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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40th]경찰관의 눈물

괴담 번역 2014. 4. 2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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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목격했던 투신자살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는 세월도 한참 흘렀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보았고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연말, 어느 현의 연락선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겨울 바람 속에서 벤치에 앉아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문득 주차장에서 이상하게 움직이는 경차가 보였다.

주차 구역에 차를 댔다가 바로 빠져나오기도 하고, 주차장 안을 계속 빙빙 돌기도 한다.



뭐하는 건가 싶어 계속 지켜보고 있자, 내 옆까지 차가 오더니 멈춰 선다.

안에서 깡마른 중년 여자가 나왔다.

곧이어 딸인 듯한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여자아이와, 그보다는 약간 나이가 있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따라내린다.



중년 여자는 딸들에게 자판기에서 쥬스를 뽑아 준다.

자판기를 찾고 있었나 싶어, 나는 곧 흥미를 잃고 바다나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경찰차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선착장 건물 옆에 차가 멈추더니, 안에서 늙은 경찰관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경찰관이 내린다.

꽤 한가로워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사건 같은 게 생겨서 온 것은 아닌 듯,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연말이니까 순찰이라도 한 바퀴 돌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리라.



슬슬 배가 올 시간도 가까운 것 같아 나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끼익!

주차장에서 타이어 마찰음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봤던 그 경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서 달려오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서.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이, 경차가 천천히 절벽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차의 앞부분부터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간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외친 [차가 바다에 떨어졌다!]는 외침에, 순간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차가 떨어진 절벽으로 달려온다.

경차는 뒷부분만 수면에 내민 채, 아슬아슬하게 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흰 경차를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선착장 건물 안에서 직원과 아까 그 경찰관 두 명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라고해서 뭘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닌터라, 그저 절벽에 서서 어쩔 줄 모르고 발만 구를 뿐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답답함과 무력감이 가득 찬 긴장만이 흘렀다.

그러나 곧 젊은 경찰관이 웃옷을 벗고, 권총이 달린 벨트를 풀러 나이 많은 경찰관에게 건넸다.

그리고 크게 숨을 한 번 쉬더니, 그대로 바다로 다이빙을 했다.



수면에 닿아 바다 속으로 잠시 사라졌던 경찰관은, 수면에 떠오르자마자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경차를 향해 헤엄쳐 갔다.

[힘내요!]

주변 사람들이 경찰관을 향해 응원을 보낸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찰관은 그리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지, 가끔씩 물에 잠기기도 하는 것이 무척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강한 의지력 덕인지, 그는 겨우 경차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차체에 손을 대고 뒷유리 위로 뛰어 올랐다.

다행히 경차는 경찰관이 올라 탔는데도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절벽 위에서는 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경찰관은 창문 안을 향해 무엇인가 소리를 치며, 차 뒤쪽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차가 물 위에 떠 있다면, 안에는 아직 공기가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관이 창문을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말... 들어요! ...이러다... 앉아요!...]



멀리서나마 조금씩 경찰관이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멀리서 보아도 유리를 내려치는 경찰관의 주먹에서 피가 나 새빨갛게 물든 것이 보인다.

그럼에도 유리를 내려치는 손은 멈추지 않았지만, 창문은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그제야 차가 물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는지 근처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있던 어선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선이 경차 근처로 오면 모두 구조할 수 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속도 조절을 잘못한 탓이었을까.



어선은 그대로 경차에 충돌하고 말았다.

경찰관은 크게 튀어올라 바다로 날아갔다.

게다가 어선에 부딪힌 탓에 균형이 무너진 것인지, 경차가 급속하게 바다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절벽에서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눈 깜짝할 사이 경차는 파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차에서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었다.

잠시 뒤, 어선에 의해 구조된 경찰관이 선착장으로 왔다.



혼자 걷기도 힘들 정도로 지친 젊은 경찰관에게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나도 손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쳤다.

비록 구조할 수는 없었지만, 당신은 충분히 노력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관은 땅에 엎드리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차 안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절대 놓아주지 않았어요. 아이가 울면서 손을 내밀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경찰관의 눈물 앞에서, 누구도 뭐라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여자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인생을 비관한 나머지 딸들과 함께 투신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때 잠깐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슬프게 울던 경찰관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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