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일 때 겪은 일이다.
여름방학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지만, 부모님이 어디도 데려가 주지 않아 엄청 심심했었다.
그래서 사이가 좋던 친구를 전화로 불러내, 적당히 뭐라도 하면서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구들도 방학이라고 여행을 가고, 시골에 놀러가는 등 다들 바빠서 결과적으로는 2명만 모이게 되었다.
고작 세명 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에 모여 뭘하고 놀지 상의를 하기로 했다.
[뭐하고 놀까?]
[게임 할래?]
[기껏 모였는데 게임은 좀 그렇지. 밖에 나가서 놀자.]
[그치만 세명 가지고서는 술래잡기나 숨바꼭질도 별로 재미없는걸.]
[그럼 저쪽 산에 탐험하러 갈래?]
저쪽 산이라는 건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산이었다.
지역에서 가장 큰 산이었는데, 드물게 등산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하지만 그곳에 아이들끼리 가는 건 위험하다고 어른들에게 신신당부를 들었기에, 나는 일단 반대했다.
그러나 친구 두 명이 [그 산에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안 들킬거야.] 라며 억지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호기심 반 불안 반의 심정으로 그 산에 탐험을 나서게 되었다.
일단 각자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스랑 과자, 목장갑 같은 걸 배낭에 챙기고, 그 산 기슭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기슭에 도착하니 하늘은 미묘하게 흐려서 어두웠기에, 탐험은 그만둘까 싶었다.
하지만 친구 두 명은 [정상에서 야호 외치자고.] 라며 들떠있었는데다, 내가 같이 놀자고 전화까지 해서 불러낸 탓에 그만두자는 소리는 꺼내기도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그대로 정상을 목표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막상 산에 오르기 시작하니 산길이 험하고 뾰족한 바위와 나뭇가지가 반팔 반바지 차림의 살갗에 긁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친구 두 명도 처음에는 즐겁다는 듯 [대단해!] 라던가 [쩔어!] 하고 조잘댔지만, 어느새인가 [지쳤어.] 라던가 [정상은 아직 멀었나?] 하고 피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니, 꽤 넓게 펼쳐진 공간이 나왔다.
우리는 거기서 과자를 먹으며 좀 쉬기로 했다.
친구 A는 [좋았어, 저기 제일 먼저 가는 사람이 가장 과자 많이 먹는 걸로 하자.] 라고 말하고는, 아까 전까지는 그렇게나 힘들다고 칭얼댄 주제에 엄청 빠르게 달려가 버렸다.
나와 친구 B는 [뭐야, 저 바보 녀석.] 하고 웃으며 뒤를 따랐다.
그러자 친구 A가 [대단하다!] 하고 소리를 치는 게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친구 A를 향해 다가갔다.
넓게 펼쳐진 공간에 다다르자, 친구 A가 소리를 지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기에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신사였다.
그 신사는 붉은색과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을 띄고 있었다.
게다가 새전함 옆에는 박제된 듯한 사슴 머리가 장식되어 있고, 신사에 자주 있는 커다란 방울에는 수많은 탄자쿠가 걸려 있는 등 평범한 신사로는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특히 이상한 것은 크기였다.
눈짐작으로는 주변 나무보다 훨씬 커서, 마치 도쿄의 고층 빌딩 같은 높이로 보였다.
보통 그렇게 큰 건물이 있다면 산기슭에서도 눈에 띌텐데, 그런 신사의 존재는 여태껏 한번도 본 적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엄청 크잖아... 이렇게 큰 건물이 언제부터 있었지?]
[이 산, 우리 집 근처라서 매일 같이 보지만 이렇게 큰 신사는 본 적이 없어.]
[이렇게 크면 당연히 눈에 띌텐데 왜 아무도 모르는거지?]
한동안 신사 주변을 돌며 그 크기에 감탄했지만, 갑자기 친구 A가 [들어가보자.] 하고 말을 꺼냈다.
이렇게 흥미로운 건물이 눈앞에 있는데 들어가보지도 않는 건 말도 안된다며.
나는 흥미롭다기보다는, 이상하고 기분 나쁜 건물이라고 여겼기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친구 B도 나와 같은 의견이었는지, [멋대로 들어가는 건 범죄야. 그만 두는게 좋아. 어쩐지 기분도 나쁘고.] 라고 말하며 A를 말리려 들었다.
하지만 친구 A는 우리를 겁쟁이 취급하며, 말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신사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친구 A는 신사 안에서 [너희도 와봐. 금빛 부처님이 있어. 얼마짜리일까?] 라던가, [멧돼지 박제도 있어!]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나는 호기심에 들어가보고 싶어졌지만, 친구 B가 말한 어쩐지 기분 나쁘다는 이야기가 묘하게 머릿 속에 남았기에 그저 친구 A의 동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흐른 뒤, 친구 A는 [계단도 있어! 이거 올라가 봐야지.] 하고 말하더니,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우리는 과자를 까먹으며 친구 A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A가 계단을 내려오는 듯한 낌새가 없었다.
나와 B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지만, 점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조바심이 난 나와 B는, 어쩔 수 없이 신사 안에 들어가 A를 데리고 나오기로 했다.
안에 들어선 뒤 우리는 깜짝 놀랐다.
바깥의 기묘한 장식들과는 다르게, 안에는 아무 것도 없고 나무바닥과 기둥 뿐이었으니까.
A가 말했던 멧돼지 박제나 금빛 부처님 같은 것도 없었다.
우리는 [뭐야, 그 녀석. 거짓말 한거야? 아무 것도 없잖아.] 하고 화를 냈지만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다.
계단이 없었던 것이다.
A가 올라간다고 했던 계단이.
우리는 실내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지만 계단 같은 건 아무 곳에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A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던 것일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계단이 없어?]
[그것도 그렇지만, A는 어디로 사라진거야?]
우리는 위를 향해 A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A는 올라간 뒤 계단을 치운 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 억지로 스스로를 납득시켜가며, 우리는 신사 밖에서 다시금 A를 기다리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무언가 이상했다.
신사의 모습이 크게 변해있던 것이다.
사슴 머리나 새전함, 탄자쿠가 묶인 방울, 알록달록하던 외관 모두 사라져있었다.
게다가 고층 빌딩 높이만큼 크던 신사가, 주변에 있는 나무 높이 정도로 작아진 상태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내가 패닉에 빠져 있는 사이, [쿠과과과광!] 하는 땅울림이 들려왔다.
겁에 질린 나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려 했다.
그 순간 친구 B가 외쳤다.
[신사가 가라앉고 있어!]
무슨 소린가 했지만, B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잘 봐! 신사가 땅으로 가라앉고 있어. A가 생매장당한다고!]
B는 계속 A의 이름을 외치며 나오라고 애원했다.
확실히 신사는 조금씩이지만 큰 소리를 내며 땅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나도 B와 함께 A를 애타게 불렀지만, 커다란 땅울림 소리에 묻힐 뿐이었다.
안에 들어가 A를 찾고 싶었지만, 입구마저 점점 땅에 묻히는 것을 보니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친구 A는 신사에서 나오지 못했다.
곧 신사는 완전히 땅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여기저기 갈라지고 내려앉은 지면 뿐.
우리는 부리나케 산을 내려온 뒤 가까운 우리 집에 뛰어들었다.
집에 있던 아버지에게 산에서 있던 일을 말한 뒤 친구 A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냅다 우리 머리를 후려치며 산에 올라간 것을 혼냈다.
[그리고 친구 A라니, 그게 누구야?]
나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A를 모를리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A네 아버지는 오랜 친구였고, A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온다는 것도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다.
[농담하지 말고 빨리 구해야 해요! A의 목숨이 걸렸다고!]
나는 필사적으로 호소했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모른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친구 B의 반응이었다.
[어? A? 그게 누구야?]
나는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그냥 산에서 탐험하고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혼자 뛰쳐나갔잖아. 나만 혼자 남아서 정말 놀랐다고. 너 괜찮냐?]
나는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가 이상해진 걸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해진 걸까.
친구 A의 아버지는 그대로였지만, 어머니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둘 사이의 아이도 A와는 다른 사람으로, 마치 A를 대신하기라도 하듯 우리 집에 드나드는 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내가 산에서 본 광경은 모두 무엇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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