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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8th]물고기 꿈

괴담 번역 2014. 10.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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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 어릴 때는 언제나 할머니와 함께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런데 5살 정도였을 무렵, 무서운 꿈을 꿔서 자던 도중 겁에 질려 깼던 적이 있다.


꿈은 낡아빠진 폐가 같은 게 3채 있는데, 그 입구에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상상도 못하게 큰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이 너무나 무서워, 잠에서 깨자마자 나는 엉엉 울며 할머니를 찾았다.


처음에는 웃으며 나를 달래주던 할머니었지만, 내가 '물고기'라고 말하자, 바로 안색이 바뀌었다.




그리고 한밤 중인데도 어딘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비몽사몽간에 옷을 갈아 입고, 아빠의 차를 타고 나섰다.




도착한 곳은 증조할머니댁이었다.


할머니가 초인종을 누르자, 친척이 나왔다.


할머니는 [물고기가 나와서 왔네.] 라고 말했다.




증조할머니 방에 들어가자,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였다.


눈도, 입도 한 눈에 보자마자 돌아가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증조할머니네는 돌아가신 증조할머니와, 친척분 둘이서 사는 곳이었기에, 부모님과 할머니는 바로 거들어 장례 준비를 시작했다.




장례식이 끝난 후, 할머니는 가르쳐 주셨다.


[내가 물고기 꿈을 꾸면, 반드시 친척 중 누군가 죽더라. 그런데 이번에는 꿈을 꾸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대신 물고기를 본 거란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도 어쩐지 모르게 [아, 그런거구나.] 싶었다.




할머니와 따로 자게 된 후부터, 나는 물고기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할머니는 계속 물고기 꿈을 꾸었다.


이윽고 나는 다른 지방의 대학으로 가게 되어, 집을 나와 자취를 하게 되었다.




간만에 집에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할머니의 모습이 이상하니 빨리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입원하신건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치매가 온 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기에, 나는 바로 귀성했다.




할머니의 방은 텅 비어있었다.


소중히 여기던 기모노도, 줄곧 좋아하던 책도, 가구도, 무엇 하나 남김 없이 사라지고 이불만이 남겨져 있었다.


부모님의 말에 의하면 갑자기 주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더니, 쓸모 없는 것은 뜰에서 불태워 버렸다는 것이었다.




[할머니, 무슨 일 있어?]


손자인 내게라면 말해주지 않을까 싶어, 나는 물어봤다.


할머니는 말했다.




[물고기를 봤단다. 하지만 그건, 사실 물고기가 아니었어. 동굴도 아니고, 폐가도 아니야.]


그리고 할머니는 아무 말도 않았다.


할머니는 그날 밤,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 밤, 나는 물고기 꿈을 꿨다.


전에는 몰랐지만, 폐가 안에는 수많은 이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듯 했다.


동굴은 동굴이라기보다는 깊은 도랑으로, 붉은 듯 푸른 듯, 기분 나쁜 액체로 메워져 있었다.




물고기의 등지느러미가 보인다.


큰 물고기가 떠오른다.


사람의 얼굴 같은 비늘이 보인다.




아니, 저것은 사람의 얼굴이다.


물고기가 땅을 울리며 뛰어 올랐다.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라, 죽은 사람이 모여 물고기의 형상을 이룬 것이었다.




할머니나 증조할머니의 얼굴이 그 안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나도 죽으면 저 물고기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할머니처럼 신변정리를 해 두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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