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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번역괴담][2ch괴담][645th]괴물이 된 그

괴담 번역 2015. 12. 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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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는 실뜨기와 종이접기를 잘하고, 음악을 좋아했다.


노래도 잘해 음악시간에는 언제나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 그런 소년이었다.




다만 그는 목부터 아래쪽에 마비 증세가 있어,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나 음악을 좋아함에도,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휘파람 뿐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그가 부는 휘파람은 언제나 슬픈 음색이었다.




악기를 다루고 싶어도 몸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애수 때문이었을까.


내가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소 미화된 이런 추억들이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사실 남에게 털어놓을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 혼자 묻어두기에는 너무 힘들어 털어놓아 보려 한다.


그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신체적인 장애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비웃음당하기 일쑤였다.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 때문에, 같은 남자들 사이 끼어들 수 없었다.


싸움을 해봐야 자신이 질 수 밖에 없으니, 설령 자신이 옳더라도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사과하며 넘어가야 한다는 게 그가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점차 그는 소심해져 갔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4학년 때부터 담임을 맡아온 선생님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담임은 그 무렵 딸이 이혼한 것 때문에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었고, 그를 사소한 일로도 구타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때때로 목을 조를 때도 있었다.


담임이 휘두른 주먹에 넘어져, 그의 머리에서 피가 난 일마저 있었으니.


교사가 그런 식으로 대하니, 당연히 아이들의 따돌림과 폭력은 더 심해질 뿐이었다.




그가 폭력에 무참히 휘둘리는 날이면, 나는 밤에 어머니에게 울며 매달렸다.


일년간 그런 일상이 이어지는 사이, 그는 미쳐버렸다.


그에게 향한 악의를, 그는 스스로 서서히 쌓아가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는 복수를 시작했다.


우선 그를 괴롭히던 반 친구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게임 빌려주면 하루에 천엔씩 줄게.]




나는 우연히 그걸 듣고, 그가 돈으로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따돌림이 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




어머니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그 이야기는 결코 다른 누구한테 하면 안돼.] 라고 말하셨다.


아마 어머니는 그 때 이미,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셨던 거겠지.


악의에 가득 차, 인간을 불신하고 미워하는 괴물이 되었다는 걸.




사실, 그는 괴물이었다.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도 학우를 공갈, 협박한 처지가 되어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괴롭힘당하던 그의 입지도, 그 사건을 계기로 불쌍한 피해자로 바뀌었다.




그에게 가해지던 따돌림은 곧 멎었다.


그는 말했다.


[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게임 하나 빌리는데 천엔씩이나 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애시당초 하루에 천엔씩 내고 빌린다면, 한달 동안이나 빌릴리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저 아이들은 저를 때렸어요. "4만엔 안 가져오면 더 심한 꼴을 당할거야!" 라고 협박하면서요.]




그의 거짓말은 무척 사실적이었다.


공부를 잘했기에 영리하다는 인식이 학교에 퍼져 있기도 했고.


게다가 그의 복부와 옆구리에는 피멍이 들어있었으니, 더할나위 없는 증거였다.




그건 담임 선생을 비롯해, 직전까지도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만들어준 거였으니까.


당연히 그가 만들어낸 악마의 논리는, 어른도 아이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진실을 알고 있던 나와 어머니만 빼고.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를 괴롭힌 자들은 해선 안될 짓을 한 것이었다.


내가 그를 사랑했던 건, 땅을 기는 개미조차 밟으면 가엽다며, 땅을 보며 걷던 순수함과 상냥함 때문이었다.




그런 순수함과 상냥함은, 한 반은 커녕 한 학년을 통틀어 그만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후로 땅을 보며 걷지 않게 되었다.


그는 몇마리고 개미를 밟아 죽였으리라.




나는 진실을 알려야 하는게 아닌가, 어머니에게 상담했다.


하지만 결코 말해서는 안된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지금은 나도 이해할 수 있다.




한번 부서진 사람의 마음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


그토록 상냥했던 그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에게 복수할 권리 또한 있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의 생각은 아마 나와 달랐겠지만.




그 후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그 잘못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하던 우리 학교에서 연이어 퇴학당했다.


그건 그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시당초 쫓겨날만한 짓을 했던 아이들이니까.




게다가 그가 한 거짓말은, 그 아이들이 그의 심신에 준 상처의 만분의 일도 안 됐을테니.


다만 고등학교 1학년 무렵, 괴롭힘을 가했던 아이들 중 마지막 한 명이 담배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퇴학 당했을 때.


퇴학 처분 선고 때문에 부모와 함께 그 아이가 학교에 오는 모습을, 멀리서 관찰하고 있을 때 그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이를 드러내고, 눈을 활활 빛내며 비웃고 있던 그 미소는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분명 당신은 나를 스토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 나는 스토커다.




고백하려던 이가 처참히 살해당하고, 그 안을 다른 괴물이 차지했다.


그런데도 나는 혹시나 그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첫사랑을 그제껏 질질 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을 본 순간, 나는 그게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일주일 동안 학교도 쉬고 매일 울어제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무렵처럼, 나를 위로해주셨다.


그 후, 그는 마치 역할을 마쳤다는 듯 공부도 때려치고, 대학에도 가지 않았다.




내가 그와 재회한 건, 대학을 졸업해 가정을 만든 후였다.


전 담임 선생님네 집에서 열린, 초등학교 동창회 때였다.


내가 거기 나간 이유는 하나였다.




그의 복수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랬기에 그 때까지 동창회가 열릴 때마다 매번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셔 가볍게 취한 탓에, 담임 선생님네 집 뜰에서 술을 깨려 나와 있던 내 눈에,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검도용 죽도를 집어넣는 긴 자루를 메고 있었다.


그는 굉장히 기분이 좋은 듯,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곡은 찬송가 제 2편, 191번이었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활동했던 성가대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였다.


그는 뜰에 들어와, 내 눈앞에서 자루의 끈을 풀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싱긋 웃고는, [다행이야.] 라고 내게 말했다.




칼이 자루 틈으로 보였다.


무슨 소리인지, 나는 물었다.


[너희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에게 모두 이야기했었어. 네가 굉장히 날 걱정했었다고. 복숭아반 무렵부터.]




복숭아반이라는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야기였다.


[그치만 미안해.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걸. 저 녀석들이 다 어른이 되는 걸 말이야. 그걸 보고 기뻐하는 저 선생놈 앞에서, 모두 죽여버리는거야. 저 녀석들 관절 하나하나를 잘라서. 너한테만은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돌아가줘.]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다행이야. 너를 어떻게 밖으로 꺼내올지 고민했거든. 싫어싫어싫어싫어 보여주고 싶지 않아.]


무릎이 떨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에게 일부나마 제정신이 남아있다는 걸, 나는 그 때 눈치챘다.




그는 자신의 죄가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찌푸린 얼굴은, 틀림없이 고뇌를 껴안은 사람의 것이었다.


자루를 내려놓고 끈을 풀자, 단도의 날이 보였다.


그는 나말고 그 시절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까지 모두 죽일 생각인 듯 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나는 물었다.


담임 선생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왜 아이들까지...?




[저 아이들은 갑자기 내 편인척 했으니까. 용서할 수 없어. 그전까지는 깔보며 비웃었던 주제에.]


그의 생각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려는 짓은 너무나도 처참해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움츠러든 몸을 일으켜, 양팔을 벌리고 그의 앞을 막았다.


그는 쓸쓸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몸을 굽혀 나를 밀어제꼈다.


그의 장애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보통 성인 남성이 어느 정도 힘을 낼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때 그가 냈던 힘은 아마 그 이상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전부 받아줄테니 그만 둬.]




나는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너를 죽일 이유 따위 없어. 사랑하고 있는걸.]


미친 사람의 입에서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나는, 초등학교 시절 용기조차 못 내던 때 유일했던 친구였고 단 한명 뿐인 이상형이었으리라.


[나, 결혼했어. 하지만 A군을 위해서라면 아이를 낳아줄게. 당신의 소중한 아이를, 당신 몫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보일테니까.]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 말에 모든 걸 걸었다.


그는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쾅쾅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뺨에 손톱을 박아넣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긁어내렸다.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흐른다.


[이상해. 일어날 수 없어.]


한눈에도 그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아이 같은, 어리숙한 모습이었다.


[이제 쉬어도 괜찮잖아. 내가 일할테니까, 너는 집안일을 해줘. 응?]


나는 생각나는대로 말을 늘어놔, 관심을 끌려 했다.




마침내 그는 칼을 뽑았다.


끄트머리를 자기 넓적다리에 푹 찌르고는, [이상하네.] 라고 말한다.


어릴 적, 장애를 안고 있어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했던 그는 거기 없었다.




마음속에 태어난 증오의 불길.


아마 그걸 계속 태워가며, 다른 사람보다 몇백배는 더 노력한 것이 틀림 없었다.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는 칼을 다루고 있었다.




너무나 불쌍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누구 하나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복수를 당하기 직전까지.




그리고 지금도 내뒤, 집 안에서 그들은 스스로 선량한 시민을 가장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폭력을 행사하고 괴롭혔던 그 교사와 함께 하하호호 떠들면서.


그가 무심코 찌른 칼을 뽑자, 피가 흘러 바지에 스며든다.




나는 그 상처를 필사적으로 눌렀다.


[이혼하고, 당신이랑 재혼할게.]


내 말을 듣고, 그는 말했다.




[나도 알겠어. 네가 불쌍해.]


어조가 완전히 변하고, 스스로를 칭하는 말마저 바뀌었다.


둥그런 눈은 가늘고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목소리는 낮아져 신음소리처럼 울렸다.




이것이 바로 그 때 비웃음을 지었던, 그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나는 순간적으로 알아차렸다.


그가 망가진 형태는, 세간에서 말하는 이중인격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은 흉악함 뿐일 터였다.




하지만 그래야만 할, 흉악하기 짝이 없을 그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대로 쓰러져, 그는 통곡했다.


모두가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나오기 전에, 나는 그의 짐을 원래대로 정리한 후 그를 데리고 고향 집으로 향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나도 괴롭기 때문이다.


나는 불륜을 저지르고, 남편을 버린 채 다른 남자와 동거하고 있는 쓰레기 같은 여자로 보이고 있다.


아직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내가 나쁘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쓰레기는 우리 어머니다.


그녀는 담임의 사위와 불륜을 저질러, 담임이 미치는 원인을 만들었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내 할아버지는 어마어마한 갑부였기에, 담임은 그걸 공론화했다간 실직할까봐 아무 말 않고 계속 교직에 남았던 것 같다.


내가 이걸 알게 된 건, 대학에 다닐 무렵, 어머니가 또다시 불륜을 저질러 아버지와 갈라섰을 때였다.


어머니의 죄는 담임을 미치게 했고, 담임의 죄는 반 아이들을 미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광기를 그 혼자 떠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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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4th]잇짱

괴담 번역 2015. 12. 1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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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이야기다.


여동생이 5살이고, 내가 7살이던 해, 삼촌이 놀러왔었다.


삼촌을 보자마자, 여동생은 [철컹철컹, 아프고 아파하는 삼촌.] 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삼촌도, 부모님도, 나도 당황해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여동생은 삼촌의 오른손을 잡더니,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어라? 손가락 있네?]




삼촌이 공장 프레스에 손이 찍혀, 오른손 손가락 2개를 잃은 건 다음달의 일이었다.


여동생에겐 이런 게 흔한 일이었다.


근처 와병하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도, 동생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집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엄마가 검은 옷 입고 있는 걸 봤어. 도중에 비가 와서 흠뻑 젖었어.]


마치 보고 온 것처럼.


실제로 장례식 도중 비가 쏟아져, 어머니는 흠뻑 젖어 돌아왔었다.




이런 일들은 스스로 아는 게 아니라, 같이 노는 "잇짱" 이라는 친구가 가르쳐준다는 것이었다.


잇짱은 여동생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친구로, 자주 둘이서 논다고 했다.


다만 상상 속의 친구라고는 해도, 실제 이상한 일도 많았다.




방에서 아이 둘의 웃음소리가 들려 들어가보면, 여동생 밖에 없다던가.


[누가 있었어?] 라고 물으면 [잇짱이 있잖아.] 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언젠가는 여동생이 울면서 [잇짱이 화나서 장난감을 숨겼어.] 라고 말했다.




여동생 말을 따라 천장 근처 벽장을 엄마가 열어보니, 정말 안에 여동생 장난감이 있었다.


어린 동생은 물론이고, 두 살 더 많은 나도 손을 댈 수 없는 장소였다.


잇짱은 열살 정도 된 여자아이로, 피부가 희고 귀엽다고 했다.




다만 화가 나면 무섭다고, 여동생은 말했다.


화가 나면 눈이 새하얗게 되고 머리가 부푼다는 괴상한 표현을 썼던 기억이 난다.


여동생이 열살 되던 해.




[잇짱을 화나게 해버렸어... 잇짱이 사라졌어. 더는 용서해 주지 않는대.]


여동생은 그렇게 말하며 흐느껴 울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잇짱이 같이 가자길래 싫다고 말했는데, 무섭게 화를 냈어...] 라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그럼 함께가 아니라 너 혼자서 가버리라고 말하고 사라졌어.]


며칠 뒤.


여동생은 고열로 인해 입원했다가 2개월 뒤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여동생이 죽은 것과 잇짱이라는 존재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죽기 며칠 전, [방귀퉁이에 잇짱이 있어!] 라며 울며 호소하던 여동생의 얼굴은 지금껏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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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3rd]우리의 신

괴담 번역 2015. 12. 1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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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체험담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에 친구와 둘이서 물놀이를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물놀이가 위험하다며 엄하게 금지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제방은 제대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나무 틈새에 숨어 놀 공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 놀이의 일환으로 제방 나무그늘에 돌로 "신의 사당"을 만들었다.


돌로 벽과 천장을 만들고, 흙으로 고정해, 아이 무릎 정도 크기의 작은 사당이 만들어졌다.




그 안에 적당히 떠다니던 나무조각을 넣어, 신체로 모셨다.


그리고 장난삼아 산딸기나 꽃 같은 걸 가져와 공물로 바치고, 신에게 소원을 비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


놀이라고는 해도,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면 왠지 모를 신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강에서 놀고 3주 가량 지났을 무렵, 같은 반 친구놈이 고자질을 해 물놀이 하는 걸 학교에 들켰다고 한다.


부모님까지 학교에 불려가 잔뜩 혼이 났다고 한다.


게다가 여름방학 내내, 집안일을 다 도우면 학교에 나와 교장이 주는 책을 베껴쓰는 벌까지 받게 되었다.




그렇게 호된 꼴을 당했으니 강으로는 갈래야 갈 수가 없었다.


강에 가지 않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함께 벌을 받던 친구가 말했다.


[그, 우리 신 말이야... 우리가 안 온다고 화내고 있어...]




친구의 말에 따르면, 강에 가지 않기 시작한 날부터 꿈에 막대기처럼 비쩍 마른 남자가 매일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한 사투리로 말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시치미 떼봐야 소용없어야? 퍼뜩 강으로 와라잉?]




[팔이 아깝냐, 다리가 아깝냐?]


그런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틀림없이 그 사당에 사는 신이야...]




더불어 친구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고, 계속 설사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천벌을 받는 것이라 느껴, 겁에 질려 가족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시하다며 그저 흘려들었지만, 할머니는 [또 강에 가고 싶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어내는구나! 이 양아치놈들!] 이라며 격노했다.




다음날 할머니는 두 사람을 데리고 강변에 가, 눈앞에서 "신의 사당"을 파괴했다.


[자, 이제 더 이상 신 따위는 없어! 물놀이 따위 다시 하기만 해봐라!]


그리고는 머리를 한대씩 쥐어박았다고 한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누더기를 입은 해골같은 남자였다.


얼굴에는 살이 거의 없어, 뼈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움푹 파인 눈구멍에는 눈알이 없었다.


앞으로 몸을 구부린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 해골은 심한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다.




[애새끼를 잡아먹어갖고 오래 살아볼라 그랬구만 못해먹겠구마잉. 아무데나 몸이 흩어져버렸어야. 그래도 애새끼 한놈은 물었응게 언제든 내가 먹어버릴거여.]


말의 의미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말 자체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 꿈은 딱 한번 꿨을 뿐.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주변 일대는 역사적인 대기근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일어났던 곳이라 한다.


친구에게는 꿈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후 친구네 가족은 가업이 망해, 집을 경매로 내놓게 되었다.




결국에는 주변에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조용히 다른 동네로 이사갔다는 것이다.


친구의 안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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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2nd]음침한 회사

괴담 번역 2015. 12. 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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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PC 관련 된 일로 작은 여행회사에 파견을 갔다.


경리 담당과 사무 담당 여직원이 한명씩 있고, 영업 직원 남자 한 명에 여사장까지 전부 넷.


정말 작은 회사였다.




내 일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버를 세우는 등, 여행 업무와는 관계 없는 일이었다.


경리 담당 여직원은 일을 하는 듯 했지만, 사무 담당 직원은 성격도 나쁘고 몸집도 거대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과자나 먹고 있고, 사장이랑 수다나 떨 뿐 일을 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영업직 남자는 뭘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기분 나빴던 건, 여행 회사인데 여행객이 전혀 찾아오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달 동안 일을 했는데, 문의 전화만 일주일에 한두번 있을 뿐, 손님이 직접 찾아온 일은 한번도 없었다.




서버 관리를 하고 있었으니, 외국과 여행 관련 메일이 오고가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사장도 뭘 하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메일 시스템은 있는데, 외국과 우편이나 FAX로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실제 손해는 없었지만, 음침한데다 회사라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기분 나쁜 한달이 지난 후, 나는 바로 다른 파견지로 옮겨갔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났을 무렵, 우연히 그 회사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그때 그 회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밝은 분위기였던데다, 활기 넘쳐보였다.


놀라 여기저기 클릭해보는 사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사원들 사진이 있었지만, 그 때 내가 봤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직원 수도 훨씬 많았다.




사장도 남자다.


모든 게 내가 아는 그 회사와는 달랐다.


심지어 위치마저.




그 회사는 도쿄에 있었지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회사 주소는 칸사이였다.


하지만 회사의 이름, 로고부터 여행회사라는 것까지는 전부 같았다.


나는 손님을 가장해 [혹시 도쿄 쪽에 지사가 있으면 거기 문의를 좀 하고 싶은데요.] 라고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저희는 20년 넘게 칸사이 본점만 운영 중입니다. 지사는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기분이 나빠져, 나는 도쿄 그 회사 자리에 가보았다.


그 여행회사는 입점해 있던 빌딩마저 사라져, 그저 공터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한달 동안 다녔던 그 회사의 정체는 도대체 뭐였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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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1st]조리실습

괴담 번역 2015. 12. 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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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 이야기다.


가정시간에 조리실습으로 애플파이를 만들게 되었다.


원래 5, 6교시 연속으로 실습이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4교시 담당 선생님이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4교시와 6교시가 바뀌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리실습은 4교시 때 시작해 점심을 먹고, 다시 5교시 때 이어 하는 식이 되었다.


실습 당일, 4교시 때 반죽을 만들고, 둥글게 모양을 잡은 후 냉장고에 넣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 5교시가 시작된다.




실습을 이어가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반죽이 죄다 없어졌다.


하지만 선생님은 의외로 냉정해서, 우리는 곧 사과를 써서 다른 디저트를 만들게 되었다.


다음날, 학교에는 경찰차가 와 있었다.




우리는 설마 반죽 때문에 경찰이 온건가 싶어 깜짝 놀랐지만, 그게 아니었다.


조리실에, 고양이라던가 개라던가, 아무튼 동물 시체가 잔뜩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모두 8마리.




조리실습에 참가한 조도 마치 8조였다.


동물 시체 옆에는 메모가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잘못알았어오미안해오]




그렇게 써져 있었다고 한다.


그 학교에서는 몇년에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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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0th]자칭 범인

괴담 번역 2015. 12. 1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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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지국에 근무하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신문사에는 종종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 사건의 범인이 사실 접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이제 와서 [3억엔 사건의 범인은 나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벌써 범인이 체포된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마저 있답니다.


잡혀 들어간 사람은 누명을 쓴 거고, 진범은 자신이라면서 말이죠.


그날 역시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왔었답니다.




토막 살인을 저질러, 사체를 목욕탕에서 절단해 공원 쓰레기통에 여기저기 흩뿌렸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늘어놨답니다.


다만 그 지역신문이 관할하는 건 시골 현이었기에, 그런 사건은 단 한번도 없었던 터입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쿄에서 있었던 일인 듯 했습니다.


[왜 이런 시골 신문사까지 와서 고백할 생각을 하신건데요?]


그렇게 묻자, 범인이라고 자칭한 사람은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도시에는 "감시의 눈"이 있으니까 안돼.]


기자양반은 아, 역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구나 싶어 서둘러 이야기를 끝맺으려 했답니다.


그래서 대충 질문을 퍼부어 빨리 돌려보낼 생각이었다는군요.




[왜 죽였습니까?]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건 못 말해주지.]


[왜 시체를 토막낸 겁니까?]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본보기 같은 거다.]




[아는 사람은 또 누군데요?]


[그것도 못 말해줘.]


이런 식으로 뭐 제대로 말해주는 것도 없는데다 캐물으면 못 말해준다고 둘러댈 뿐이었답니다.




게다가 [왜 자수는 안 하는데요?] 라고 묻자, [경찰이 의미가 있을 거 같나?] 라며 비웃을 뿐이었답니다.


지겨워진 기자는 [그럼 왜 여기 와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겁니까?] 라고 물었답니다.


그러자 남자는 조금 침묵하더니, [적어도 누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했어.] 라고 진지하게 말하더라는 겁니다.




그쯤 되니 남자도 자기 이야기를 대충 듣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바쁜 때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게 됐네...] 라고 말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기자도 그냥 좀 이상한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넘어 갔답니다.


기사를 쓰기에는 애시당초에 말해준 게 애매모호해서 뭘 쓸 건덕지도 없었고요.




그런데 일주일 후, 그 기자는 범인이라며 찾아왔던 남자와 예기치 못한 형태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신원불명의 익사체가 떠올랐다는 제보가 와서 취재를 나갔더니, 그 남자가 시체가 되어 거기 있었던 겁니다.


기자를 찾아왔던 날과 완전히 똑같은 복장이었습니다.




이후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신원을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고, 행방불명자 명단에도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신원미상의 인물이 실족해 강에 떨어져 죽었다는 걸로 그 사건은 처리되었다고 합니다.


그 기자는 이 이야기를 내게 해주며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지금도 그 익사사고는 우연일 거라고, 스스로 99% 정도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감시의 눈"이라는 게 진짜 있는 것이고, 우리가 모르는 어두운 사회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도저히 경찰한테 "그 남자가 일주일 전 우리 회사에 왔었어요." 라고 말할 수가 없더라구요.]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무슨 음모가 배후에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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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39th]화재현장

괴담 번역 2015. 12. 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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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한밤 중, 집 근처에서 불이 났었습니다.


불이 난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있어, 내 방에서는 그 집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 집은 과거에도 두 번, 아들이 담배 피다 부주의로 작게 불을 낸 적이 있던 터였습니다.


방에서 불난 집을 보고 있는데, 소란 때문에 잠을 깼는지 어머니가 내 방에 오셨습니다.


나는 어머니와 둘이서 가까이 가볼 요량으로, 사람들이 가득한 도로 대신 고지대에 있는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조금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그 집 2층 창문을 통해 불이 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어머니가 문득 한마디.


[2층에 난 불은 좀 이상하네...]




자세히 보니 1층은 전체가 활활 불타고 있는데, 2층은 방 가운데에 불길이 춤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창 너머, 불꽃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치솟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소방차는 아직이야?] 라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아래를 보니 아저씨들이 물통을 이리저리 나르며 불길을 진압하려 안간힘 쓰고 있었습니다.




소방차 사이렌은 저 멀리서, 길을 찾지 못하는듯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2층 불길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보고있자니, 불길은 방 가운데에 멈춰 계속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5분 정도 있으니 소방차 2대가 도착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차랑 구급차도 뒤이어 한대씩 도착했습니다.


소방대원에게 늦었다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와 어머니는 슬슬 추워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학교 가는 길에 불난 집을 보니, 반쯤 타버려 새까맸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불이 어떻게 난 것인지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그 집은 이전부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기에 집에 있던 건 집주인 아저씨 뿐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 아저씨가 정신이 이상해졌었나봐. 매일밤 개처럼 짖기도 하고, 집에서 막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더란다. 그러다 어제 집에 불을 지르고, 자기 몸에 등유를 끼얹어서...]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져 소리쳤습니다.




[어디서?]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2층에서. 새까맣게 타 버렸다더라...] 라고 말한 뒤 아무 말이 없으셨습니다.


우리는 그 때, 사람이 산 채로 타죽어 가는 광경을 계속 보고 있었던 겁니다.




지금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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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38th]계단의 기억

괴담 번역 2015. 12. 1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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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일 때 부모님은 이혼했다.


그 후 어머니는 재혼했고, 지금은 8살짜리 남동생, 6살짜리 여동생, 그리고 3살짜리 쌍둥이 남동생들이 생겼다.


어머니가 그 중 쌍둥이 동생들을 임신하고 있었을 때 이야기다.




어느날, 계단 층계참에 검은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사내아이가, 벽에 얼굴을 돌린채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원래 집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수많은 오브가 찍히고, 한밤중에 발소리가 들리기도 했기에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그 상태가 한동안 이어지던 어느날.


아버지가 꿈 이야기를 해줬다.


아버지가 2층 침실에서 내려오는데, 중학생만한 사내아이가 계단에 있더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왜 여기 있는거야! 너희 집은 여기가 아니니 당장 나가!] 라고 소리치며 아이를 때렸다고 한다.


그리고 현관 앞까지 질질 끌고 갔다나.


사내아이는 울면서 사과했다.




[언제나 떠들썩해서 부러웠어. 같이 놀고 싶었어.]


아버지는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이렇게 말했단다.


[그럼 다음에, 우리 아이로 태어나거라. 유복하지는 않지만 매일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까 말야.]




사내아이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현관에서 나가더란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그 이야기를 어머니와 나에게 웃으면서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무서워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무심결에 [아... 매일 계단에 있던 그 아이인가...] 라고 수긍해버렸다.


부모님은 깜짝 놀란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머니는 더욱 겁에 질려버렸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에 쫓기는 사이, 어머니도 점차 그 일은 잊어갔고, 곧 일상이 돌아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쌍둥이가 간신히 말을 하게 됐을 무렵, 어머니는 문득 그때 그 일이 생각났는지 동생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태어나기 전에는 어디 있었어?]




둘 중 큰애는 [몰라!] 라고 대답한다.


역시나, 하고 쓴웃음 짓고 있는데, 작은애가 대답했다.


[계단!]




어머니와 나는 놀라 순간 얼굴을 마주보았다.


정말 그 아이가 태어난 것인지, 그냥 동생이 아무 말이나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이상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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