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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9th]젖병 무는 인형

괴담 번역 2014. 8.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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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다.


우리 아버지는 거지근성 같은 게 있어서, 근처 쓰레기장에서 언제나 다 망가진 가전용품이나 잡동사니를 찾아 [아깝게 이런 걸 버렸대.] 라며 집에 가지고 오곤 하셨다.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언제나 [부끄러우니까 그만 두세요.] 라고 부탁했지만, 그렇다고 말을 들을 아버지가 아니었다.




결국 다들 포기하고 아버지가 좋을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게 되었다.


아버지가 주워 오는 것은 별의별 종류가 다 있었지만, 그 중에는 도대체 왜 이런 걸 가져왔나 싶은 기묘한 것도 적잖았다.


그 중 하나가, 그 인형이었다.




어느날 집에 돌아왔더니, 나와 여동생이 같이 쓰는 방에 낯선 인형이 놓여 있었다.


어차피 또 아버지가 주워온 거겠지.


나는 [왜 이런 더러운 인형을 주워온거야...] 라며 투덜대며, 그 인형을 째려봤다.




아이들이 팔에 자주 껴안고 다니는, 흔한 젖병을 무는 인형이다.


긴 속눈썹에, 동글동글한 갈색 눈동자.


젖병을 물기 위해 살짝 열린 입술은, 당장이라도 뭐라도 속삭일 것만 같이 생겼다.




새 것이었다면 분명 사랑스러운 인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소유자가 인형을 꽤 거칠게 다뤘는지, 흰 뺨 한 쪽에 찍 검은 매직으로 낙서가 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눕히면 깜빡 감길 눈꺼풀도, 한 쪽만, 그것도 반밖에 안 닫혀서 마치 한 쪽 눈이 짓눌린 것 같은 험악한 꼴이 되어 버린다.




빈 말로도 귀엽다고는 못할 그런 인형을, 왜 아버지가 가지고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도 여동생도 원래 어릴 적부터 인형놀이를 좋아했기에, 방 안에는 미미 인형이나 케이스에 들어있는 프랑스 인형, 봉제 인형 등 수많은 인형들이 쫙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가 주워온 이 인형이, 이질감을 발현하며 섞여 있던 것이다.




다른 인형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놀았던 것들이니만큼 애착도 있고, 거기에 있다는 걸 부자연스럽게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 젖병 무는 인형만은 달랐다.


그 인형은 침대에서 자는 나를, 말 없이 그 눈동자만으로 매일 저녁마다 가만히 응시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꽤 기분 나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기껏 주워온 것을 함부로 버릴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방에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나는 기묘한 일들을 겪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서 여느 때처럼 누워 자고 있는데, 문득 귓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 온다.


아이일까?


내 귓가, 그것도 무척 가까운 곳에서 갑자기 아이가 웃었다.




킥킥.


마치 못된 장난을 치고 나서 신이 난 듯한 웃음 소리였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하지만 점차 잔물결이 퍼져나가듯 와글와글 다른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2, 3명 정도일까.


전부 어린 아이가 웃는 것 같은 순진한 웃음소리였다.




그러더니 소근소근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나 싶었지만, 이런 한밤 중에 놀고 다닐 아이들이 있을리 없다.


게다가 소리는 바로 내 귓가에서 나고 있었고.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조금씩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자는거야? 자는거야?]


눈을 감고 있음에도, 위에서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누군가의 기척이 확실히 느껴졌다.




게다가 혼자가 아닌 여럿의 시선이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내가 자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듯 했다.


그러다 그 중 한 명이 [자고 있는지 아닌지 시험해 보자.] 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몸은 벌벌 떨리기 시작하고,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공포에 온 몸이 굳었다.


결코 눈을 떠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그것들을 보면 분명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을 절대로 보면 안된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며, 나는 마음 속으로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하고 필사적으로 빌었다.




변함없이 머리맡에서는 아이들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소근소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후로 의식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자 아미 아침이었다.


눈을 뜨고 그저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침이 되었다는 것에 가슴 깊이 안심했다.




하지만 그 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날부터 나는 같은 꿈을 몇번이고 계속 꾸게 되었던 것이다.


침대 위에서 내가 자고 있으면, 어디에선가 아이의 웃음소리나 이야기 소리가 들려 온다.




처음에는 이야기 소리 뿐이었지만, 점차 그 중 머리맡을 누군가가 타박타박 떠들썩하게 뛰어다니기도 했다.


2, 3명 뿐이었던 목소리도 점점 늘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고 즐겁다는 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상태가 계속 이어져, 나는 몹시 무서웠다.




모두 어린아이의 목소리다.


순진하게 웃는 소리, 까불며 떠드는 소리.


그리고 개중에는, 명확하게 내게 악의를 가진 목소리도 있었다.




그들은 내 귓가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자는거야? 자는거야?] 라며 말을 걸어온다.


대답하면 안 돼.


눈을 뜨면 절대 안 돼.




몸은 가위에 눌린 것 마냥 굳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나는 부들부들 떨며 공포와 싸우며, 꿈에서 깨기만을 그저 간절히 빌 뿐이었다.




또 누군가 내 옆에서 달리고 있다.


타박타박 복수의 작은 발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나는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그들은 발소리를 내면서, 공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무서운 꿈을 매일 같이 꾸니, 나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이 인형 때문이라고 느낀 것은, 어느날, 낮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반쯤 잠에 빠져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 나는 또다시 그 꿈을 꾸었다.


[자는거야? 자는거야? 슬슬 그런걸까? 슬슬 그런걸까?] 라며 떠드는 아이의 기척을 느끼고, 나는 왠지 이건 그 인형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할 수도 없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직감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내 얼굴을 바라보고, 집요하게 내가 자는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그 녀석은, 그 젖병을 무는 인형이 아니라 젖병을 무는 인형 속에 숨어 있는 무엇인가라고, 나는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정신이 나간 거라고 생각할 게 틀림 없었기에 나는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아래층 침대에서 자는 여동생도 무언가 이생한 낌새를 느끼지 않았나 궁금해졌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물었지만, 여동생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라고 평상시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젖병 무는 인형이 무섭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고,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이인 내가 알 도리가 없었다.




솔직히 나 자신이 정말 미친 것은 아닌가 싶어, 너무나 무서웠다.


어째서 나에게만 소리가 들리는 것인지, 어째서 내 주위에만 그들이 찾아오는 것인지.


옛날, 희미하게 여자 귀신을 본 적이 있었다.




혹시 영감이라는 게 그 때 내게 생겨 났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무언가의 낌새를 눈치채 버린 건 아닐까.


며칠 지난 어느밤, 또 그들이 찾아와 내 귓가에서 와글와글 이야기를 시작한다.




눈을 감고 있었기에 실제로 본 것은 아니지만, 20명 정도는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방 안은 사람 말소리로 가득하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 중 5명은 분명히 내 머리맡에서 [자는거야? 저는거야?] 하고 말을 걸어 온다.




내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은 역시 그 인형일 터였다.


그 녀석은 아이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깨어 있어. 깨어 있을거야.]




그러자 주변 목소리들도 그에 반응해 [깨어 있어, 깨어 있구나.] 라며 일제히 말하기 시작한다.


순진함 속에 감춰진 악의라는 송곳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느껴졌다.


[슬슬 괜찮겠지, 이제 들어가도 괜찮겠지?]




[들어가도 괜찮을거야. 들어가 볼까? 들어가 볼까?]


[들어가자, 들어가자.]


그 때, 나는 그 목소리들에게 몸을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변함 없이 몸은 가위에 눌려서, 그저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처음으로 알고 있는 경문이란 경문은 다 끌어모아 머릿 속으로 외기 시작했다.


아이였기에 제대로 된 경문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는 말은 뭐든 필사적으로 외웠다.




정신을 차리자 아침이었다.


지금도 그것이 꿈이었는지 아닌지 생각하다 보면 멍해진다.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살고 있던 전세집이 재건축을 하게 되어, 우리 집은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인형은 이사 도중 사라져 버렸다.


이사 도중 어머니가 더러워서 버렸을지도 모르고, 혹여나 지금도 집 벽장 안에 조용히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후부터, 나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어린 날의 괴이한 체험이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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