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친구 S가 체험한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S가 자취하던 아파트에 돌아왔더니,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한 S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윽고 경찰이 도착해 사정청취와 현장검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경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S에게 말했습니다.
[이상하네요. 집 안 어디에서도 지문이 검출되지가 않아요.]
도둑이 장갑을 꼈으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S는 뭐가 이상하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말한 것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지문조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의 설명에 의하면 S가 집에 돌아와서 경찰에 신고할 때까지 만졌던 곳에는 지문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문고리나 벽의 일부, 전화에는 분명히 S의 지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곳에는 범인의 지문은 물론이거니와 S의 지문마저 사라져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 역시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기에, 단순 절도로 보이는 현장에도 불구하고 CD 한 장 한 장, 잡지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모두 조사해 봤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지문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아마 범인이 모두 닦고 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S는 도저히 그 말을 납득하지 못하고 겁에 질릴 뿐이었습니다.
그 날 S는 고작 2시간 정도 밖에 나갔다 돌아왔던 것입니다.
그 사이 집안 모든 곳의 지문을 샅샅히 찾아 닦아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사족을 붙이자면, 정작 도둑 맞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S가 본 적도 없는 머그잔이 하나, 흩어져 있는 가재도구 안에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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