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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괴담

[실화괴담][79th]동굴 속 할머니

실화 괴담 2016. 12. 2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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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Name No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한 동굴이 있었다.


동굴이라고 해도 산속에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을 가운데 지나는 철도를 건너기 위해, 건널목이 아니라 그 아래를 굴로 만든 인공굴이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듣기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경부선이 지나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넓은 굴은 아니었기에, 자동차는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자전거도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비가 오면 중간중간 비가 새어, 지나갈 때 옷이 젖지 않기 위해선 타이밍 맞춰 새는 곳을 지나가야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공사를 해 자동차도 지나갈 정도로 확장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그 동굴이 작았던 무렵, 내가 학생일 때 이야기다.


어느날, 친구와 그 동굴을 지나가려 하고 있던 터였다.


맞은편에서는 한 할머니가 우리 반대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원래 통행량이 많지 않은 동굴이었기에 그리 이상한일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친구와 나를 지나치고 3,4 발자국을 더 갔을까.


갑자기 뒤에서 [어이, 학생.] 하고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동굴은 소리가 울리니 우리 뒤에 누가 들어왔다면 발자국 소리로 알수 있었을 터였다.


당연히 할머니가 우릴 부른 것이라 생각해, 친구와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또한 우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혹시 우리가 흘린 물건이 있어 불러세웠나 싶어 어두운 바닥을 내려봤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오라고 하고 있었다.


몇걸음 되지 않았기에 내가 다가가려 하자, 친구가 팔로 내 팔꿈치를 쿡 찔렀다.




[야, 가자.] 


그리고는 친구 혼자 다시 가던 길로 걸어갔다.


같이 걷던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자, 나는 조금 보폭을 빨리해 거리를 맞췄다.




[왜 그래?] 


걸음은 유지한 채, 뒤를 보며 [저 할머니가....] 까지 말하고 나는 입을 멈췄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를 따라잡고선 바로 다시 고개를 할머니 쪽으로 돌렸는데, 그 짧은 시간 사이 할머니가 사라진 것이다.


내가 잠시 상황을 이해 못하고 멍하니 있자, 친구는 다시 [가자.] 라고 말했다.


친구가 뒤를 돌아본건 아니었지만, 왠지 친구는 알고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올 대답이 무서워, 나는 아직까지도 진실을 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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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8th]수상한 아저씨

실화 괴담 2016. 12. 2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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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별빚넴님이 방명록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죠.


직접 그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3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는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에서 살았는데, 동네에 저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이 많아서 맨날 같이 어울려 놀곤 했죠.


같이 놀면서 문방구 오락기에서 게임하기도 하고, 피씨방 가서 당시 유행하던 카트라이더도 같이 하고, 강가에 놀러가서 게도 많이 잡고 그랬던게 기억나네요.


그런데 어느날이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작은 분식가게가 있었는데, 거기 앞에 평상이 있었습니다. 


그 평상에는 동네 어른분들이 모이셔서 이야기하고 쉬곤 하셨죠.


그날도 마찬가지로 저희 할머니를 비롯해서 동네 어른분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계셨고, 저는 킥보드를 타며 동생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근데 골목 저 끝에서 왠 아저씨가 저희를 계속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저는 동생들한테 [저 아저씨 계속 우리 쳐다보는거 같아.] 라고 말했는데, 동생들은 그냥 그 아저씨 한번 쳐다보고는 그냥 계속 놀더군요.


저는 그 아저씨가 뭔가 이상했지만, 그냥 우리들 노는거 구경하는 동네 어른인가보다 하고 계속 놀았습니다.




그러다 그 아저씨가 있나 없나 궁금해서 슬쩍 보니, 과일상자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계셨습니다. 


동생들도 그걸 봤고, 누군가 [우리 저 아저씨 도와주자.] 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결국 나이가 가장 많았던 제가 그 아저씨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저씨에게 다가가자, 아저씨는 [이 물건, 저기 앞에 있는 슈퍼까지만 네 킥보드에 싣고 가줄래?] 라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네.] 라고 대답했죠.


동네 어른들이 앉아있는 평상 앞을 지나갈때는, 그 아저씨가 [아휴... 짐이 워낙 무거워서요, 하하...] 라고 말하던게 기억나네요. 




물론 우리 할머니도 그 말을 들으셨고 말이죠.


슈퍼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돌아가려는데, 그 아저씨가 도와줘서 고맙다며 맛있는거 사줄 돈을 주겠다며 저를 큰길로 이어진 골목길로 데려가더군요. 


그 아저씨는 앞서가고 저는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흰색 트럭으로 걸어가더라고요. 




그 안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또 다른 사람이 타고 있었고.


저는 뭔가 공포를 느꼈습니다. 


더이상 따라가면 안된다는걸 느꼈죠.




아저씨는 저한테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뒤돌아서 킥보드 타고 최대한 빠르게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며 뒤돌아보니 그 사람들은 트럭을 몰고 다시 큰길로 나가더군요.




그때 뒤돌아 보고난 후,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무릎과 팔에 상처가 났죠.


평상에 가니 할머니께서 저보고 어쩌다 그리 다쳤느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 아저씨가 나를 끌고가려 해서 도망치다가 넘어졌다고 말씀드렸죠. 


동네 어른분들은 저희 할머니보고 [할머니, 얘 다신 못볼뻔했구먼.] 하고 한마디씩 건네시더라고요.


저는 그날 저녁 집에 가서 할머니께 된통 혼났습니다. 




낯선사람 따라갔다고.


그 아저씨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참, 그 상자 있잖아요. 




저도 할머니가 다른 어른이랑 말씀하시는거만 들었는데...


누가 벽돌을 넣은 상자를 슈퍼앞에 버리고 갔다고,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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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7th]빡빡산의 귀신

실화 괴담 2016. 12. 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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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genasona3님이 방명록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일이니 90년대 후반이겠군요.


당시 저는 의정부에 살았습니다, 가능동. 


평안운수라는 버스회사 뒷쪽에 살았는데, 삼촌댁도 그 근처여서 주말이면 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과 어울려 놀았습니다.




외삼촌댁에는 조그만 뒷산이 있었는데, 사실 산이라기보단 돌, 모래, 잡풀들 그리고 나무 몇그루로 된 조그만 언덕이였습니다. 


우리는 그 곳을 "빡빡산" 이라고 부르며 메뚜기, 잠자리도 잡고, 모래썰매도 타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종의 자연 놀이터인 셈이었죠.




빡빡산을 기준으로 오른편엔 삼촌댁이 있는 주거지역이 있었고, 왼편은 숲이 우거진 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숲이 우거진 산과 빡빡산 사이에는 동네주민들이 가꿔놓은 텃밭들이 크게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사슴벌레 잡으러 갈 때면, 텃밭을 5분정도 가로질러 숲까지 걸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죠.


무언가에 푹 빠져있다가도 금세 다른곳으로 관심이 넘어가잖아요.


우리는 팽이치기가 한참 유행하기 시작하며 한동안 빡빡산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놀러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저녁은 삼촌댁에서 먹을거니까 놀다가 그리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자, 저는 친구들과 다음날을 기약하며 삼촌댁에 갔습니다.


어머니와 외숙모님께서 식사 준비중이셨습니다.




아버지와 외삼촌이 퇴근해 집에 오실때까지 밖에서 놀다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사촌동생과 밖으로 나섰습니다.


동생이 스케이트보드를 샀다길래 언덕에서 타보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빡빡산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빡빡산은 더이상 제가 알던 그곳이 아니었습니다.




도로를 내기위해 언덕을 허물어 아스팔트로 덮힌 오르막길이 되어있었습니다.


언덕 중간까지 아스팔트가 깔려있었고, 언덕 위에서 보니 길 나머지는 숲이 우거진 산을 왼쪽으로 감싸듯 비포장으로 이어져있었습니다.


저는 놀이터가 사라진 것보다, 스케이트 보드를 더 재밌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습니다.




아스팔트길까지 올라간 저희는 보드 위에 앉아서 내리막을 내려가는 시시한 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푸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던 그때, 날도 어둑해지고 생각보다 아픈 엉덩이에 동생과 두어번만 더 타고 집에 가자는 얘기를 하며 다시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앞은 정돈된 포장도로, 뒤는 몇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비포장 도로가 펼쳐져 있었죠.




일은 여기서 일어났습니다.


포장도로로 스케이트보드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앞을 보니, 하얀색 옷을 입은 누군가가 우리가 올라왔던 언덕길을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스쳐 지나갔고 내리막 막바지에 멈춰섰습니다.




사촌동생은 또 타자며 언덕으로 다시 뛰어 올라갔고, 저도 보드를 들고 동생을 따라갔습니다.


올라가면서 중간에 스쳐지나간 사람이 보였습니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하얀색 긴치마가 땅에 닿을듯 말듯.



 

고개를 푹 숙여 흩내려진 긴 머리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아줌마나 할머니가 아닌 누나의 느낌이 나는 사람이였습니다.


하얀 옷은 저물어가는 해 때문인지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것 처럼 새하얬습니다.


그 누나는 터벅터벅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전 그 누나를 지나 언덕에서 사촌동생과 다시 보드에 앉았습니다.


[저 누나 뭐지?]


[몰라. 형, 얼른 출발하자.]




우리는 또 그 하얀 누나를 스쳐 지나갔고, 내리막 끝에서 동생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타자고 졸랐습니다.


언덕길을 다시 올라가는 중에 다시 옆을 지나갔지만, 그 하얀 옷을 입은 누나는 아까처럼 고개를 숙이고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사촌동생도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는지, [형, 진짜 이거만 타고 얼른 집에 가자...] 라고 하더군요.




다시금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덕 오르막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고 숲으로 가는 거 같은데... 


저기 갈 이유가 없을텐데....




쭈뼛쭈뼛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아, 언덕 중간에서 보드를 멈추고 언덕 오르막길을 올려다 봤습니다.


그 언덕길에 하얀 옷을 입은 누나는 없었습니다.


우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왼쪽을 돌아보았습니다.




텃밭 너머, 수풀 사이 중간 나무에, 그 누나가 두손을 나무에 기댄채 고개만 오른쪽으로 돌려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보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텃밭의 거리가 멀어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시선이 느껴졌으니까요.




우리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 제가 먼저 도망갔습니다. 


언덕 내리막길을 내려와 한숨을 돌릴때쯤 사촌동생이 같이 가자며 눈물범벅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내리막길 또랑에 빠진 스케이트보드를 찾아 다시 올라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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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6th]담력시험

실화 괴담 2016. 12. 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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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마가린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에서 재밌는 글들을 많이 봐서, 혹시나 보답이 될까싶어 경험담을 올립니다. 


전 영감 같은 것도 없을 뿐더러, 굉장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24살 남자입니다. 




그런데 어릴 적에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그게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초등학생일 무렵, 저는 합기도 도장에 다녔었습니다.




도장에서는 여름마다 합숙훈련을 빙자한 캠핑을 가곤 했습니다. 


한 20명 정도 갔는데, 전부 초등학생들이었어요. 


저는 그중 유일한 6학년이라, 아이들이 저에게 많이 의지를 했었죠.




그 외에도 대학생 형 둘, 누나 둘이 관장님을 도와 합숙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정신교육 같은 것도 받고, 훈련도 받고 그랬습니다.


솔직히 10년이 지난 일이라 훈련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하지만 마지막날 밤에 일어난 사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서울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밤이었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담력시험이 준비되어 있었죠. 




합숙을 하던 곳이 워낙 교외여서 그랬는지, 차를 타고 조금 이동했습니다.


산비탈에 크게 늘여진 공동묘지가 있더라고요.


그곳이 담력시험의 장소였죠. 




길은 외길이고, 좌측으로는 경사진 절벽, 우측으로는 묘지들이 있는 곳을 오르는게 목표였습니다. 


걸어서 끝까지는 한 10분정도 걸린다고 했죠. 


우리는 두명씩 한 조로, 5분 간격을 두고 출발했습니다.



 

저는 친한 동생들끼리 나름 꾀를 내어, 먼저 올라간 조가 뒤에 따라올 조를 기다려 넷이서 같이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동생 둘이 먼저 출발을 했고, 곧이어 출발한 저희 조와 만나는데 성공해 그렇게 넷이서 묘지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고 있는데, 나무 뒤에서 탈을 쓴 대학생 형이 큰 소리를 내며 위협하듯이 뛰쳐나왔고 저희는 당연히 놀라 자빠진 기억도 생생하게 나네요.



 

동생 한명이 울자, 대학생 형은 탈을 벗으며 미안하다고, 용기내서 끝까지 올라가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저희 넷은 손을 꼭 잡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죠. 


그때, 아주 기묘한 것을 봤습니다. 




왼편에 굉장히 컸을 듯한,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소복을 입고, 땅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를 한 사람이 쭈그려 앉아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울보였던 동생 한 명은 다시 울기 시작하고요.



 

근데 정말로 이상한게, 보통 담력시험을 할 때는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켜야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었습니다.


굉장히 멀리서부터 이 사람을 발견했기에, 저희는 정말 기어가는 속도로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앞뒤로 조금씩 몸을 흔들면서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 결국 어느 지점에서 발을 멈추었습니다. 


거리는 꽤 가까워졌고, 저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소리치면서 우리를 놀래켜줬으면 싶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편하게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열 걸음조차 남지 않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저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그 정적 사이로 소복을 입은 사람이 계속 뭐라고 중얼중얼대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어요.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지나쳤고, 저희가 지나치는 와중에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몸을 앞뒤로 흔들며 중얼거리고만 있었죠. 


그 사람을 지나침과 동시에, 공포가 극에 달해 저희 넷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산 정상까지 달려갔습니다. 


대체 누가 저런 분장을 한건지, 또 대체 왜 저러고 있던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끝나고 그 사람을 찾아내 마구 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죠. 


담력시험이 끝나고 숙소 복귀를 위해 모였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입구에서 저희를 올려보낸 형, 탈을 쓰고 놀래켰던 형, 정상에서 아이들을 받아주던 관장님, 관장님과 함께 아이들을 받아주던 누나.



 

저는 당연히 남은 누나 한명이 그 소복 입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모이고 보니 그 누나는 무당들이 입을 것 같은 오색의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있던겁니다. 


게다가 머리는 단발이고, 얼굴에는 구미호 분장이 되어 있었죠.




저희 넷은 서로를 바라보며 엄청난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 누나에게 말을 거니,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 넷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정상으로 전력질주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놀래키러 나갈 타이밍을 놓쳤다더라고요.




즉, 저희는 탈을 쓴 형을 지나 그 누나에게 가기 전, 소복 입은 "무언가" 와 마주쳤고, 거기 놀라 도망치느라 그 누나를 지나쳐버린거죠. 


저희는 소복 입은 사람 이야기를 꺼냈지만, 형들과 누나들은 하나도 믿어주질 않고 비웃는 표정으로 그런 장난은 안 통한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관장님에게도, 그리고 다른 조 동생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을 봤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놀리지마라, 그런 이야기 해봐야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 장난 쳐봤자다... 


결국 저희 넷만 거짓말쟁이가 되었죠. 


10년, 정확히는 11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날 그 상황만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납니다. 




대체 뭐였을까요, 그 사람은?


차라리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사람이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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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5th]수호령

실화 괴담 2016. 12. 1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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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마루형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대학교 4학년입니다.


저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군대를 가기 직전까지, 약 15년간 단독주택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물려주신 땅 위에 지은 집인데, 부지 반쪽은 잔디와 여러가지 작물들이 심어져있고, 나머지 반쪽에 방 세 개와 거실, 화장실 하나가 딸린 꽤 넓은 집 두 채가 나란히 지어져있는 형태였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꽤나 상당히 넓은 땅이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설계, 시공, 인테리어까지 전부 참여한데다, 저도 어머니 손을 잡고 점심을 가져다 드릴 때마다 집이 지어져가는 과정을 봐왔던지라 가족 전원이 이 집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철, 향나무, 장미, 두릅, 붓꽃 등등 두서없지만 마당 가장자리를 사시사철 지키고 있는 여러해살이풀들.




여유가 있을 때마다 고추, 파프리카, 상추, 로즈마리 등을 키우며 뜯어먹기도 하고, 봄엔 제비꽃과 민들레와 나비들, 가을엔 코스모스와 국화와 잠자리들이 날아다녔습니다.


녹이 슬어 조금 흉물스러워보이기도 했지만 흰 페인트로 칠한 철제 대문도 있고, 마당 한 가운데에는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한 수돗가와 어머니가 매년 가을에 콩을 사다가 정성스레 메주를 만들어 담근 장독대들도 있었어요.


마당 한켠에는 집을 짓다 남은 시멘트와 벽돌로 개집을 지어 흰 진돗개 한마리도 길렀습니다.




물론 여름엔 풀을 베지 않으면 종아리에 풀독이 오르고 아파트의 수십배에 달하는 모기떼와 싸워야하며, 겨울에는 보일러가 자주 고장나서 바닥에 발을 대고 걸을 수 없을 만큼 춥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집은 정말 매력적이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자주 괴현상이 일어났어요.


아니, 물리적인 일은 없었으니 현상이라고 하기엔 애매할지도 모르겠네요.




저와 어머니는 무언가 보인다기보다는 잘 느끼는 체질입니다. 


어렸을 때는 그 감각에 대해 잘 이해를 못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사람의 기척과 시선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마른 체형의 할머니"와, 제 허리께, 그러니까 "약 1m 정도 되는 여자아이", 그리고 "4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의 기운을 자주 느꼈는데, 제가 이게 그냥 망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낀건 어머니께 상담했을 때 어머니도 저와 거의 흡사한 이미지의 느낌을 받고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악의적인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책을 읽고 있으면 다섯발자국 쯤 떨어진 곳에서 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화장실 입구 주변을 천천히 배회하다 사라지곤 했고, 여자아이는 피아노 위나 집 밖 보일러용 가스통을 모아놓는 작은 창고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있는게 전부였습니다.


남자아이는 집안을 두서없이 돌아다니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고 있으면 제 뒤를 왔다갔다 하거나,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의자 뒤에 몸을 숨기고는 얼굴을 내밀고 바라보다 제가 뒤를 돌아보면 사라지곤 했습니다. 




가끔씩은 의자 끄트머리에 흰 손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어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냐고 여쭤보시면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냥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기척이나 시선이 느껴지고, 그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할까요.


제가 대학교 2학년이 되자, 저희 집을 포함한 주변 땅 값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주변 땅을 대거 사들여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고 하는 사업체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업체 쪽에서 먼저 아버지를 찾아왔고, 상당히 만족스런 금액을 제안해왔다고 합니다. 


생활부채를 전부 갚고도 남아서, 대출을 받지 않고도 신축 아파트에 입주를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사를 가게되면 토지를 완전히 갈아 엎어서 지하주차장을 짓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라 마당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베어버리는 것은 물론, 근 10년간 집을 지켜준 진돗개와 죽어가던 것을 데려와 살려서 키우던 마당고양이도 다른 집으로 보내야했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께 반항을 했어요.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인데다, 20살이 갓 넘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좋은 입양처에 보내고, 맘을 접을 수 밖에 없었죠.




아파트 입주 신청을 하고 금액까지 모두 지불한 뒤, 아파트가 완공이 되기 전까지 반 년 정도 근처의 집을 빌려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사간 후부터 저희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 앞에 가던 자재트럭의 밧줄이 풀리는 바람에 자재들이 차량 앞판을 덮쳐 하마터면 크게 다칠뻔 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승마를 배우기 시작하셨는데, 2주차에 말이 갑작스럽게 앞발을 들고 서버리는 바람에 꼬리뼈와 정강이뼈에 전치 6개월의 골절상을 입으셨습니다. 


원래 장이 약했던 여동생은 독한 식중독에 걸려서 한참을 앓아눕고, 저는 훈련소 입소 3주 전에 골목길을 달리던 트럭 백미러에 튕겨져 날아가 꽤 심한 타박상과 발목 염좌를 얻었습니다. 


깁스는 풀고 입소했지만, 행군중에 발목 뼈에 금이 가버렸구요.




제가 육군병원에서 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자, 어머니는 바로 아는 점집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새로 이사간 곳의 터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갔지만, 그 곳은 평범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도 없고 다른 사연이 얽혀있지도 않았구요.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건 다른 단어였던 것 같지만, 괴담에서 흔히 말하는 "수호령" 이라고 할 만한 존재의 힘이 상당히 약해져있다고 했습니다.


수호령은 각각 돌아가신 "외할머니", 어려서 병에 걸려 돌아가신 아버지의 막내여동생, 그러니까 "막내고모" 였습니다. 




남자아이는 집이 맘에 들어서 눌러앉은 영가라고 하네요.


저희 집이 지어졌던 그 땅의 흙 자체가 비옥한데다, 키가 작은 식물들과 그늘을 만드는 식물의 비율이 적당해서 음기도 양기도 적당하게 서려있고, 외관은 양옥이지만 화장실을 제외하면 전통가옥과 거의 동일한 배치로 설계되어서 가신들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당에 동물을 키우는 것도 효과가 있었구요.




수호령들은 이러한 영향들을 받아 액운으로부터 집을 완전히 보호해왔지만, 이사한 후 부터는 식물의 기운도 가신의 기운도 받지 못해 최소한의 보호를 하는 것이 한계라는 겁니다. 


액운에 이어 잡귀들까지 장난칠을 치는 바람에 가족들이 다치는거구요. 


신내림 받은 사람들에게 팔았으면 넉넉잡아 3배는 주고 팔 수 있었는데 아까운 짓을 했다는 말까지 들으셨대요.




부적을 쓰든 굿을 하든 그때 뿐이니 따로 돈 쓰지 말고 잡귀들의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몸 간수만 잘하면 된다면 해서, 어머니는 복채만 내고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작은 사건사고가 서너번 있었지만 이전처럼 크게 다치는 일은 없었고, 새 아파트로 이사한 뒤에는 부주의로 인해 다치는 경우는 있어도 우연한 일로 사고를 당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괴담을 읽다보니 요 몇 년간 잊고 지냈던 경험들이 떠올라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외할머니와 얼굴도 뵌 적 없는 막내고모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15년간 다른 곳에서 지냈으면 어떤 사고를 당했을지를 생각하자 오싹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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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4th]얼굴에 남은 손자국

실화 괴담 2016. 12. 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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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행인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신이나 귀신의 존재를 일절 믿지 않고, 그저 흥미로만 괴담을 접해왔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의 말을 듣고,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얼마 전, 괴담의 중심 블로그에 들어와서 최근 올라온 괴담을 읽으려 할 때였습니다.




옆에서 저를 지켜보던 친구가 기겁을 하더니 [너 왜 이런걸 읽어?] 라고 묻더군요.


저는 [재밌잖아.] 라고 답했지만, 친구는 이게 흥미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질색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체험담을 들려줬어요.




친구는 평소에도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닙니다.


친구는 옛날 인천 구월동에 살았었는데, 2년 사이 인명사고만 세번이 났던 곳이라고 합니다. 


한번은 원한관계에 인한 살인사건, 한번은 어린아이의 교통사고, 한번은 자살사건이었다고 하고요. 




특히 자살건의 경우는 친구가 초등학교 수업을 받던중에 발생했는데, 쿵 소리가 수업중에 들려와 다들 창 밖을 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들은 추락하는 현장을 목격했구요. 


그런 아파트에서 살아서 그런지, 친구는 유달리 가위에 자주 눌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날, 정말 끔찍한 가위를 경험했다고 하더군요.


평소와 다름없이 잠에 들었는데, 귓가에 어린아이 소리 같은 게 자꾸 들려오더래요. 


사촌동생인가 싶었지만, 이 밤중에 찾아올리도 없고, 와도 이런행동은 하지 않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친구는 무서워져서 그대로 밤을 새다, 소리가 잦아들때쯤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정말 이상하게 침대 옆 전신거울을 보고싶어지더랍니다.


조심스레 본 거울에는... 친구의 얼굴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어린아이의 손바닥 자국이 잔뜩 찍혀있었죠. 


소름이 쫙 끼쳐서, 친구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문질러 손자국을 지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이사를 해 우리 동네에 왔고요.




이사 후엔 가위도 눌리지않고 잘 산다고 하더군요.


열심히 지웠다고 말할 때, 친구 표정은 정말 평소에 보기 힘든 겁에 질린 얼굴이었습니다.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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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3rd]문자스킬

실화 괴담 2016. 12. 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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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뫄뫄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으스스한 경험이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문자스킬'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문자스킬이란, 특정한 문자를 휴대폰 배경화면이나 메모에 적어놓으면 귀신과 계약을 맺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 문자에 따른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미심쩍은 것이었죠.




그 스킬을 사용하는데 쓴 글자마다 크고 작은 부작용도 있다고 하고요.


당시 저는 공포, 괴담 등에 관심이 많았던 초등학생이라, 귀신과 계약이라는 거창한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말에 혹해 여러가지 문자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부작용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죠.




하도 오래 전이라 정확히 어떤 문자스킬을 사용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랑, 성적, 돈, 뭐 이런 거 하나씩이랑 매일 숫자를 바꿔줘야 하는 문자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여러 문자스킬을 사용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고대하던 소원도, 우려하던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변화가 없음에 살짝 실망하고 있었지만, 어떤 결과라도 봐야겠다며 하루하루 숫자를 줄이거나 늘려주는 스킬만은 계속 메모장에서 바꿔놓고 있었죠.




지루한 일상이 며칠째 계속되던 어느날, 저는 사촌언니 집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그곳에서 일어났습니다.


평소 놀러 갔을 때와 다름없이, 저와 언니는 컴퓨터 게임도 하고 만화도 함께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니는 다음날 아침 일찍 학원을 가야 해서, 저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가 잠에서 깨니 옆에 언니도 보이지 않고 이모, 이모부도 모두 출근하신 것 같았습니다.


사촌언니네 집에서 자고 갈 땐 종종 있는 일이라, 저는 TV를 켜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바꿔줘야 하는 문자의 숫자를 변경하기 위해 메모장에 들어갔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메모장에 'ㅅㅏㄹ풀이'라는 새로운 그림 메모가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햅틱팝이라는 터치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창 친구들끼리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는게 유행이라 저도 비밀번호를 걸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촌언니도 알 도리가 없으니, 저말고는 아무도 휴대폰에 손을 댈 수 없었던 상태였던 셈이죠.


혹시 언니가 내 비밀번호를 우연히 봐서 자는 동안 장난쳐 놓은 걸까 싶었지만, 전날 자기 전까지도 언니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며 저를 괴롭혔으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언니에게 문자를 넣어봤지만,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무슨 장난을 쳤겠냐며 핀잔 어린 답장만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림메모의 제목에 압도 당해 메모장 목록 화면만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밤에 자며 실수로 누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가 나, 과감히 그 메모를 열었죠.


메모 안 그림은 정말 화면에 몸이 닿아서 그려진 듯, 선들이 어수선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확실히 어떤 형상이 보였습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단발머리 아이가 양팔을 쭉 뻗고 있는 형상이요.


그림은 단순히 검은색 선으로 한붓그리기를 하듯 이어져 있었지만, 색동저고리같이 팔 부분이 칸칸으로 나뉘어있었습니다.




멍하니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이 돌아오며 공포감이 제일 먼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얼른 목록으로 빠져나와 그 그림메모를 삭제했습니다.


또 이 공포스러운 경험의 원인이 문자스킬 때문이란 생각에, 진행하던 문자스킬도 모두 함께 지웠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대충 씻고 옷만 갈아입은 채 집에 돌아왔죠.


그 후로도 저는 언니 집에 자주 놀러갔지만, 그때같은 경험은 다시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별탈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고요.




가끔 그 메모가 어떻게 생겨난건지, 정말 문자스킬때문에 생겼던건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궁금증에 그 메모를 그대로 놔뒀으면 또다른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련은 그때마다 없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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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2nd]주희

실화 괴담 2016. 11.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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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유리나무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경상북도 문경시 견탄 옆, 태봉사택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마을은 마을 주민들 90프로가 광부인 탄광촌이었죠.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된 마을이었습니다.




슈퍼도 한개밖에 없고, 공중전화도 한개에 가로등마저 한개밖에 없는 아주 외진 마을이었습니다. 


시내로 나가려면 마을 밖으로 나가서 큰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강이 하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1차선 도로가 있어요. 




그 뒤로는 기차길이고요.


시골 아이들이 다들 그렇듯, 여름이 되면 항상 그 강에서 친구들과 놀곤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집 앞에 사는 주희라는 아이였는데, 엄마들끼리 친하다보니 덩달아 저희도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냈죠.


그렇게 지내다 제가 10살이 되던 해, 저희 집은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와도 울면서 이별을 했죠. 




저는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울로 이사를 가고 3년 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여름 방학. 


저는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고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마냥 들떠 있었죠.


문경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 다리에 도착한 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려갔습니다. 


그때, 강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대부분 모르는 아이였지만 신나게 놀고있는 갈색머리 아이는 분명 내 친구 주희였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가파른 길을 뛰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있던 아이들이 없어진겁니다. 




그때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절 부르며 따라오시더라고요. 


등을 때리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셨죠.


전 엄마에게 [엄마, 여기 주희 못봤어?] 라고 물었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소리니? 빨리 마을로 가자.] 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저는 친구들과 반가운 재회를 했고, 곧바로 주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얼굴이 어두워지더라고요.


곧이어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3년전, 주희는 진영이라는 아이와 시내를 다녀오다 마을앞 도로에서 트럭에 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 진영이는 다리만 다쳤지만, 주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요.


마을은 난리가 났고, 주희 할머니는 그 일로 정신이 이상해지셔서 죽은 주희 허파를 봉지에 넣어 집앞에 매달아 두는 지경이었답니다.




그때부터 주희의 가족들은 점점 다른 주민들과 멀어져갔고, 결국 1년 뒤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주희가 살던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되어버렸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전 제가 살던 그 마을은 아예 폐촌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곳을 떠올리노라면 주희가 생각납니다.


그때 보인 주희는, 3년전 내 약속을 기억하고 마중을 나왔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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