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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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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이야기다.


동아리 친구 20명 정도가 모여, N현에 있는 산에 캠핑을 갔다.


이틀째 밤, 캠프파이어를 하고, 그대로 거기서 먹고 마시며 신나게 놀았다.




자정이 넘어갈 무렵, 술도 음식도 바닥났다.


하지만 아무래도 술이 더 먹고 싶어, 누가 내려가 더 사오기로 했다.


술을 사러 가는 건 차를 타고 와서 술을 마시지 않았던 A로 일단 정해졌다.




하지만 A는 [혼자 가기 싫어.] 라고 말해, 가위바위보로 세 명을 더 뽑기로 했다.


결국 나랑 B, C가 추가로 더 뽑혔다.


네 명 모두 남자였다.




캠핑장을 나와, 우리는 A의 고물 블루버드에 올라타 산을 크게 돌아 아래로 내려왔다.


하산하는 동안에는 딱히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로웠고, 산기슭에 있는 편의점에서 술과 과자를 샀다.


그리고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오던 터였다.




한동안 달리고 있는데, 조수석에서 지도를 보고 있던 B가 [야, 지름길 있는 거 같은데?] 라고 말을 꺼냈다.


우리가 처음 타고 온 우회로 말고, 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들 지도를 보고, 확실히 지름길이라고 느꼈기에 우리는 그 길로 들어섰다.




한동안 달리고 있는데, 왼편에 신사인지 절인지, 흰 벽이 보였다.


아래는 자갈이 쫙 깔려 있었고.


이런 곳에 웬 신사인가 싶어 보고 있는데, 그 벽 근처 수십 미터 거리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멍하니 다가 가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남자가 세명, 여자가 한명 있었다.


두 남자가 여자의 다리를 한쪽씩 잡고, 질질 끌고 있었다.




다른 한 남자는 그 두명 앞에 서서, 길을 이끌 듯 걷고 있었다.


여자는 양다리를 잡혀 있으니, 머리가 자갈길에 완전히 갈리고 있었다.


우리는 놀라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때는 그것이 영혼이 아니라 무언가 위험한 사건을 목격한 것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C가 말했다.


[내리자.]




나는 솔직히 정말 싫었다.


하지만 C는 현 유도대회에서 3등을 차지할 정도의 유단자였던데다, 인원수도 우리 쪽이 많았다.


지지는 않을 것 같아 잠자코 그 말을 따랐다.




차를 세우고, 회중전등을 손에 든 채 뒤에서 따라간다.


세 남자와 한 여자는, 벽을 따라 계속 걷고 있었다.


여자를 질질 끌고 있기에 걷는 속도는 꽤 느렸다.




5분 정도 걸었을까.


흰 벽이 끝나는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앞에 가던 이들이 벽을 직각으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우리도 그 모퉁이에서 옆으로 돌았다.


하지만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순간 사라졌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우리는 가지고 온 회중전등으로 주변을 비추었다.


가까운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더 안쪽을 비춰봤다.




그러자 거기에는 회중전등 불빛을 받아 희게 빛나는, 수많은 묘비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우리는 미친듯 달려 도망쳤다.


다들 엉엉 울고 있었다.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고, 죽어라 달려 캠핑장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지만, 당연히 아무도 믿어주질 않았다.


[차 타고 오면서 그런 이야기나 꾸미고 있었냐?] 라는 반응일 뿐.




하지만 다들 엉엉 울며 소리치니, 결국 텐트에 한 명씩 끌려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다.


당연히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우리 이야기는 전부 일치했고.


우리가 본 건 그것뿐이었고, 그 이후 딱히 이상한 일 같은 건 없었다.




지금도 그때 우리가 본 게 뭐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날 차를 탔던 우리 4명은 분명히 똑같은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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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으로 질투를 하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


상냥하지만 묘하게 부정적인데다 외로움쟁이였다.


내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누구에게 무슨 용건인지, 집요하게 캐묻곤 했다.




휴일에는 반드시 함께 있어야만 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기거나 하면, 10분에 한번꼴로 연락이 계속 온다.


내 모든 행동을 관리하고 싶어했다.




또, 내가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이웃사람한테 인사하는 것조차.


레스토랑 같은데를 가도 종업원이 여자면 꼭 여자친구가 주문을 했다.




친하게 지내던 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도 여자친구한테 시달리다 연락을 끊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여자친구네 가족한테 상담을 해봤다.


[우리 아이는 전에 사귀던 남자한테 차이고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해졌다네. 그래도 자네랑 사귀고 많이 안정을 찾은거야. 조금 이상한 구석도 있겠지만, 불쌍한 아이니 지켜봐 주게나.]




언중유골.


더 이상 딸이 이상해지지 않게 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경찰로 일하는 친구에게도 상담을 해봤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공권력이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더 이상 돌봐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야기로 풀기에도 너무 늦었고.


더 이상 같이 있다간 내가 미칠 것만 같았다.




여자친구네 집에 가, 가능한 한 온건하게 돌려서 이별 이야기를 꺼내봤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사람 같지 않은 형상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설득을 시도했지만, 여자친구는 집요하게 내 눈알을 뽑아내려 들었다.




겁에 질린 나머지, 나는 여자친구를 냅다 밀치고 말았다.


멀리 나가떨어진 여자친구는,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오한이 온몸을 휘감았다.




나는 맨발로 여자친구 집에서 뛰쳐나왔다.


엘리베이터를 안절부절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문을 부수듯 박차고 나왔다.


맨발에, 손에는 식칼을 든 채.




그걸 보자마자 엘리베이터는 포기하고 계단을 향해 뛰었다.


아파트 계단을 구르듯 달려 내려왔지만,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여자친구 발소리가 들려왔다.


1층 현관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사이, 여자친구는 더욱 빨리 쫓아왔다.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귀에는 여자친구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바로 뒤에 여자친구가 왔다 싶은 순간 그대로 주저앉아 발을 걸었다.


여자친구는 내게 걸려 넘어져, 그대로 얼굴부터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다.




떨어트린 식칼을 발로 멀리 차고, 여자친구가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내 차로 향했다.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낸다.


문을 열고 안에 몸을 던진 후, 곧바로 시동을 건다.




후진해 방향을 돌리고, 주차장 밖으로 나가려 액셀을 밟으려는 찰나.


운전석 문이 덜컥 열렸다.


숨을 들이마시는 바람에 [히익...] 하고 꼴사나운 비명을 외치고 말았다.




여자친구를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쓰레기 소각로가 활활 타오를 적, 안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여자친구는 그때 느꼈던 맹렬한 열기와 닮은 느낌이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액셀에 발을 올리고, 힘껏 밟았다.


여자친구는 문을 잡고 따라오며 내 이름을 절규하듯 외쳤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지면서, 결국 손을 놓치고 말았다.




손톱이 벗겨진 듯, 운전석 문에는 피로 선이 그려졌다.


밤거리를 미친 듯 달리며, 나는 흐느껴 울었다.


그날로 짐을 정리해 친가로 도망쳤다.




그 후 두번 다시 그녀는 보지 못했다.


그녀한테도, 그녀의 친가에서도 전혀 연락이 없었기에 혹시 자살한 건 아닌가 두려워했지만, 다른 친구 말로는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마음을 좀 놓은 나는, 원래 살던 아파트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라도 만들 요량으로 냉장고를 열자, 작은 상자가 들어있었다.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열어봤다.


안에는 그날 여자친구네 집에 신고 갔던 구두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그리고 편지봉투가 하나.


그걸 보자마자, 그날 느꼈던 공포가 되살아났다.


심장은 갑자기 날뛰고, 입안은 바짝바짝 말라 기분 나쁜 맛이 느껴졌다.




가빠져가는 호흡을 간신히 달래며, 조심조심 봉투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편지가 아니라 딱딱한 꽃잎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손바닥에 올려진 그것이 벗겨진 손톱 10개라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내던졌다.




당황해 친구에게 연락을 하려 했지만, 집 전화는 신호가 가질 않았다.


자세히 보니 전화선이 끊겨 있었다.


목 안에서 이상한 신음을 내며, 충전기에 꽂아둔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동시에 전화가 왔다.


여자친구에게서.


아까 전 손톱처럼, 나는 기겁해 핸드폰을 내던졌다.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는 내 뒤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빨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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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1st]이누나키 바위

괴담 번역 2016. 9. 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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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우리 반에는 왕따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가난한 집 아이였는데, 언제나 악취가 나고 성격도 어두웠다.




아이 같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남자아이였다.


어느 날, 공민관 뜰에서 짚다발을 가지고 놀고 있다가 문득 충동적으로 짚인형을 만들어보았다.


오컬트를 좋아했던 나는, 예상외로 잘 만들어진 짚인형을 보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나는 왕따당하던 아이의 머리카락을 구해 짚인형 안에 넣었다.


이제 어디 박기만 하면 된다.


온갖 궁리를 하다, 나는 딱 좋은 곳을 찾아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동네에서 이누나키 바위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어두운 숲이 있어, 축시의 참배를 하기에는 딱 어울릴 거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새벽에 갈 수는 없으니 토요일 방과 후에 가기로 했다.




대못과 짚인형, 망치를 들고 이누나키 바위로 향해, 바로 짚인형을 박을 나무를 찾았다.


하지만 죄다 백일홍이나 자작나무라, 뭔가 못을 박기에는 불안했다.


발밑에는 개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이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이누나키 바위가 있다.




문득 바위 사이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못을 박아보니, 생각 외로 별 저항 없이 못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인형 목에 못을 대고, 이누나키 바위에 박았다.




몇 번 망치로 꽝꽝 내리치고, 속이 시원해진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몇 주 지난 후에는 아예 잊어먹었다.


그다음 이누나키 바위를 찾은 건 몇 년이 지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였다.




제일 친한 친구와 엄청 싸운 주말이었다.


처음 짚인형을 박았던 왕따당하던 아이도 멀쩡했고, 완전히 잊었을 터인데 내가 왜 또 그곳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지난번처럼 또 이누나키 바위 앞에 섰다.




이전과 다름없이 어두운 숲 속 바위가 웅크리고 있었다.


지난번 내가 인형을 박았던 자취는 없었다.


지난번처럼, 친구의 머리카락을 넣은 짚인형을 박는다.




목 밑에 못을 대고, 망치를 한껏 내리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와는 그 다음 주에 화해했고, 이누나키 바위에 관한 기억은 곧 기억 한구석으로 밀려났다.


그 후 기억하기로는 초등학교 졸업 전 아버지 머리카락을, 중학교 1학년 때 형 머리카락을 들고 이누나키 바위를 찾았었다.




그것들도 별일 없었고, 나는 그대로 까먹고 살아왔다.


완전히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 건, 10년 가까이 지나 간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였다.


제일 친한 친구와는 여전히 연락하고 있었다.




어른이겠다, 같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다른 녀석들도 찾아와 간만에 옛 친구들과 어릴 적 이야기에 신이 났었다.


이야기하던 도중, 나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왕따당하던 녀석이 결국 이른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없었기에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맸단다.


이야기를 들은 순간 이누나키 바위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건 어릴 적 장난일 뿐이다.


벌레를 돋보기로 태워죽이는 것 같은 놀이일 뿐.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그저 명복을 빌어줬다.




시간이 지나 3년 후, 취직하는 바람에 고향에서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지냈다.


어느 날,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었다.




제일 친하던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져,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망연자실해지고 있는데, 또 기억이 떠올랐다.




이누나키 바위의 기억이.


나는 왕따당하던 아이 때처럼, 친구 머리카락을 짚인형에 넣고 목에 못을 박았었다...


그것도 2, 3년 후에.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감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아버지 인형은 가슴에 못을 박았었다.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치고는 너무 끔찍했다.


그리고 1년 뒤, 형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장의사가 수습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형의 인형은 얼굴에 못을 박았었다.


나는 오컬트를 좋아하지만, 귀신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초자연적 현상도, 불가사의한 힘도 마찬가지다.


이누나키 바위에 박은 짚인형과 일련의 죽음에 관해서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이누나키 바위를 한 번 더 찾았기 때문이다.


형의 짚인형을 박고 2년 후, 중학교 3학년 때.


인간관계로 한참 고민하고 있던 나는, 약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 머리카락을 짚인형에 넣고 이누나키 바위에 박았다.




대못으로 온몸 이곳저곳에 쾅쾅.


형이 죽은 지 곧 1년이다.


S현에는 아직도 이누나키 바위가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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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60th]물에 빠진 선배

괴담 번역 2016. 9.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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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대학생이던 시절 이야기란다.


동아리 친구들하고 바다에 놀러 갔었다.


꽤 목 좋은 해안이었다.




물론 해수욕장이고 인명구조 요원도 있었다.


평범하게 지역 사람들도 헤엄치고 있었고, 나름대로 꽤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다들 바다에 들어가 놀고 있는데, 약간 멀리 나가 있던 고무보트가 높은 파도에 그만 전복되고 말았다.




안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그대로 바다에 내던져졌고.


그걸 알아차린 건 같은 동아리 선배와 우리 형 둘 뿐이었다.


형은 선배와 함께 아이들을 구하러 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어떻게든 나오려 날뛰고만 있었다.


물에 빠진 여섯 명의 아이들은 어떻게 다 구해냈다고 한다.


그러나 선배는 마지막 아이를 건져낸 후, 그대로 물에 잠겨 나오지 못했다.




아이들을 구하느라 체력을 다 써버린 데다, 해파리에 쏘여 마비가 왔던 탓이었다.


죽은 선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평소에도 선행을 베풀었다니.




동아리 사람들도 다들 왜 선배가 죽어야만 하냐고 울었다고 한다.


형은 집에 돌아오고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다음 해 기일, 동아리 사람들은 다시 그 해안을 찾았다.




꽃다발을 바다에 던지고 돌아오려는데, 백사장이 소란스러웠다.


근처 벼랑에서 여자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높은 벼랑이었지만 부상은 찰과상 정도였다.




여자의 의식 또한 멀쩡했다.


여자는 헛소리처럼 말하고 있었다.


[바다에 떨어졌는데, 웬 남자가 손을 잡고 기슭까지 데려다줬어요.]




곁에 있던 인명구조 요원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란다.


[지난주 물에 빠졌던 아이도 어떤 형이 도와줬다고 하던데...]


동아리 사람들은 혹시나 싶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죽은 선배의 특징과 죄다 일치하더란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형은 말했다.


[선배는 죽어서도 그 바다에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거야. 그렇게 믿고 싶어.]


지금도 형은 여름이 되면 꽃을 가지고 그 해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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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옛날 일했던 병원에는 감호실이라는 게 있었단다.


조현병 - 그 무렵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렀지만 - 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면 거기 가둬두는 것이다.


당연히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창에는 쇠창살이 박혀 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좁은 방이었다.




하지만 친구가 근무하기 10여 년 전쯤, 거기서 두 명의 환자가 죽었다.


한 명은 신고 있던 양말의 실을 풀고 꼬아 끈을 만들어, 쇠창살에 묶고 목을 맸다.


다른 한 명은 몰래 숨겨온 면도날로 경동맥을 끊었단다.




그런 사건들이 있고 난 뒤 그 방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게 되어,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급히 실려 온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여자로, 조현병 발작이 일어나 마구 날뛰다가 가족의 요청으로 병원에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병실이 꽉 차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감호실에 들여보내려 했단다.


사람이 죽었던 그 방에 말이지.


하지만 여자는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무서워! 무섭다고! 이 방은 싫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간호사는 [뭐가 무섭다는 거야!] 라며 화를 냈다.


그러자 환자는 [여기 여자가 피투성이로 죽어있잖아!] 라며 절규했다고 한다.




사정을 알고 있던 선임 간호사들은 그저 아연실색할 뿐.


[저런 사람들은 잘 풀리면 영능력자가 되고, 아니면 평생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거겠지.]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그 병원은 아직도 키타큐슈에서 영업 중이다.





Illustration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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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다.


눈이 왔길래 한밤중이지만 간만에 산책에 나섰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날도 추웠지만, 아무도 안 밟은 눈길을 걸어나가는 게 즐거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신사에 들르게 되었다.


문득 올해는 아직 첫 참배도 드리지 않았구나 싶어, 경내로 들어섰다.


참배길 한가운데,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흰 기모노 깃을 휘날리며, 손에는 금빛 부채를 들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맨발인 채, 즐거운 듯 팔랑팔랑 춤추며 맴돌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에, 한동안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아이는 내 존재를 알아차린 듯 춤을 멈췄다.


한밤중에 웬 아저씨가 바라보고 있어 놀랐나 싶어 당황한 나는, 바삐 그곳에서 발을 옮겼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런 한밤중에 눈 속에서 맨발로 춤추는 여자아이라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신사로 돌아와 봤다.


참배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 위에는 발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10여 년 전 근처 신사에서 비슷한 여자아이가 목격된 적이 있더라는 말을 해줬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뭔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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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57th]케이블 철거

괴담 번역 2016. 9. 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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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해체가 결정된 아파트 단지에 케이블을 철거하러 갔었다.


전체 3동 중 이미 2동은 해체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것은 4시 반 무렵으로, 이미 주변은 어스름에 잠겨 있었다.




해체업자들도 작업을 끝내고 돌아간 터라, 넓은 부지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어 조금 기분이 나빴다.


철거를 맡게 된 집은 4층 건물 꼭대기 층이었다.


방안 배선을 철거하고, 1층에 있는 단자함에서 4층까지 연결된 선을 뽑으려 뚜껑을 열었다.




검은 종이가 넉 장 펄럭펄럭 떨어졌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붓으로 쓴 것 같은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부적인 듯했지만, 별생각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케이블은 배관 안에서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기에 바로 뽑힐 거로 생각해 그대로 잡아당겼다.


처음에는 아니나다를까 쑥쑥 빠져나왔지만, 갑자기 무언가에 걸려 내려오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3층으로 올라가 선이 지나가는 박스를 열어봤다.




아직 선이 보인다.


4층과 3층 사이에서 막혀 있는 거겠지.


힘을 줘서 억지로 잡아당겼다.




뿌득뿌득뿌득!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선이 내려온다.


수많은 머리카락이 엉킨 채.




애당초 케이블밖에 들어있지 않은 배관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을 리가 없다.


케이블에 엉킨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있노라니, 케이블이 뽑힌 구멍에서 검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녹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연속해서 보고 있자니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나는 선을 잡고 1층으로 미친 듯 내려왔다.


잡고 오는 사이에도 뿌득뿌득하고 엉킨 머리카락들이 계속 뜯겨 나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위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목소리나 발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숨결처럼 [하아... 하아...] 하는 느낌이.




그게 벽에 울려 퍼지며, 내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손에 엉킨 머리카락을 뿌리치고, 케이블을 뽑은 채 거기서 달아났다.


지금 그 단지는 철거되고 공터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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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56th]무명씨

괴담 번역 2016. 9. 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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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고향 집에 사는 "무명씨" 이야기를.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올 때, 까딱 잘못해서 문이 그대로 잠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이사했던 집에서는 그런 일이 무척 잦았다.




가족 전부 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다들 당황스러워했지.


살고 나서 반년 정도 지났을 무렵, 내가 화장실에 가려는데 또 문이 잠겨 있었다.


안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고.




또 그러네... 하면서 열쇠를 찾으러 갔는데, 정작 열쇠를 가지고 오니 문이 열려 있었다.


뭔가 싶어서 저녁 시간에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무서워했고, 아버지는 [문 상태가 안 좋은가? 문고리를 바꿔야겠네.] 라며 웃었다.




뭐, 문고리를 암만 바꿔봐도 그 현상은 마찬가지였지만.


어머니는 이사하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1년 정도 거기서 살다 보니 그것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어느새 우리 가족은 화장실을 쓰는 그 존재를 "무명씨" 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번 무명씨가 보고 싶어서 화장실 창문으로 엿보려 한 적이 있다.


무명씨가 문을 잠근 걸 확인하고, 몰래 현관으로 빠져나가려던 순간.


[철컥.] 하고 화장실 문이 열렸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왠지 모르게 들여다보지 말라고 무명씨가 말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기도 했고.




집을 리폼한 이후에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지만, 지금 떠올려봐도 기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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