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자주 가위에 눌리는 편이다.
그리고 이상한 것이나 귀신도 종종 보곤 한다.
그러다보니 웬지 모르게 [아, 느낌이 안 좋은데.] 하고 감이 팍 올 때가 있다.
어느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은 조금 늦잠을 자 버렸기에, 당황해서 역까지 달려갔다.
그랬더니 웬걸, 오히려 평소보다 빨리 역에 도착해 버렸다.
전철이 올 때까지는 아직 10분 정도 여유가 있다.
그러고보니 어째 아랫배가 슬슬 아프다.
아침은 대충 집어먹었지만 화장실에 들를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10분 정도면 빠르게 처리하고 나올 수 있겠다 싶어, 나는 역 화장실로 향했다.
2칸 중 한 곳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한 곳은 비어 있었다.
재빨리 용변을 보고, 손을 씻었다.
그러는 사이, 옆칸에 있던 사람도 문을 열고 나왔다.
샐러리맨인 듯한 아저씨가, 가방을 들고 세면대 쪽으로 걸어온다.
아, 이 아저씨도 손을 씻으려 하는구나.
별 생각 없이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그 아저씨를 보자 어째서인지 가위에 눌릴 때 느끼는 그런 감각이 느껴졌다.
뭐랄까, 오한이 나고 등골이 소름이 쫙 끼치는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아까 화장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 났던 것 같다.
용변이 급해 무시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나는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설령 뭐가 나온다 하더라도, 옆에 아저씨도 있겠다 별 일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아저씨는 다리가 좀 불편한지, 엉기적엉기적 걸어 내 곁에 온 후,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아저씨의 모습이 세면대 거울이 비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
조심스레 아저씨 쪽으로 눈을 돌리자, 아저씨도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저씨의 표정에선 내게 위해를 가하려는 듯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슬픔 같은 것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게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 그저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손을 다 씻고, 아저씨는 가방을 든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화장실을 나섰다.
나는 뒤로 돌아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저씨의 등은 양복이 길게 찢어져, 피투성이였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오른발은 거꾸로 돌아가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화장실을 나감과 동시에, 몸에 가득했던 한기가 사라졌다.
그 후 나는 그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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