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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는 어느 중고차 경매장에서 일했었다.


왜건 차량 한대의 경매가 끝나고 며칠 후, 불만처리 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중고차 거래다보니, 기본적으로 클레임은 많을 수 밖에 없다.




장비 중 일부가 결품이거나, 서류상 처리가 잘못 된 게 대부분이고.


이쪽도 워낙에 잦은 일이라 매뉴얼이 구축되어 있어서, 트집에 가까운 건 거절하고, 이쪽이 잘못한 것이면 사과하고 보완한다.


차량 자체의 문제면 경매에 출품한 사람이 돈으로 해결하는거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라, 즉석으로 판단해 대처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 걸려온 전화는 달랐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노가 아니라 어딘지 모를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차 안 룸미러에 여자가 비쳐요...]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장난전화인가 싶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끊어버릴 수도 없어,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룸미러에 여자가 비쳐요. 잘못본 게 아니라니까요. 너무 기분 나빠서 이 차 그냥 반품하고 싶어요.]


이런 클레임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상사와 상담했다.




손님과는 조금 분쟁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 쪽에서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대개 클레임으로 인해 회수한 차는, 다시 경매에 나오게 된다.


그 왜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정비하고 조사한 후 출품했고, 어느 중고차 체인점으로 다시 팔려가게 되었다.


차 이력에 "영구차로 사용하던 것" 이라는 꼬리표를 새로 붙인채.


지금도 어딘가에는, 룸미러에 여자가 비치는 그 왜건이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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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의 괴담은 중고차 거래 후 들어온 클레임에 관한 이야기.
    자신에게 오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중고거래는 언제나 뭔가 오싹한 느낌을 주곤 하죠.
    만약 영혼이 깃든 물건이라면... 누구라도 꺼림칙할 것 같군요.
    환불해주세요!
  2. 산 사람이 탄 것도 꺼림칙한데 죽은 사람이 탄 차라면 으으 ㅠ
  3. 영구차로 사용되던 차를 사갈 간 큰 사람이 있었을까요? ㅠㅠ
    이래서 남이 쓰던 물건 쓰면 안 된다고 하나봅니다. 으으으
  4. 환불플리즈!! 중고는 싼만큼 여러모로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사야되나봅니다 영구차 소오름이네요
  5. 잘밤에 저도 모르고 집중해서 봤네요...
    으으 소름
  6. 태그 붙였으니 잘도 팔리겠다아..그래도 사고 안내고 얌전히 반품까지 하게 해줬으니 착한 귀신이네요
  7. 역시.. 죽은사람이사용했던 물건은 버리는게 좋을듯...
  8. 킬빌의 pu**y wagan이 떠오르는 이유가...
    뒤에 앉아있는 여자가 우마서먼이라면
    좋아해야할라나? 목숨을 걱정해야 할라나?
  9. 저런건 그냥 팔지를 말지, 저렇게 돌아온 걸 다시 또 파는 주인들 심보가 참 고약하네요...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지만 실제 상인들도 충분히 저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씁쓸할 따름입니다.
    • 아쉽지만 '중고'라는게 원래 그런거죠.
      뭔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그걸 상정하고 사는것인데 상점주인 탓을 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또한 어디까지나 입에 풀칠하고 살려고하는 사람들의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