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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를 계속 꿈에서 마주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한 번 꾼 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악몽이건 평범한 꿈이건, 별 상관 없는 꿈이라도 언제나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대개 옛날에 살던 집이나 친구, 혹은 친척의 집 같은 곳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기억에 없는 곳임에도, 자주 꿈 속에 나타나는 곳도 있다.


학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친구 S가 나에게 해 준 이야기다.




그는 어릴적부터 꿈만 꾸면 늘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한다.


약간 서양 같은 느낌의 평범한 단독주택으로, 2층짜리 집이었다.


언제부터 그 집이 나오는 꿈을 꿨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그 집 꿈을 꾸면 [아, 또 여기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S에게는 무척 사이가 좋은 K라는 친구가 있었다.


집도 근처고, 부모님끼리도 사이가 좋았기에 서로 집을 왔다갔다 하며 매일 붙어다녔다.


좋아하는 만화도, 게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도 같았다.




성적도 비슷했고, 키나 몸무게도 고만고만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평소처럼 둘이 놀고 있는데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 꿈을 꾸면 언제나 똑같은 집이 꿈에 나와.]




그런데 그 말을 들은 K가, 자신 역시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종이를 꺼내 꿈에 나온 집의 배치도를 그려서 보여줬더니, K는 자신도 그 집이 꿈에 나온다도 대답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무래도 둘은 꿈에서도 같은 집을 보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둘은 기묘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서로 꾼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집은 생각보다 꽤 넓어서, 4, 5인 가족이 살 법한 크기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1층 귀퉁이 방만큼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린 치기에서였는지, 둘 중 누가 먼저 그 방에 들어가는지를 경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무렵부터 악몽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식칼을 들고 쫓아오는 살인마를 피해 도망다니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귀신에게 쫓긴다거나 하는 꿈 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1층 귀퉁이방까지 다가갈 여력이 없다.


거기에 S와 K의 사이도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완전히 똑같은 꿈을 꾼다는 것에 신나, [우리 전생에는 형제였던 거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지만, 점차 꿈에 관해서는 서로 말을 피하게 되었다.




S의 말로는, [서로 너무 닮았다보니 솔직히 나도 좀 기분이 나쁘더라.] 는 것이었다.


[얼굴이 닮은 건 아니지만, 나랑 K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 같은 게 있었어.]


그건 K도 마찬가지였는지, 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전화로는 자주 통화도 하고, 오다가다 마주칠 일도 많았다.


그렇지만 동아리나 진로에 있어서는, 서로가 다른 선택을 하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는 서로 다른 생활 환경 때문에 둘 사이는 꽤 소원해졌다고 한다.


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K에게서 오랜만에 연하장이 와 있었다.


연하장에는 K가 키우던 개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아, 쵸코 아직 살아 있구나.]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그리워졌다.


연하장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글이 한 줄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K의 필적으로 작게 글씨가 써져있었다.


[그 방이 나를 불렀어. 내가 먼저 갈게.]


그 말을 보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S 역시, 며칠 전 그 방이 자신을 부르는 꿈을 꿨던 것이었다.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일정주기로 그 집에 관한 꿈은 꾸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날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을 걷고 있는데, 웬지 모르게 [아, 지금이라면 그 방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S는 결국 그 방에 가지 못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전화가 와서 잠에서 깼던 것이다.


겨울방학이 지나 학교가 개학하고, 다시 S가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K가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이었다.


자취하던 아파트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었다.




혹시 K의 행방에 관해 아는 게 있냐는 질문에, S는 모른다고 밖에는 답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이야기를 해 봐야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그로부터 반 년 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K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가 조금 멀어졌다고는 해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해 온 친구의 실종에, S는 외로워서 도저히 기운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추월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한 마음 역시 있었다.


[다시 그 방이 나를 부르는 때가 온다면, 이번에는 꼭 나도 거기로 가 볼거야. 거기엔 K 녀석이 날 기다리고 있겠지...]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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