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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근무하던 회사 거래처에, 영업부 Y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는 40대 정도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일도 실수 없이 잘하는 분이었다.

다만 특이한 것이, 언제나 손목시계 아래 아대를 차고 다녔다.



그리고 왼팔이 오른팔보다 조금 길었다.

첫 대면 때부터 신경이 쓰였지만, 신체적인 특징이니만큼 굳이 물어보지는 않고 지냈다.

그 이유를 듣게된 것은 함께 일하고 몇년이 지난 후에야였다.



한 프로젝트를 마치고, 우리 회사와 Y씨네 회사가 합동으로 회식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내 자리는 Y씨 옆이었는데, 일 이야기나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Y씨는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분이었지만, 소탈하고 좋은 분인데다 영업할 때만이 아니라 사석에서도 무척 말을 잘하셨다.



약 한시간 가량 주거니받거니 술잔이 오가는데, 우연하게도 Y씨의 아대가 좀 늘어져서 그 아래가 슬쩍 보였다.

내 문장력이 서투른 탓에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뭐라 말하기 어려운 흉터가 있었다.

켈로이드처럼 조금 부풀어 올라있었지만, 화상하고는 또 달랐다.



[Y씨, 그 흉터는 괜찮으신가요?]

술이 들어간 탓에, 나는 무심코 무신경한 화제를 입에 올리고 말았다.

[이거? 딱히 대단한 건 아니야.]



Y씨는 아대를 고쳐매더니, 모호하게 말을 흐린 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니, 내가 실언을 했다는 게 느껴져서 순식간에 취기가 달아났다.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마음 깊이 사과했다.

그 사이 아대 너머로 손목을 쓰다듬고 있던 Y씨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 귀신 이야기 같은 거 믿는 타입이냐?]



뜻밖의 질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뭐,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옛날 이나가와 준지 공연도 가고 그랬으니까요.]



그러자 Y씨는 [그런가. 좋아, 그럼 말해주지.] 라며 천천히 상처의 유래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Y씨는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와 함께 담력시험을 하러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담력시험이라고는 해도 본격적인 심령 스폿 같은 게 아니라, 변두리 작은 잡목림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던 정도의 곳이었단다.



Y씨는 방과 후 여자친구와 함께 잡목림에 가 봤지만, 그럴듯한 건 전혀 없었다.

속은 듯한 기분이었지만, 후미진 곳에 작은 토리이와 사당을 발견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인지, 사당은 여기저기 나무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담력시험이고 뭐고 싫증이 난 Y씨는 여자친구에게 [이제 그만 돌아가자.] 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어째서인지 사당 앞으로 가더니, 당연하다는 듯 문을 열었다.



[뭐야, 이게? 이거 봐, 이거.]

안에는 부적과 촛대, 그리고 어째서인지 제단 위에 돌이 올려져 있었다.

크기는 주먹만하고, 딱히 별다를 것 없이 어디에나 굴러다닐 법한 돌이었다.



여자친구는 사당에 손을 넣더니 아무렇게나 돌을 쥐더니 Y씨에게 내밀었다.

[저기, 기왕 온 거 기념품으로 이거 가져갈까?]

Y씨는 여자친구에게서 돌을 받았다.



[그만두자, 바보 같잖아.]

그리고나서 원래 자리에 돌려놨으면 좋았을텐데, Y씨는 돌을 숲 안으로 던져버리고 말았다.

담력시험은 그것으로 끝이 났지만, 큰일이 일어난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전철을 타고 통학하던 Y씨는, 그날도 평소처럼 역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둘이서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플랫폼에 들어서자 여자친구의 상태가 어쩐지 이상해 보였다.

술취한 것마냥 비틀비틀거리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야, 위험하잖아. 컨디션이 안 좋기라도 한거야?]

걱정하는 Y씨의 물음에도 여자친구는 [괜찮아, 괜찮아.]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었다.



비틀비틀대던 여자친구는, 그만 몸의 균형을 잃더니 선로로 떨어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위험해!]

Y씨는 왼손으로 여자친구의 팔을 잡고, 떨어지려는 것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왼손은 Y씨의 의사와는 반대로, 한번 잡은 여자친구의 팔을 다시 놓아버렸다.

여자친구는 그대로 선로에 떨어져, 역에 진입하고 있던 전철에 치이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Y씨는 주저앉아 울며 여자친구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변 사람들이 Y씨가 여자친구를 도우려 했다고 증언한 덕분에 사건은 불행한 사고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Y씨는 강한 자책감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여자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이레째 되는 밤이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Y씨는, 심한 숨막힘에 눈을 떴다.

[헉, 헉, 헉...]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상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시 옆으로 누워 자려했지만, 또 숨이 막혀 깨고 말았다.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참을 수 없게 된 Y씨는 밤을 새야겠다 싶어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소름이 끼쳐 그 자리에 멈춰섰다.

목에는 손으로 조른 듯한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뭐야, 이게...]



그제야 처음으로 심령현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Y씨는, 방으로 돌아가 불을 켜 놓은 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마는 덮쳐왔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Y씨에게, 다시금 심한 숨막힘이 찾아왔다.



이불을 걷어찬 Y씨는, 그제야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왼손이었다.

잠에 들면 왼손이 자아를 가진 것처럼 멋대로, Y씨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민 끝에 Y씨는 침대 옆에 있는 책장에 끈을 걸어, 왼손을 묶은 채로 잠에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말이지, 잘때는 계속 왼손을 묶어 두는거야. 벌써 30년이 다 됐군.]

Y씨는 힘없이 웃으며 아대를 벗어 왼손목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손목이 계속 쓸리다보면 이렇게 되는거라고.]

같은 곳에 계속 쓸린 상처가 거듭되다 보면, 이렇게 뭐라 설명도 못할 흉터가 남는 것인가.

[왼팔이 조금 더 긴 것도 그거 때문인가요?]



기왕 이리된 거, 궁금했던 걸 다 물어보자 싶어 나는 질문을 던졌다.

[아마 그렇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오른손이랑 양 발목도 묶어두고 잘 걸 그랬다 싶어.]

그렇게 말하며 Y씨는 평소처럼 껄껄 웃었다.



[씻김굿 같은 건 받아보셨나요?]

[가봤지, 가봤어. 몇번이고 씻김을 받았어. 그 사당에도 다시 가서 몇번이고 사죄했지만 안되더라. 용서해 주질 않아.]

[그때 던졌던 돌은 어떻게 됐어요?]



[찾아봤지만 결국 못 찾았어. 뭐, 특이한 거 없는 그냥 돌이었으니까. 그날 던져버리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내가 생각할 수 있을만한 대책은 이미 다 해본 듯 했다.

나는 얕은 질문으로 안 좋은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이 죄송스러워 어쩔 줄 몰랐다.



[뭐랄까, 죄송합니다. 아무 도움도 못 되어드리면서 이야기만 듣고...]

[됐어, 됐어. 딱히 숨기는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정신만 차리면 왼손도 나쁜 짓은 못하니까.]

처음 들은 내게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지만, Y씨는 이미 이 괴기현상과 타협이 끝난 거겠지.



[뭐, 그렇지만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아마 왼손한테 살해당하는 게 아닐까 싶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Y씨는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이직을 하게 되었고, Y씨와도 연락이 끊겼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Y씨가 살아계시다면 지금은 환갑을 바라볼 나이겠지.

분명 지금도 잘 때는 왼손을 묶어두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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