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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92nd]털 없는 개

괴담 번역 2017. 9. 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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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서는 "털 없는 개" 라는 괴담이 있었다.


초등학생 무렵,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냥 병 걸린 개 이야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친구는 [그런게 아니야. 더 기분 나쁘고 무시무시한 거라고.] 라는 것이었다.




털 없는 개는 새벽 2시쯤, 국도에서 시민 수영장으로 향하는 도로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숲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인 우리들에게는, 새벽 2시라는 시간만으로도 이미 미지의 세계라 상상도 못할만큼 무서운 이야기였다.




또 하나 무서웠던 것은, 어른들한테 털 없는 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어른들이 들으면 털 없는 개의 먹이가 된다나 뭐 그렇다고 했던 것 같다.


여름방학 어느날, 나는 친구 Y네 집에 묵기로 했다.




Y한테는 고등학생 형 T가 있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외국 노래를 기타로 연습하고 있었다.


밤이 되어 우리는 Y의 방에서 게임을 하고, T형한테 빌린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2시 가까울쯤, T형이 우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직 안 자냐?]


[오늘은 안 자고 아침까지 놀거야!]


[그러냐. 나 지금부터 차 타고 나갈건데 너네도 같이 갈래?]




나와 Y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초등학생에게 있어, 심야 드라이브는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호기심이 마구 차올랐다.




[응, 갈래!]


우리는 Y의 부모님 몰래 방에서 나와, 차로 뛰어들었다.


T형은 공부보다는 노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 운전 면허는 작년 여름 진작 따놓았다고 한다.




T형의 볼일은 별거 없어서, 그냥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러 나온듯 했다.


우리한테도 먹을거리를 사줬기 때문에, 우리는 잔뜩 신이 났다.


돌아오는 길, T형은 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야, A야. 너 털 없는 개 이야기 알아?]


[응.]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T형은 씩 웃더니, [보고 싶냐?] 라고 물어왔다.


[형, 그거 본 적 있어?]


[시민 수영장 지나가는 길이잖아. 어때?]




[보고 싶어요.]


실은 조금 무서웠지만, 호기심 앞에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금세 차는 시민 수영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1시 34분.


바람에 숲이 흔들리는 소리만 기분 나쁘게 울려퍼진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혹시 모르니까 일단 차 문은 잠굴게.]




T형의 말에, 내 공포심은 와락 되살아났다.


왜 문을 잠구지?


털 없는 개가 도대체 뭐길래?




차 안은 무척 더워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T형의 담배연기가 가로등 사이로 흩어진다.


[저기 있다.]




T형이 중얼거렸다.


나와 Y는 앞유리에 얼굴을 바싹 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 그림자가 흔들린다.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러 손바닥에 떨어진다.


왜 한밤 중에?


왜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된다는거지?




털 없는 개는 우리가 탄 차 옆을 지나, 수영장 벽 그림자 안으로 들어서더니 이윽고 모습을 감췄다.


돌아오는 길, Y가 입을 열었다.


[형, 왜 저건...]




그 이상은 차마 말하지 못하더라.


[나도 잘은 몰라. 그렇지만 한참 전부터 저러고 있다더라.]


T형은 그 말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와 Y는 털이 없는 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늦은 밤에 나타나는 이유도,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되는 이유도.


개는 사실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간 또한 아니었다.


개도, 인간도 아니었다.


지금도 털 없는 개는 나타나고 있을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떠올리곤 하지만, 그걸 확인해 볼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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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이 저지르고 도망친 악행을 말해보실까



132 : 하녀(카나가와현):2010/08/29(日) 00:22:26.50 ID:B9sTwHC/0

만남 사이트에서 처음 만난 여자한테 수갑 채우고 강제로 하면서 동영상 찍었었어

잘도 안 잡혔지 신기한 일이야!



231 : 정신이상자(카나가와현):2010/08/29(日) 03:25:18.78 ID:Dl5D0qA90

친구 앞에서 동생 항문에 연필을 넣었어

부모한테 고자질하지 않도록 심하게 협박하면서



348 : 하녀(카나가와현):2010/08/29(日) 22:15:52.10 ID:B9sTwHC/0

옛-날에 전화방에서 잡은 여자가 한눈에 봐도 제정신이 아니길래, 미안하다고 하고 차 타고 가려는데

엄청 무서운 꼴로 [왜 그러는데!] 라고 말하면서 창문에 손을 확 집어넣고 잡더라고.

무서워서 황급히 차를 출발시켰는데, 여자가 창문에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는 채로 [기다려어어어!] 라고 외치면서 질질 끌려왔어

점점 무서워져서 온힘을 다해 액셀을 밟아서 드리프트 하듯 교차로를 도니까

슝 날아가서 길 건너 밭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더라.

완전 범죄 드라마에 나오는 거 같은 느낌이었지만, 죽지는 않았겠지?



349 : 정신이상자(카나가와현):2010/08/29(日) 22:18:55.73 ID:Dl5D0qA90

>>348 

8년 정도 전 일이야? 



351 : 하녀(카나가와현):2010/08/29(日) 22:23:39.84 ID:B9sTwHC/0

>>349 

그쯤이지. 히라츠카 시골 쪽.

아니, 그나저나 너 닉네임 너무 무서운데 ㅋ



360 : 정신이상자(카나가와현):2010/08/29(日) 22:41:12.99 ID:Dl5D0qA90

>>351 

차는 승합차였지?



367 : 하녀(카나가와현):2010/08/29(日) 22:55:59.29 ID:B9sTwHC/0

>>360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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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친구 A는, 아버지와 함께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학을 듣는 죽마고우였다고 한다.


그 후, 두 사람 모두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A의 첫 아이, 딸은 태어난지 며칠 지나지않아 원인 모를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몇년 뒤 다시 태어난 아들도, 태어나자마자 다리 관절에 문제가 있는 게 알려져 몇번이고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덕에, 그나마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


곧이어 둘째 딸도 태어났지만, 검사 결과 심장에 구멍이 뚫린 것이 밝혀졌다.




다행히 나중에 확진된 결과로는 큰 것은 아니고, 격한 운동은 어려워도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첫째 딸을 잃고, 아들마저 다리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A 아저씨는 정기적으로 둘째 딸을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어느날, A가 자고 있는데 꿈속에 왠 할아버지가 나왔다.




헤이안 시대에나 입을 법한 흰 옷을 입은, 상냥한 할아버지였다.


주변은 신사 같은 번듯한 건물이라, 그 안에서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 후에도 종종 A의 꿈에 나타났다.




A는 문득 꿈 속에서 [왜 내 자식들은 이렇게 기구할까요? 첫째는 태어나자마자 죽고, 둘째와 셋째는 장애가 있으니... 왜 나만 이런 일을 겪는걸까요?] 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단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그건 자네가 전생에 지은 죄를 아이들이 대신 받는 거라네.] 라고 말하더란다.


A는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우연히 일을 하던 도중 발견한 R이라는 종교 단체에 찾아갔다.




그 단체의 간판을 보는 순간, 유난히 할아버지 목소리가 크게 들린 것 같았단다.


교주는 없었지만, 그 다음 단계의 사람이 A를 맞아줬다.


A의 말을 듣고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털어줬다.




[그건 우리 종교의 신께서 당신을 인도하신 것입니다. 우리 교주님은 멋진 분이니 꼭 한번 만나주세요.]


A는 신의 인도를 받았구나 싶어서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그 뒤, A는 R 종교에 많은 시주를 하게 되었다.




A의 아내는 그런 A를 보며, R 종교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A가 직장 동료와 불륜 관계가 되어, 둘이서 도망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A가 도망친 직후 A의 아내가 R 종교를 찾아갔다 그대로 신도가 되어버렸단다.


그 후 여성에게 버림받은 A는, 집으로 돌아와 같은 R 종교를 믿는 아내와 굳은 유대를 다지게 되었다.


A는 불륜 사건 이후 직장에서 잘리고 R 종교에서 사무직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R에서 받는 돈은 시주로 다시 바치고, 자기 생활비는 사채로 끌어다 쓰는 이상한 짓을 되풀이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종교에 안 좋은 감정이 좀 있었기에, 이 무렵에는 A와 약간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년 뒤, 우리 형이 사고로 죽었다.




A는 우리 집에 찾아와서, [교주님은 힘이 있으니까 우리 교단에서 수행하면 아들과 만날 수 있을거라네.] 라며 권유를 해왔다.


아버지는 [제발 그 이상 말하지 마라. 너는 나한테 소중한 친구지만, 더 입을 놀렸다간 인연도 거기서 끝이야.] 라며 뿌리쳤다.


그 뒤, A의 가정 환경이 알려졌다.




아들은 관절이 악화되어 걸을 수도 없게 되었고, 뇌에 종양이 생겼단다.


두번 수술을 했지만 또 종양이 생겨, 의사마저 포기했다고 한다.


둘째 딸은 결혼 후 많은 빚을 지고 이혼했고, 자궁경부암으로 자궁을 적출해 지금도 요양 중이다.




아내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지금은 매일 R 교단의 불경 CD만 들을 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A 본인도 몇달 전 위암 수술을 받아 위의 3/4 가량을 잘라내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 전원이 멀쩡한 상황이 아닌 셈이다.




아버지는 A를 걱정해, 병문안을 가서 [R 종교와 손을 끊는게 어떻겠냐?] 라고 물었다.


하지만 A는 분노하며 [오히려 R 종교를 믿어서 이 정도로 끝난거야! 만약 R 종교를 믿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죽었을거라고! 꿈 속의 할아버지도, 교주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 너야말로 R 종교를 믿지 않아서 아들놈이 죽은게다! 아들이 죽은 건 네 탓이야!] 라고 소리소리 질렀다고 한다.


아버지도 분노한 나머지, 거기서 친구의 연을 끊었다고 한다.




A 아저씨의 꿈에 나온 하얀 옷의 할아버지는 누구였을까.


최소한 나에게는, 그게 좋은 신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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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살던 할머니가 산나물을 캐러 갔다 실종됐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들었다.


어릴적 나를 굉장히 귀여워해주시던 분이라, 충격으로 말도 잘 나오질 않았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는 문득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우리 할아버지도 실종되셨었지?]


어머니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너도 어른이니까...]




그리고는 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원래 어머니는 고아원에서 자라, 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여동생이 3살 되던 해, 갑자기 아버지라며 왠 남자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혼을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고아원에 간 것도 모르고 살아왔다고 했단다.


할아버지는 그간 어머니를 버려뒀던 속죄를 겸해, 나와 여동생을 돌봐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아버지는 당혹스러워하며 한동안 여러모로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채를 두고가기도 하고, 설날에는 슬쩍 우리한테 용돈도 주고 가는 등, 할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것에 점차 마음을 열어가게 됐다고 한다.


몇년이 지나, 초등학교 6학년이던 나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여동생은, 난생 처음 할아버지 댁에 묵으러 가게 되었다.


할아버지도 꽤 기뻐하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 할아버지는 실종되고 말았다.


어머니가 말해준 진실은, 할아버지가 실종됐다고 믿고 있던 내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체포되어 교도소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죄목은 아동성폭행.


게다가 DNA 검사 결과, 어머니와는 완전히 남남인 사람이었다.


우리가 묵으러 간다는 것에 흥분한 나머지, 그날이 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아이에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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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 A군은 지난해 우리 부서로 배속되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잘생기고 붙임성도 좋은 멋진 청년이었다.




이전까지 있던 부서와는 전문 분야가 다르고 아직 신입이라 이런저런 실수도 있었지만, 노력도 하는데다 한번 가르치면 금세 배워서 사수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 부서 대부분은 그를 인정하고 있었고 좋게 평가했다.


대하기 편하지만 예의 바르고, 유머 감각도 있는 A군은 금세 우리 부서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런 A군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B씨라는 사람이었다.


B씨는 30대 중반의 남자로 일은 꽤 잘 하는데,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달까,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자주 내뱉곤 했다.




단점은 당연히 물어뜯고, 장점마저도 이리저리 말을 돌리며 헐뜯어대곤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렬히 물어뜯거나 사정사정할 때까지 늘어지는 일은 그제껏 없었다.


좀 기분이 나빠지기는 하지만 그것 뿐이니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그저 다들 최대한 B씨랑 얽히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새로 들어온 A군에게 일을 가르치는 건 내 몫이었고, 내가 의식적으로 피한 것도 있었기에, A군과 B씨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B씨는 그 무렵부터 A군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까.




어느날 A군이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거기 B씨가 다가가 A군이 일하는 걸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비를 걸어댔고.


[그 문장 이상하지 않아? 그걸로 A군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이 형식은 보기 어려운 거 같은데. 프린트해서 나눠볼 사람들을 생각하라고. 어휘도 모자라고.]




마침 화장실에 갔다 돌아오던 내가 그걸 목격했다.


나는 B씨에게 이건 초고인데다 내가 가르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해, 어떻게든 돌려보냈다.


A군을 들들 볶을 생각에 내가 자리를 비우기만 기다렸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분 나빴다.




자존심 높은 B씨는 유능하고 호감을 사는데다 미남인 A군을 질투한 것이다.


원래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려던건데.


A군에게 괜찮냐고 묻자, [네, 저는 괜찮습니다.] 라며 곤란한 듯 웃었다.




그로부터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A군은 아무 문제 없이 일을 익혀, 한 사람 몫을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와는 반대로 B씨의 작업 능률이 점차 떨어져 갔다.




B씨가 작성한 서류는 깔끔하고 보기 쉬운 것으로 호평이 자자했는데, 줄 간격도 이상해지고 존댓말과 반말이 헷갈리는 등 영 읽기 어렵게 변해버린 것이다.


또 굳이 어려운 말을 골라쓰곤 하던 B씨답지 않게,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일도 이어졌다.


그때는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하는 법이라 여기고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B씨의 상태는 전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스트레스 때문인지, B씨의 성격은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A군에게 온갖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함께 일을 하게 되면 A군한테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트집을 잡다가, 끝내는 일과 상관없는 소리까지 늘어놓게 되었다.


여자 사원을 꼬시는게 아니냐느니, 팔방미인인 척 하지만 실은 다들 싫어한다느니.


이쯤 되면 그냥 시비 거는 수준이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신경을 쓰기 시작했지만, B씨의 태도는 악화될 뿐이었다.


A군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혀져갔고.


다들 B씨에 대해 불만이 커져갔지만, 나는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태도와 비례하듯, B씨는 모든 것을 잘 못하게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일은 양도, 질도 심하게 능률이 떨어져 가고, 줄담배를 피우는지 혈색도 나빠지고 살도 붙었다.


지금까지 B씨는 다른 사람들을 깔보긴 해도, 자기 일은 제대로 하는 사람이었던데다 건강도 잘 챙겨왔건만.




그러던 어느날, A군과 술을 한잔 하게됐다.


일 끝나고 한잔 하지 않겠냐고, A군이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A군과 둘이서 술을 마시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영 분위기가 좋아보이지는 않아서 뭔가 상담할 거리가 있겠거니 싶었다.




나는 평소보다 좀 좋은 술집에 데려갔다.


개인실에서 천천히 마시다가, A군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생각한대로 B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A군이 말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였다.


[저, 특이 체질이라고 해야하나... 저를 싫어하거나 몽니를 부리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순간 무슨 거짓말을 하려는건가 싶기도 하고, 제정신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A군은 말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A군을 괴롭히거나 A군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A군을 따돌리려던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따돌려지게 되고,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려던 아이는 다리가 부러졌단다.




그 정도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A군은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사람이 A군에게 끼치려고 한 위해를, 스스로 그대로 돌려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몇가지 예를 들었는데, 개중 가장 심한 것은 중학교 시절 이야기였다.


중학교 시절, A군에게는 아주 똑똑한 동창생이 있었단다.


하지만 그 아이는 유독 수학에서만은 A군을 이기지 못해서 그게 콤플렉스였다.




그리고 어느날, A군의 수학 노트와 교과서를 훔쳐서 태워버렸단다.


하지만 못내 양심에 걸렸던지, 다음날 A군이 수학 교과서를 찾는 걸 보고 울면서 사과했다는 것이다.


A군은 어차피 새로 살 생각이었기에, 가볍게 용서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교과서와 노트를 태웠던 아이의 집이 전소했다.


가스불 끄는 걸 깜빡했다던가.


불행 중 다행으로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A군은 그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A군의 뜻과는 상관없이 발동하기 때문에, 설령 A군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나 가족이라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불제도 자주 받았지만 효과는 없었고, 원인 자체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A군은 열심히 공부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받지 않도록,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어떻게든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 같이 아무래도 어울리기 힘든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A군은 아직 부모님한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라며, 내게 처음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싶으면서도, 나는 A군에게 B씨 일은 알아서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특수능력이라니, 만화 같아서 멋있잖아!] 라며 울상을 짓고 있는 A군을 억지로 달래, 겨우 웃는 얼굴로 돌려보냈다.


나는 오컬트나 초능력 같은 건 믿지 않는다.


하지만 B씨가 A군을 괴롭히는 건 어떻게 말려야겠다 싶었다.




다음날 출근하고 나서도, B씨는 A군에게 다가왔다.


마치 할 일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는 것처럼, A군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전날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평소보다 더 가까이서 두 사람을 지켜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들 A군 편에 서고 B씨를 백안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약간 꺼려해도 오히려 비웃던 B씨였지만, 이 지경이 되니 역시 동료들의 눈초리에 기가 죽은 듯 했다.


그리고 그 무렵, 내가 중재하려 끼어든 것이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뭐야, 너희들! 그렇게 그놈 편만 들고! 이 녀석이 오고 나서 뭐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어! 너, 짜증나고 방해돼!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알겠냐, 네가 얼마나 폐를 끼치고 있는지!]


B씨는 얼굴을 붉히며 열변을 토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A군도 나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말을 마친 B씨는 거친 기세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잠시간의 침묵 후, 누군가 [뭐라는거야, 정말.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네.] 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B씨에 대한 성토와 A군을 향한 위로가 이어졌다.




A군은 여전히 아연실색한 채였다.


몇분 지나자 소동도 가라앉고, 다들 자기 일로 돌아갔다.


나는 A군 걱정에 B씨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조금 조용해질 무렵에야, 나는 B씨를 찾아나섰다.


아마 화장실이나 흡연구역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예감이 나를 덮쳤다.




설마 싶어서, 나는 황급히 방을 뛰쳐나와 B씨를 찾았다.


흡연구역에는 없었기에 화장실로 향했다.


남자 화장실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이 움직이질 않았다.




살짝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B씨였다.


그 후로는 정신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난생 처음 제세동기를 썼고, 구급차를 불렀다.


뇌일혈로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3, 4분 정도 지났다는 것 같았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흡연량과, 갑작스런 감정 변동이 이유로 꼽혔다.




병원에는 상사가 따라가기로 하고, 나는 사무실 사람들, 그리고 A군을 진정시키게 되었다.


구급차가 온 시점에서 사람들은 이미 B씨에게 무슨 일이 났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대충 사정을 설명했다.


문제는 A군이었다.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A군은 충격을 받을 터였다.


내가 발견했을 때, B씨는 이미 호흡이 멎어 있는 상태였다.


A군은 분명 B씨가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 화가 난다" 고 말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겠지.




B씨의 건강 상태라면 뇌일혈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과는 상관 없이, A군은 스스로를 자책할 터였다.


내가 고민하고 있자, A군은 그것마저 헤아렸는지 [죄송합니다...] 라고 작게 조아렸다.




A군의 잘못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솔직히 나도 곤혹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B씨는 병원에서 목숨을 건졌다고, 다음날 상사가 귀띔해줬다.




다행이었다.


다만 뇌에 장애가 생기는 바람에, 직장에 복귀는 못하고 그대로 B씨는 퇴사하게 되었다.


다들 안심하거나 씁쓸해 하는 와중, A군은 여전히 죽을 상을 짓고 있었다.




나는 등을 한대 두드려주며, [B씨 살았단다!] 라고 말을 건넸다.


A는 겨우 [네...] 하며 간신히 웃어주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심, B씨가 A군에게 죽으라고 말했으면 어찌되었을까 싶어, 모골이 송연했다.




A군은 열심히 기운을 북돋아 준 보람이 있어, 지금은 멀쩡하게 잘 일하고 있다.


B씨는 부인의 친정으로 따라 내려가, 재활 겸 밭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간단한 근황 보고와 함께, 수확한 농산물을 보내주었다.




회사가 아니라 우리 집으로 보내는 바람에 다시 회사로 들고 가느라 땀 좀 뺐지만.


안에는 회사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는 별도로, 종이 한 장이 더 들어있었다.


거기에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A군에게 보내는 사과가 한마디 써 있었다.




A군에게 슬쩍 전해주니, 그는 뭐랄까, 말로 전하지 못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쁜 것 같았다.


B씨가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디 A군이 괴로워 할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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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분수 광장 근처에서 이상한 여자가 서성이곤 했다.


출근길에 자주 봤었다.


서른 남짓 되어 보이는데, 오래 된 것 같은 빨간 드레스 같은 걸 입고 있었다.




몸은 바싹 말랐고, 안색은 어두운데다 눈도 공허했다.


머리는 등 가운데까지 내려와, 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옷 색깔이 워낙 튀는데다, 독특한 분위기가 감돌아서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




하지만 뭔가 무서운, 정신 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 무심코 바라보기는 해도 눈이 마주치지는 않도록 조심했다.


여자는 늘 광장 안을 맴돌았다.


지하출구를 나오면 거기 몇 군데 술집이 있기에, 거기서 일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어느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광장 안 드러그스토어 앞에서 화장품 세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쇼핑할 때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라, 그 때도 아마 한시간 정도는 거기 머물렀던 것 같다.


그날 밤도 여자는 광장을 떠돌고 있었지만, 맨날 보던 모습이라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게에서 나온 순간,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분수를 사이에 두고,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고 있음에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은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여자는 확실히 보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본능적으로 두려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와, 위험해.


하지만 뭐가 위험하다는 것인가?




스스로도 사고회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가게 안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가위에 걸린 것 마냥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도움을 구하려 해도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고.




항상 비틀거리며 걷던 여자가 곧바로 빠르게 다가온다.


분명히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머리는 산발에, 드레스 자락을 잡은 채 다가오는데,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너무나 무서워서 나는 압도되고 말았다.


눈 전체가 검은자위였거든.


무서워서 더는 안되겠다 싶은 순간,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내 팔을 꽉 잡았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그제야 몸이 움직였다.


웬 남자였다.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남자는 [조용히 해.]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남자는 점점 손아귀 힘을 더하며 무서운 얼굴로 앞을 노려봤다.


시선을 돌리자, 여자가 바로 앞에 서서 남자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너무나 끔찍한 그 얼굴에, 나는 벌벌 떨었다.




갑자기 여자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죽인다...] 라고 중얼거리며 남자 옆을 부딪히듯 지나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그 후 나를 붙잡고 역 구내까지 간 뒤, 그제야 손을 놓았다.


역 안은 사람들이 가득해, 방금 있었던 일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멍하니 있자, 남자는 [괜찮아?] 라고 말을 걸었다.


고개는 끄덕였지만, 나는 패닉에 빠져있었다.


상대의 이름을 묻거나, 감사를 전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남자는 나를 개찰구까지 바래주었다.


헤어지면서 [이제 거기로는 다니지 마.]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 때문에라도 다녀야 하는데요.]




[목숨이 아까우면 그만둬.]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자,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운이 좋았어. 네 수호령이 나를 불러서 너를 지켜준거야.]




나는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우연이라고. 알았어? 네가 살아남은 건, 수호령의 부름을 알아차릴 사람이 마침 근처에 있었던 덕분이라고. 저놈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다시 거기로 다니지 마.]


영혼 따위 본 적도 없기에,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 눈에 여자는 사람으로만 보였고.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남자는 몇번이고 [혼자 다니지 마라.] 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하지만 다음날 낮, 나는 또 그 광장을 지나갔다.




낮이다보니 공포감이 희미해지기도 했고, 실제로 지나가는 사이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귀가길, 날이 어두워지자 남자가 말했던 것들이 떠올라 무서워졌다.


그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는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 여자가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하지만 어리석은 짓이었다.


광장으로 이어진 계단을 반쯤 내려가자,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나에게 등을 보이고 계단에 앉아있었다.




그제껏 여자가 계단에 앉아있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달아나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여자는 슥 일어섰다.


마치 마리오네트의 줄이 끊긴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그 순간, 나를 바라볼 것 같다는 예감에,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라 뒤도 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 후 나는 분수 광장은 무조건 피해다녔고, 두달 뒤 일도 그만뒀다.


아직도 그 여자는 거기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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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86th]원숭이상

괴담 번역 2017. 7. 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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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일 때문에 거래처를 찾아갔다 응접실로 안내받은 적이 있다.


거기 들어온 건 처음이었는데, 고가로 보이는 그림 옆에 거무칙칙하고 섬뜩한 상이 하나 놓여있었다.


차를 마시며 담당자와 거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상이 무엇인지 계속 신경쓰였다.




하지만 일과 관련도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무례하다 싶어 참고 있던 와중, 상대가 [카탈로그를 가지고 올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라며 자리를 비웠다.


나는 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입을 크게 벌리고 짖는 원숭이 형상이,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무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 원숭이처럼 보였다.


다만 박제와는 다르게 털이 없었고, 생선 마른 것 같은 색과 질감이었다.


마치 미라인 것 마냥.




높이는 받침대를 포함해 1m 가 채 되지 않았다.


찬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원숭이의 크게 벌어진 입에서 검붉은 애벌레 같은 것들이 기어나왔다.


바싹 마른 원숭이와는 달리, 번들번들 젖은채 꿈틀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물러서는 순간, 원숭이 입에서 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흔들린다, 흔들린다... 내일 아침, 흔들린다...]


확실히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애벌레 같은 것은 쑥 들어가, 다시는 말을 하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 담당자가 돌아왔다.


[아, 그 원숭이상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뭐, 장소에 맞질 않으니... 우리 회사 선대 사장님이 아끼던 건데, 결정을 내리기 힘든 문제가 있으면 글쎄 예언을 해줬다지 뭡니까.]




[...예언,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나는 겨우 목소리를 내서 물었다.


[설마요. 소리 한번 낸 적이 없습니다. 뭐, 내다버리기도 그렇고, 이렇게 화제가 없을 때는 가끔 도움이 되니까요.]




소파에 앉자 겨우 좀 안정되었다.


지금 본 걸 말할까 싶었지만, 담당자가 말하는 걸 보니 어설픈 농담으로 여길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겨우 미팅을 마친 뒤, 나는 퇴근했다.




집에 돌아온 후, 방재용품도 확인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놨다.


흔들린다는 예언은 아마 지진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다고 방송국이나 정부 기관에 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을테니까.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회사 동료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다만 고향의 부모님에게 내일 아침 지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화만 했을 뿐.




부모님 역시, 웃어넘기셨다.


다음날, 나는 긴장한 나머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4시에 일어났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귀중품을 넣은 가방을 품에 안고 있었지만,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출근시간이 되어, 나는 회사로 향했다.


8시가 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항상 아침을 먹는 호텔에 들렀다.




사람이 많아 합석을 하게 되었다.


재빨리 먹어치우는 와중, 탁자 위의 접시와 컵이 덜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 [왔구나!] 하고 외치며 일어섰다.




가게 안의 손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합석한 대머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 버릇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그만...]




그 후, 아무 일 없이 그 날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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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85th]강 너머 전우

괴담 번역 2017. 7. 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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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전쟁 도중 체험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남쪽에서 미군과 전투를 했다는데, 운 나쁘게도 열세인 곳에 배치되어 서서히 후퇴하는 나날이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본대 위치가 발각되어 공습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필사적으로 후방을 향해 도망치는 사이, 동료들은 하나 둘 죽어나갔다.


할아버지도 죽음을 각오하고 이동했지만, 하루만 더 가면 안전해질 지점에서 폭탄이 떨어졌단다.


정신을 차리니 아군 진영인지, 병사들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




강에서 가까운 공터 같은 곳이었는데, 많은 병사들이 뒹굴며 놀고 있어 전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할아버지는 근처에 있던 위생병에게 자기네 부대는 괜찮은가 물어봤다.


[강가 근처에 있을걸?]




강가에 가자 대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퇴각 도중 헤어졌던 동료들이 있었다.


제법 친한 녀석들이 보이기에 할아버지는 기뻤지만, 1/3 가량만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슬퍼졌다.


개중 절친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놀고 있는데, 강 저편에서 낯익은 동료가 큰소리로 할아버지를 부르더란다.




아무래도 같은 부대의 A인 듯 했다.


할아버지는 A가 강 저편에 있다는 걸 동료들에게 알렸다.


처음에는 다들 멍하니 강 너머만 바라보더란다.




할아버지 눈에는 확실히 A가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질 않는 듯 했다.


개중 누군가가 [아, 그런가?] 라고 말하더니, 다들 할아버지를 떠밀어서 [너는 저 녀석한테 헤엄쳐서 가봐!] 라고 말하더란다.


할아버지는 당황하는 사이 동료들은 할아버지를 강에 내던졌다.




할아버지는 부상자한테 무슨 짓을 하는건가 싶으면서도, A도 살아남았구나 싶어 기쁜 마음으로 통증을 참으며 헤엄쳐갔다.


건너편 강가에서 부르는 A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사이, 갑자기 엄청난 통증이 덮쳐왔다.


악어에게 물리기라도 했나 싶은 순간, 할아버지는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까까지 있던 곳과는 다른, 기지 안이었다.


할아버지는 통증을 참으며 위생병에게 어디인지 물었다.


할아버지가 후퇴하려던 곳보다 더 후방의 기지였다.




[고생 엄청 했구만. 업고 와준 동료한테 고마워 하라고.]


할아버지는 더 질문을 하려했지만, 일단 잠이나 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날, 할아버지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A가 찾아왔다.




A는 씩 웃으며 [너 어디 숨어서 혼자 뭐 먹기라도 했냐?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라고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는 A가 업어다줬다는 걸 알아차리고, [이것도 마른거야.] 라며 웃어넘겼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있자, A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부대에서는 7명 살았다.]


할아버지는 그 강둑에서 만난 사람들 이름을 말해봤지만, 전부 살아남지 못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늘 말하곤 했다.




[전쟁에 나서면 죽음으로 꽃을 피우라는 소리를 해댔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우끼리는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게 다 같은 마음이었지.]


8년 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강 너머 저편에서 옛 전우들과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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