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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

[번역괴담][2ch괴담][687th]이미지 체인지

괴담 번역 2016. 5. 2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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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N이 어느날 엄청난 이미지 체인지를 하고 나타났다.


나처럼 수수하기 짝이 없던 N은, 그때까지 화장이나 멋부리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이였다.


맨날 쌩얼인데다 염색 한번 한 적 없었고, 머리도 허리 정도 길이에 옷도 수수한 것만 입고 다니곤 했다.




그런 N이, 갑자기 화장을 떡칠하고 옷과 악세사리도 화려하게 꾸며입고 나타났다.


머리카락도 과감히 잘라 단발머리에, 파마까지 해서 그야말로 대변신이었다.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다들 입을 떡 벌리고 놀랄 뿐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N을 못 알아봤다.


인조 속눈썹 잔뜩 붙이고 가슴팍이 트인 캐미솔과 숏팬치를 입은, 과감하다기보다는 망측한 꼴이라 도저히 이미지가 겹치질 않았으니.


당연히 친구들은 모두 무슨 일이냐고 나무라거나, 뭔가 패션에 눈이라도 뜬 거냐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지만 N은 언제나 대충 얼버무리고 말 뿐이었다.


원래 N은 얌전한 성격이라 친구들도 비슷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점차 아이들은 N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N은 과격한 패션을 그만두질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 N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나쁜 애인한테 속아 사랑의 도피를 했대.], [물장사에 뛰어들었다나봐.], [빚이 생겨서 야반도주했다던데?]




온갖 잡소문이 나돌았지만, N이 퇴학처리되자 그 소문도 금새 사라졌다.


그리고 몇년 후, 나는 우연히 N과 인연이 닿아 우리 집에서 같이 술 한잔하게 된 적이 있다.


여전히 N은 과격한 패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성형도 좀 했는지 얼굴도 내가 알던 모습에서 좀 변해 있었다.




과거 얌전했던 N은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N에게, 왜 그런 이미지 체인지를 한 거냐고 물었다.


N은 또 이리저리 얼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술이 좀 들어가자, [너한테는 이야기해줘도 될 것 같다.] 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느 깊은 밤, N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도중이었다고 한다.


집 근처 작은 산, N은 이상한 사람과 마주쳤다고 한다.




흰 기모노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


한손에는 인형 같은 걸 들고, 다른 한손에는 쇠망치를 든채 산속 길을 헤메고 있었다고 한다.


흰옷 입은 남자는 N을 보자, 전력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N은 죽어라 자전가 페달을 밟아 도망쳤다.


그때만 해도 N은 그 남자가 그냥 이상한 사람이라고, 병원에서 도망친 정신병자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N은 한동안 줄창 페달만 밟았지만, 오르막길이고 해서 체력이 다하고 말았다.




뒤를 보니 남자도 없어서, N은 잠시 멈춰 쉬기로 했다.


한숨 돌리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저 앞에 사람이 보였다.


그 남자였다.




남자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산속을 헤쳐 N을 앞질러 간 것이었다.


N은 다시 미친듯 페달을 밟아 도망쳐, 그날은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 근처 카페에서 밤을 샜다고 한다.


그 남자는 이른바 "축시의 참배"를 하고 있었고, N은 그걸 목격해버린 것 같다.




축시의 참배는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저주가 역류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하기 때문에, 만약 들키면 그걸 본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기 얼굴을 그 남자가 알고 있다는 것에 겁에 질린 N은, 바로 카페 옆 미용실이 문을 열자마자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화장을 한 것이었다.


옷도 근처 가게에서 완전 반대되는 이미지의 것으로 사 입고, 자전거는 버려버렸다.




하지만 그러고도 N은 남자가 자기를 죽이러 올까 두려워 지금까지도 과격한 패션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N이 그 이야기를 너무나도 진지하게 해서, 술에 취한 나는 무심코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게, 어떻게 봐도 피해망상인데다 걱정이 너무 심하니까.




그렇게 말하자, N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기 하나 없이 말을 이었다.


[그 남자는 아직도 그 마을을 배회하고 있어. 나를 찾아서 죽이려고. 너도 조심해야 해. 지금 너, 그 때 나랑 좀 비슷한 이미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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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가 가입했던 동아리 후배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지금 와서 돌아보니 묘하게 무섭다.


친목회인지 뭔지, 아무튼 술자리에서 옆에 앉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자기소개를 겸해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지.




그 녀석이 말하길, 자신은 4년에 한번씩 꼭 큰 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자세히는 기억 못하지만, 4살과 8살 때 있었다는 사고는 꽤 큰일이었던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흉터 자국도 봤었고 말이지.




흉터가 조금 놀랄만한 정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12살 때 있었다는 사고는 좀 미묘했다.


만으로 12살 때 자전거를 타다 벼랑에서 떨어졌다고 했나 그랬을 거다.




지금까지는 그냥 나이 이야기였는데, 난데없이 만으로 12살 때라고? 싶은 생각이었다.


게다가 16살 때 사고라고 말한 건 더 애매했다.


무사히 17살이 되서 신난 그가, 달리는 폭주족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려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면 아예 본인이 사고를 자초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놈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녀석은 20살이 되자 캠퍼스 근처, 교통량이 많은 국도를 마구 무단횡단으로 지나다녔다.


솔직히 옆에서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횡단보도 따위 없는 대로 한복판을, 차가 지나다니는데도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달려가는 것이다.




당연히 운전자가 놀라 급정거하고, 온갖 욕설과 클락션 소리가 날아온다.


아무리 봐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 후배의 모습에, 나는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하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정상이 아니었다.




[어차피 20살 때도 사고를 당할 거잖아요. 기왕이면 빨리 다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많은 걸까?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말로 들어서는 잘 감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서 차를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나처럼 겁에 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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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겠다, 올 여름은 간만에 캠핑이라도 갈 생각으로 주변 캠핑장을 알아봤다.


차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먼곳까지도 얕고 마음에 들어 매년 찾는 해수욕장이 있다.


마침 그 해수욕장 주변에도 캠핑장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같은 해안가에 위치해있지만, 해수욕장까지는 1km 정도 떨어져 있다.


20여년 전, 그 캠핑장이 생기기 전에 거기서 캠핑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어찌되어 있나 궁금해서, 캠핑 동료이자 그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그 캠핑장은 안 가는 게 좋아.] 라고 대답했다.


왜냐고 묻자, 자살자가 잇따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살자?]




[어. 모래사장에 소나무가 꽤 있잖아. 그 소나무에다가 목을 매단다니까들.]


그는 영감이 없지만, 부인한테는 보인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부인 말로는, 캠핑장 주변은 공기가 착 가라앉아 무척 위험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인은 주변 청년 이야기를 했다.


그 청년도 거기서 목을 매달았는데, 종종 그 귀신이 공중에서 떠돌아다니는 걸 아내가 본다는 것이었다.


[아내 말로는 딱 2층 정도 높이에서 돌아다닌다고 하더라고.]




[2층? 집 말이야?]


귀신은 딱 2층 창문 근처에 얼굴을 대고 떠돌면서 주변 집안을 들여다본다는 것이었다.


[이건 아내 의견이지만, 그 높이는 딱 목을 맨 위치가 아닐까? 목을 매달아 죽었지만 거기서 내려오지는 못하는거야.]




하도 자살자가 많아서 사람이 목을 맨 소나무는 베어버렸다고 지인은 말했다.


초여름, 나는 가족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날씨가 영 좋질 않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해수욕은 그만두고 그 캠핑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차를 탄 채 캠핑장에 들어서니, 오른편에는 해변이, 왼편에는 주차장과 텐트 사이트, 조리장 등이 줄지어 있었다.


그 길은 차를 타고도 갈 수 있었기에, 서행하며 베인 소나무를 찾아봤다.


자살자에 관한 소문은 다들 모르는지, 캠핑 뿐 아니라 조개잡이 하러 온 듯한 가족들도 보였고, 적당히 손님은 있는 듯 했다.




우리 가족은 죄다 영감이 있는 편이지만,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그리 기분 나쁜 장소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천천히 차를 달리며 찾고 있노라니, 베여서 쓰러져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대개 나무를 베면 밑둥부터 자를텐데, 이상하게 그 나무는 1m 정도 높이에서 잘려 있었다.




그 나름대로 세월을 거쳐왔을 꽤 굵은 소나무였다.


[저건가?] 하면서 계속 나아가는데, 또 똑같이 1m 정도 높이에서 잘려나간 소나무가 있었다.


[저쪽에도 그런 나무가 있는데?]




200m 정도 간격으로, 그런 나무들이 계속 보였다.


어느 나무던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던 탓인지, 1m 정도 높이에서도 묘하게 위아래 차이가 있었다.


각각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한채 1m 정도로 잘린 소나무가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빴다.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아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많아서 뭐가 목을 맨 나무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그 캠핑장 이야기를 해줬던 지인을 만났을 때, 그 때 이야기를 꺼냈다.




[거참, 베어낸 소나무가 하도 많아서 뭐가 사람 죽은 소나무인지 알 수가 없더라고.]


[아, 그랬냐.]


그는 쓴웃음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도중에 베어져 있던 나무들이 죄다 사람 죽은 소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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