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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

[번역괴담][2ch괴담][761st]이누나키 바위

괴담 번역 2016. 9. 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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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우리 반에는 왕따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가난한 집 아이였는데, 언제나 악취가 나고 성격도 어두웠다.




아이 같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남자아이였다.


어느 날, 공민관 뜰에서 짚다발을 가지고 놀고 있다가 문득 충동적으로 짚인형을 만들어보았다.


오컬트를 좋아했던 나는, 예상외로 잘 만들어진 짚인형을 보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나는 왕따당하던 아이의 머리카락을 구해 짚인형 안에 넣었다.


이제 어디 박기만 하면 된다.


온갖 궁리를 하다, 나는 딱 좋은 곳을 찾아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동네에서 이누나키 바위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어두운 숲이 있어, 축시의 참배를 하기에는 딱 어울릴 거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새벽에 갈 수는 없으니 토요일 방과 후에 가기로 했다.




대못과 짚인형, 망치를 들고 이누나키 바위로 향해, 바로 짚인형을 박을 나무를 찾았다.


하지만 죄다 백일홍이나 자작나무라, 뭔가 못을 박기에는 불안했다.


발밑에는 개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이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이누나키 바위가 있다.




문득 바위 사이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못을 박아보니, 생각 외로 별 저항 없이 못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인형 목에 못을 대고, 이누나키 바위에 박았다.




몇 번 망치로 꽝꽝 내리치고, 속이 시원해진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몇 주 지난 후에는 아예 잊어먹었다.


그다음 이누나키 바위를 찾은 건 몇 년이 지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였다.




제일 친한 친구와 엄청 싸운 주말이었다.


처음 짚인형을 박았던 왕따당하던 아이도 멀쩡했고, 완전히 잊었을 터인데 내가 왜 또 그곳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난번처럼 또 이누나키 바위 앞에 섰다.




이전과 다름없이 어두운 숲 속 바위가 웅크리고 있었다.


지난번 내가 인형을 박았던 자취는 없었다.


지난번처럼, 친구의 머리카락을 넣은 짚인형을 박는다.




목 밑에 못을 대고, 망치를 한껏 내리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와는 그 다음 주에 화해했고, 이누나키 바위에 관한 기억은 곧 기억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그 후 기억하기로는 초등학교 졸업 전 아버지 머리카락을, 중학교 1학년 때 형 머리카락을 들고 이누나키 바위를 찾았었다.




그것들도 별일 없었고, 나는 그대로 까먹고 살아왔다.


완전히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 건, 10년 가까이 지나 간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였다.


제일 친한 친구와는 여전히 연락하고 있었다.




어른이겠다, 같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다른 녀석들도 찾아와 간만에 옛 친구들과 어릴 적 이야기에 신이 났었다.


이야기하던 도중, 나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왕따당하던 녀석이 결국 이른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없었기에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맸단다.


이야기를 들은 순간 이누나키 바위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건 어릴 적 장난일 뿐이다.


벌레를 돋보기로 태워죽이는 것 같은 놀이일 뿐.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그저 명복을 빌어줬다.




시간이 지나 3년 후, 취직하는 바람에 고향에서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지냈다.


어느 날,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었다.




제일 친하던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져,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망연자실해지고 있는데, 또 기억이 떠올랐다.




이누나키 바위의 기억이.


나는 왕따당하던 아이 때처럼, 친구 머리카락을 짚인형에 넣고 목에 못을 박았었다...


그것도 2, 3년 후에.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감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아버지 인형은 가슴에 못을 박았었다.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너무 끔찍했다.


그리고 1년 뒤, 형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장의사가 수습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형의 인형은 얼굴에 못을 박았었다.


나는 오컬트를 좋아하지만, 귀신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초자연적 현상도, 불가사의한 힘도 마찬가지다.


이누나키 바위에 박은 짚인형과 일련의 죽음에 관해서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이누나키 바위를 한 번 더 찾았기 때문이다.


형의 짚인형을 박고 2년 후, 중학교 3학년 때.


인간관계로 한참 고민하고 있던 나는, 약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 머리카락을 짚인형에 넣고 이누나키 바위에 박았다.




대못으로 온몸 이곳저곳에 쾅쾅.


형이 죽은 지 곧 1년이다.


S현에는 아직도 이누나키 바위가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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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0th]물에 빠진 선배

괴담 번역 2016. 9.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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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대학생이던 시절 이야기란다.


동아리 친구들하고 바다에 놀러 갔었다.


꽤 목 좋은 해안이었다.




물론 해수욕장이고 인명구조 요원도 있었다.


평범하게 지역 사람들도 헤엄치고 있었고, 나름대로 꽤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다들 바다에 들어가 놀고 있는데, 약간 멀리 나가 있던 고무보트가 높은 파도에 그만 전복되고 말았다.




안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그대로 바다에 내던져졌고.


그걸 알아차린 건 같은 동아리 선배와 우리 형 둘 뿐이었다.


형은 선배와 함께 아이들을 구하러 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어떻게든 나오려 날뛰고만 있었다.


물에 빠진 여섯 명의 아이들은 어떻게 다 구해냈다고 한다.


그러나 선배는 마지막 아이를 건져낸 후, 그대로 물에 잠겨 나오지 못했다.




아이들을 구하느라 체력을 다 써버린 데다, 해파리에 쏘여 마비가 왔던 탓이었다.


죽은 선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평소에도 선행을 베풀었다니.




동아리 사람들도 다들 왜 선배가 죽어야만 하냐고 울었다고 한다.


형은 집에 돌아오고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다음 해 기일, 동아리 사람들은 다시 그 해안을 찾았다.




꽃다발을 바다에 던지고 돌아오려는데, 백사장이 소란스러웠다.


근처 벼랑에서 여자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높은 벼랑이었지만 부상은 찰과상 정도였다.




여자의 의식 또한 멀쩡했다.


여자는 헛소리처럼 말하고 있었다.


[바다에 떨어졌는데, 웬 남자가 손을 잡고 기슭까지 데려다줬어요.]




곁에 있던 인명구조 요원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란다.


[지난주 물에 빠졌던 아이도 어떤 형이 도와줬다고 하던데...]


동아리 사람들은 혹시나 싶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죽은 선배의 특징과 죄다 일치하더란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형은 말했다.


[선배는 죽어서도 그 바다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거야. 그렇게 믿고 싶어.]


지금도 형은 여름이 되면 꽃을 가지고 그 해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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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0th]저승사자

실화 괴담 2016. 9. 2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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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Cyker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1학년 때 저는 같은 방향에 사는 친구와 모든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같은 과였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피곤해서 수업 시작 전에 잠시 엎드려 자다가 일어났는데, 제 모습을 보더니 친구가 기겁하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니 얼굴을 좀 봐라, 임마. 곧 죽을 사람 같아.] 라고 말하더군요.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그러자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한두 명씩 모이더니, 제 얼굴을 보고 진짜 아픈 사람 같다고,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새하얗다고 말하며 걱정했습니다.


저는 딱히 아픈 곳도 없고 몸 상태도 괜찮았기에, 친구들이 왜 저리 호들갑인가 싶어 강의실 뒤에 있는 거울을 봤습니다.


지금도 그때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온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더군요. 


입술도 파랗고 얼굴 전 부위에 피가 싹 빠져나간 것처럼...


딱 전설의 고향 같은 데서 보던 귀신 얼굴 마냥요.




아픈 데도 없고 몸에 이상도 없었지만, 얼굴을 보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작 10분 전, 그것도 전공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복잡한 심정을 느끼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놀까 싶기도 했지만, 이내 거울에서 봤던 제 얼굴이 잊히지 않아 쉬어야겠다고 결정했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잘 준비를 했습니다.


집에 와서 씻고 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지더군요. 




힘들거나 피곤해서 힘이 쭉 빠지는 게 아니라, 제 몸에서 뭔가 휑하니 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방 침대에 누우려고 했는데, 온몸의 감각과 본능이 거부하더군요. 


저는 제 본능과 육감을 믿는 편입니다. 




이것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적도 많고, 무시하고 하다가 다치거나 손해 본 적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동생 방 침대에서 누워서 잤습니다. 


그렇게 저녁도 되기 전부터 자면서 계속 뒤척였는데, 잠깐잠깐 깰 때마다 몸에 아직도 힘이 하나도 없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동생이랑 부모님들이 집에 오는 소리, 쟤 왜 저리 빨리 왔냐고 얘기하는 소리 등이 들리더군요.


그리고 다시 잠들었는데, 누군가 우리 집 도어락을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 구둣발 소리에 잠이 확 깼습니다.


우리 집 도어락은 비밀번호가 4자리이고, 이웃집, 윗집, 아랫집 등은 전부 비밀번호 자릿수가 6~8자리라 도어록 누를 때 번호 누르는 소리가 몇 번 들리는지 만으로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닌지는 판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리가 매우 뚜렷하고 가까이에서 들렸거든요.


새벽 4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고, 아까 분명히 가족들이 다 집에 들어왔으니 저는 도둑이나 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침대 옆에 있는 목검을 조심스럽게 빼 들어 제 품에 안고, 이불 속에 숨겼습니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도둑이 제 동생 방이나 안방으로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잠귀가 밝으신 어머니께서 밤에 현관 소리가 나면 깨서 나오시거나, 도둑이 안방으로 제일 먼저 갈 거라 판단했거든요.


겉으론 누워서 자는 척하며, 이불 속에서는 목검을 꽉 그러쥐고 안방 쪽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죠.




그런데 큰 도어락 소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중 아무도 깨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떤 소리도 나지 않고 사방에 조용한 적막만이 흘렀죠.


현관 바로 정면이 제 방이고, 거기엔 저에게 자리를 빼앗긴 동생이 자고 있었습니다.




수천 번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뛰쳐나가서 도둑과 맞서야 하나? 


동생을 지키러 지금 나갈까?




아니면 상황을 보며 더 기다려야 하나?


난 지금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나가봤자 나는 물론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건 아닐까?


수만 가지 생각을 하다, 결국 나가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런데 몸은 낮에 제 방에서 잘려고 했을 때 났던 그 본능적 거부 반응을 다시 일으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딱 거기까지 생각을 했는데, 혼잣말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며 영상이 보이더군요.




동생 방과 현관의 위치는 구조상 ㄷ자라서 동생 방안에서는 현관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동생 방 문은 꽉 닫혀 있는 상태라 밖이 보일 리 없었죠. 


근데 저에겐 현관문을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 검은 구두를 신은 남자가 구둣발 소리를 내며 제 방문 앞에 서더군요.


[원래 네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네가 대신 가야겠다. 미안하구나...]


그러더니 제 방문을 슬쩍 열었습니다.




[아니, 왜 얘가 여기서 자고 있는 거지?]

 

그러더니 다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제가 자는 동생 방 쪽으로 오더군요.


순간 우리 집 강아지가 맹렬히 짖기 시작했습니다. 




치와와랑 크기가 비슷한 작은 요크셔테리어입니다.


겁이 엄청 많은 편이라 자기보다 작은 고양이만 봐도 도망가는 놈인데, 진짜 물어 죽일 기세로 쉬지도 않고 맹렬히 짖더군요.


그 사람은 우리 집 강아지 때문인지 더는 앞으로 오지를 못하더군요.




[허, 이것 참... 원래 네 주인이 갈 게 아닌걸 아는 거냐. 고놈 참 맹렬히도 짖네. 날 샐 때 다 되어가서 아무라도 데려가야 하는데 미치겠군.]


남자는 그러면서 강아지 앞에서 서성거리며 초조해하더군요.


그리고는 [하는 수 없지...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군.] 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때까지 전 격한 긴장 속에서 힘도 없는 손으로 잡은 목검을 꽉 잡고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온몸에 힘이 다시 들어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시계를 봤는데 6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잠시 후 자명종이 울리고, 어머니께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침대에서 나와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퇴한 이야기랑 지금 몸 상태에 관해 말하다가, 어머니께 새벽에 누구 들어온 사람 있냐고, 쫑이 짖는 소리는 못 들었냐고 여쭤봤습니다.




어머니는 어제 가족들 전부 다 일찍 들어와서 일찍 잤다며, 자는 내내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냥 얼버무렸습니다.


게다가 딴 건 다 이해를 해도, 문도 닫힌 동생 방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로, 구조상 볼 수 없는 바깥 상황을 제가 본 게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꿈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신기하고 뚜렷한, 이상한 꿈이었구나...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꿈이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쫑아!] 하고 강아지를 부르며 덥석 안았습니다.




근데 강아지가 목이 쉬었더군요...


순간 말 그대로 몸이 굳으며 식은땀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제 나름대로 추리해서 내린 결론으로는, 저는 그 날 혼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라 온몸에 핏기가 없었으며 몸에 힘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벽에 들어왔던 남자는 저승사자고, 원래 데리고 가기로 했던 사람 대신 저를 데려가려 했지만 우리 집 강아지가 짖으며 막아선 바람에 실패하고 날이 밝자 그냥 돌아간 거겠죠.


강아지는 그때 심하게 짖어서 목이 쉰 거고요.


아직도 생생한, 차마 믿어지지 않는 제 실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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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옛날 일했던 병원에는 감호실이라는 게 있었단다.


조현병 - 그 무렵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렀지만 - 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면 거기 가둬두는 것이다.


당연히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창에는 쇠창살이 박혀 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좁은 방이었다.




하지만 친구가 근무하기 10여 년 전쯤, 거기서 두 명의 환자가 죽었다.


한 명은 신고 있던 양말의 실을 풀고 꼬아 끈을 만들어, 쇠창살에 묶고 목을 맸다.


다른 한 명은 몰래 숨겨온 면도날로 경동맥을 끊었단다.




그런 사건들이 있고 난 뒤 그 방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게 되어,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급히 실려 온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여자로, 조현병 발작이 일어나 마구 날뛰다가 가족의 요청으로 병원에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병실이 꽉 차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감호실에 들여보내려 했단다.


사람이 죽었던 그 방에 말이지.


하지만 여자는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무서워! 무섭다고! 이 방은 싫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간호사는 [뭐가 무섭다는 거야!] 라며 화를 냈다.


그러자 환자는 [여기 여자가 피투성이로 죽어있잖아!] 라며 절규했다고 한다.




사정을 알고 있던 선임 간호사들은 그저 아연실색할 뿐.


[저런 사람들은 잘 풀리면 영능력자가 되고, 아니면 평생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거겠지.]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그 병원은 아직도 키타큐슈에서 영업 중이다.





Illustration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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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9th]고시원 이야기

실화 괴담 2016. 9. 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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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나가는 법학도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0년, 당시 스무 살이던 저는 장충동 D 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통학하려면 대략 두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이 걸렸는데, 왕복 4시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제 하루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군요.


게다가 여자친구랑 만나다 보면 금세 지하철이 끊기는 일이 태반이라, 결국 상경해서 살기로 했습니다.




원룸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최대한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보증금이 천만 원은 기본이었고, 보증금이 저렴한 곳은 월세로 지급하는 금액이 상당히 비쌌습니다.


결국, 저는 당분간 고시원에서 지내기로 했죠.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그루터기 고시원이라는 곳이었는데, 한 달 고시원비가 20만 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값이 저렴했죠.


물론 방에 창문은 없었고, 화장실과 취사시설은 다 같이 쓰는 구조였지만요.




워낙 학교에서 가깝다 보니 한두 달 정도만 살고, 원룸을 구해서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사람이 환경에 적응해버리면, 익숙해져서 새로운 환경을 거부하게 되더라고요.


7월에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어느덧 11월을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마침 11월에 제 생일이 있어서 동기들과 학교 앞 베XX트라는 술집에서 파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닮아 술이 강한 편인데, 이상하게 그날은 빨리 취해서 결국 동기들이 저를 데려다 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취기를 없앤답시고 동기들과 학교 중앙 광장 코끼리 동상에 올라가는 등 미친 짓을 하다가, 동기들을 먼저 보내고 비틀거리면서 고시원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고시원은 동산 뒤에 있는데, 그곳은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가로등도 하나밖에 없는지라 11시 정도만 되도 인적이 상당히 줄어들고 나름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곳이었습니다.


겨우 골목 앞까지 와서 "아 이제 다 왔다." 생각하며 고시원 쪽으로 향하는데, 가로등에 어떤 여자가 머리를 툭툭 박고 있었습니다. 


마치 왕복운동을 하는 듯 말이죠.




저는 [저 여자도 술 취해서 맛이 갔구나...] 하고 혼자 중얼대며 고시원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더니 뒤에서 [너무 춥다...]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마치 기계로 조합해 낸 것 같은 소리였죠.




흔히 공포영화나 그런 곳에서 나올법한 목소리였어요.


상당히 거슬리는 기분 나쁜 톤이었고.


취기 때문에, 그리고 피곤하기도 했기에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집 가서 발 닦고 자면 되지, 왜.]


그리고는 고시원으로 올라갔습니다. 


1층은 사무실 같은 곳이고, 2층은 총무실과 여자 숙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3층이었고, 4층은 원룸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고시원은 밤이 되면 모든 층에 불을 꺼놓으므로 가끔 맨정신에 올라가면 소름이 끼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1층 2층 3층 올라가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술 취한 여자가 제 바로 뒤에 있더군요.




순간 술이 확 깼습니다.


[뭐... 뭐야... ] 하고 입이 저절로 움직이더군요.


그 전봇대에 머리를 박아대던 여자는 저를 쫓아왔던 겁니다.




제가 서 있던 장소는 층간 창가 쪽, 담배를 태우던 장소여서 노래방 간판 불빛이 비쳤는데, 그 여자 얼굴도 불빛에 비쳤습니다.


보통 시선이 다리부터 올라가서 얼굴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그 여자는 얼굴부터 보게 되었습니다.


턱... 입... 코... 눈... 




눈?


눈 주위가 새까맣길래 처음에는 선글라스를 낀 줄 알았는데 다시 살펴보니 눈이 없습니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갖춰둔 스쿱으로 도려낸 것같이 말입니다. 




3층 현관에서는 신발을 슬리퍼 같은 걸로 갈아신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제 방 815호로 죽으라 달려가서 단숨에 문을 따고 들어가서 잠갔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고시원 특유의 따뜻한 보일러 때문에 방 안은 찜질방처럼 따뜻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논리적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긴장이 풀렸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더는 안 올 거라는 안도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잠깐 잠에 빠졌나 봅니다. 


너무 더워서 눈을 떴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더워서 문을 좀 열었습니다.


그 방은 문을 열면 왼쪽에 1인용 침대가 있고, 정면에는 책상이 있습니다.




침대 맞은편에는 옷장이 있고요. 


상당히 좁은 방이었습니다.


방에 창문이 없어서 환기하려면 문을 열어야 했고요.




잠에서 잠깐 깨어났던 저는, 문을 살짝 열어두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기척이라고 해야 하나, 눈을 감고 있어도 물체가 지나가면 보이지는 않아도 뭔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누군가 제 방앞에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술도 마셨겠다 하도 피곤해서, 그냥 옆방 사는 형일 거로 생각하고 잠을 청했죠.


그리고 아침 9시쯤 일어났습니다.




마침 그때 옆방 형도 일어났는지 방에서 나왔습니다.


[어? 형 일어나셨어요?]


[아... 아니, 일어난 건 진작에 일어났지.]




[오늘 쉬는 날인데 빨리 일어나셨네요?]


[잠이 안 와서... 근데 너 어제 여자 데려왔냐?]


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습니다.




[여자라뇨?]


[에이, 시치미 떼지 마. 어제 새벽에 물 먹으러 가는데 네 방 앞에 여자 한 명 서있더만.]


저는 순간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전날 새벽, 고시원 앞에 있던 여자가 저를 따라서 3층까지 올라왔던 게 그제야 떠올랐거든요.


자다가 문을 열어두었고,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는 건 생각났지만, 그 주인공이 옆방 형이 아닌 그 눈알 없던 여자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형, 어제 제 방 앞에 서 있던 사람 형 아니었어요?]




[에이, 무슨 소리야 그게. 너 좀 더 자야겠다.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만 하고.]


저는 너무 놀라서 방안에 돌아와 침대에 앉았습니다. 


그때 귓가에 들렸던 한마디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잘 쉬고 간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 기괴한 목소리...


전날 새벽에 봤던 것은...




그리고 밤새 제가 느낀 인기척은...


그저 술김에 본 환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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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다.


눈이 왔길래 한밤중이지만 간만에 산책에 나섰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날도 추웠지만, 아무도 안 밟은 눈길을 걸어나가는 게 즐거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신사에 들르게 되었다.


문득 올해는 아직 첫 참배도 드리지 않았구나 싶어, 경내로 들어섰다.


참배길 한가운데,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흰 기모노 깃을 휘날리며, 손에는 금빛 부채를 들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맨발인 채, 즐거운 듯 팔랑팔랑 춤추며 맴돌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에, 한동안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아이는 내 존재를 알아차린 듯 춤을 멈췄다.


한밤중에 웬 아저씨가 바라보고 있어 놀랐나 싶어 당황한 나는, 바삐 그곳에서 발을 옮겼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런 한밤중에 눈 속에서 맨발로 춤추는 여자아이라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신사로 돌아와 봤다.


참배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 위에는 발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10여 년 전 근처 신사에서 비슷한 여자아이가 목격된 적이 있더라는 말을 해줬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뭔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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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57th]케이블 철거

괴담 번역 2016. 9. 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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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해체가 결정된 아파트 단지에 케이블을 철거하러 갔었다.


전체 3동 중 이미 2동은 해체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것은 4시 반 무렵으로, 이미 주변은 어스름에 잠겨 있었다.




해체업자들도 작업을 끝내고 돌아간 터라, 넓은 부지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어 조금 기분이 나빴다.


철거를 맡게 된 집은 4층 건물 꼭대기 층이었다.


방안 배선을 철거하고, 1층에 있는 단자함에서 4층까지 연결된 선을 뽑으려 뚜껑을 열었다.




검은 종이가 넉 장 펄럭펄럭 떨어졌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붓으로 쓴 것 같은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부적인 듯했지만, 별생각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케이블은 배관 안에서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기에 바로 뽑힐 거로 생각해 그대로 잡아당겼다.


처음에는 아니나다를까 쑥쑥 빠져나왔지만, 갑자기 무언가에 걸려 내려오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3층으로 올라가 선이 지나가는 박스를 열어봤다.




아직 선이 보인다.


4층과 3층 사이에서 막혀 있는 거겠지.


힘을 줘서 억지로 잡아당겼다.




뿌득뿌득뿌득!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선이 내려온다.


수많은 머리카락이 엉킨 채.




애당초 케이블밖에 들어있지 않은 배관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을 리가 없다.


케이블에 엉킨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있노라니, 케이블이 뽑힌 구멍에서 검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녹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연속해서 보고 있자니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나는 선을 잡고 1층으로 미친 듯 내려왔다.


잡고 오는 사이에도 뿌득뿌득하고 엉킨 머리카락들이 계속 뜯겨 나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위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목소리나 발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숨결처럼 [하아... 하아...] 하는 느낌이.




그게 벽에 울려 퍼지며, 내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손에 엉킨 머리카락을 뿌리치고, 케이블을 뽑은 채 거기서 달아났다.


지금 그 단지는 철거되고 공터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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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8th]취사장에서

실화 괴담 2016. 9. 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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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매망량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 복무 시절 겪은 일입니다.


전역 전날, 숨어서 삐대다가 그만 잠이 들어 저녁점호 때까지 취사장에 박혀있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 부대는 해안 경계부대였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주더라고요. 




말년 휴가 복귀해서 다음 날이면 전역할 예비 민간인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요.


애당초에 부대 분위기도 널널했기에, 원래 말년들은 점호에 자주 빠지곤 했습니다.


점호를 맡는 소초장도 신경 안 썼어요.




"또 말년 하나 땡땡이치고 있구나." 하고, 부대 안에 있기만 하면 뭐라고 말도 안 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저는 그 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날만은 달랐습니다. 




자는데 갑자기 소초장이 절 막무가내로 끌고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취사장을 지나 연병장 근처까지 가서야 절 내팽개쳤습니다.


그래놓고서는 말 한마디 없이 취사장을 바라보더니, 곧 몸서리를 치고 가버리더라고요. 




황당한 사태에 전 아무런 저항도 못 했죠.


다음날, 전역신고를 마친 후 소초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이제 민간인이겠다, 저는 편하게 말을 놨죠.




[형, 불렀어요?]


[어.... 왔냐.]


[무슨 일 있어요?]




소초장 형은 힘겹게 말을 이었습니다.


[너... 어젯밤 아무 기억도 안 나냐?]


[형이 나 끌어낸 거? 그렇고 보니 왜 그런 거야?]




소초장 형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네 뒤에 얼굴 일그러진 꼬마가 칼 들고 웃고 있더라...]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소초장 형이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전날 밤 잘 때, 한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졌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그 밤, 소초장 형이 절 끌어내지 않았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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