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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1st]하루미의 말로

괴담 번역 2014. 8.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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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 안녕하세요.


역시나 여러분은 무서운 이야기를 찾고 있으시군요.


오늘은 공교롭게도 날씨가 안 좋군요.




그 때도 딱 오늘처럼 흐린 날이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제 이야기를 꺼내 놔서.


네? 듣고 싶어요?




그런 말 아무도 안 했다구요?


하하, 미안합니다, 실은 저도 매일 괴로워서.


솔직히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든 털어 놓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요.




그러면, 잠깐 시간 때우기로라도 좋으니 읽어 주세요.


헤헤헤...


이제 벌써 10년 정도 전 일이군요.




당시 나는 어떤 지방의 다 망해가는 나이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가게 점원인 여자아이 한 명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습니다.


뭐, 흔한 이야기죠, 헤헤헤.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었어요.


나이트 마담도, 다른 종업원들도 다들 그러려니 했었죠.


아무튼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이 맘 편히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 일단 하루미라고 해 둘까요.


하루미는 꽤 도박광이었습니다.


파칭코, 경마, 경정, 경륜, 포커, 마작, 뭐든 환영이었죠.




이게 이기는 쪽이면 좋은 일이겠지만, 허구한날 졌습니다.


도박에도 재능은 따로 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금새 빚쟁이가 되어 버렸죠.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일을 하며 조금씩 갚아가고 있었어요.


네? 저는 어쨌냐구요?


저는 도박 따윈 하지 않아요.




그렇게 이길지 질지 모를 일에 큰 돈을 턱턱 갖다 댈 수 있을리가요.


의외로 견실하답니다, 헤헤헤.


...이야기를 계속 해 볼까요.




동거하기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날 무렵이었을까요.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 하루미는, 빌려서는 안 되는 돈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뭐, 야쿠자라는 놈들이죠.


어느밤 아파트에 둘이서 있는데, 왠 남자 둘이 찾아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딱 야쿠자였어요.




그 다음 일은 다들 아시겠지요?


TV나 영화에서 자주 본 것과 똑같아요.


우스울 정도로 똑같다니까요.




[돈을 못 갚으면 몸 팔아서라도 때우셔야지.] 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하지만 하루미는 [1주일만, 한 달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질질 미루면서 계속 일했습니다.


네? 저요?




저는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야쿠자라구요.


말려드는 것은 딱 질색입니다.




네? 동거를 할 정도면서 그런 정도 없냐구요?


하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정작 저같은 꼴에 놓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느밤, 평소처럼 아파트에 똘마니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어째 뭔가 좀 달랐어요.


간부라고 하나요? 으리으리한 분이 찾아오셔서 말이죠.




잠깐 하루미와 이야기를 하더니, 성큼성큼 제 쪽으로 다가와서 [네가 저 녀석의 남자냐?] 라고 묻습니다.


여기서 [아닙니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요.


맞다고 인정하자, [넌 저 녀석의 빚을 대신 내 줄 수 있냐?] 라고 묻습니다.




그럴리 없죠.


그 무렵에는 이미 빚이 천만엔 가까이 불어나 있었기에, 당연히 무리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아, 지금 생각해 보니 키타무라 카즈키를 닮은 꽤 잘생긴 남자였습니다.




아, 헤헤헤,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계속할게요.


그 남자가 [그럼 이 여자는 우리가 데려간다.] 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이미 체념한 후였습니다.


나에게 해만 없으면 부디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네? 악마 같은 쓰레기 새끼라구요?




하하,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물장사라는 건 감정을 없애지 않고는 해 나갈 수 없는 일입니다.


하루미에게 잔뜩 반해 있을 무렵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즈음에는 몸 빼고는 흥미가 없었으니까요.




네? 역시 쓰레기라구요?


하하,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는 와중에, 남자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자에 관해 앞으로 어떤 소리도 안 할 맹세를 할 수 있으면, 이 돈을 받아.]


그렇게 말하며 내게 두툼한 갈색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딱 백만엔 들어 있었어요.




그렇지만 기분 나쁘지 않습니까, 야쿠자에게 돈을 받다니.


혹여나 나중에 백만엔에 이자까지 붙여 받아먹는 건 아닐까 싶어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간부의 일행 중 똘마니 하나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나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간부가 [이 돈 안 받으면 죽여버린다.] 라고 말합니다.


왜 내가 이런 꼴이 됐나 싶어 하면서, 마지못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만약 나중에라도 오늘 일을 입 밖에 낸 게 알려지면, 네가 세상 어디 있던 찾아 죽여 버릴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나는 막연하게나마, 하루미는 그냥 홍등가가 아니라 다른 곳에 끌려가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더 잔혹한 곳에요.


하루미는 옷 약간과 이것저것들을 챙겨 여행가방에 넣고, 그대로 끌려갔습니다.




이별할 때도 제 쪽은 보지 않고 총총 가버렸어요.


상당히 다부진 여자랍니다.


혼자 남겨진 아파트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나이트는 그만 두고 어딘가에 이사 갈 생각이었어요.


기분 나쁘잖아요.


야쿠자에게 알려진 아파트라니.




문득 하루미가 쓰던 화장대에 눈이 갔습니다.


그 위에는 리본이 달린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이전부터 내가 갖고 싶어했던 시계였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다음날은 내 생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이런 나래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하루미에게 반해 있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네?


그래서 야쿠자 사무실에 하루미를 찾으러 갔냐구요?


하하하, 영화가 아니에요, 이건.




현실의, 보잘 것 없는 남자인 제 이야기라구요.


다음날 바로 나이트를 그만둔 나는, 백만엔을 이사 자금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었기에, 당시 내가 살고 있던 명란젓이 유명한 도시에서 눈축제로 유명한 도시까지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요.


살 곳도 정해졌으니, 다음은 취직이 문제입니다.


이제 물장사는 지긋지긋해서 뭐 할 만한 일 없나 찾고 있자니, 저녁형 인간인 나한테 딱 맞는 야간 경비 일이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고 채용이 되서, 나는 거기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10년.


싫증을 잘 내는 나에겐 드물게도,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했습니다.




네?


하루미에 관한 거요?


가끔씩은 생각했습니다.




그 시계는 계속 차고 있었어요.


북쪽으로 온 뒤 새 여자가 생기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그 나름대로 즐겁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평범하게 살았어요.


저, 이렇게 보여도 가끔씩은 카와사키 마요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구요.




네?


아무도 안 물어봤다구요?


캬바레 아가씨가 아첨한 거라구요?




하하, 실례, 실례.


아무튼 한 달 정도 전 일입니다.


동료인 M이 [굉장한 비디오가 있어.] 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어차피 불법 야동이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녀석에게 몇 번 비슷한 걸 빌려 본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M은 [스너프 비디오라고 알고 있냐?] 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꽤 인터넷에서 빈둥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 일 없을 때는 종종 둘러보곤 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지식 정도는 있었습니다.


해외 사이트 같은 곳은 대단하죠?




실제 사고 영상이라던가, 시체를 찍은 영상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러더니 M은 [어느 선에서 손이 닿아서, 오늘 받아왔어. 같이 안 볼래?] 라고 물었습니다.


새벽 3시쯤 된 휴식 시간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시간 때우기 정도는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것을 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페이크일 것이라는 생각이었으니까요.


비디오를 덱에 넣고, M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젊은 전라의 여성이, 넓은 우리 안에 가로로 눕혀져 있었습니다.


머리카락도 음모도, 모두 반들반들하게 깎여 있었습니다.


약 같은 것을 써서 움직일 수 없는지, 끊임없이 눈알만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루미였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 없었어요.




이윽고 우리 안에 거대한 아나콘다가 넣어졌습니다.


무언가 굵은 튜브 같은 걸 통해 내려왔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10m 이상은 되지 않나 싶었어요.




그것은 천천히 하루미에게 다가갑니다.


M은 [대단하지?] 라며 자랑스러운 듯 제 얼굴을 슬쩍슬쩍 곁눈질로 바라봅니다.


뱀은 서서히 큰 몸뚱아리를 펼쳐, 하루미의 몸에 감기 시작했습니다.




성대나 혀마저 무슨 수를 썼는지, 하루미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습니다.


우두둑 우두둑하고, 야채 줄기를 2개 한 번에 꺾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하루미의 몸이 흐물흐물하게, 마치 연체동물처럼 변해갑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그것은 큰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미의 반들반들한 머리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부터가 엄청 길더라구.] 라며 M은 빨리 감기를 눌렀습니다.


뱀은 하루미의 머리 부분을 삼키더니, 입을 더욱 벌려 이번에는 어깨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몸통에 다다르자 테이프가 끝났습니다.




[이 뒤로 테이프가 2개 더 있어.] 라고 M이 말했습니다.


[이제 됐어.] 라고 말한 뒤, 나는 도망치듯 빌딩을 순찰하러 나갔습니다.


그 후로는 언제나 같은 꿈을 꿉니다.




하루미의 얼굴을 한 큰 뱀이 나를 휘감고, 단단히 조여 옵니다.


그리고 온 몸의 뼈가 부스러진 뒤, 머리부터 하루미에게 삼켜집니다.


굉장한 격통이 온 몸에 가득하지만, 외려 이것이 왠지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됩니다.




하루미의 배 안에서 천천히 녹아들면서, 나는 마치 어머니의 뱃속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마저 느껴요.


네? 그 비디오는 어떻게 했냐구요?


M에게서 내가 사 들였습니다.




그야말로 몇달치 월급 수준의 거금을 몽땅 털어넣어서요.


3개 모두 보고 조금 운 뒤, 나는 모든 비디오를 깨부셨습니다.


그 후로 심야에 일을 하고 있으면, 하루미를 느끼게 됩니다.




빌딩 안을 혼자 순찰하고 있잖아요?


그러며 뒤에서 철벅철벅 발소리가 들려와요.


되돌아 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또 걷기 시작하면, 다시 젖은 걸레가 바닥에 달라붙듯 철벅철벅.


하루미인가 싶지만,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느껴지는 것은 낌새와 발소리 뿐.




그런 일이 며칠째 계속 되다보니, 역시 정신적으로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휴가를 내서 쉬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3일 전이었습니다.




드디어 하루미가 나타났어요.


한밤 중에 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흰 연기 같은 게 눈 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담배 연기인가 싶었는데,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연기가 흔들흔들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미였습니다.


이미 녹아내리고, 뼈가 부서진 몸을 마리오네트처럼 흔들며, 아직 남아 있는 한 쪽 눈알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지만, 혀가 없는 것인지, 성대가 망가진 것인지,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느새 하루미는 사라진 후였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실금과 탈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더러운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 다음날 밤도 하루미는 찾아왔습니다.




어느새 나는 말이죠, 하루미에게 저주 받아 살해당해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졌었어요.


그래서 하루미가 다시 나타나는 걸 내심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 날도 하루미는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달려갔습니다.


[뭘 말하고 싶니? 나는 어떻게 하면 될까? 시계, 시계, 시계 고마워, 그 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해, 시계는 소중히 가지고 있어, 시계는, 시계는.]


반쯤 정신을 놓고, 나는 계속 외쳤습니다.




그러자 하루미는 접힌 목을 갸륵하게도 제 쪽에 내밀더니 말했습니다.


끊기고 끊긴 희미한 목소리 속에서도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어.]




오늘도 밤이 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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