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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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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야기다.


여름방학 때 할만한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없을지, 친구랑 수소문하고 있었다.


어느 구인지에 "오두막을 하루 관리해 주실 분을 찾습니다." 라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일당 2만엔.


곧바로 전화하니, [마감되었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웠지만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다음 주 구인지에 또 그 광고가 실려있는 게 아닌가.


재빨리 전화했다.


이번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면접까지 받았다.




아르바이트비는 오두막에서 하루 지낸 뒤, 다음 날 아침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바로 OK하고, 오두막까지 가는 길 지도를 받아왔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첫날이 밝았다.




뜻밖에 시가지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사유지 산속, 숲 가운데 오두막이 있었다.


"사유지이므로 무단 진입 금지" 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철조망 앞에, 초로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하기로 한 A군과 B군이지? 이야기는 들었네. 이리 들어와.]


그리고는 우리에게 오두막 열쇠를 넘겨줬다.


철조망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니 오두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나무집일 거라 내심 짐작하고 있었지만, 별거 없는 조립식 주택이었다.


욕실이 없고 식료품은 알아서 사와야 하는 게 아쉽기는 해도, 비싼 일당 받을 생각에 우리는 들떠있었다.


할 일은 별거 없었다.




오두막 안 청소,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바깥에 있는 화분에 물 주기.


TV도 없었기에 우리는 가져온 휴대용 게임기로 놀거나, 카드놀이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에어컨도 없어서 처음에는 엄청 더울 거라 생각했지만, 숲 가운데에 있어서인지 땀만 조금 흘릴 뿐 선선해서 의외로 기분 좋았다.




이윽고 밤이 되어,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과 빵으로 저녁을 때웠다.


우리는 바로 파이프로 만든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날 밤, 기분 나쁜 꿈을 꿨다.




단편적인 기억뿐이지만, 끔찍한 내용이었다.


자고 있는 사이 밑에서 손이 올라와, 몸을 붙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다 끝내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꿈.


이튿날 아침, 꿀꿀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친구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래? 난 악몽 꿔서 영 기분이 안 좋네.]


[꿈? 나도 꿨어. 어떤 꿈이었냐면...]




[어! 나랑 똑같은 꿈이야!]


기분이 나빠져,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이윽고 친구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야, 이 조립식 마루 말인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묘하게 흔들리는 거 같지 않냐?]


그러고 보니 눈을 떴을 때, 마치 물침대 위에 있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었다.


꿈의 연장 선상이라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지만...




[야, 한번 마루 밑을 확인해보자.]


친구가 말했다.


마룻바닥은 지면에서 10cm 정도 떠 있고, 사방을 기둥이 지지하고 있었다.




나도 신경이 쓰였기에, 친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아침이라고는 해도 새벽 5시 무렵이라 주변은 어슴푸레했다.




친구는 들고 온 펜라이트로 마루 아래를 비췄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악!]


[왜 그래!]




[팔! 파... 팔이!]


[으악!]


마루 밑에는 창백한 잘린 팔이 무수히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팔의 절단면을 본 순간, 마네킹의 팔이라는 건 금세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상한 것이...


모든 마네킹 팔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여자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매직으로 이름도 쓰여 있었고.


전부 50개 가까이 있던 것 같다.


마네킹인 것은 직접 만져서 확실히 확인했었다.




[뭐야, 이거... 정상은 아닌데... 일 때려칠까?]


[바보야, 일단 돈은 받아야지. 다른 말 하려고 하면 그때 도망치자.]


차마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갈 엄두가 안 나, 우리는 밖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7시가 되고, 어제 봤던 초로의 남자가 왔다.


[수고했어요. 일찍 일어났군요. 자, 여기 일당입니다. 그런데... 혹시 사흘 더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일당 2만엔, 총 6만엔 줄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우리는 단호하게 말한 뒤, 돈을 들고 재빨리 도망쳤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는 불쾌한 것 같은 얼굴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이후 구인지에서 그 아르바이트 광고를 본 적은 없다.




아마 그 오두막도 사라졌겠지.


돌아오는 길, 친구가 말했다.


[무슨 실험 같은 거였을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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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70th]사키짱

괴담 번역 2016. 10. 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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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외가 시골에 갈 때면, 늘 같이 놀던 사키짱이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외갓집 뒷산에서 놀다가,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장난을 치고 말았습니다.




산속 공터에 버려져 있던 냉장고 안에 사키짱을 가둬버린 겁니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장난을 쳐서 관심을 끌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곧바로 냉장고 문을 열어줄 생각이었고요.




하지만 한번 닫힌 냉장고는 내가 아무리 문을 당겨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큰일 났다 싶었죠.


나는 [열어줘, 열어줘!] 라고 울부짖는 사키짱을 두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집에 가서 어른들을 불러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 가니 입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이걸 말하면 크게 혼나겠거니 싶었으니까요.




결국 나는 좀체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점심을 먹고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점심식사 후, 나는 졸음이 와 그대로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눈을 뜨자, 아버지가 황급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얘, 너 사키짱 어딨는지 모르니?]


그 말을 들은 순간, 온몸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몰라요.] 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설마, 아직도 그 냉장고 안에...?


그날 밤, 경찰 수색대와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돼서 수색에 나섰고, 산을 샅샅이 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키짱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색대가 나섰다면 냉장고도 발견됐고, 안도 찾아봤겠죠?


그런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 사키짱은 어떻게든 냉장고에서 나왔다는 뜻일 겁니다.




그 후 산에서 헤매다 사라졌거나, 유괴당했거나...


분명 그랬을 거라고 나는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냉장고나 찬장 문을 여닫을 때면, 사키짱이 외치던 [열어줘, 열어줘!] 하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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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9th]기억해뒀다

괴담 번역 2016. 10. 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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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선배 I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선배가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동료 4명이서 담력시험을 하러 갔단다.


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폐병원이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시간은 딱 자정 무렵.


차를 병원 앞에 세우고, 각각 회중전등을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렸다.




유리창은 다 깨져있고 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다.


인적이 끊긴지 꽤 오래 됐다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건물 안에도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있고, 쓰레기가 굴러다녔다.




그 와중에도 각 방마다 잡지에 침대, 진료기록 같은 게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꽤 무서웠다고 한다.


다들 떠들어대며 대충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3층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던 K씨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야, 가위바위보 해서 진 놈이 2층 복도 끝까지 혼자 갔다오는 거 어떠냐?]


다들 장난기 가득했던 터라, 동조했다고 한다.


I씨는 꽤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하지만.




가위바위보를 하고나니, 정작 말을 꺼냈던 K씨가 걸리고 말았다.


K씨는 영감도 없고, 귀신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었단다.


입으로는 [진짜 무서워!] 라고 말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복도 끝을 향해 나아가더란다.




그리 넓은 병원이 아니었기에, 성큼성큼 걸어가자 금새 복도 끝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세 사람의 회중전등 불빛이 흔들리는게 보인다.


다시 K씨가 돌아오려 발걸음을 뗀 순간...




끼기긱... 하면서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심장이 덜컹 뛴다.


바람소리일 것이라 스스로 말하며, K씨는 목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내민 것은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경비원 아저씨였다.


[이봐, 이봐,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냐...]


뭐야, 사람인가...




안심한 다음 순간, K씨는 방에서 나온 그 남자의 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남자의 몸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고, 팔 관절은 완전히 거꾸로 꺾여있었다.


K씨는 괴성을 지르며 동료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K씨를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은,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K씨를 보며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K씨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뒤를 돌아보면, 다리를 질질 끌면서 쫓아오는 경비원이 보였다.




지익, 지익, 지익, 지익.


[기다려... 기다려... 으하하하하하하하...]


뒤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발소리와 웃음소리.




네 사람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 차로 돌아왔다고 한다.


[서둘러! 빨리 출발하자!]


K씨가 떨리는 손으로 키를 꽂고 시동을 건 그 순간.




[기억해뒀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방금 전 그 경비원이 유리창에 얼굴을 찰싹 대고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K씨는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고, 차는 급발진했다.


그 후 여차저차해서 결국 무사히 집으로 다들 돌아는 갔단다.


하지만 그 다음날, I씨 방에 그 남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밤, I씨는 2층 침대 위에서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다.


갑자기 아래 쪽에서 지익... 지익... 하고 무언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하다...!




I씨는 눈을 꽉 감고 벌벌 떨었다고 한다.


"사라져주세요, 제발..." 하고 마음 속으로 빌면서.


소리는 곧 그쳤지만, 몸은 그대로 굳은 채 몇분이 지났다.




"갔나...?"


겨우 안심하고 눈을 뜨자, 그 경비원이 눈앞에 있었다.


I씨 위에 걸터앉아, 얼굴 양옆에 팔꿈치를 대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더란다.




경비원은 I씨와 시선이 마주친 후 한마디 중얼거렸다.


[...아니네.]


그리고는 사라지더란다.




I씨는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날, I씨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


다른 두 동료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K씨만은 아무 일도 없었다.


[나, 어젯밤에 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런데... 어젯밤부터 굉장히 기분이 나빠.]


분명 그날 K씨의 안색은 나빴다고 한다.




그 후 K씨는 극단적으로 기운이 없어져, I씨나 다른 동료들이 놀자고 권유해도 다 거절하게 됐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K씨는 그대로 졸업했다.


몇년이 지나, I씨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점차 잊어가고 있었다.


담력시험 멤버 중 한사람한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K씨가 상태가 안 좋아져 1년 가량 입원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I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병문안을 갔지만, K씨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이야기를 해도 말의 아귀가 맞지를 않았다.


가족들 말에 따르면, 근 몇달 사이 K씨의 정신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I씨가 병문안을 갔을 무렵에는 딱 중학생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 담력시험이 I씨의 뇌리를 스쳤다.




몇달 뒤, I씨는 또 K씨 병문안에 나섰다.


그 무렵 K씨의 정신 연령은 너댓살까지 떨어져 있었다.


K씨는 끊임없이 [이상한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보고 있어. 무서워, 무섭다고.] 라며 호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달 지나, K씨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더 이상 말도 않고, 식사도 않아 링겔만 맞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I씨는 이 이야기를 내게 해준 뒤, 무겁게 말했다.




[K씨는 죽기 직전까지 그 경비원한테 시달린걸까.]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절대 담력시험 따위는 안하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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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8th]응급환자

괴담 번역 2016. 10. 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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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무렵 이야기다.


당직을 서던 밤,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당직실에서 쪽잠을 자던 나도 황급히 달려갔지.




응급실에 들어가니, 마침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서 내린 것은, 새까만 시체였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구급대원의 말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고 했다.


차에 불이 붙었는데,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에 갇혀있다 구조된 환자였다.


50대 남성이었다.




일단 살아는 있었지만,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새까맸다.


살점이 타들어 간 냄새가 자욱할 정도였다.


토할 것만 같았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다.


사망이 확정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아직 심장은 뛰고 있어요. 뭐... 살아남긴 힘들겠지만요.]


구급대원은 말했다.


의사도 [아... 이건 엄청나구만...] 하고 말할 뿐, 치료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너무해...]


간호사도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일단 검사를 할 준비에 들어갔다.




기계가 있는 방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있자, 곧 새까맣게 탄 환자가 옮겨져 왔다.


검사를 하려 주삿바늘을 찌를 생각으로, 환자 팔을 잡고 혈관을 찾았다.


하지만 표면이 숯검정이라 어디 혈관이 있는지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이거 너무 심각해서 어딘지 아예 감이 안 오는데.]


그렇게 중얼대고, 그나마 피부가 남아있는 곳을 찾으려 팔을 잡았다.


그 순간, 환자가 말했다.




[...저, 그렇게 심각한가요...]


[아... 아...]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계속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말들을 모두 들었겠지.


그 방 안에 있던 의사, 간호사, 나, 구급대원까지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 후 2시간 남짓 지나 환자는 결국 죽었다.


하지만 그사이 몇 번이고 [나는 죽는 건가요?] 라고 물어왔다.


솔직히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본분을 잊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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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7th]병원 화장실

괴담 번역 2016. 10. 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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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르바이트 동료가 스키를 타다 뼈가 부러졌다.


사이타마의 모 병원에 입원했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차로 15분 거리라, 사흘에 한 번꼴로 병문안을 갔었다.




나는 영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혼의 존재를 묘하게 느낄 수 있다.


뼈가 부러진 친구는 정말 영감이 강하고.


아마 3번째로 병문안을 갔던 날이리라.




저녁이었다.


그 병원은 계단 층계참에 재떨이가 있었다.


거기 딸린 의자에 앉아, 둘이서 담배를 피웠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이명이 울렸다.


아래쪽 계단을 내려다봤다.


보이지는 않지만, 거기 무언가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내가 아래쪽을 지긋이 보고 있자, 친구는 옷자락을 잡아끌며 [보지 마.] 라고 말했다.


[뭐가 있는 거지?]


[좋은 게 아니야. 보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자세한 걸 물으니, 몸은 아이인데 얼굴은 할아버지인 영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놈이 우릴 보면서 헤죽헤죽 웃고 있다고.


[우와, 그건 생긴 것부터가 위험한 거 아니냐?]




나는 웃으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바보 자식아! 웃으면서 보면 어떻게 해!] 


친구는 진짜로 화를 내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는 그대로 병실로 돌아왔다.


[왜 그러는데?] 하고 물었다.


[너, 웃으면서 할아버지를 봤잖아. 그랬더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귀신 같은 꼴을 하고는 달려왔단 말이야. 그래서 도망친 거야.]




그렇다면 위험할 거 같아, 그날 이후로는 병문안을 가도 그 계단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입원한지 2주 정도 됐을 때였나.


그날도 저녁이었다.




겨울이었기에 저녁 6시쯤 되면 이미 밖은 깜깜하다.


그렇기에 대부분 사람은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지만, 나는 워낙 한가하다 보니 면회시간 종료 때까지 친구네 병실에 붙어있었다.


면회시간이 끝나, 나는 작별인사를 건네고 1층으로 내려왔다.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가위에 눌렸다.


선 채로, 몸은커녕 얼굴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뒤에서는 엄청난 악의가 느껴졌다.




위험하다 싶어, 마음속에서 구자인법을 하며, 유일하게 외우고 있던 부적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몸은 여전히 움직이질 않았지만, 겨우 얼굴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악의의 정체를 확인하려, 나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여자아이였다.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단발머리였다.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잔뜩 깔깔거리며 들려오는데, 시선은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어.




그리고 눈이...


새까맸다.


눈동자만 가득한 것처럼.




그 눈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사라져사라져사라져사라져사라져사라져!" 하고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금방 할아버지를 죽이고 왔어.]


기분 나쁜 얼굴로 웃더니, 깡충깡충 뛰었다.


제자리에서 뛰는 높이가 점점 높아지더니, 내 키 정도 높이까지 뛴 순간, 한 번에 나한테 날아왔다.




나는 충격과 공포로 그만 실신해버렸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아마 실제 시간으로는 길어야 1, 2분 남짓이었을 것이다.




나는 화장실에서 멍하니 혼자 서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죽음의 신이었을까?


여태껏 본 적 없던 영혼을, 그렇게 확실하게 보고나니 온몸이 떨렸다.




다음날 낮, 나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친구에게 어젯밤 일을 전했다.


[그거, 1층 카운터 왼쪽에 있는 화장실이냐?]




그 말대로였다.


[거기야, 거기. 위험한 곳이야?]


[미안. 말하는 걸 깜빡했었네. 거기는 쓰지 마. 귀신들이 지나다니는 령도야. 그것도 한가운데.]




화장실을 지나가는 령도는 정말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부정한 장소인데, 거기를 부정한 영혼이 지나가면 그만 동조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령도를 빠져나와, 거기 머물게 된단다.




내가 본 여자아이는 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전혀 영감이 없는 사람이면 오히려 괜찮을지 모르는데, 나처럼 어중간한 사람이 그런 곳에 가면 더욱 위험하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나는 문득 전날 여자아이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어제 이 병원에서 할아버지 죽은 사람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매일 누군가는 죽어.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지 마라.]


하긴 큰 병원이란 그런 곳이다.




새삼 다시 느꼈다고 할까.


그로부터 1주일 뒤, 친구는 퇴원했다.


그 후 그 병원을 찾은 적은 없지만, 아직도 무서운 체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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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6th]이제 보인다

괴담 번역 2016. 10. 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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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인다, 이제 보여! 종이와 붓을 가지고 오너라!]


우리 할아버지가 임종 직전 남긴 말이다.


아직도 친척들 사이에서는 왜 할아버지가 그런 말은 했는지 갑론을박이다.




나는 그 말을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상상하자니 너무 무섭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나는 유품 정리를 도우러 할머니를 따라갔었다.




오래된 사진이 잔뜩 나왔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기분 나쁜 사진이 나와 점점 무서워졌다.


흑백 기념 사진인데, 3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온천마을을 배경으로 자세를 취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이 여러 장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할아버지가 서 있는 위치가 사진 중심이 아니었다.


슬쩍 보기에는 보통 사진 같지만, 중심에 서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할아버지 곁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고, 거기 기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귀신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심령사진이 아닌가 싶어 오싹했다.


그 사진을 조심스레 꺼내 들고 할머니에게 여쭤봤지만, 당시 할머니는 묘하게 치매 기운이 오기 시작할 때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으셨던 기억만 난다.




집에 돌아와, 나는 아버지에게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영감 같은 게 강하셨나요?] 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바보냐, 너. 그 사진을 찍은 건 할머니잖아.]


아무래도 귀신이 보이는 건 할머니 쪽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하신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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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5th]쿠로다군

괴담 번역 2016. 10. 1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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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살던 곳은 시로 지정은 되어있었지만, 도시는 아니었다.


편의점은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몇 곳 있지만, 전부 로손이었다.



 

패션잡지에서 옷을 보고 사고 싶어도, 전철을 30분은 타고 나가야 살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내가 자라고, 그와 만난 곳은 그런 동네였다.


그는 극히 평범한 보통 소년처럼 보였다.




그는 쿠로다 이오[각주:1]의 팬이었기에, 쿠로다군이라고 불렀다.


고등학교 1학년치고는 키가 크고, 피부가 하얗고 깔끔했다.


조금 싹싹하면서도 남자다운 데다, 고등학생답게 시끌벅적한 걸 좋아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분위기 타기도 하고, 말도 잘하는 아주 평범한 반 친구였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사건을 겪고, 종종 말을 섞게 되기 전까지는, 그는 내게 그리 신경 쓰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체육대회 직후로 기억하고 있으니, 아마 1학기 말이었던 것 같다.




반 친구들 얼굴이랑 이름도 거의 외우고, 슬슬 고등학교에 들어와 사귄 친구들도 늘어날 무렵이었다.


초여름 밤도 어느새 깊어가고, 고등학생이 돌아다니기에는 약간 늦은 시간.


나는 동네에서 가장 큰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사러 갔었는데, 뜻밖에 늦어졌던가 그랬던 것 같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깔린 보도 옆에는 빽빽이 불을 켠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근처, 상점이 없는 곳,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있는 가드레일.


나는 신호대기를 하며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드레일에 허리를 기대고, 어쿠스틱 기타를 어깨에 메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딱히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날도 거기 이르기까지 몇 명인가 기타 치는 사람을 지나쳐 왔으니.


하지만 그는 소리 질러 노래 부르지도, 허리를 숙여 죽어라 기타를 치지도 않았다.




그저 가드레일에 걸터앉아, 기타를 조용히 치고 있을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기타 치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니, 쿠로다군이었다.




그는 반에서도 꽤 떠들썩한 녀석이었지만, 음악 얘기를 좋아한다거나 밴드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 어안이벙벙했다.


쿠로다군도 나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밴드라도 하는 거야?]


내가 묻자, 쿠로다군은 조금 수줍은 듯 웃었다.


[그렇지도 않아. 하지만 밤에 혼자 어슬렁거리면서 기타 치는 걸 좋아해.]




나는 뻔뻔하게도 [뭐 하나 쳐봐, 그럼.] 하고 말했다.


쿠로다군은 역시 조금 수줍은 듯 웃고, 카펜터스[각주:2]의 "Sing"을 연주했다.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기타를 치는 건 대단하다 싶었지만, 스스로에게는 무리라고 여기고 있었지.


쿠로다군의 연주는 그런 내 입에서 [우와!], [진짜 잘 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쿠로다군은 [부끄러우니까 비밀로 해줘.] 라고 역시 수줍은 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떠버리였던 나였지만, 그 약속은 잘 지켰다.


쿠로다군이 기타를 친다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됐을 때였다.




그 무렵 친하게 지내던 친구 녀석이 [담력시험 하러 가자.] 라며 권유해왔다.


오컬트 같은 건 관심이 없었던 내가 거기 끌려가게 된 건, 당시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담력시험이라고는 해도 별것도 아니었다.




번화가 한가운데 교차로에서 몇달 전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그 후 거기 죽은 부녀가 서 있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어디에나 있을 법하지만 그렇다고 넘기기도 좀 그런, 흔해빠진 소문을 확인하러 가자는 싱거운 것이었다.


그래도 그 당시 우리에게는 가슴 뛰고 두근거리는 모험이었을 테지만.




주말 밤, 시간은 11시 조금 넘어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이 그 교차로로 향했다.


번화가 한가운데, 교차로 옆.




가게들이 이어지다 사라진 곳.


거기로 향하는 사이, 나는 거기가 쿠로다군이 기타를 치던 곳이라는 걸 떠올렸다.


잔뜩 들떴던 마음이 순간 확 식었다.




정말 뭐가 나온다면 그런 곳에서 쿠로다군이 기타를 계속 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녀석 성격에 뭘 봤다면 다음날에는 반 전체에 이야기가 쫙 돌았을 거였거든.


그것도 온갖 허풍이 잔뜩 붙어서 말이지.




나는 담력시험에 완전히 흥미가 떨어져, 좋아하던 여자아이 뒷모습이라도 감상하려 고개를 들었다.


여자아이 머리 너머, 교차로가 보였다.


쿠로다군의 호리호리한 실루엣이 보인다.




역시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잖아.


멍청하게 이게 뭐람.


다른 녀석들은 생각도 못 한 쿠로다군의 기타 연주에 주목했지만, 나는 완전히 김이 빠져버렸다.




[여기, 귀신 나오지? 안 무서워?]


[엥? 나 아무것도 못 봤는데. 담력시험 같은 거 하러 오는 사람은 꽤 있지만, 다들 아무것도 못 보고 금세 돌아가더라.]


귀신은 안 나온다고 웃는 쿠로다군을 따라 다들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오싹해졌다.


말하면서 쿠로다군은 계속 내 쪽을 힐끗힐끗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로다군이 여기서 기타를 연주한다는 걸, 그것도 아마 매일 저녁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그 나를 경계하듯 보며, "아무것도 못 봤는데." 라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쿠로다군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걸.




그 후, 기껏 모였는데 노래방이나 가자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는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1학기 시작할 때 받아서 집 전화 옆에 던져놨던 긴급연락망을 꺼내 들고, 쿠로다군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며 시선으로 번호를 찾는다.




곧바로 PHS[각주:3]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째서인지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번호를 누르는데, 아래층에서 누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쿠로다군이라는 애가 전화했는데!]




그 순간, 이후 쿠로다군 때문에 맛본 공포 중에서도 가장 큰 무서움이 온몸을 덮쳤다.


아래층까지 어떻게든 내려가 무선 전화를 손에 들었지만, 무서워서 혼자 쿠로다군과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 목소리가 들리게, 누나와 남동생, 아버지가 있는 거실 구석에서 통화를 시작했다.




[어, 나야. 늦게 받아서 미안.]


한여름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이까지 덜덜 떠는 나와는 정반대로, 쿠로다군은 평소처럼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었어?] 라던가, [나도 지금 막 돌아왔어.] 라는 둥 한동안 별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윽고 조금 곤란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 일인데... 너한테는 다시 한 번 들켜버렸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말해주려고.]


한숨을 크게 쉬고, 쿠로다군은 말을 이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야, 자기가 죽었다는 걸 몰라. 알아차리기도 전에 죽으면 멍하니 거기 계속 있거나 하는 거지. 하지만 몹시 소중한 것이나 중요한 일은 기억하고 있어. 거기 있던 건 여자아이 아버지야. 여자아이는 없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아저씨는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에, "소중한 딸이 피를 흘리고 있다" 는 걸 마음에 새겨버렸어. 딸이 다쳤다는 큰일 앞에, 자기가 죽었다는 건 사소한 일로 느낀 걸까. 딸을 도와야 한다고 느끼지만,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는 거야.]




쿠로다군의 목소리는 떨려오고 있었다.


[눈앞에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게 보이는 것 같아. 계속 필사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있지. 하지만 아무도 돌아봐 주질 않고. 종종 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도, 겁에 질려 도망가버리고 말이야. 그건 어떤 기분일까. 그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자기 팔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걸 계속 느끼고 있어. 그건... 어떤 기분일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아저씨랑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내 딸 좀 살려주세요." 그 아저씨는 계속 울고 있었어. 나는 "곧 구급차가 올 거예요. 따님은 괜찮아요." 라고... 몇 시간이고 그러고 있으면, 아저씨는 겨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울음을 멈춰.]


그럼 한이 풀리는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이어 들려온 쿠로다군의 말에 그 생각은 깨지고 말았다.





[근데... 그다음 날 거기에 가면 또 아저씨가 내 얼굴을 보면서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매일 거기에 가는 거야. 그저 위로밖에 못하지만, 언젠가 그 아저씨가 딸이 더는 살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 딸의 곁에 갈 때까지... 함께 있으면서 "구급차가 올 거예요." 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수화기 너머 쿠로다군은 역시 곤란한 듯 수줍게 웃었다.


딱히 눈에 띄지도 않고, 반에서 언제나 평범했던 쿠로다군은,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었으리라.




한여름 길가에 몇 시간이고 서 있기 위해, 반쯤 재미 삼아 오는 우리 같은 녀석들에게 [여기 계속 있어도 아무것도 못 봤는걸?] 이라고 말하기 위해.


중학교 때 시작했다는 기타는, 그러는 사이 실력이 늘었던 것이다.


아직도 카펜터스의 "Sing"을 들으면 쿠로다군이 떠오른다.




  1. 黒田硫黄. 1971년생 일본 만화가. 국내에는 작품 중 '가지' 상/하권이 발매되었다. [본문으로]
  2. The Carpenters. 리처드 카펜터와 캐런 카펜터 남매로 구성된 미국의 팝 듀오. 1970년대를 풍미하며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본문으로]
  3. Personal Handy-phone System. 국내에서도 애용되었던 발신전용 이동전화, 시티폰의 발전된 버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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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4th]놀자 아저씨

괴담 번역 2016. 10. 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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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내가 살던 도쿄 어느 지역에는 "놀자 아저씨" 라는 정체불명의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무렵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종이봉투에 좌우가 비뚤어진 눈을 그리고, 그걸 쓰고 다녔습니다.




목 부분은 줄로 묶어서요.


학교에 8시가 넘도록 남아 있으면, 그 아저씨가 찾아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학교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우리 집은 맞벌이라 집에 가도 나는 늘 한가했기에, 그날은 아저씨를 만나볼 생각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학교에 7시 반 즈음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한테는 그 정도 시간만 돼도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정면 현관은 자물쇠가 잠겨 열리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관 밖에 누군가 있었습니다.




[놀자, 놀자.]


몇번이고 반복하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험하다고 느낀 나는, 죽어라 달려 다른 출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복도 창문 밖을 보니 아저씨도 달리고 있었습니다.


달리며 외치고 있습니다.


[놀자아아아아...]




나는 너무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넓은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체육관까지 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넓은 곳에 불도 안 켜고 있자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나는 서둘러 불을 켰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후회했습니다.




체육관 창문 전부에 아저씨가 달라붙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으니까요.


[놀자.]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음날, 나는 선생님에게 엄청 혼났습니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체육관 밖에는 종이봉투가 잔뜩 버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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