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집에서 청바지를 샀는데, 주머니에 2cm 정도 폭의 접힌 종이가 나왔다.
헌 옷 주머니에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고 해서 별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고 그대로 내다버렸는데, 며칠 후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그 종이가 또 나왔다.
이 때부터 상당히 무서워져서, 친구를 불러 그 종이를 펴 보도록 부탁했다.
친구는 이런 기묘한 것을 아주 좋아해서 기뻐하며 왔지만, 그 종이를 펴 보자마자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써 있는 것은 모르는 편이 좋아. 이 종이는 내가 공양해 둘게.]
뭐, 공양?
나는 따로 믿는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서운 이야기는 낮에도 듣지 못하는 겁쟁이기 때문에 내용은 듣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친구는 스쿠터에 치여서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분명 그 종이 탓이라고 생각한 나는, 친구에게 종이의 내용에 관해 물어보기로 했다.
친구는 상당히 기가 죽어서, 평소의 건강한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그런 상태의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도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사고까지 일어난만큼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물어 보았다.
하지만 친구는 자신이 부주의해서 사고가 난 것이지 그 종이는 관계가 없다며 계속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이고 알려달라고 조른 끝에 친구는 드디어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푸른 볼펜으로 [왜 나는 죽었는데 너는 살아있는 거야?] 라고 잡다하게 글자가 휘갈겨 써 있었다는 모양이다.
덧붙이자면 그 종이는, 친구가 신사에서 공양했다고 한다.
이런 비가 쏟아지는 밤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런 무서운 이야기가 머리에 달라붙어서 잘 수가 없다.
부디 친구에게 저주가 붙어버린 거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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