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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정년퇴임하신 우리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긴키 지방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셨다.
그리고 이것은 그 학교에 부임하고 처음으로 맞은 여름방학 때의 이야기라고 한다.
악기 연주가 취미였던 할아버지는 시간이 나면 이른 아침에 음악실을 빌려 오르간을 치곤 하셨다고 한다.
그 날도 아침 일찍부터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음악실 문 앞에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깜짝 놀랐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이 선생님이라는 것을 상기해냈다.
[안녕?] 이라고 말을 걸고, [무슨 일이니?] 라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모두 처음 보는 아이들이었다.
어쩐지 옷차림도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영 좋지가 않았다고 한다.
[몇 학년이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몇가지 질문을 더 던졌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모두 가만히 오르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딱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르간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민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얼굴히 한순간에 밝아지면서 오르간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노래는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꽤 잘 불러서, 원기왕성한 아이들다운 노래였닥 한다.
할아버지는 반주를 하면서 그 노랫소리에 도취되어 듣고 있었다.
그런데 곡이 끝나고 아이들이 있던 쪽을 보니 마치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문을 열거나 방 어딘가로 이동한 흔적도 없었다.
단지 홀연히 한순간에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불가사의한 사건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교무실로 돌아왔다.
마침 그 때 옆 자리의 선배가 출근을 해서, 할아버지는 방금 있었던 일을 선배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상하다는 듯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배는, [아, 그런건가.] 라고 무엇인가 떠올려냈다.
그리고 조용히 조간 신문을 할아버지의 책상 위에 던졌다고 한다.
신문의 날짜를 보고 그제야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 날은 전쟁 당시 지역에 대규모 공습이 일어났던 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는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폭격에 의해 한 번 무너진 것을 재건한 것이었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매년 공양의 의미를 담아, 그 날이 되면 음악실에서 오르간을 연주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뿐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한 번 더 듣고 싶구나. 그렇지만 오지 않는다는 건 성불했다는 거겠지?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라고 말씀하셨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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