행중입니다...맨날 뭘 모르고 해결할 생각도 없고...일본괴담은 이런게 유행인가여 지긋지긋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개연성 있는 귀신썰이나 아님 이무이같은거 찾아보시면 좋아하실듯
  7.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레전드까진 아니더라도 가장 인상깊었던 괴담.
  8. 이런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군요. 저는 이런 좀 밑도끝도없는 고우스 엑스 마키나는 좀..^^ 아 늘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9. 밀랍술사 2020.05.14 04:05
    으아... 이게 뭐야...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