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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번역괴담][2ch괴담][598th]공포의 개집

괴담 번역 2015. 10. 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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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리 집에 쿠로라는 개가 있었다.


내가 어릴 무렵 죽었기에, 내겐 별다른 추억이 없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무척 애정을 가지고 키웠던, 가족 같은 애완동물이었다고 한다.




쿠로가 죽은 후, 부모님은 새 애완동물을 기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쿠로가 살던 개집은 텅 빈 채 뜰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나보다 열 살 어린 여동생은, 어릴 적부터 이 개집에 가까이 가는 걸 무척 싫어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심하게 무서워했다.


한 번은 여동생의 고무공이 개집 뒤로 굴러갔는데, 무서워서 가져올 수가 없다며 울며 부탁할 정도였다.


왜 개집이 무섭냐고 묻자, [안에 무서운 게 있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집은 아무리 봐도 텅 비어 있었지만, 여동생은 분명히 있다면서 몹시 두려워했다.


고무공을 가져온 후 나와 아버지가 그 안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말하길, 옆집 사람이 밤에 개 짖는 소리가 나서 시끄러워 죽겠다는 항의를 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정말 뭐가 있는건가...] 라며 기분 나쁜 듯 정원의 개집을 바라보았다.


실은 나 역시 한밤 중, 개집 주변에서 개가 짖는 것 같은 큰 소리를 들었었기에 내심 불안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날 밤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자려는데, 2층 창문에 서 있던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내게 손짓했다.


개집이 보이는 창문이었는데, 아버지의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나는 다가갔다.


그리고 아버지의 손짓을 따라 창문 밖을 내다봤다.




거기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차게 비가 쏟아지는 와중, 개집 입구에서 흰 사람 그림자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흐늘흐늘한 모습으로 빗속을 걸어다니더니, 근처를 배회하다 다시 개집으로 들어갔다.




그게 둘 넘게 있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작은 목소리로 [아무 말도 말거라.] 라고 말했다.




다음날, 불안해하면서 학교를 다녀오니 개집은 깨끗이 사라진 후였다.


그 자리에는 아예 땅까지 파서 콘크리트로 메워놓았다.


지금도 그 날 밤, 나와 아버지가 무엇을 본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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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7th]젊은 서양화가

괴담 번역 2015. 10. 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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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종종 우리 집에는 야스오씨라는 젊은 서양화가가 놀러오곤 했다.


야스오씨는 아버지 친구의 둘째아들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를 지망하고 있었다.


그 탓에 집에서 쫓겨나 버렸고, 아버지가 불쌍히 여겨 집에 데려와 밥도 먹이고 돈도 쥐어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스오씨는 언제나 아버지에게 은혜를 갚지 못해 미안해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세를 지고 있는 답례로 이거라도 드리겠습니다.] 라며 직접 그림 아버지 초상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 그림은 아버지를 그닥 닮지 않은데다, 몹시 울적한 분위기였다.




결국 부모님은 그 그림을 창고에다 넣어두고, 그대로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몇해 뒤, 야스오씨는 결국 화가로서 제대로 된 뜻도 펴지 못하고 30살의 나이로 자살했다.


그 후 그의 부친이 그림을 가져왔다.




[아들의 아틀리에에 이런 그림이 있더라. 기념으로 받아주게.]


하지만 그 그림을 보고 우리 가족은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전에 야스오씨에게 받았던 아버지 초상화였던 것이다.




집 창고를 뒤져보았지만 이전에 받았던 그림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소름 끼쳐했지만, 그렇다고 어찌할 도리도 없었다.


그림은 아무리 봐도 장식할 마음은 들지 않는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결국 그 초상화는 다시금 어머니 손에 들려 창고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우리 집에는 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치는 일이 잦아졌고, 급기야는 누나의 약혼이 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결국 걱정하다 못해 어머니는 유명한 영능력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영능력자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말했다.


[1층 안쪽 창고에 넣어둔 그림이, 자기를 장식해 달라고 강하게 호소하고 있어요.]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그 초상화는 처음부터 한 장 뿐이었습니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생전부터 그 그림을 장식해 주지 않아 내심 무척 슬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후에라도 장식될 수 있게, 아버지를 통해 당신들에게 다시금 선물한 겁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어머니는 아는 절에 사정을 말하고 그 그림을 맡겼다.




야스오씨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말 집에 걸어두기에는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의 초상화였으니...


다행히 주지스님은 그 그림이 싫지 않았던 듯, 감사히 받아 걸어두겠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 이후 연이어 일어나던 안 좋은 일도 끊기고, 우리 가족은 잘 지내고 있다.




아마 야스오씨도 납득해 주신 거겠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야스오씨는 조용하고 착한 형이었다.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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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6th]무카사리

괴담 번역 2015. 10. 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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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야 큰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문대를 졸업한 후 한동안 나는 학교 취업센터에서 연결해 준 상조회사에서 사진 제작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장례식의 경우 기존에 찍어둔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스캔해 정장 차림에 합성해 영정 사진을 만드는 게 기본이었다.


결혼 사진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수정 정도만 봤었고.




그거 말고는 사실 사진에 관련된 일보다는 별 상관없는 잡일 투성이였지만.


그러던 어느날, 어느 20대 남자의 장례식 영정 관련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60대쯤 되어 보이는 고인의 부모님이, 기묘한 의뢰를 해왔다.




세상을 떠난 아들의 결혼 사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미혼인채 병으로 죽은 아들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어떻게 만들어서라도 결혼식 사진을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뭐, 할 수 있는지 없는지야 합성할 기본 사진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하청받아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생 주제에 확답을 내줄 수도 없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는 답을 피하고, 정사원으로 일하던 선배에게 상담했다.


[그건 무카사리일 거야.]




선배는 말했다.


[도호쿠 지방 쪽에서는 결혼 전 죽은 남자한테 마치 결혼식을 올렸던 것처럼 그림을 그려 신사에 바치는 풍습이 있다더라. 그걸 무카사리라고 하고. 없어진 풍속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야, 그런 걸 회사 차원에 해줄 수 있겠냐. 뭐, 굳이 네가 개인적으로 도와주겠다면 그건 말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하지마라, 그런건.]


선배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일을 맡기로 했다.


너무나도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내게 부탁해 왔던 고인의 아버지와, 장례식 내내 울고 있던 고인의 어머니가 마음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고인의 부모님과 대화해보니, 죽은 남자는 성인식 때 찍은 몬츠키하카마 차림의 사진이 있다고 했다.


마침 잘됐다는 생각에 그 사진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


다만 남자 양옆에 서 있던 부모님은 새로 사진을 찍어 합성하기로 하고.




금박 병풍을 친 가운데 신랑신부가 서 있고, 그 양옆에 부모님이 서 있는 구도의 사진을 만들 요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신부였다.


나는 대충 인터넷에서 혼례 복장을 차려입은 몸 사진을 구한 후, 조금 귀찮아도 얼굴은 각 부위별로 하나씩 콜라쥬해 이 세상에 없는 여자를 창조해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인의 부모님은 부디 이 사진을 써달라며 품에서 사진을 꺼내 내밀었다.


신부 얼굴은 꼭 이 사람 얼굴로 해달라며,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내게 애원했다.


그걸 스캔해서 합성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때 문득,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카사리는 말이야, 주변 사람들은 실제 사람으로 그려넣어도 괜찮지만 신랑신부는 살아 있는 사람을 그리면 안 된대. 또, 살아있는 사람 이름을 넣어도 안 되고. 그렇게 했다가는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데리러 온다나 뭐라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지만, 정작 내가 작업하려다 보니 그 이야기가 무척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저...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을 쓰는 건 안 되는 일 아닙니까?]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나 고인의 부모님은 완고했다.




[그 사진 속의 여자는 이미 죽었어요. 그리고 우리 아들과 약혼 관계였던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은 병을 얻어서 죽은 거에요.]


둘 다 고인이니 이미 저세상에서 함께 지내고 있을 터라는 것이었다.


이 사진은 그저 증명으로서 남기고 싶은 것이라는 설득에,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여자의 사진을 받아들었다.




나는 사례금으로 10만엔을 받았다.


사진은 곧 완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아들과 약혼녀의 성을 같게 해서 써 넣었다.


신사에 에마로 걸기 좋게 패널 액자에 넣어 건네주었다.




내가 만든 것이었지만 썩 잘 만든 작품이었다.


고인의 부모님은 기쁜 듯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걸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선배가 말했던대로 도호쿠 지방이었다.


나는 조금 섬뜩했지만,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들을 보냈다.


그리고 2주일 가량 지났을까.




지역신문에 사고 기사가 났다.


병원 앞에서 구급차에 치여 즉사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구급차에, 내가 영정 사진을 맡았던 죽은 남자의 시신이 실려 반송되던 도중이었다는 것이다.




신문에 피해자 여성의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이름은 내가 사진에 적어넣은 이름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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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5th]태어났다

괴담 번역 2015. 10. 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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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무렵, 도호쿠의 어느 현으로 여행을 갔었다.


가는 김에 거기 사는 먼 친척 분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


꽤 시골 마을이었는데, 거기서 사촌 자매 부부와 아이들, 그리고 사돈댁 부모님이 같이 살고 있었다.




나는 결혼식 이후로 처음 뵙는 거라 깍듯이 인사를 드렸다.


마침 사돈 어르신과 내 취미가 열대어 기르기로 같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꽤 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도중, 밭에서 뭐라도 좀 뜯어오겠다고 하시기에 나도 도우려 따라가 나갔다.




낫을 든 어르신과 집 뒤편 밭으로 걸어간다.


도중, 작은 오두막 앞에서 어르신은 [잠깐만 기다려주게.] 라고 말하고 오두막을 들여다 봤다.


나도 뒤에서 슬쩍 살피니, 큰 골판지 상자에 헌옷이 깔려 있고, 갈색 개가 들어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갈색의 쬐끄만한 것들이 세마리, 꼬물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인 것 같았다.


[태어났구만~]




어르신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 사이, 어미개가 한 번 크게 짖더니 강아지가 또 한 마리 태어났다.


이번 강아지는 몸이 검고, 머리만 핑크색이랄까, 갈색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 녀석은 어미개를 혀로 핥으며 우리 쪽을 봤다.


어...?


얼굴이 개가 아니다.




머리털이 없는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산...]


그 강아지가 첫 울음을 마치기 전, 어르신은 그걸 손으로 잡고 낫으로 목을 베어버렸다.




사람 얼굴을 한 강아지는 그대로 숨을 거뒀다.


나는 놀라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어르신은 [저런 건 살려두면 안 되지.] 라고 말하며, 그대로 밭에 가 쓰레기를 태우는 드럼통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불을 붙여 강아지 시체를 태워버렸다.


어르신은 [미안하네. 집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주게.] 라고 당부했다.


나는 아무 것도 묻지 못하고 채소를 뜯어 돌아왔다.




그 후에는 평범하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채소를 선물로 받은 후 돌아왔다.


그 강아지는 단순한 기형이었으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그 때 강아지는 뭘 말하려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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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4th]뒤틀린 집

괴담 번역 2015. 10. 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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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외동딸로 온갖 대접을 받고 자랐었다.


철모르고 결혼한 아버지와 이혼한 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와 나이 어린 남동생, 여동생은 어머니를 따라왔다.




외갓집이 지방도시의 명문이었던 덕에, 외갓집에 얹혀 살면 자유롭고 유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외조부모님은 마음대로 돌아온 어머니에게 격노했다.


결국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외조부님에게 절연당했고, 집에서 내쫓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에서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던 건설회사 아저씨와 재혼했다.


아저씨는 그야말로 벼락부자로, 취미도 좋지 못한 남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절연당하고 애가 셋 딸린 어머니에게는 최고의 남자였겠지.




한동안 호텔에서 기거하던 우리는, 어머니의 재혼을 기점으로 아저씨네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 집은 무리하게 증축을 거듭한 듯, 집은 컸지만 일본식 집에 조립식 가옥을 덧댄 느낌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집 자체가 뒤틀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나이라 아무 것도 모르던 나와 동생들은 순진하게 집이 크다며 좋아했었다.


우리가 집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저씨네 아들이자 우리에겐 의붓형이 되는 사람이 집을 나갔다.


형은 우리 남매에게는 상냥했기에, 우리는 우리 때문에 형이 집을 떠나는 건가 싶어 무척 미안했다.




그 후에도 별 문제 없이, 우리 가족은 그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해 여름,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거실에 앉아 있으면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벽을 "꽝, 꽝"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거실 바로 위에 있는 2층 방은 [안에 작업 도구들이 있으니 들어가면 안 된다.] 라고 아저씨가 엄포를 놓았던 곳이었다.


문도 잠겨 있어 누가 들어갈 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저 [안에 있는 짐이 떨어진건가?]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저씨도 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말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점차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다 마침내 아기 울음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어머니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결국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 방에서 각자 식사를 가져다 먹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떻게든 2 지망이던 고등학교에 합격했고, 중학교 마지막 봄방학을 맞았다.




방학이라 혼자 집에 남아 있는데, 갑자기 집을 나갔던 형이 돌아왔다.


[가져갈 물건이 있어서 말야.]


나는 형에게 반년 전부터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형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잠깐 기다려 봐.]


그리고는 거실 선반에서 처음 보는 열쇠를 꺼냈다.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그리고 형은 나를 데리고, 2층의 들어가면 안 되는 방 앞으로 갔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분명 부적투성이인 무서운 방일 거라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극히 평범한 일본식 방이었다.


다만 맹장지 너머 부적이 한 장씩 붙여져 있었고, 불단 위에 인형이 엄청나게 올려져 있었다.




아마 서른에서 쉰개 사이였을까.


나는 형에게, [누구 불단이야?] 라고 물었다.


[내 누나라는 것 같아.]




[라는 것 같다니?]


[태어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죽었대.]


형의 이야기는 이랬다.




아저씨는 첫 아이였던 딸이 죽은 것에 낙심해, 첫 부인을 무척 나무라고 괴롭혔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형이 태어났지만 딸을 원했던 아저씨는 더욱 부인을 못 살게 굴었다는 것이다.


어떤 괴롭힘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부인은 그걸 견디지 못해 2층 방에서 나오질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집안일은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혼자 방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저씨의 폭력과 폭언은 더욱 도를 더해갔다고 한다.


형은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 사이, 눈앞에서 아수라장을 펼치는 부모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형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해 부인은 그 방에서 죽었다.


자살한 흔적도 없었고, 단지 그 자리에 누워서 죽어 있었다고 형은 말했다.


경찰에 의하면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 스스로도 오싹함을 느꼈다.


그런 아저씨와 결혼한 어머니가 한심하게 느껴지며, 이런 집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으니.


하지만 그보다 궁금한 것은, 왜 아저씨가 이 집에 아직도 살고 있는지였다.




그래서 나는 형에게 물었다.


[왜 아저씨는 그런데도 이 집에서 계속 사는거야?]


[여기에서 멀어지면 어머니가 나온다더라. 귀신이 되서.]




부인의 장례식을 마치고, 아저씨는 휴양을 겸해 친가에 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 밤, 죽은 부인이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안고 아저씨에게 달라붙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한밤 중 몇번이고 잠을 설치며 괴로워하는 아저씨를 보고, 친척들은 지쳐있는 것 같다며 동정만 할 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아저씨는 형에게 몇번이고 너한테도 보이지 않느냐며 물었다지만, 형에게는 영 보이질 않았기에 그냥 애매하게 맞장구만 쳤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그 꿈도 꾸지 않게 되었고, 아저씨도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가 부인의 납골당 안치를 마치고 어딘가에 갔다고 한다.




[오늘 밤은 안 들어올거다.]


하지만 형이 새벽에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더니, 아저씨가 얼굴이 새하얘져서 뛰어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불단에 뛰어가 염불을 외웠다나.




형은 "아, 또 어머니가 나왔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형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끝내는 아기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집 밖에서 자면 악몽에 시달리고, 집 안에서는 원인불명의 소리에 시달리던 끝에 아저씨는 영능력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 어릴 적이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버지도 꽤 돈을 쏟아부었던 거 같아. 효과가 없으면 다른 영능력자를 찾아가고, 그런 게 1년 정도 이어졌었지.]


그 무렵부터 형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 약간 삐뚤어져 밖으로만 나돌았었다고 한다.


그러던 사이 아저씨는 어느 영매사에게 방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불제를 올려 영혼의 화를 억누르고, 집을 증축해 침실을 불단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불단에서 떨어지는 걸 목적으로 증축을 거듭한 결과, 지금처럼 크기만 크고 뒤틀린 형태의 집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공양도 했으니 된 거 아냐? 소리는 왜 아직도 들리는거야?]




나는 형에게 물었다.


[뭐, 불제를 올린지도 한참 지났고 아마 효과가 끝난거겠지.]


형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이런 집에 있어봐야 좋을 거 하나 없어. 오래 있으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너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나가라. 대학을 가던 취직을 하던 아무튼 다른 데 나가서 살아.]


형은 마지막으로 내게 당부하고 문을 잠궜다.


[네 동생들한테는... 네가 알아서 해. 이야기를 해주던 말던. 아직 둘 다 어리니까 시기를 잘 봐서 얘기해 주렴.]




형이 돌아간 후부터 낯선 사람들이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마 영매사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 무렵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향 냄새가 감돌고, 뜻모를 염불 같은 게 계속 흘러나와 옆집에서는 매일같이 불만을 제기해 올 정도였다.




내 고등학교 입학식에는 어머니도, 아저씨도 오지 않았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자기 방에서만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여름 무렵, 이상한 소리는 사라졌다.




영매사 중 누군가 성공했나 싶었지만, 그 후에도 거실에 나와 있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 고등학교 3학년 때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 나는 신문사 장학생을 신청했다.


어머니와 아저씨랑은 인연을 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도중, 2월 막바지 들어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제는 집안에서...


나는 말하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에, 졸업식 다음날 동생들에게 형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날 밤, 아저씨와 어머니에게 잔뜩 야단을 맞았다.


그 무렵 형과는 연락이 끊겼던 터라 솔직히 형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아저씨가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했던 전처에 대한 폭력과, 대학에 가면 이 집을 나갈 생각이라는 것까지.




어머니는 전처가 가정폭력을 당했던 건 몰랐던지 무척 당황해했지만, 어떻게든 나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집을 나와 친구네 집에서 숙박하다, 장학생에 선발되자 도쿄로 상경했다.


그 후 일은 남동생에게 들었다.




어머니는 외조부모님에게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다.


이혼신고서만 던져놓고 집으로 돌아와 가업을 돕고 있다나.


두 동생들은 어머니를 따라 외갓집에서 살고 있다.




다만 아저씨는 어머니가 던져놓은 이혼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남동생이 뒷처리하느라 땀 좀 뺐다고 한다.


나는 대학에 들어갈 무렵 선배에게 도움을 받아 아저씨네 호적에서 나왔고, 지금은 친아버지 성을 따라 평범히 살고 있다.


이제 와서 새삼 이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 건 외할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참석하러 갔다가, 아저씨가 그 집 불단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서다.




우리 가족은 그 집에서 도망갔으니 모르지만...


과연 아저씨는 혼자 남겨진 후, 그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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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3rd]이거, 줘

괴담 번역 2015. 10. 1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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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일본계 공장 주변 식당에, 여자가 나타났다.


미인은 아니지만 젊은 이 여자는, 현지인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탁자에 다가갔다.


그리고 [이거, 줘.] 라고 말하고는 한입두입,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먹었다.




여자는 먹으면 곧 다른 탁자로 향했고, 몸에 손을 대도 별다른 불평이 없었기에 직원들은 기꺼이 그 요구를 받아줬다 한다.


또 트러블이 있을법한 직원에게는 어쩐지 다가가질 않아 별 문제가 일어나질 않았다.


여자가 나타나고 45일째 되던 날, 질 나쁜 직원이 여자의 손을 잡고 [내 탁자에 와서 먹지 그래.] 라며 강요했다.




여자는 재빨리 직원의 손을 뿌리치고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그 직원이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거, 줘.] 라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가 있었다.




놀라는 직원을 아랑곳 않고, 여자는 직원의 오른손을 잡고 프레스로 밀어넣었다.


이후 보험금을 노린 자해가 아닌지, 본사에서 파견나온 A씨는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해외 공장이라고는 해도 일단 무장 경비원도 있는 곳이라 외부인이 들어오기는 어려웠다.




그 뿐 아니라 공장 안은 기계 소음도 크고, 직원은 당시 귀마개를 하고 있었기에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진술 자체가 미심쩍었던 것 같다.


탐문을 해보니 실제로 여자를 만났다는 직원이나 식당 점원은 잔뜩 있었다.


하지만 사고 후, 그 여자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여자의 정체는 알아낼 수 없었고, 공장 경비에도 딱히 문제가 없었다.


결국 보험금을 노린 자해라는 혐의는 벗겨졌다.


직원이 그렇게까지 의심스러운 증언을 한 것도 아닌데다, 직원의 가족들도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등 현지 사정도 고려한 처사였다고 한다.




회사와 상담해, A씨는 사고를 당한 직원의 증언을 고쳐 보고서를 쓴 후 본사로 제출했다.


A씨는 그 후 지역 전승 같은 것도 조사해봤지만, [이거, 줘.] 라고 말하는 요괴에 관한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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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2nd]피규어의 저주

괴담 번역 2015. 10. 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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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중 '씹덕후'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야한 피규어나 구체관절인형 같은 데까지 손을 뻗치는 녀석들 말이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머리 한구석에라도 넣어뒀으면 한다. 




평소 너희가 수집하고 있는 것들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나는 진성 씹덕후다. 


겉으로는 미소녀 티셔츠를 입거나 하는 건 자제하고, 최소한 일반인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집 안은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마굴이라고 부를 수준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회사 동료나 평범한 친구는 몇 있다. 


그래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집에 들어오는 순간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대비를 해 뒀다.




물론 오타쿠라는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건 당연히 무리다. 


그래서 대충 소년 만화 캐릭터의 피규어나, 로봇 피규어, 프라모델 같은 것만 겉에 내놓는다. 


남자 동료들은 종종 [이야, 이거 오랜만이네.] 라며 괜찮은 반응을 보이고, 여자들도 [대단하네...] 라며 그저 쓴웃음 한 번 짓고 넘어가는 정도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는 비밀이 있다. 


너희들이 보고 있는 시답지 않은 것들 뒤에는, 사실 전라에 온갖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소녀 피규어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말이지. 


아마 아무도 상상치 못할 것이다. 




옛날 만화에 나오는 비밀 기지에서 영감을 받아, 회전식 수납장을 만든 것을 말이다. 


앞뒤로 수납장이 달려 있는 전용 회전 아크릴 케이스를 만들어, 약간 손을 쓰는 것만으로 회전이 가능한 녀석이다. 


그 뒤쪽에 온갖 피규어들을 쟁여 놓은 것이다.




다른 가구와 밸런스도 맞춰야 하고, 회전한다는 사실이 쉽게 들키면 안 되기에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 가면서 레어한 피규어나 스태츄 같은 걸 모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슬슬 지금까지 모아 놓은 것들도 질리기 시작하고, 마땅히 마음에 드는 피규어도 눈에 보이지 않아 열정이 사그라들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때 무심코 보고 말았던 게, 구체관절인형이었다. 


30cm 정도 되는 크기인데도, 피규어와는 다르게 섬세하면서도 인형 특유의 느낌에, 사랑스러운 아이 같아서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이미 피규어보다 훨씬 비싼 스태츄 쪽에도 손을 뻗고 있을 무렵이었으니, 가격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바로 질렀다.




참고로 이름은 유우짱이다.


피규어와는 달리 직접 옷이나 상황을 설정하는 재미가 있었다. 


마치 유복한 집 아가씨처럼, 옷이나 잠옷을 갈아입히고, 침대라던가 신변 물품도 잔뜩 사서 갖춰두었다.




그 후에도 한눈에 들어온 아이를 "맞아오곤" 했다. 


유명한 캐릭터의 외모를 기반으로 한 시즈짱이라는 아이였다. 


가게에서도 실제로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판매했기에, 마치 인신매매를 하는 느낌까지 들어 짜릿짜릿했다.




그렇게 열정과 생각을 담아 대하는 것에 더해, 인간과 무척 닮은 존재라는 성질까지 더해지다 보니, 그 아이들의 표정은 왠지 내 감정과 동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차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으면, 인형도 나와 함께 울고 웃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솔직히 나는 '아, 저 인형들이 정말로 살아 움직여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종종 인형에 얽힌 괴담 같은 걸 듣곤 하지만, 피규어나 구체관절인형 오타쿠인 입장에선 반가운 이야기였으니까. 


외려 내 생각과 염원을 먹고, 진짜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계속 새로운 취미에 빠져들어 갔다.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날 무렵. 나는 어쩐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종종 유우짱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곤 했는데, 아무리 봐도 분명히 유우짱의 얼굴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같은 종류의 다른 인형들과는 달리, 유우짱만. 




이전부터 생각하던 망상과는 달리, 진짜로 싱글벙글 웃는 것 같은 사진이 몇 장인가 찍힌 것이다.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실제 인형을 곰곰이 뜯어봤지만, 인형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다.


하지만 사진에서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다. 




빛 조절을 잘못 했나 보다 싶어 그 사진은 지우고, 다시 찍었다. 


너무나도 확실히 찍힌 사진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진짜 이상한 일은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어느 밤에 벌어졌다.




일을 마치고 지쳐서 집에 돌아온 후, 불을 켜고 수납장을 회전시켜 피규어와 인형들이 있는 쪽을 꺼냈다. 


그랬더니 인형들이 전부 내 쪽을 향해 서 있었다. 


평소 만에 하나 하는 생각에 언제나 인형들은 수납장 쪽을 바라보게 두어서, 회전시켜도 등 쪽이 보이게 해 놨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전부 얼굴을 내놓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인형은 사람을 일정한 크기로 줄여놓은 모양이다. 


설령 회전 때문에 넘어지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정도면 몰라도, 아예 한 바퀴 회전해서 서 있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무슨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나는 조금 오싹했지만,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전부 방향을 돌려놓았다.


그런 일이 두 번 정도 반복되자,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결국, 나는 유우짱과 다른 구체관절인형들에게서 관심이 식었다. 


마침 그 무렵 한정판 피규어나 복각판 염가 피규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그쪽으로 흥미가 이어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왠지 모르게 인형을 바라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강했기에, 아예 수납장에서 인형을 꺼내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결국, 그대로 한 달 정도, 인형을 방치해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전의 기분 나쁜 일도 슬슬 잊혀져 갈 무렵의 어느 일요일 아침... 


잠에서 깼더니, 피규어들을 진열해 두는 아크릴 선반이 눈에 보였다. 




평소에는 언제나 로봇 피규어와 소년 만화 피규어가 전면에 나와 있을 터였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잠에서 막 깬 터라 사고가 잘 이루어지질 않았다. 


그래서 우선 선반을 평소처럼 돌려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회전축이 되는 부분이 녹아내려 굳어서, 당최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회전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당시가 여름이었다고는 하지만, 방 안 온도가 아크릴이 녹아내릴 정도로 올랐다면 분명 나도 죽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현상을 보이는 것은 회전축 접합부뿐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당시엔그리 겁에 질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뒤로 돌아간 로봇 피규어는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같은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당황하면서도, 일단은 꺼내져 있는 피규어와 인형들의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를 하고 잠에 들었다.


눈을 뜨자 그곳은 새까만 어둠 속이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해 우선 소리를 질렀지만, 좁은 공간인지 그 안에서만 소리가 울릴 뿐 아무런 응답이 없다. 




무척 불편한 곳이라, 나는 곧 가슴이 답답해져 토할 것만 같았다.


[야, 야! 이게 뭐야! 누구 없어!]


주변을 마구 때려봤지만, 손만 아플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치 어느 영화에 나왔던, 산 채로 관에 갇혀 묻혀버린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대로 며칠이고 갇혀 있었다. 




나가지도 못하고 목이 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목소리도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고, 어떻게든 물이 마시고 싶었다. 


주변 온도는 딱히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외려 그 애매함이 사람을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공간... 


누가 날 여기서 꺼내 줘!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미쳐버리기 직전, 갑자기 주변이 빛으로 가득 찼다.




[안녕, A짱. 오늘도 귀엽네요.]


유리로 된 4개의 눈이,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평소처럼 침대 위였다. 


악몽을 꿨구나 싶어 한숨 돌리려는데, 내 옆에 유우짱이 앉아 있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으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유우짱을 발로 차 버렸다.




온 힘을 다해 차버린 탓에, 유리로 된 왼쪽 눈에는 금이 갔고, 예쁜 얼굴도 한쪽이 움푹 패이고 말았다. 


나는 노이로제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뭐가 옳고 그른지는 상관 없었다. 




그저 이딴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토막을 내 버리는 건 무서웠기에, 태워버리기로 했다. 


유우짱을 위해 샀던 옷이나 소품도 전부. 




불 속에 내던져져서 서서히 타들어가는 사이,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입에서는 불경이 흘러나왔다.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세상일은 그리 쉽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혹시 무슨 불제 같은 걸 안 받았던 게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악몽은 이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인형의 위치가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변해 있다. 


실제로 뭔가 나쁜 일을 겪었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나는 조금씩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오타쿠 기질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피규어나 인형을 처분하겠다는 생각은커녕 오히려 방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만화처럼 어디 영능력자를 쓱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절에 찾아가 봐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놈으로 몰려 대충 설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점차 나는 회사에도 나갈 기운이 없어 며칠이고 계속 일을 쉬게 되었다. 


그러자 나를 걱정한 것인지,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A냐? 너 요즘 어떻게 지내는 거야? 괜찮은 거야? 너희 부서 C과장님도 병문안이라도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데?]


[어, B냐... 과장님이 오신다고...? 그건 좀 그런데... 그냥 몸 상태가 계속 안 좋은 것뿐이야...]


[야, 그럼 병원에 가야지! 갔다 왔어?]




[내과랑 정신과에 가 봤지만, 원인 불명이라는 대답뿐이더라.]


[잠깐만, 정신과라고? 그쪽 문제인 거야? 처음 듣는 소리잖아! 야, 말 좀 해 봐.]


[아, 미안. 요새 왠지 뭘 해도 의욕이 안 생겨서.]




[그럼 진짜 우울증 같은 거 아니야? 다른 병원도 가서 추가 소견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지, 좀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너 혹시 오컬트 같은 거 믿냐?]


[응? 갑자기 무슨 소리냐, 그게?]




[그게 말이지, 뭐랄까... 저주 같은 걸 받는 거 같아, 나.]


[응? 저주라니 무슨 소리야? 진짜로?]


[진짜로.]




[으하하하, 잠깐만... 뭐야 그게, 하하하하...]


[아니, 진짜라니까. 웃을 일이 아니라 진짜로.]


[...뭐? 정말이야? 장난치는 게 아니라?]




[응. 그러니까 혹시 너 아는 사람 없어? 영능력자 같은 거. 점쟁이라던가.]


[뭐...? 당연히 모르지. 아니, 그것보다 너 진짜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내 노이로제인지도 모르지만, 진짜로 저주받는 걸 수도 있잖아.]




[저주라니, 나 참... 음, 일단은 심각한 거 같으니까 어이가 없긴 해도 주변에 좀 알아볼게. 그런거 좋아하는 놈은 몇 있으니까 혹시 도움이 될 만한 놈이 있을지도 모르지.]


[응, 고마워. 진짜로 부탁 좀 할게.]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라.]




동료의 목소리를 들은 덕인지, 왠지 기운이 좀 나는 듯했다.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털어놓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다른 사람에게 상담조차 않고 혼자 앓고 있던 것일까. 




그런걸 능동적으로 할 기력조차 없었던 것인가.


문득 곁을 보니, 내 옆에는 어느샌가 시즈짱이 놓여 있었다. 


그저 곁에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곁에 와 있다는 것이 이미 무언가를 말하는 것일까. 


나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B의 연락은 의외로 빨리 왔다. 




바로 다음날 전화가 온 것이다. 


그런 쪽에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있어서 상담을 했더니,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B의 목소리가 마치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처음으로 희망의 빛 같은 것을 본 느낌이었다. 


D라고 하는 타 부서 사람으로, 이전까지 말 한 번 섞은 적 없는 사람이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집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만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반가워요, D입니다.]


[아, 네... A라고 합니다.]


왠지 좀 양아치 같은 느낌이 드는 가벼운 녀석이다. 




정말 괜찮으려나...


[A씨, 무슨 저주 같은 걸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 영능력자한테 소개해 주려면 좀 자세하게 알아야 해서 그러니까 이야기 좀 해 줄래?]


[네... 다만 내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서, 그 부분도 감안해서 누군가에게 좀 조언을 듣고 싶어요.]




[정신적인 문제라면, 무슨 악몽을 꾸거나 환각 같은 걸 보는 건가?]


[환각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는데... 그게, 실제로 물건의 위치가 바뀌기도 하고 선반이 녹아내리기까지 했거든요.]


[그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본인이 한 건 아니고?]




[CCTV 같은 게 있는 건 아니라 확실히는... 일단 병원에선 몽유병 같은 건 없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렇구나. 그래서, 구체적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데?]


결국, 나는 크게 마음을 먹고 인형에 관한 것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는 조건으로, 내 방 모습도 보여줬다. 


꽤 꼴사납게 보고 있다는 건 느꼈지만, 일단 인형의 불제라던가, 심령 쪽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를 돌려보냈다. 


처음으로 뭔가 진전한 느낌이 들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다음날, 마음이 편해진 덕인지 기력이 좀 돌아와, 오후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회사에 가자마자 C과장님께 인사를 하러 갔는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며칠을 내리 쉬었으니 화가 나셨나 싶었지만, 주변을 보니 왠지 다들 나를 보며 웃음을 참고 있다. 


당황해 있자 B가 다가와서는, [야,잠깐만...] 이라며 나를 급탕실로 끌고 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너... 말이지, D씨랑 이야기했었지, 어제? 그 후에 다시 이야기한 적 있었어? 나한텐 뭔 이야기를 했는지 말을 안 해 줘.]


[무슨 이야기라니... 심령 쪽으로 좀 상담을 했을 뿐인데.]


[그게 아니라니까! 왠지 너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아침부터 잔뜩 퍼트리면서, 널 놀려먹고 있어. 그 사람한테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뭐...? 소문이라니, 무슨 이야기를?]


[그게, 야한 피규어랑 인형한테 둘러싸여 살고 있는 씹덕후라고... 환각을 봐서 인형이 진짜 살아있다고 믿는다느니 그러더라고.]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눈앞이 깜깜해진다는 게 단지 관용구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자... 잠깐만... 뭐야, 그게!]


[아, 아니... 나는 그거 말고는 못 들었지만, 아침부터 계속 그러고 있어. 저주 관련해서 이야기 한 거 아니었어?]




[했었어! 그 일 때문에 상담했던 거잖아!]


[하지만 그 사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씹덕후라고 마구 폭로하고 다니는 것 같아서... 우리 과에도 이야기 다 넘어왔어.]


[도대체 왜! 나는 그런 걸 부탁한 게 아니었잖아!]




[그 저주라는 게, 인형이 살아있다던가 하는 거였어? 그 사람 하는 말 다 맞아?]


[나도 몰라! 멋대로 아크릴 케이스가 녹거나, 물건의 위치가 분명히 바뀌어 있는 게 다 환각이라고?!]


[아니, 그건 나도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이 네 말을 안 믿어 준거야? 뭐, 일단 본인한테 확실히 따져 물어봐야겠다. 너는... 어디 좀 숨어있어.]




[싫어, 나도 갈래. 비웃음당할지 몰라도 갈 거야.]


어째서 나는 그렇게 경솔히, 지금까지 숨겨왔던 취미를 타인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것일까. 


들킨 상대가 적어도 친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D와 나눴던 대화는 다시 생각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끄럽고, 한심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D는 내가 했던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았었다. 


원래 D라는 인간 자체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뿐이라, 단순히 그쪽 취미가 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인간은 거의 양아치 수준이었다. 


그런 같잖은 녀석에게, 나는 처음 만나자마자 술술 내 치부를 까발렸던 것이다.


그 이후로 아무 일 없이 갑자기 구토가 나오기 시작해, 나는 아예 회사에 발을 끊게 되었다. 




그저 D가 밉고, 또 미웠다. 


그 생각만을 반복하는 하루하루였다. 


변함없이 시즈짱은 마음대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나중 가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 이상으로 D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강했다.


[증오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옛날 그런 장면이 나왔던 만화가 있었다. 


설마 나 자신이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줄이야. 


이제는 인형의 악몽이 아니라, D가 나를 비웃는 악몽만 꾸게 되었다.




회사에도 가지 않고, 상사에게 전화가 와도 대충 받아넘기기 일쑤였다. 


사회인으로서 완전히 무언가를 결여 당한 나는, 일 따윈 이미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인형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인다 해도, 왠지 미소가 지어질 뿐이었다. 




적어도 내 눈앞에서 움직이고, 나를 위로해 준다면 좋을 텐데. 


기분 탓인지, 시즈짱이 미소 지은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밤, 갑자기 B에게 전화가 왔다. 




두서없는 잡담을 10분 정도 늘어놓은 후, B는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에 말이야... D 자식이 죽었어.]


[뭐? 어떻게?]




왜 그걸 나에게 일부러 말하려고 전화까지 건 걸까. 


아니, 애초에 그 자식은 왜 죽은 걸까.


[아니...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거기에 너한테 D를 소개해 줬던 것도 나였고. 그리고 그 녀석 죽었을 때에 관한 이야기를 아까 전에 들었거든.]




[무슨 소리야?]


[D 말이지, 교통사고였어. 운전을 잘못해서 벽을 들이받고 즉사했대.]


[...아, 그래.]




[그런데 그 사고 차 핸들에, 사람 머리카락이 아니라 무슨 인형 머리카락 같은 게 잔뜩 휘감겨 있었다는거야. 게다가 어쩐지 인형이 탄 것 같은 잔해도 나왔다더라.]


[뭐라고...?]


[뭐, 교통사고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왠지 네 이야기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 이런 일이 계속 터지니까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왜?]


[아무도 입 밖으로는 내지 않지만... 왠지 저주라던가 그런 걸 생각하나 봐. 나도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다는 거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타이밍이 안 좋아서 다들 기분 나빠 한다고. 그런 상황이라는 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알았어. 하지만 정말로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무슨 우연이라도 겹친 거라고.]


[응, 그렇겠지... 그런데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아... 회사에는 더 못 있겠지. 나도 회사에 남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만둘 거야.]


[...그러냐. 왠지 나 때문인 것 같잖아... 진짜 미안하다.]


[아니, 원인은 나한테 있어. 원인이 뭐였던 간에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




그대로 일주일간 회사를 결근하다가, 나는 상사를 찾아가 퇴사를 신청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백수로 살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인형이 나오는 악몽이나 괴현상들은 대개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하고 싶은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


결국, 유우짱은 어떻게 된 것일까?


모든 게 나의 환각이었던 것일까?




다만 아직도 가끔씩, 아주 가끔... 


시즈짱의 얼굴을 보노라면 눈이 끔뻑끔뻑 움직이거나,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다. 


그것만큼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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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91st]긴 돼지의 고기

괴담 번역 2015. 10. 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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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 남부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태평양전쟁 개전 후 남쪽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세아니아 주변, 남쪽 섬에서 있을 적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네 소대가 섬을 조사하던 도중, 현지인 마을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심스레 영어를 기반으로 한 피진으로 말을 걸어보자 다행히 말이 통했다.


현지인들은 꽤 호의적이라, 축제까지 열어 환영을 해준다고 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 먼저 발을 들인 일본군이 고기잡이와 밭 경작에 있어 도움을 줬던 덕인 듯 했다.


외지인이 방문하는 것과 관련된 신앙도 있는 것 같았고.


할아버지도 경계를 풀고 환영에 응했다고 한다.




마을 안에서 연회가 시작되자, 생선과 과일 같은 음식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그런데 그 와중에 기묘한 고기가 있었다.


바나나 잎으로 고기를 싸서 쪄낸 요리였는데,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 같은 게 나 있었다.




마을 사람에게 무슨 고기냐고 묻자, [긴 돼지의 고기입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그 섬 주변에는 식인 풍습이 남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소대원들은 곧바로 그걸 떠올리고 그만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적당히 이유를 둘러대고 이별을 고하자, 마을 사람들은 못내 아쉬운 듯 과일을 선물로 주었다.


다만 어째서인가 할아버지는 "긴 돼지의 고기" 가 무엇인지, 그 정체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간 척 하며 주변에 숨고, 마을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나오는 걸 보고, "고기를 가지러 가는구나." 라고 생각해 미행했다.


그 사람은 숲 속의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주변에 숨어서 낌새를 살피니, 아까 들어갔던 마을 사람이 거기서 바나나 잎으로 싼 고기를 들고 나왔다.




할아버지는 그 안에 잠입해보기로 했다.


동굴 안은 상당히 넓어서 안에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보자...




거기에는 인간 목장이 있었다.


넓은 공간 한가운데, 네발로 엎드린 사람이 스무명 정도 있었다.


새하얗고 투실투실한 사람 같은 괴물이 봉으로 그들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보고 할아버지는 너무 놀라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흰 괴물도 문득 할아버지를 발견해 시선이 마주쳤는데, 괴물 역시 깜짝 놀란 얼굴로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흰자도, 검은자도 없는 새빨갛고 뒤룩거리는 눈알이 동굴 한가운데서 빛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것을 떠올리며 [그 놈은 결코 인간이 아니었어...] 라고 몸서리쳤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로 아연실색하고 있는데, 점차 괴물이 눈알을 치켜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 저 녀석 화가 났구나." 라고 알아차려 그 자리에서 죽어라 도망쳤다고 한다.




겨우 혼자 대대 본부로 돌아와 장교에게 봤던 걸 보고 했지만, 당연히 믿어주질 않았다고 한다.


원주민들이랑 약이라도 같이 한 거 아니냐는 비웃음이나 듣고 말았다나.


다음날 소대원들과 같이 어제 갔던 마을과 동굴을 찾으러 나섰지만, 기묘하게도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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