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16/11

[번역괴담][2ch괴담][782nd]야식

괴담 번역 2016. 11. 18. 22:56
320x100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수능 시험을 앞두고, 집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단다.


새벽 2시,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A, 야식 가져왔어. 문 좀 열어주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방문은 잠겨있었다.




A는 마침 딱 흐름을 타고 있던터라, 풀고 있던 문제까지는 마저 풀고 싶었다.


[거기 놔두고 가, 엄마.]


곧 어머니가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새벽 3시.


다시 어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A, 간식 가져왔어. 문 좀 열어봐.]




A는 [간식? 필요 없는데?] 하고 대답했단다.


그러자 갑자기 밖에서 미친듯 노성이 들려오더란다.


[시끄러! 됐으니까 당장 이 문 열어! 열라고! 열라고!]




A는 잔뜩 쫄아서 문을 열려고 다가갔다.


하지만 묘하게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 그대로 멈춰섰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울먹이는 소리로 [부탁해... A... 문 좀 열어줘...] 하고 간절히 부탁해오더란다.




하지만 A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갔다.




그 순간, A는 떠올렸다.


지금 부모님은 제사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 계시다는 것을.


문을 열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싶어, A는 그 후로도 한동안 벌벌 떨었다고 한다.




320x100

[리뷰]위자 : 저주의 시작(2016)

호러 영화 짧평 2016. 11. 18. 01:03
320x100



컨저링과 인시디어스의 성공은 호러 영화 판도에 큰 영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한정된 장소와 저예산으로도 성공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성공만 하면 수백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영감을요.

거기 의거하여 숱하게 쏟아져 나온 '컨저링 제작진', '인시디어스 제작진'의 영화 중, 위자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2014년 빛을 본 이 영화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하다못해 깜짝 놀랄만한 일도 그닥 없는 아주 밋밋한 영화였거든요.

호러 영화에게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대치에서 수준 미달인 영화였습니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영화 평가 지표로 꼽히는 로튼 토마토에서 7%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겠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기적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찍으며, 5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에서 1억 달러 넘는 수익을 거둔거죠.

이 정도 흥행 대박이 터졌으니, 당연히 후속작을 만들어야겠죠.

하지만 호러 영화로서 수준 미달이었던 첫 작품을 어떤 식으로 살려내야만 할까요?

유니버설의 선택은 감독 교체였습니다.



전작인 위자는 각본가로 활동해 왔던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의 입봉작이었습니다.

그간 부기맨, 포제션 등 호러 영화 각본가로 활동해 온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이었지만, 정작 감독 데뷔작인 위자는 수준 미달이었죠.

유니버설은 후속작 감독으로 오큘러스를 감독했던 마이클 플래너건를 선택했고, 이 선택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전작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보였거든요.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이미 언급했듯 프리퀄입니다.

위자에 등장했던 악령의 진정한 정체를 파헤치는 내용이죠.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은 각본 또한 맡아, 전작에서 설명하지 않고 던져놓다시피 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개연성 있게 엮어내는 수완을 보였습니다.

최소한 이 악령들이 어떤 원한 때문에 악령이 되었는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죠.

악령의 목적과 원인조차 알 수 없었던 전작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스토리 진행은 다소 뻔하게 흘러가지만요.



전작 위자가 그렇게 심각한 혹평에 시달린데는, 호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영화 내내 긴장감 없이 흘러갈 뿐 아니라, 분명히 귀신이 덮쳐오는데도 심드렁하게 바라보게 되는 괴상한 일이 벌어졌죠.

하지만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적어도 관객을 놀래켜 줄 장면을 여럿 준비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을만 합니다.

악령 그 자체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막내딸 도리스에게 빙의해 시도때도 없이 흰자를 드러내며 튀어나와 관객들을 놀래켜주죠.

전작이 대놓고 겁주는 영화임에도 그거 하나 제대로 못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발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컨저링과 인시디어스가 촉발시킨 하우스 호러 조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영화입니다.

악령의 근원은 집에서 기인하고, 집안에서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이어지죠.

이미 하나의 장르로 일컫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나온만큼, 집이라는 소재를 다룸에 있어 모자라는 부분은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집 자체에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있음에도, 정작 집에 관한 서술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예고편에는 나왔는데 정작 본편에서는 잘려나간 지하실 내부 장면들도 그렇고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전작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해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호러 영화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합격점은 넘었지만, 새로운 시도도 없었고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장면들로 도배되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큘러스 때도 그랬지만,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은 합격점 정도는 확실하게 만들어낼 능력이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로튼 토마토 82%라는 놀라운 호평은, 아마 전작이 너무 말아먹은 것에 의한 반동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기본 점수는 6점을 주고 싶네요.

만약 위자보드를 직접 해봤고, 괴이한 경험을 직접 해보셨다면 +2점.

정말 하우스 호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1점.

전작 위자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1점을 더해주시면 되겠습니다.



320x100

'호러 영화 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곡성 : 귀신을 부르는 소리, 2015  (4) 2017.05.15
노조키메, 2016  (4) 2017.05.13
귀담백경, 2015  (5) 2017.05.11
[리뷰]라이트 아웃(2016)  (6) 2016.08.12
[리뷰]잔예 - 살아서는 안되는 방  (8) 2016.07.08

[번역괴담][2ch괴담][781st]지하의 우물

괴담 번역 2016. 11. 17. 23:32
320x100




이걸 공개하면 아마 옛 동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겠지.


들키면 꽤 위험할 것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또 나를 찾아나설테니.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전하지 않으면, 그 우물의 존재는 어둠 속에 묻힌채 영영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목숨을 걸고 이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 이야기다.




나는 도쿄에 있는 모 조직의 신진 간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N이라는 자였다.


요새는 그런 조직도 자잘하고 위험한 일은 모두 외주를 맡겨버린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을 고용하는거지.


경찰에게 잡히면,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딱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 대신 대가는 후하게 쳐줬기에 나도 그런 일을 받아가며 먹고 살고 있었다.




나는 도쿄에서도 비교적 부자와 외국인이 많이 사는 거리에서 일했다.


위험한 일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느낌이 들겠지만, 정작 내가 했던 건 별 거 아니었다.


승합차로 꽃집에 꽃을 가지러 가고, 꽃값을 낸다.




그리고 그 꽃을 캬바쿠라와 고급 클럽에 배달한다.


그런 클럽들 가면 늘상 놓여있는 그런 꽃들 말이다.


꽃을 가져다 준 뒤 돈을 받는 것이다.




꽃집에서 사온 돈의 세배에서 다섯배는 되는 돈이다.


그런 식으로 한달에 3천만 가까이 벌었다.


내가 하는 위험한 일이래봐야 처음에는 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성실하게 임했다.


상대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투성이다.


젊은이를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을러대고 값을 깎으려는 양아치들도 숱했지.




그때마다 주먹으로 해결하려 들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뭐, 주먹부터 휘두르려는 놈들도 있지만.


경찰 부를 일이 생기면 그대로 거래는 끝나게 된다.




조직에서도 미운털이 박히게 되는거지.


내 입장에서도 피 같은 돈을 날릴 수는 없는거고.


그렇기에 그럴 때마다 나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설득했다.




설득하면서도 중요한 곳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1엔도 깎지 않고, 조건 하나 내주지 않았다.


뭐, 어쨌든 그렇게 일처리를 꽤 잘 해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N의 동생격인 S, 그리고 K라는 사람에게 상당히 신뢰받게 되었다.


그래서 종종 꽃배달용 승합차를 몰고, 한밤중에 불려가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차에는 아마 드럼통이나 골판지 상자 같은 걸 넣는 듯 했다.




짐을 실을 때는 나는 운전석에만 있었고, 어차피 뒤쪽은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이라곤 벤츠 뒤를 따라 운전하는 것 뿐.


짐을 내리면 또 한동안 기다린 뒤, 벤츠를 따라 돌아온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이다.


뭘 옮겼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가로는 고작 한번 일한 것으로 꽃배달 한달치 돈을 받았다.




어느날 밤, 나는 또 K의 호출을 받고 나왔다.


도착해보니 평소와는 면면이 달랐다.


평소에는 S랑 K, 그리고 젊은 부하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간부인 N이 있었고, S랑 K까지 셋뿐이었다.


세명 모두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어, 뭔가 확실히 이상한 분위기였다.


내가 도착했음에도 [시동 끄고 기다리고 있어.] 라고만 말할 뿐, 자기들끼리 중얼중얼 무언가 말을 나눌 뿐이었다.




[...은 이대로 돌려보내.]


[저녀석은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띄엄띄엄 대화가 들려왔고, 결국 나는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왠지 모를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트렁크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차 안에 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럼통이나 골판지 상자가 아니었다.




내려놓을 때 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무거운 물건인 듯 했다.


더욱 괴상한 것이, S와 K가 내 차에 같이 탔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다들 벤츠를 타고, 나 혼자 그 뒤를 따라갔을 뿐이었는데.


게다가 갑자기 수도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아닌가.


고속도로에는 카메라도 있고, 번호판도 다 기록되기에 이쪽 일을 할때는 최대한 고속도로를 피해 달리기 마련이다.




수도고속도로 순환선은 황궁을 내려다보면 안된다던가 하는 이유로, 몇몇 구간은 지하로 가게된다.


부끄럽지만 나는 길치다.


운전은 잘하지만 방향감각도 없고, 길도 잘 기억하질 못한다.




그렇기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순환선을 두바퀴 정도 돌았던 것 같다.


주변에 차가 하나도 없을 무렵, 갑자기 N이 타고 가던 벤츠가 비상 깜빡이를 켰다.


그제까지 아무 말이 없던 S와 K였지만, 그걸 보고 S가 입을 열었다.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가서 멈춰서.]


그 말대로 했다.


거기가 합류지점이었다.




[저기 섬처럼 생긴 곳에다 후진으로 차를 대.]


그대로 하고 전조등을 껐다.


양쪽 기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라, 평범하게 지나가는 차는 뒤를 돌아봐도 좀체 찾을 수 없는 위치였다.




설령 찾아내더라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N이 탄 벤츠는 그대로 가버렸다.


S와 K는 둘이서 짐을 내렸다.




그리고 나도 나오라고 불렀다.


기분 나쁜 예감이 또 나를 덮쳤다.


이제까지 운전석 밖으로 나를 부른 적은 없었으니까.




S와 K가 둘이서 메고 있는 비닐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 시체 봉투처럼 새까맸다.


이미 내용물이 사람일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터무니 없는 일에 말려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허리가 아파왔다.


왜 조직 사람이 아니라 날 데려온건가 싶었다.


그 이유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S는 [주머니에 열쇠가 있으니까, 그걸 꺼내서 철조망 문을 열어.] 라고 말했다.


나는 그대로 했다.


철조망을 지나 5m 정도 가자 또 문이 나왔다.




문이라기보다는 벽이라는 느낌일까.


열기 위한 손잡이도 없고, 열쇠 구멍도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S는 또 다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라 했다.




이번에는 크고 작은 열쇠가 하나씩 있었다.


콘크리트 벽에 스테인리스로 된 작은 뚜껑이 붙어있는데, 그것을 작은 열쇠로 여는 것이었다.


안에는 원통형 열쇠구멍이 있고, 거기 큰 열쇠를 넣었다.




열쇠를 돌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조금 움직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벽이 열렸다.


벽 안까지 장치가 되어 있어 문이 잠겨있었다.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할 구조였다.


그 앞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손전등을 들고 잠시 나아가니 곧바로 철문이 나왔다.




"무단 출입 엄금. 방위시설청." 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상했다.


여기는 일본 도로공단의 시설일텐데.




아니, 그걸 떠나 조직 사람들이 이런 곳에 멋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익히 아는 사람들이라 실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디 감시 카메라는 없는건가 싶어 불안했다.


안에서는 더 이상한 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철문도 아까 전 벽과 똑같은 방법으로 열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S랑 K는 이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꽤 힘들어 보였지만 도와달라고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계단이 나왔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종종 두 사람을 발을 멈추고 어깨에 맨 "짐"을 고쳐맸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대단히 넓은 통로가 좌우로 펼쳐졌다.


아마 폭이 10m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거기서 잠시 쉬었다.


통로에는 군데군데 전등이 달려, 무척 어슴푸레했지만 일단 손전등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우리는 왼편 통로로 나아갔다.




가끔씩 쉬면서 한동안 걸어갔다.


통로 자체는 올곧게 뻗어있었다.


종종 양옆에 철문이 보였다.




그러다 어느 문 앞에서 S가 멈춰서서 입을 열었다.


[이거 아닌가? 이거 같은데.]


거기에는 "제국 육군 제 13호 갱도" 라고 써 있었다.




낡은 글자체였다.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일본에는 육상 자위대 뿐이니까.




최소 몇십년은 더 된 터널이라는 뜻이었다.


S도 K도 땀투성이가 되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또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고, 나도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S가 [이제 가자.] 라고 말하고, 봉투 한편, 아마 "다리"가 있을 쪽을 잡았다.


그랬더니...


"봉투"가 갑작스레 날뛰기 시작했다.




S는 허를 찔렸는지 그만 손을 놓아버렸고, 반대편 봉투 입구에서 얼굴이 튀어나왔다.


재갈을 물고 있는 약간 마른 남자였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짐작은 하고 있었음에도, 봉투 안에서 진짜 사람이, 그것도 살아서 튀어나온 걸 보고 내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S는 K에게 [야, 왜 정신을 차린거야! 약을 놔, 약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라고!] 하고 소리쳤다.


K는 [약은 가진 게 없어.] 라고 어떻게든 대답했다.




그 사이에도 "봉투"는 계속 날뛰었다.


몸을 묶였는지, 격렬하게 몸을 뒤틀며 어떻게든 봉투 밖으로 나오려하고 있었다.


S는 봉투 위, 배 근처를 밟듯이 차버렸다.




순간 "봉투"의 움직임이 멎었지만, 곧 [우욱!] 하고 큰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S는 배 근처를 계속해서 차댔다.


그런데도 "봉투"는 계속 날뛰었다.




이윽고 K도 가세해, 둘이서 엄청나게 찼다.


뿌드득하는 소리가 두어번 들렸다.


아마 늑골이 부러졌던 거겠지.




"봉투"의 움직임은 멈췄다.


그 순간, 어째서인지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때까지 성난 야수처럼 날뛰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S가 [다시 집어넣어.] 라고 말하자, K는 남자 어깨를 밟고 봉투를 잡아당겨 남자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지금도 그 광경은 슬로모션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남자는 봉투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겠지.


K가 힘겹게 봉투 입구를 묶는 걸 확인한 후, S는 다시 몇번 더 봉투를 걷어찼다.


[이 정도 해둘까. 죽으면 안되니까 말이야.]




S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았다.


[너, 저녀석 얼굴 봤어?]


[아뇨... 갑작스러워서 뭐가 뭔지 저는 전혀.]




그렇게 대답하는게 고작이었다.


사실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S와 K는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된 "봉투"를 메었다.




달라진 것은 나도 가운데에서 함께 들게 됐다는 것.


이제 내용물을 알아버렸으니, 나 또한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 13호 갱도라는 곳을 계속 걸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넓은 통로와는 달리, 폭이 3m 정도의 좁은 통로였다.


오른편은 계속 벽이었지만, 왼쪽에는 종종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폭 1m 약간 더 될 정도의 계단을 조금 내려가니 문이 있었다.




몇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S는 어느 문 앞에서 [멈춰.] 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또 "제국 육군", "제국 육군 제 126호 우물" 이라고 써 있었다.


우리는 S의 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상당히 넓은 방이었다.


초등학교 교실 정도 크기일까.


그 한가운데에 확실히 우물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이 닫혀 있었다.


무거워보이는 철제 뚜껑이.


가장자리에는 쇠사슬이 달려 있었고, 그게 천장에 있는 도르래에 연결되어 있었다.




도르래에 달려 있는 또 다른 쇠사슬을 당기자, 뚜껑에 붙은 쇠사슬이 서서히 감기고 뚜껑이 열렸다.


나는 명령대로 계속 쇠사슬을 잡아당겨 뚜껑을 열었다.


완전히 뚜껑이 열리자, 두 사람은 "봉투"를 들어올렸다.




이미 무슨 짓을 할지는 짐작하고 있었다.


이 깊은 땅 속, 아무도 오지 않을 우물에 내던져버리면 두번 다시 나오지 못하겠지.


하지만 딱 하나,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어째서 산 채로 던져야만 하는걸까?


두 사람은 봉투를 우물 안에 집어던졌다.


나는 물이 튀는 소리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퍼석하는 소리였다.


물이 하나도 없이, 마른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


S와 K는 서로 마주봤다.




S는 손전등을 들고 있던 내게 턱을 주억거렸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라는 뜻이었겠지.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지만, 처음에는 빛이 약해서 바닥까지 보이지가 않았다.




빛을 조절하고 초점을 맞추자, 희미하게나마 바닥까지 빛이 닿았다.


"봉투"의 일부분이 보이고 있었다.


우물은 역시 마른 듯, 물은 거의 없었다.




내가 비추고 있는 사이, 손이 나타났다.


새하얀 손이.


그 뿐 아니라 털 하나 없는데다 새하얀 머리도.




방금 전 "봉투"에 담겨있던 사람은 대머리가 아니었다.


뭔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또 머리가 나타났다.


어? 2명이나?




나는 더 혼란스러워져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머리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눈이 없다.




눈구멍이 텅 비어있는데 아니라, 콧구멍처럼 그저 작은 구멍이 뚫려있을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우리들은 모두 굳어버렸다.


게다가 두명 뿐이 아니라, 그 녀석들 주변에서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뭐지, 저게?


사람인가?


왜 우물 안에 있지?




저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놀라 손전등을 떨어트리고 일어섰다.




S와 K도 마찬가지였다.


들어온 것은 N이었다.


N은 우리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S, 벌써 다 끝냈냐?]


S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지만, 곧 대답했다.


[끝냈습니다.]




N은 우리의 상태를 보고, 우리가 우물 안을 봤다는 걸 알아차린 듯 했다.


[봤냐, 저 안을.]


우리는 아무 말 않았지만, 그건 곧 긍정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빨리 뚜껑을 닫아.]


그 말을 듣고, 나는 급히 아까 전과는 반대로 도르래를 풀었다.


뚜껑은 조금씩 닫혀간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잊어.]


하지만 머릿 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죽이면 안된다고 했지만, S 본인 또한 왜 죽이면 안되는지 그 이유는 몰랐을 것이다.




산 채로 떨어트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 채로... 그런 괴물 같은 놈들이 있는 곳에.


차마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온 길을 거슬러, 차를 타고 도로로 나왔다.


S와 K는, 이번에는 N의 벤츠를 타고 갔다.


그리고 그게 내가 그 세 사람을 본 마지막 순간이 되었다.




나는 떠올리고 말았다.


그때 "봉투" 안에 들어있던 남자의 얼굴을.


최근 출소한, 회장의 셋째 아들이었다.




일처리가 영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서투르게 나섰다가 그만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까지 살았던 듯 했다.


나는 두세번 마주쳤을 뿐이었지만, 별거 없는 주제에 온갖 잘난 척은 다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장의 아들을 죽이는 게 용납될 리가 없다.


시체를 숨겨도 머지않아 들키고 말겠지.


가능한 한 들키지 않도록 나를 사용해서 옮겼지만.




그 사건으로부터 2주일 정도 지나, N은 사라졌다.


[너도 어디로 숨으라고.]


S는 전화로 그렇게 말했다.




들킨거겠지.


회장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조직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던 덕에, 나는 도망칠 수 있었다.




S와 K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났고, 나는 사람이 많은 지역을 전전하고 있다.


이건 PC방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PC방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이게 마지막 기회겠지.


조직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어디에서 썼는지 금새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동네에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다.




누군가 그 우물의 정체를 밝혀내주길 바란다.


왜 야쿠자 조직이 그런 우물의 열쇠를 가지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정체가 밝혀진다면 나를 쫓는 녀석들도 모두 잡혀들어갈지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도망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도망칠 생각이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780th]신이 깃든 인형

괴담 번역 2016. 11. 15. 21:04
320x100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이야기다.


할머니는 간병인이 필요할 정도의 상태였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곁에서 늘 병구완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구완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어머니는 점점 지쳐서 노이로제 증상을 보일 정도가 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보기 드물게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났다.





그리고는 선물이라며, 할머니에게 인형을 내밀었다.


어머니 말로는 신이 깃든 인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인형으로 느껴졌다.




어머니의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아무 말 않고 넘어갔지만.


그날 이후, 할머니는 깊은 밤이 되면 [히익... 히익...] 하고 괴로운 듯 신음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일어나 할머니를 병구완했다.




어느 날, 한밤중 또 [히익... 히익...] 하고 할머니의 괴로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에서 깨어 할머니 방을 들여다보았다.


할머니 곁에서, 어머니가 그때 그 인형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 지나,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계신다.





Illustration by jhk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779th]공포우편

괴담 번역 2016. 11. 14. 23:45
320x100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칸히모 사건 이래, 나는 미묘한 영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일로 친구들에게 상담을 받는 일도 종종 있었죠.




영감이라고는 해도 나는 그저 보이는 것 뿐이라 이야기만 들어줄 뿐이었지만요.


그래도 개중에는 기분 탓이거나, 이야기만 들어줘도 해결될만한 것들도 꽤 있어 나름대로는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10월 25일.




그날 저녁, 나는 친구 J가 불러 근처 카페로 나왔습니다.


J는 축구부 소속이었는데, 축구부 소속인 Y씨가 기묘한 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카페에 들어가니 이미 J와 Y씨가 와 있었습니다.




딱히 동아리 활동은 안하던 나였지만, J가 뛰는 시합을 구경하려 갔다 Y씨와도 몇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Y씨는 눈이 크고 표정이 풍부한 귀여운 아이로, 축구부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Y씨는 평소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여윈 채였습니다.




[미안하다, A야.]


내 얼굴을 보더니 J는 곤란하다는 듯 사과부터 건네왔습니다.


[아무래도 진짜 위험한 일 같아...]




[왜 그러는데?]


나는 J의 말을 받아넘기고, Y씨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Y씨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달 가량 전.


9월 23일.


Y씨는 한밤중 자기 방에서 눈을 떴다고 합니다.




Y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자취를 해,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라고는 해도 여자아이 혼자 자취다보니 걱정이 많았을 터입니다.


1층에는 집주인들이 상시 거주하고 있고, 현관은 자동 잠금 장치가 달려있는 방비가 철저한 곳이었습니다.




원래는 꽤 낡은 아파트였지만, 나중에 방범을 강화한 모양입니다.


문득 시계를 보니 시간은 새벽 2시 45분.


왜 이런 애매한 시간에 일어난 걸까 갸우뚱거리며, Y씨는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현관 너머 복도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자세히 들으니 그것은 발소리였습니다.




구두나 하이힐처럼, 뒷꿈치가 딱딱한 신발 소리였습니다.


"이런 늦은 밤에... 누가 집에 돌아오는걸까?"


Y씨는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돌아왔나보다 싶었다고 합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에 가려던 순간.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가 정확히 Y씨네 집 현관 앞에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철컹.] 하고 무언가가 문에 달린 우편물 구멍으로 무언가가 쓱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현관 문 아래쪽에는 우편물 구멍이 달려있던 것입니다.


구멍으로 들어온 "무언가"는 그대로 신발 위에 떨어졌습니다.




[우편... 입니다.]


문 너머, 가냘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떠나가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뭐야... 집배원 아저씨구나...]


Y씨는 잠시 안심했지만, 곧 그럴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번 더 시계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새벽 2시 49분.


아무리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시간에 배달을 올 집배원이 있을리 없었습니다.


Y씨는 겁에 질려 침대에 기어들어가, 아침이 올 때까지 벌벌 떨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아침이 되고 겨우 주변이 밝아오자, Y씨는 침대에서 나와 우편물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평범한 엽서였습니다.


조심스레 주워 행선지를 확인해봤다고 합니다.




"O야마 X오님 앞"


Y씨는 안심했습니다.


일단 자기한테 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엽서를 뒤집어 뭐라고 써 있나 살펴봤다고 합니다.


그 순간, Y씨는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엽서 가장자리가 1cm 정도 폭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공백인 와중에, 한가운데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쇄된 글씨가 한줄.


"9월 27알 19시 31분 사망."


그렇게만 적혀있었답니다.




Y씨는 누군가 질 나쁜 장난을 치는거라 여겨, 그 엽서를 내다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엽서에 관한 건 잊고, 평범한 생활을 보냈죠.


9월 27일 역시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고 합니다.




9월 28일.


그날은 휴일이라, Y씨는 친구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다가올 연휴 때 계획이나,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이야기 등 여느때처럼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문득 시선이 닿은 TV.


거기서 Y씨는 믿을 수 없는 걸 보고 말았습니다.


[...어젯밤 오후 7시 30분경, XX시에 사는... 30세의 O야마 X오씨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경찰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바로 그 엽서에 적혀 있던 이름이었습니다.


Y씨는 당황해 급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엽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Y씨는 현관 구석에 놓아뒀던 쓰레기봉투 안을 뒤졌습니다.


그 엽서가 온 이후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으니, 그 봉투 안에 있을터인데.


아무리 찾아도 엽서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 엽서에 적혀있던 이름이었다는 것입니다.


[으음...]


이야기를 다 듣고, 무심코 나는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별일 없었던거지?]


내가 입을 열자, J가 고개를 저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그 후로도 4번이나 같은 일이 있었다고... 벌써 5명이나 죽은거야...]




[하지만 그것 뿐이라면 영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나간 살인마라고 보는 게 맞지 않아? 경찰에 가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진짜 살인범일 수도 있고...]


나와 J가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던 Y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 죽은 사람들의 사인은 모두 다 달랐는걸. 찾아봤지만 심장마비에 교통사고, 병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어. 살해당했다고 생각하기 힘들고, 다들 사는 곳도 완전히 다르다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겪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거기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게...]




J는 그렇게 말한 뒤, Y씨에게 눈짓했습니다.


Y씨는 조금 망설이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그걸 본 순간, 내 등골에 오싹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평소 안 좋은 것과 마주칠 때면 느끼던 기분 나쁜 감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바로 앞에 있는 가방에 들어있었는데 왜 느끼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감각.


가장자리가 검게 칠해진 엽서였습니다.




"10월 26일 2시 00분 사망."


[설마...]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Y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엽서 앞면을 보여줬습니다.




"키O Y코님 앞"


수신인란에는 Y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엽서만은 사라지지 않는거야... 다른 엽서들은 전부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이 엽서만은 계속 남아있어...]




Y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언제 온거야!?]


나는 그 엽서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분위기에,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저께 밤에...]


[왜 더 빨리 상담하러 오지 않았던거야! 이건 진짜 위험한거라고!]


내가 소리를 지르자, 옆에서 J가 황급히 말렸습니다.




[A! 야, A! 소리가 너무 커!]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냅킨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심호흡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나한테는 영을 다루는 힘은 없으니까요.


경찰에 가봐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을테고, 애시당초 경찰이 다룰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로 봤을 때, 2시까지 아무 것도 안하면 그대로 Y씨는 무슨 이유로든 죽어버릴 터입니다.


[잠깐 기다려줘.]


나는 J와 Y씨에게 그렇게 말하고, 카페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럴 때 의지할만한 사람은 할아버지 뿐입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그런거야, 할아버지. 어떻게 하지!]




[흠. 그건 아니되겠구나.]


할아버지는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듯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여셨습니다.


[그거다. 전에 오오구로의 스님이 써준 부적이 있지? 그걸 우편물 구멍이랑 문고리, 방 창문마다 죄다 붙여. 아마 그놈은 초대를 받아오는 신의 일종일게다. 안에서 불러들이지 않는 한 나쁜 짓은 안할게야.]




[밤새도록 밖에 있는 건 어때?]


[안되느니라. 밖은 더더욱 안돼. 사각으로 봉하는 문이 없으니만큼 어디까지나 따라올게다.]


나는 J와 Y씨에게 먼저 Y씨네 집으로 가 있으라고 말한 뒤, 우리 집에 부적을 가지러 갔습니다.




오오구로의 스님이란, 칸히모 사건 때 나와 K의 불제를 맡았던 스님입니다.


평상시에는 술도 먹고 고기도 먹는데다, 아내도 있고 이혼경력까지 있는 사람이지만 영능력 하나는 확실하죠.


내가 귀신을 보게된 후에는 부적을 계속 보내주고 계십니다.




나는 부적을 들고 Y씨네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시간은 밤 8시.


방에 들어서자 새파래진 Y씨와 J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들은대로, 방안 창문과 현관 문고리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초조하게 셋이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긴장하고 있던 탓인지,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시계바늘은 1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가장 빨리 알아챈 것은 Y씨였습니다.


[왔어!]




벌벌 떨면서, Y씨는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였습니다.




동시에 내 등에는 차가운 오한이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나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가 방 앞에서 멈춰섭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중요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요!




가장 중요한 우편물 구멍에 부적을 안 붙였던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부적을 붙일 용기는 없었습니다.


뭐가 들어올 것인지, 나와 J는 우편물 구멍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똑똑, 똑똑!]


하지만 뜻밖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키O씨, 편지 왔습니다.]




문 너머에서 감정 없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키O씨, 편지 왔습니다.]


노크와 말소리는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는 숨죽인채 상황을 살필 뿐이었습니다.


한동안 노크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소리가 그쳤습니다.


그리고...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작아져 안 들리게 되었습니다.




겨우 안심해,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던 Y씨도 얼굴을 내밀고, 안도로 흐느껴 울었습니다.


[후우...]




나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현관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나는 기겁하고 말았습니다.


J와 Y씨도 현관을 바라봅니다.




우편물 구멍.


뚜껑이 열린 채, 밖에서 눈알 2개가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뭐야... 있잖아.]




방금 전과는 다르게, 거칠고 사나운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습니다.


[쾅쾅쾅! 쾅쾅쾅!]


격렬하게 문을 후려갈기는 소리!




[철컥철컥!]


문고리도 뒤틀려 나갈 기세로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방안의 창문이라는 창문이 하나같이 덜컹대며 소리를 내고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악!]


Y씨는 비명을 지르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나와 J는 그저 Y씨 위에 엎드린채,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정신을 차리니 주변은 이미 밝아진 후였습니다.


소리도 그쳤고요.




[...Y씨!]


나와 J는 당황해 Y씨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Y씨는 정신을 잃었을 뿐 생명에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 소란이었는데도, 1층 집주인은 물론이고 옆방 사람도 간밤에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합니다.




Y씨는 그 후 그 아파트를 나와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그 후에는 별일 없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Y씨가 그런 일을 겪게된 원인이 무엇인가 했더니...




당시 우리 학교에는 이상한 주술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우편함에 새벽 2시 49분, 증오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가장자리를 검게 칠해 넣는거죠.


그러면 그 사람에게 불행이 다가온다는 겁니다.




Y씨는 그 주술을 해버렸던 것 같습니다.


상대는 Y씨가 좋아하던 선배의 여자친구.


나는 항상 해맑던 Y씨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종종 듣는 말이지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누군가를 저주할 때는 조심하세요.




저주를 한다는 건 상대와 나, 2개의 무덤을 파는 짓이니까요.




320x100
320x100




초등학생 때, 몽상가적인 음악 선생님이 있었다.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굉장한 중량감이 있는 분이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를 몸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었다.




그날은 독감이 유행해, 한명이라도 더 조퇴하면 그대로 학급폐쇄 수준까지 갈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밖에는 비가 엄청 내리는데다 번개까지 내리치고 있었다.


여자아이 한명이 진짜로 몸 상태가 안 좋았던 탓에, 반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수업은 듣지도 않고 학급폐쇄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는 사이, 1교시가 시작되고 음악 선생님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문득 선생님이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아무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고 말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여기 전하고 싶을 뿐.




[선생님의 피는 더럽단다. 다들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지.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음악가였어. 어둠의 곡을 만들어왔지. 결코 남에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감각을 전개해, 폭발시키는 곡을 말이야. 그건 일부 부자나 귀족들만 들어왔어. 우리 선조들은 거기 모든 걸 바쳐왔고.]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하지만 진짜 어둠의 곡은 완성할 수 있을지 누구도 모른단다. 우리 할아버지는 완성하지 못했지. 60년 동안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지만, 결국 자신의 감각을 전부 악보 위에 나타내지 못했어. 우리 선조들이 만든 곡은 지금까지 딱 5개 뿐이야. 고작 다섯 곡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바쳐졌을까.]


선생님은 고개를 떨궜다.


[모든 선율이, 피 한방울 한방울을 끓어오르게 하려 온 감정을 쏟아붓고 있어. 우리 선조들은 곡을 만들어 낸 후, 모두 자살했단다. 우리 아버지도 말이야. 아버지가 죽은 건 내가 어릴 적이라 잘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매일 같이 발광해서, 피아노 건반을 후려치고 있던 건 기억 난다.]




여전히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오직 나만이 어두운 교실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발광을 멈추고, 안도한 얼굴로 악보를 써내려 가시더군. 그리고는 어느날 사라졌어. 혼자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지. 나도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곡을 만들고 있단다. 하지만 전혀 되지가 않아. 선조들이 만든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봤어.]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뭐라고 할까... 마음의 모든 부분이 한점으로 향하는 기분이었어. 천국으로 이어진 나선 계단을 오르는데, 곁에 천사가 날고 있는거야. 나선 계단에 끝은 없어. 하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는 건 잘 알고 있지. 그리고 문득 천사를 바라보면, 그건 천사가 아니야. 악마처럼 웃고 있지. 하지만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거야.]


선생님은 숨이 가쁜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람. 미안하구나. 나는 아마 그런 곡은 만들지 못할거야. 진짜 음악이라는 건 더럽혀져 있단다. 적당한 곡을 만들고, 적당히 약한 마음을 노래하는 곡이 이 세상을 석권하면 된다고 생각해. 나는 진짜 음악의 세계를 짊어질 수 없어.]


한숨을 내쉬고,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진짜 소리를 연주하고, 모든 이의 마음을 휘잡을 수 없는거야. 음악으로 누군가의 운명을 짊어진다니, 나에게는 불가능해. 선조들이 왜 곡을 완성시키고 자살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알 뿐, 그 높은 곳에 오를 용기가 내겐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기 올라 음악의 모든 것을 이해하더라도,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아. 존재 의의가 이 세상에는 없을테니까. 나는 그걸 부정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선조의 혈통을 이어받아 여기에 있다고. 나는 아무 것도 부정할 수 없어.]


선생님은 어딘가 슬픈 것처럼 보였다.




[유일한 구원은 일본에서 그 피를 이어받은 건 나 뿐이라는 거겠지. 곡은 귀족들이 보관하고 있어. 결코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없지. 나 하나 죽는다고 곤란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또 누군가가 중독된 귀족에게 곡을 바치겠지. 걸작을 만드는 이가. 설령 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작게 중얼거렸다.


[선생님도 모차르트나 바흐, 아니면 요새 스피츠 같은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 감정을 적당히 나타내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평범한 곡을. 내 피는 더럽지만, 숭고하고 갈고 닦인 피도 흐르고 있어. 나는 살고 싶어.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내 죽음이 눈 앞에 있으니...]




다른 아이들은 끝까지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선생님 스스로도 [오늘은 자습이야.] 라고 말하기도 했고.


나는 친한 친구가 독감으로 쉬었기 때문에, 계속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자리도 피아노에서 가까웠고.


다음날, 학급 연락망으로 독감 때문에 학급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선생님이 자살했다는 말과 함께.




상당히 인기 있는 선생님이었지만, 음악 담당이라 담임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동요가 사라질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지금 왜 이 일이 떠오른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선생님은 누구였던걸까.


왠지 모르게 안타까워진다.


선생님은 진정한 고독을 맛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777th]대학 수험

괴담 번역 2016. 11. 7. 23:41
320x100




수험생 시절 겪은 이야기다.


나는 도호쿠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도쿄에서 대학 다니는 걸 목표로 죽어라 공부했었다.


그리고 수험이 다가왔다.




혼자 도쿄까지 온 것도 처음이었다.


목표는 와세다와 게이오.


하지만 시험장에 다다르니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해 버려, 제대로 답도 다 쓰지 못한 채 시험이 끝나고 말았다.




굳이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불합격이 확실한 상황.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학에 붙지 못하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야만 했다.




그 무렵 나는 농부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에 호텔로 돌아온 후, 진짜 자살할 작정이었다.


창문이 안 열린다는 것도 모르고, 뛰어내리려고 8층 방에 도착하자마자 창으로 뛰어갔다.




커튼을 열고 창문 열쇠에 손을 댄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렸다.


[자살하면 안 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창밖을 보니 웬 아저씨가 창문 아래 붙어있었다.


여기는 8층.




줄 하나 없이 창 아래 매달려 있는 아저씨를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저씨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생긋 웃었다.


앞니가 노래졌다.




하나가 빠진다.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거야~]


그렇게 말한뒤, 아저씨는 아래로 떨어져갔다.




열리지 않는 창문 때문에 아저씨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는 보지 못했다.


나는 자살할 생각이 사라져,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320x100
320x100




내가 중학생 때 겪은 일이다.


당시에는 그리 무섭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었달까.


중학교 2학년 2학기,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딱 중간고사 직전이었기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새벽녘에 복통을 느껴, 그대로 구급차에 실려갔다.


바로 입원하고 수술을 준비했지.




수술은 다음날 일정이 잡혔기에, 나는 진통제를 먹고 병실에 누워있었다.


병실은 6인실로 꽤 컸지만, 입원환자는 나와 옆에 있는 사람 뿐이었다.


저녁이 되서 일을 마친 어머니가 갈아입을 옷이랑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문병을 오셨다.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예순 정도 되어보이는 할머니가 병실에 들어오셨다.


아마 옆에 있는 사람을 병문안하러 온 듯 했다.


어머니는 [지금부터 일주일 정도 신세질 것 같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셨다.




할머니도 [젊으니까 금새 나을 거에요. 우리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라고 미소지어 주셨다.


분위기가 참 좋은 분이었다.


할머니는 옆 사람 침대 커튼을 열고 들어가, 1시간 가량 이야기하더니 돌아가셨다.




곧 면회시간이 끝나 어머니도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날 밤, 나는 다음날 수술 받을 생각에 걱정이 되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자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옆 침대에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야, 이 병실에 누가 입원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여기서 몇달간 혼자 있어서 정말 심심했다네. 왜 입원한건가?}


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까 할머니의 부군 되시는 분 같았다.


상냥한 목소리였다.




[맹장염이에요. 새벽에 갑자기 배가 아파져서... 곧 시험인데 큰일났지 뭐에요.]


나는 학교 이야기와 동아리 이야기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어머니가 집에 가셔서 불안했기에, 더욱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너무나 상냥했기에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젊은 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거야. 큰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나는 실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의 입원 이유를 여쭤봤다.




[이제 아픈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안 좋다고 말하기도 힘들구나. 아마 얼마 못 버티겠지만 나는 괜찮아. 아마 퇴원하지 못하고 이대로 여기서 떠나겠지만 말이야.]


온몸에 병이 퍼져있는 듯 했고, 오래 이야기하고 있으니 확실히 괴로운 기색이 목소리에서 묻어나셨다.


나는 갑자기 슬퍼져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먼저 퇴원하겠지만 병문안도 올게요. 언젠가 분명 건강해지셔서 퇴원하실거에요.]


스스로 아파보니 마음이 약해진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할아버지가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내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수술을 받았다.


전신마취였기에 그 후 반나절 동안 잠에 빠져있었다.


눈을 뜨니 이미 저녁이었고, 침대 옆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앉아계셨다.




앞으로 1주일 정도 입원한 후, 경과가 좋으면 퇴원할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옆 침대에 할아버지가 안 계셨다.


다른 병실로 옮기셨나 싶어, 퇴원하는 날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과는 예상보다 순조로워, 닷새 정도 있다 퇴원하게 되었다.


내가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병실로 들어오셨다.


나는 할아버지는 어디로 병실을 옮기셨나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할머니의 눈을 보고 당황했다.


할머니는 내게 편지를 건네주셨다.


[그 사람이 편지를 썼어요. 건네주는 게 늦어져서 미안해요.]




거기에는 "마지막 밤, 혼자가 아니라서 즐거웠네. 고마워. 부디 건강하게 살아주게나." 라고 적혀있었다.


약간 삐뚤빼뚤한 글씨로.


할아버지는 내가 수술을 받고 있던 도중,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그대로 숨을 거두셨던 것이다.




나는 울면서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저도 그날 밤 할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어요. 불안했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상냥하게 이야기해 주셨으니까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셨다.




할아버지는 목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다 성대를 다쳐, 이야기는 커녕 소리조차 못 내는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편지는 죽기 전날 밤, 스스로 임종이 가깝다는 걸 느끼고 썼을 거라는데...


지금도 나는 그날 밤 할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곤 한다.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기묘하다고 생각하지만, 할아버지의 상냥한 목소리는 평생 잊지 않을 작정이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