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등산가 이야기다.
그는 정말 산에 미친 사람이라, 허구한날 틈만 나면 산에 오르곤 한단다.
어느날, 이 남자가 어느 산에 올랐다.
하지만 엄청난 눈보라에 휩쓸리고 말았다.
체력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눈속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비박을 하기로 했단다.
이틀 후에야 겨우 살아서 내려올 수 있었지만 대가는 컸다.
왼손 검지, 중지, 약지를 동상 때문에 모두 절단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부상 가지고는 그의 등산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왼손 손가락을 거의 다 잃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산에 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산에 대한 투쟁심이 더욱 강해졌다나.
그는 잃은 손가락을 커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활했고, 이윽고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사건 이후 첫 등산이었다.
그는 어느 준엄한 바위 능선을 오르고 있었다.
손가락을 잃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쾌한 등반이었다.
스스로도 꽤 마음이 놓여, 능선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잠시 한숨 돌릴 때였다.
갑자기 강렬한 돌풍이 불어와, 휘청하고 말았다.
큰일났다 싶었을 때는 이미 밸런스를 잃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 떨어지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다.
잠시 뒤,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바위 경사면에 뻗은 덕에 추락을 면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왼손에 남아 있는 엄지와 새끼 손가락은 바위 표면을 잡고 있질 않았다.
그는 완전히 공중에 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느꼈단다.
잘려나간 손가락 3개가, 분명히 그 바위를 잡고 있던 감촉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손가락들이 그의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극한의 긴장과 공포 속에서, 그는 몇번이고 눈을 깜빡였다고 한다.
이윽고 그는 안 보이는 손가락 3개에 체중을 맡긴 채, 필사적으로 멀쩡한 오른팔로 바위를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능선 위로 올라온 후, 그는 왼손을 보았다.
하지만 당연히 잘려나간 손가락이 붙어있을리 없지.
그러나 그의 손에는 바위를 꽉 붙잡느라 얼얼해진 세 손가락의 감촉이 분명히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마침내 신의 손을 얻었던 거겠지.]
그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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