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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번역괴담][2ch괴담][779th]공포우편

괴담 번역 2016. 11. 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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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칸히모 사건 이래, 나는 미묘한 영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일로 친구들에게 상담을 받는 일도 종종 있었죠.




영감이라고는 해도 나는 그저 보이는 것 뿐이라 이야기만 들어줄 뿐이었지만요.


그래도 개중에는 기분 탓이거나, 이야기만 들어줘도 해결될만한 것들도 꽤 있어 나름대로는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10월 25일.




그날 저녁, 나는 친구 J가 불러 근처 카페로 나왔습니다.


J는 축구부 소속이었는데, 축구부 소속인 Y씨가 기묘한 일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카페에 들어가니 이미 J와 Y씨가 와 있었습니다.




딱히 동아리 활동은 안하던 나였지만, J가 뛰는 시합을 구경하려 갔다 Y씨와도 몇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Y씨는 눈이 크고 표정이 풍부한 귀여운 아이로, 축구부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Y씨는 평소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여윈 채였습니다.




[미안하다, A야.]


내 얼굴을 보더니 J는 곤란하다는 듯 사과부터 건네왔습니다.


[아무래도 진짜 위험한 일 같아...]




[왜 그러는데?]


나는 J의 말을 받아넘기고, Y씨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Y씨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달 가량 전.


9월 23일.


Y씨는 한밤중 자기 방에서 눈을 떴다고 합니다.




Y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자취를 해,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라고는 해도 여자아이 혼자 자취다보니 걱정이 많았을 터입니다.


1층에는 집주인들이 상시 거주하고 있고, 현관은 자동 잠금 장치가 달려있는 방비가 철저한 곳이었습니다.




원래는 꽤 낡은 아파트였지만, 나중에 방범을 강화한 모양입니다.


문득 시계를 보니 시간은 새벽 2시 45분.


왜 이런 애매한 시간에 일어난 걸까 갸우뚱거리며, Y씨는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현관 너머 복도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자세히 들으니 그것은 발소리였습니다.




구두나 하이힐처럼, 뒷꿈치가 딱딱한 신발 소리였습니다.


"이런 늦은 밤에... 누가 집에 돌아오는걸까?"


Y씨는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돌아왔나보다 싶었다고 합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에 가려던 순간.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가 정확히 Y씨네 집 현관 앞에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철컹.] 하고 무언가가 문에 달린 우편물 구멍으로 무언가가 쓱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현관 문 아래쪽에는 우편물 구멍이 달려있던 것입니다.


구멍으로 들어온 "무언가"는 그대로 신발 위에 떨어졌습니다.




[우편... 입니다.]


문 너머, 가냘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떠나가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뭐야... 집배원 아저씨구나...]


Y씨는 잠시 안심했지만, 곧 그럴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번 더 시계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새벽 2시 49분.


아무리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시간에 배달을 올 집배원이 있을리 없었습니다.


Y씨는 겁에 질려 침대에 기어들어가, 아침이 올 때까지 벌벌 떨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아침이 되고 겨우 주변이 밝아오자, Y씨는 침대에서 나와 우편물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평범한 엽서였습니다.


조심스레 주워 행선지를 확인해봤다고 합니다.




"O야마 X오님 앞"


Y씨는 안심했습니다.


일단 자기한테 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엽서를 뒤집어 뭐라고 써 있나 살펴봤다고 합니다.


그 순간, Y씨는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엽서 가장자리가 1cm 정도 폭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공백인 와중에, 한가운데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쇄된 글씨가 한줄.


"9월 27알 19시 31분 사망."


그렇게만 적혀있었답니다.




Y씨는 누군가 질 나쁜 장난을 치는거라 여겨, 그 엽서를 내다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엽서에 관한 건 잊고, 평범한 생활을 보냈죠.


9월 27일 역시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고 합니다.




9월 28일.


그날은 휴일이라, Y씨는 친구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다가올 연휴 때 계획이나,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이야기 등 여느때처럼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문득 시선이 닿은 TV.


거기서 Y씨는 믿을 수 없는 걸 보고 말았습니다.


[...어젯밤 오후 7시 30분경, XX시에 사는... 30세의 O야마 X오씨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경찰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바로 그 엽서에 적혀 있던 이름이었습니다.


Y씨는 당황해 급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엽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Y씨는 현관 구석에 놓아뒀던 쓰레기봉투 안을 뒤졌습니다.


그 엽서가 온 이후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으니, 그 봉투 안에 있을터인데.


아무리 찾아도 엽서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 엽서에 적혀있던 이름이었다는 것입니다.


[으음...]


이야기를 다 듣고, 무심코 나는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별일 없었던거지?]


내가 입을 열자, J가 고개를 저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그 후로도 4번이나 같은 일이 있었다고... 벌써 5명이나 죽은거야...]




[하지만 그것 뿐이라면 영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나간 살인마라고 보는 게 맞지 않아? 경찰에 가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진짜 살인범일 수도 있고...]


나와 J가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던 Y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 죽은 사람들의 사인은 모두 다 달랐는걸. 찾아봤지만 심장마비에 교통사고, 병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어. 살해당했다고 생각하기 힘들고, 다들 사는 곳도 완전히 다르다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겪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거기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게...]




J는 그렇게 말한 뒤, Y씨에게 눈짓했습니다.


Y씨는 조금 망설이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그걸 본 순간, 내 등골에 오싹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평소 안 좋은 것과 마주칠 때면 느끼던 기분 나쁜 감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바로 앞에 있는 가방에 들어있었는데 왜 느끼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감각.


가장자리가 검게 칠해진 엽서였습니다.




"10월 26일 2시 00분 사망."


[설마...]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Y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엽서 앞면을 보여줬습니다.




"키O Y코님 앞"


수신인란에는 Y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엽서만은 사라지지 않는거야... 다른 엽서들은 전부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이 엽서만은 계속 남아있어...]




Y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언제 온거야!?]


나는 그 엽서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분위기에,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저께 밤에...]


[왜 더 빨리 상담하러 오지 않았던거야! 이건 진짜 위험한거라고!]


내가 소리를 지르자, 옆에서 J가 황급히 말렸습니다.




[A! 야, A! 소리가 너무 커!]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냅킨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심호흡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나한테는 영을 다루는 힘은 없으니까요.


경찰에 가봐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을테고, 애시당초 경찰이 다룰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로 봤을 때, 2시까지 아무 것도 안하면 그대로 Y씨는 무슨 이유로든 죽어버릴 터입니다.


[잠깐 기다려줘.]


나는 J와 Y씨에게 그렇게 말하고, 카페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럴 때 의지할만한 사람은 할아버지 뿐입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그런거야, 할아버지. 어떻게 하지!]




[흠. 그건 아니되겠구나.]


할아버지는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듯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여셨습니다.


[그거다. 전에 오오구로의 스님이 써준 부적이 있지? 그걸 우편물 구멍이랑 문고리, 방 창문마다 죄다 붙여. 아마 그놈은 초대를 받아오는 신의 일종일게다. 안에서 불러들이지 않는 한 나쁜 짓은 안할게야.]




[밤새도록 밖에 있는 건 어때?]


[안되느니라. 밖은 더더욱 안돼. 사각으로 봉하는 문이 없으니만큼 어디까지나 따라올게다.]


나는 J와 Y씨에게 먼저 Y씨네 집으로 가 있으라고 말한 뒤, 우리 집에 부적을 가지러 갔습니다.




오오구로의 스님이란, 칸히모 사건 때 나와 K의 불제를 맡았던 스님입니다.


평상시에는 술도 먹고 고기도 먹는데다, 아내도 있고 이혼경력까지 있는 사람이지만 영능력 하나는 확실하죠.


내가 귀신을 보게된 후에는 부적을 계속 보내주고 계십니다.




나는 부적을 들고 Y씨네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시간은 밤 8시.


방에 들어서자 새파래진 Y씨와 J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들은대로, 방안 창문과 현관 문고리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초조하게 셋이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긴장하고 있던 탓인지,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시계바늘은 1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가장 빨리 알아챈 것은 Y씨였습니다.


[왔어!]




벌벌 떨면서, Y씨는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였습니다.




동시에 내 등에는 차가운 오한이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나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가 방 앞에서 멈춰섭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중요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요!




가장 중요한 우편물 구멍에 부적을 안 붙였던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부적을 붙일 용기는 없었습니다.


뭐가 들어올 것인지, 나와 J는 우편물 구멍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똑똑, 똑똑!]


하지만 뜻밖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키O씨, 편지 왔습니다.]




문 너머에서 감정 없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키O씨, 편지 왔습니다.]


노크와 말소리는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는 숨죽인채 상황을 살필 뿐이었습니다.


한동안 노크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소리가 그쳤습니다.


그리고...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발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작아져 안 들리게 되었습니다.




겨우 안심해,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던 Y씨도 얼굴을 내밀고, 안도로 흐느껴 울었습니다.


[후우...]




나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현관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나는 기겁하고 말았습니다.


J와 Y씨도 현관을 바라봅니다.




우편물 구멍.


뚜껑이 열린 채, 밖에서 눈알 2개가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뭐야... 있잖아.]




방금 전과는 다르게, 거칠고 사나운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습니다.


[쾅쾅쾅! 쾅쾅쾅!]


격렬하게 문을 후려갈기는 소리!




[철컥철컥!]


문고리도 뒤틀려 나갈 기세로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방안의 창문이라는 창문이 하나같이 덜컹대며 소리를 내고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악!]


Y씨는 비명을 지르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나와 J는 그저 Y씨 위에 엎드린채,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정신을 차리니 주변은 이미 밝아진 후였습니다.


소리도 그쳤고요.




[...Y씨!]


나와 J는 당황해 Y씨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Y씨는 정신을 잃었을 뿐 생명에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 소란이었는데도, 1층 집주인은 물론이고 옆방 사람도 간밤에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합니다.




Y씨는 그 후 그 아파트를 나와 다른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그 후에는 별일 없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Y씨가 그런 일을 겪게된 원인이 무엇인가 했더니...




당시 우리 학교에는 이상한 주술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우편함에 새벽 2시 49분, 증오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고 가장자리를 검게 칠해 넣는거죠.


그러면 그 사람에게 불행이 다가온다는 겁니다.




Y씨는 그 주술을 해버렸던 것 같습니다.


상대는 Y씨가 좋아하던 선배의 여자친구.


나는 항상 해맑던 Y씨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종종 듣는 말이지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누군가를 저주할 때는 조심하세요.




저주를 한다는 건 상대와 나, 2개의 무덤을 파는 짓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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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몽상가적인 음악 선생님이 있었다.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굉장한 중량감이 있는 분이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를 몸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었다.




그날은 독감이 유행해, 한명이라도 더 조퇴하면 그대로 학급폐쇄 수준까지 갈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밖에는 비가 엄청 내리는데다 번개까지 내리치고 있었다.


여자아이 한명이 진짜로 몸 상태가 안 좋았던 탓에, 반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수업은 듣지도 않고 학급폐쇄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는 사이, 1교시가 시작되고 음악 선생님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문득 선생님이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아무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고 말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여기 전하고 싶을 뿐.




[선생님의 피는 더럽단다. 다들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지.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음악가였어. 어둠의 곡을 만들어왔지. 결코 남에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감각을 전개해, 폭발시키는 곡을 말이야. 그건 일부 부자나 귀족들만 들어왔어. 우리 선조들은 거기 모든 걸 바쳐왔고.]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하지만 진짜 어둠의 곡은 완성할 수 있을지 누구도 모른단다. 우리 할아버지는 완성하지 못했지. 60년 동안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지만, 결국 자신의 감각을 전부 악보 위에 나타내지 못했어. 우리 선조들이 만든 곡은 지금까지 딱 5개 뿐이야. 고작 다섯 곡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바쳐졌을까.]


선생님은 고개를 떨궜다.


[모든 선율이, 피 한방울 한방울을 끓어오르게 하려 온 감정을 쏟아붓고 있어. 우리 선조들은 곡을 만들어 낸 후, 모두 자살했단다. 우리 아버지도 말이야. 아버지가 죽은 건 내가 어릴 적이라 잘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매일 같이 발광해서, 피아노 건반을 후려치고 있던 건 기억 난다.]




여전히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오직 나만이 어두운 교실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발광을 멈추고, 안도한 얼굴로 악보를 써내려 가시더군. 그리고는 어느날 사라졌어. 혼자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지. 나도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곡을 만들고 있단다. 하지만 전혀 되지가 않아. 선조들이 만든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봤어.]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뭐라고 할까... 마음의 모든 부분이 한점으로 향하는 기분이었어. 천국으로 이어진 나선 계단을 오르는데, 곁에 천사가 날고 있는거야. 나선 계단에 끝은 없어. 하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는 건 잘 알고 있지. 그리고 문득 천사를 바라보면, 그건 천사가 아니야. 악마처럼 웃고 있지. 하지만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거야.]


선생님은 숨이 가쁜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람. 미안하구나. 나는 아마 그런 곡은 만들지 못할거야. 진짜 음악이라는 건 더럽혀져 있단다. 적당한 곡을 만들고, 적당히 약한 마음을 노래하는 곡이 이 세상을 석권하면 된다고 생각해. 나는 진짜 음악의 세계를 짊어질 수 없어.]


한숨을 내쉬고,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진짜 소리를 연주하고, 모든 이의 마음을 휘잡을 수 없는거야. 음악으로 누군가의 운명을 짊어진다니, 나에게는 불가능해. 선조들이 왜 곡을 완성시키고 자살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알 뿐, 그 높은 곳에 오를 용기가 내겐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기 올라 음악의 모든 것을 이해하더라도, 나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아. 존재 의의가 이 세상에는 없을테니까. 나는 그걸 부정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선조의 혈통을 이어받아 여기에 있다고. 나는 아무 것도 부정할 수 없어.]


선생님은 어딘가 슬픈 것처럼 보였다.




[유일한 구원은 일본에서 그 피를 이어받은 건 나 뿐이라는 거겠지. 곡은 귀족들이 보관하고 있어. 결코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없지. 나 하나 죽는다고 곤란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또 누군가가 중독된 귀족에게 곡을 바치겠지. 걸작을 만드는 이가. 설령 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작게 중얼거렸다.


[선생님도 모차르트나 바흐, 아니면 요새 스피츠 같은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 감정을 적당히 나타내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평범한 곡을. 내 피는 더럽지만, 숭고하고 갈고 닦인 피도 흐르고 있어. 나는 살고 싶어.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내 죽음이 눈 앞에 있으니...]




다른 아이들은 끝까지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선생님 스스로도 [오늘은 자습이야.] 라고 말하기도 했고.


나는 친한 친구가 독감으로 쉬었기 때문에, 계속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자리도 피아노에서 가까웠고.


다음날, 학급 연락망으로 독감 때문에 학급이 폐쇄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선생님이 자살했다는 말과 함께.




상당히 인기 있는 선생님이었지만, 음악 담당이라 담임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동요가 사라질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지금 왜 이 일이 떠오른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선생님은 누구였던걸까.


왠지 모르게 안타까워진다.


선생님은 진정한 고독을 맛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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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77th]대학 수험

괴담 번역 2016. 11. 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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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시절 겪은 이야기다.


나는 도호쿠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도쿄에서 대학 다니는 걸 목표로 죽어라 공부했었다.


그리고 수험이 다가왔다.




혼자 도쿄까지 온 것도 처음이었다.


목표는 와세다와 게이오.


하지만 시험장에 다다르니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해 버려, 제대로 답도 다 쓰지 못한 채 시험이 끝나고 말았다.




굳이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불합격이 확실한 상황.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학에 붙지 못하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야만 했다.




그 무렵 나는 농부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에 호텔로 돌아온 후, 진짜 자살할 작정이었다.


창문이 안 열린다는 것도 모르고, 뛰어내리려고 8층 방에 도착하자마자 창으로 뛰어갔다.




커튼을 열고 창문 열쇠에 손을 댄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렸다.


[자살하면 안 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창밖을 보니 웬 아저씨가 창문 아래 붙어있었다.


여기는 8층.




줄 하나 없이 창 아래 매달려 있는 아저씨를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저씨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생긋 웃었다.


앞니가 노래졌다.




하나가 빠진다.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거야~]


그렇게 말한뒤, 아저씨는 아래로 떨어져갔다.




열리지 않는 창문 때문에 아저씨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는 보지 못했다.


나는 자살할 생각이 사라져,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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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 때 겪은 일이다.


당시에는 그리 무섭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었달까.


중학교 2학년 2학기,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딱 중간고사 직전이었기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새벽녘에 복통을 느껴, 그대로 구급차에 실려갔다.


바로 입원하고 수술을 준비했지.




수술은 다음날 일정이 잡혔기에, 나는 진통제를 먹고 병실에 누워있었다.


병실은 6인실로 꽤 컸지만, 입원환자는 나와 옆에 있는 사람 뿐이었다.


저녁이 되서 일을 마친 어머니가 갈아입을 옷이랑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문병을 오셨다.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예순 정도 되어보이는 할머니가 병실에 들어오셨다.


아마 옆에 있는 사람을 병문안하러 온 듯 했다.


어머니는 [지금부터 일주일 정도 신세질 것 같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셨다.




할머니도 [젊으니까 금새 나을 거에요. 우리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라고 미소지어 주셨다.


분위기가 참 좋은 분이었다.


할머니는 옆 사람 침대 커튼을 열고 들어가, 1시간 가량 이야기하더니 돌아가셨다.




곧 면회시간이 끝나 어머니도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날 밤, 나는 다음날 수술 받을 생각에 걱정이 되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자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옆 침대에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야, 이 병실에 누가 입원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 여기서 몇달간 혼자 있어서 정말 심심했다네. 왜 입원한건가?}


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까 할머니의 부군 되시는 분 같았다.


상냥한 목소리였다.




[맹장염이에요. 새벽에 갑자기 배가 아파져서... 곧 시험인데 큰일났지 뭐에요.]


나는 학교 이야기와 동아리 이야기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어머니가 집에 가셔서 불안했기에, 더욱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너무나 상냥했기에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젊은 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거야. 큰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나는 실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의 입원 이유를 여쭤봤다.




[이제 아픈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안 좋다고 말하기도 힘들구나. 아마 얼마 못 버티겠지만 나는 괜찮아. 아마 퇴원하지 못하고 이대로 여기서 떠나겠지만 말이야.]


온몸에 병이 퍼져있는 듯 했고, 오래 이야기하고 있으니 확실히 괴로운 기색이 목소리에서 묻어나셨다.


나는 갑자기 슬퍼져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먼저 퇴원하겠지만 병문안도 올게요. 언젠가 분명 건강해지셔서 퇴원하실거에요.]


스스로 아파보니 마음이 약해진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할아버지가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내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수술을 받았다.


전신마취였기에 그 후 반나절 동안 잠에 빠져있었다.


눈을 뜨니 이미 저녁이었고, 침대 옆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앉아계셨다.




앞으로 1주일 정도 입원한 후, 경과가 좋으면 퇴원할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옆 침대에 할아버지가 안 계셨다.


다른 병실로 옮기셨나 싶어, 퇴원하는 날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과는 예상보다 순조로워, 닷새 정도 있다 퇴원하게 되었다.


내가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병실로 들어오셨다.


나는 할아버지는 어디로 병실을 옮기셨나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할머니의 눈을 보고 당황했다.


할머니는 내게 편지를 건네주셨다.


[그 사람이 편지를 썼어요. 건네주는 게 늦어져서 미안해요.]




거기에는 "마지막 밤, 혼자가 아니라서 즐거웠네. 고마워. 부디 건강하게 살아주게나." 라고 적혀있었다.


약간 삐뚤빼뚤한 글씨로.


할아버지는 내가 수술을 받고 있던 도중,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그대로 숨을 거두셨던 것이다.




나는 울면서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저도 그날 밤 할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어요. 불안했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상냥하게 이야기해 주셨으니까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셨다.




할아버지는 목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다 성대를 다쳐, 이야기는 커녕 소리조차 못 내는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편지는 죽기 전날 밤, 스스로 임종이 가깝다는 걸 느끼고 썼을 거라는데...


지금도 나는 그날 밤 할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곤 한다.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기묘하다고 생각하지만, 할아버지의 상냥한 목소리는 평생 잊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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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할아버지 성묘를 갔다 돌아왔다.


성묘를 마친 후, 할머니댁에서 식사를 하고 왔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식사 후 할아버지가 읽던 책들을 뒤적였다.




초판본 같은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찾아냈지.


그런데 그 전집을 꺼낸 뒤편에 작은 미닫이 문이 달려 있었다.


거길 열어보니 끈으로 묶인 만화책 정도 크기의 샛노란 수첩이 있었다.




할머니에게 그걸 보이며, [이게 뭐에요?] 라고 여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20여년 가량 심령현상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했던 연구노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도 딱히 숨길 내용은 아니라고 하셨다며, 내가 가져가도 된다고 허락해주셨다.




안에는 이런저런 장소나, 사념이 어떻느니 하는 잘 알 수 없는 이야기투성이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시처럼 느껴지는 짧은 글이 있었다.


맨위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입에 담거나 그 내용을 이해하면, 영적인 현상 내지는 감정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문장."


흥미가 동해 여기 옮겨 써 본다.




첫번째


눈을 뽑고 입을 엮어 하늘을 본다


바다는 불이 되어 하늘을 굽네


그의 갈 길을 보여주지 않으매


안내하기 이른 길은 길다


앞은 있어도 뒤는 없으니


벼랑을 등지고 그저 걸을 뿐


끝은 무한하고 끝이 없나니


어둠에 빛에 하늘은 없고


모두 무너지리라




두번째


가리킵시다 떨어집시다


가리킵시다 떨어집시다


가리킵시다 떨어집시다


죽읍시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이 수첩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쓰고 있었다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과 이 문장에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할아버지는 폐렴으로 돌아가셨지만 왠지 모르게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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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74th]적어진 아이들

괴담 번역 2016. 11. 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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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로 묵어본 사람?


몇년 전, 근처 초등학교에서 그런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소소하게 나레이션 일을 하고 있던 내게 제의가 들어왔다.




[밤에 초등학교에서 담력시험을 할텐데, 그 전에 아이들한테 괴담을 하나 말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왠지 동심이 살아나는 기분인데다, 원래 담력시험 같은 건 좋아하는 성격이라 흔쾌히 수락했다.


너무 무서운 이야기면 아이들이 겁에 질릴까봐, 그럭저럭 무서우면서도 흔한 이야기를 몇개 준비했다.




교실 형광등을 끄고, 내 얼굴에 전등을 비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밤 중에 학교에서 이상한 조명을 쬐고 있는 이상한 아줌마가 하는 이야기" 니만큼 아이들은 모두 진지해보였다.


다들 제대로 무서워해줬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심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아이들이구나 싶어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사람 한사람, 아이들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곧이어 이야기가 끝나고, 형광등을 켜서 교실이 밝아졌다.




다시금 아이들 쪽을 봤는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적어진 느낌이었다.


몇명 줄어들었는지, 정확하게 숫자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사람 수가 적어졌다.




어슴푸레한 교실에서 이야기하던 도중 봤던 얼굴이, 밝아진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호자나 선생님들도 옆에 있었던 터라, 담력시험을 안하고 집에 간 아이도 있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날, 학교에 인사를 하러갔다.




페이는 이미 받은 터였지만, 나도 즐거웠기에 내년에도 혹시 기회가 되면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문득 생각이 닿아, 선생님에게 [중간에 나간 아이들도 좀 있었나 봐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며 [아뇨, 참가했던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묵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어라?


[참가한 아이들은 모두 몇명이었나요?]


[28명이었어요.]




어...?


그것보다 훨씬 많았는데...?


내가 이야기를 한 곳은 2개 반은 족히 들어갈 시청각실이었다.




거기다 가득찰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었는데.


교실이 밝아지고, 아이들이 좀 줄어들었다고 느꼈을 때도 40명은 족히 있었고.


그로부터 몇해가 지났고, 이런저런 사건이 있어서인지 초등학교 단체 숙박은 중지된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닿는다면, 이번에는 몰래 아이들이 몇명인지 세어보며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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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 업체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대개 시체 처리부터 떠올리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시체가 옮겨진 뒤, 그 뒤처리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내가 일했던 회사에서는 그랬다.




다만 동물의 경우에는 시체가 남아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장기 여행을 떠나며 애완동물을 집에 방치해 둔 사람들이 의뢰를 넣는 것이다.


일이 일이다보니 시체가 있었던 곳에 아직도 시체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던가, 이따금씩 이상한 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애완동물이 죽었으니 처리를 부탁한다는 의뢰가 한 건 들어왔다.


작은 회사기 때문에 접수도 내가 받았다.


품위 있는 목소리에 그야말로 부자라는 느낌이 팍팍 나는 아줌마였다.




어떤 현장이던 일단 먼저 방문해 견적을 내야 한다.


견적금액과 작업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 담당과 함께 둘이서 집을 방문했다.


영업담당은 기본적으로 현장 작업에는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온갖 계약을 다 해봤다보니 촉이 왔던 모양이다.


그날 역시 차안에서 [오늘 손님 좀 이상한 거 같아.] 라고 말했었으니.


사람이 죽은 현장일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있지만, 애완동물은 소유물 취급이니 그런 제약이 없다.




그래도 대부분의 손님은 사전에 상황 설명을 해주기 마련인데, 이번 손님은 그런 말이 일절 없었다.


그게 좀 이상하다 생각할 무렵 현장에 도착했다.


나는 두근거리며 초인종을 눌렀다.




서양식 3층집이었다.


현관에 나온 사람은 전화 받았던 이미지 그대로 깔끔한 아줌마였다.


부자 느낌도 났고.




분위기도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했다.


영업담당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대충 견적에 관해 설명한 뒤 집으로 들어섰다.


안은 어찌되었던 깨끗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냄새가 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을 감안해도, 다른 시체가 있던 집보다도 훨씬 냄새가 심했다.


우리는 익숙해져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손님이 거기서 멀쩡하게 있는게 묘하게 기분나빴다.




3층이 현장인듯 해, 우리는 손님을 1층에 남겨두고 둘이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한칸한칸 오를 때마다 냄새는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3층에 도착한 나는 말을 잃었다.




바닥 전체에 고양이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무심코 토할 것 같은 것을 겨우 억눌렀다.


영업담당은 아래로 내려가자고 신호를 보내, 그대로 따라내려왔다.




그리고 한시간은 2층에서 멍하니 있었다.


영업담당이 내려와 200마리 있다고 말했다.


아직 초봄이라 부패는 그리 심하지 않아, 구더기는 없다나.




수를 직접 세봤는데 딱 200마리더란다.


왜 집 한채에 고양이 시체가 그만큼 있는지보다는, 딱 200마리라는 숫자가 몹시 두렵게 느껴졌다.


1층으로 내려오니 손님은 아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기분이 나빴지만, 영업담당은 담담하게 견적을 내고 손님도 거기 동의했다.


계약서를 주고 받은 뒤, 사전 답사는 끝이 났다.


돌아오는 도중 차 안에서 영업담당은 물었다.




[할 수 있겠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문득 입사했을 때 들었던, 애완동물은 어디까지나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흘 뒤 작업이 시작됐다.


나를 포함해 4명이 작업할 예정이었지만, 영업담당도 같이 와주었다.


아마 내가 견적 내러 왔을 때 충격 받았던걸 알아차렸겠지.




우리 회사는 면접 때 귀신을 본 적 있냐고 묻고,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안 뽑는 암묵의 룰이 있었다.


비과학적일지라도 온갖 일이 일어난 현장에 가는 이상, 서비스업으로도, 작업원 개인정신에도 안 좋을테니까.


이번 작업원들도 오컬트적인 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소금 한번 뿌리고 합장한 뒤 작업에 들어갔다.




1층에서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고무장갑과 방호복까지 갖춘 후 5명이서 3층에 올라 작업을 시작했다.


주변 거주자를 배려해, 시체는 봉투에 한번 넣고 박스에 옮겨 트럭에 싣는다.


그후에는 그대로 매립한다.




불법은 아니니까.


담담하게 고양이 시체를 봉투에 4마리 넣고, 박스로 옮긴다.


그걸 몇시간 동안 계속한 끝에, 전부 트럭에 실었다.




다른 작업원들은 트럭을 타고 처리하러 가고, 영업담당과 나는 둘이서 냄새 제거와 방 청소를 했다.


오후부터 작업을 시작했기에, 청소가 끝나고 나니 저녁 6시가 지난 후였다.


청소용품을 가방에 담고, 최종 확인을 위해 손님인 아줌마를 3층으로 불렀다.




아줌마는 변함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확인을 끝냈다.


영업담당은 현금을 그 자리에서 받고 영수증을 건넸다.


그 후에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나는 어찌되었든 거기 더 머물고 싶지 않아, 가방을 가지고 계단을 내려왔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영업담당이 돌아왔다.


[인사는 안 해도 되나요?] 하고 물었지만, 영업담당은 그대로 조수석에 올랐다.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차를 달려, 회사 앞 편의점까지 갔다.


커피 마시겠냐는 영업담당의 제의를 거절하자, 영업담당은 말해주었다.


내가 아래로 내려간 후, 아줌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느니, 가족은 아무도 없어 가족 대신 고양이를 기른다느니.


슬슬 이야기를 마치고 가려는데, 아줌마가 말하더란다.


[다음번에도 잘 부탁해요.]




싱글벙글 웃으면서.


담이 큰 영업담당도 소름이 끼쳐, 아무 말 없이 빠져나왔단다.


초봄 밤, 추위 때문인지 영업담당의 손이 조금 떨리는 게 보였다.




그날은 그대로 회사로 돌아온 뒤 퇴근했다.


다음날, 영업담당한테 [요새 귀신 보거나 하지 않아?] 라는 질문을 받았다.


무슨 뜻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담당으로 들어있던 안건이 모두 끝나고 사장이 해고 의사를 전해왔다.




회사 측 사정으로 인한 퇴직이었기에, 퇴직금은 물론이고 적잖은 돈도 추가로 받았다.


그 회사에서는 5년 가량 일했고, 고양이 시체를 볼 무렵에는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일이 좀 줄어들면 자진 퇴사할 생각이었기에, 오히려 내 쪽에서 고마운 일이었다.




이상한 일이 잦은 특수 청소 업무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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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72nd]허수아비의 신

괴담 번역 2016. 10. 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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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았기에, 학교 다닐 때는 언제나 논두렁으로 다녔다.


그날도 집에 돌아오려 평소처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논두렁을 걷고 있었다.


문득 논 안에 핑크색 앞치마 같은 걸 걸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 모내기라도 하고 있나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가려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움직임이 이상했다.


한쪽 발로 서서, 허리를 구불구불 휘젓고 있었다.




흰 비늘끈 같은 걸 들고, 마치 리듬체조라도 하는 양 몸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뭐라고 할까, 마치 훌라후프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왠지 모를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것은 한쪽 발로 콩콩 뛰면서 조금씩 이리로 오고 있었다.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저녁놀 논.


나는 어째서인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를 구불구불 휘저으며, 껑충껑충 뛰어오는데 얼굴이 없었다.


아니, 안 보였다.


마치 사진을 찍었는데 손이 흔들렸을 때처럼, 격렬하게 얼굴을 움직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몸은 평범하게 보이는데, 얼굴만 희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이 이상한가 싶어 몇번이고 눈을 부릅떠 봤지만, 여전했다.


게다가 이제 눈앞까지 와 있었다.




"아, 나는 이제 이대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눈물이 펑펑 나오기 시작했다.


눈이 아파서 뜨고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나는 그 아픔과 공포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우리집 이불 안이었다.


나를 둘러싸듯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근처 절 스님이 계셨다.




염불 같은 걸 다같이 소리내 외고 있었다.


어쩐지 그 상황이 거북해, [쿨럭!] 하고 기침소리를 냈다.


할머니는 내 몸을 꾹 누르며 [가만히 있거라.] 하고 낮은 소리로 말하셨다.




결국 그것은 내가 눈을 뜨고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그 후,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만난 그것은 "허수아비의 신"이었다고 한다.


그 허수아비는 외로웠던 것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나를 동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끌려가면 평생 진흙 속에서 살아야만 한단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셨다.


나는 아직도 논에 허수아비가 혼자 서 있는 걸 보면 겁이 난다.




이후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기절한 나를 찾은 건 이웃집 사람이었단다.


논두렁에 사람이 쓰러져 있길래 설마 싶어 가봤더니 내가 눈물을 흘리며 넘어져 있더란다.




그 앞에는 허수아비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이웃집 사람은 큰일이다 싶어 우리 아버지랑 스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옛날에도 비슷한 사건은 몇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은 멀쩡했지만, 발견될 당시 눈앞의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껄껄껄 웃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허수아비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흉년일 때 마을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을 뽑아 식비를 줄이려 죽여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논을 망치는 짐승을 쫓으려 드는 것이다.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 한쪽을 자르고, 흰옷을 입힌 후 나무에 묶어 논 가운데 세워놓는다.


온몸이 묶여 움직일 수도 없으니, 온몸을 구불구불 휘저으며 벗어나려 애쓰겠지.




마을 사람들은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앞으로 2, 3일은 족히 버티겠구만.] 하고 말했다고 한다.


묶인 사람은 대개 굶어죽지만, 개중에는 곰이나 들개한테 산채로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짓을 하다보니 재액이 내려, 마을에 온갖 사건이 일어났고, 그리하여 산채로 허수아비가 된 사람을 신으로 모시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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