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할머니 댁에는 낡고 큰 우물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우물은 집에 수돗물이 들어오면서 점차 사용는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아이가 떨어지거나 하는 사고를 막기 위하여 큰 돌로 뚜껑을 만들어 그 위를 덮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돌로 뚜껑을 만들어 덮은 다음날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이웃 마을의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증조 할머니의 병문안을 갔더니 증조 할머니가 이상한 말을 하시더라는 겁니다.
[어젯 밤에 말이다, 꿈을 꿨는데 글쎄 우리 집 우물의 신님이 나오셔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괴롭구나." 라고 하시더구나. 너 혹시 짐작 가는 게 없니?]
할머니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물에 관한 이야기는 증조 할머니에게 전혀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상담해서 [어머니가 우물 걱정 하시다 건강이 더 안 좋아지면 안 되겠죠?] 라고 결론을 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업자에게 부탁해서 우물의 돌 뚜껑 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바람이 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증조 할머니의 병문안을 갔더니 증조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얘,어제 우물의 신님이 또 꿈에 나오셨단다. "이제 더 이상 괴롭지 않으니 괜찮다. 고맙구나." 라도 말씀하시지 뭐니.]
그 우물은 아직도 할머니 댁에 있습니다.
그 때 이후로 뚜껑을 열어본 적은 없지만, 워낙 맛있고 깨끗한 물이 나오는 우물이라 주변 집에 나누어 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나는 우물의 신님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셨던 건 진짜란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우물의 신님은 그 우물 안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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