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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20년 지기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내 친구 A는 여고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었다.
A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나눠줄 프린트물을 학교에 있는 복사기로 복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1학년 담당 교사인 A가 맡은 반만 해도 4개씩이나 되다보니, 그 학생들 것을 모두 뽑고 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되어 버린다.
한 번에 4개 반 학생들 프린트물을 모두 뽑으면 시간도 걸릴 뿐더러 종이도 모자라서, A는 각 반의 인원만큼만 수업 전에 따로 뽑아서 가져갔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딱 한 반만, 프린트물의 수가 맞지 않는 반이 있다는 것이다.
32명이 있는 반이라 32장을 뽑았었는데, 어째서인지 언제나 33장이 뽑혀 나온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A도 [그냥 복사를 잘못했겠지.] 싶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다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다른 반은 멀쩡한데, 그 반만 계속 틀리는 것이다.
A는 교실 맨 앞줄에 앉은 아이들에게 [뒤로 돌려.] 라고 말하고 프린트물을 나눠준다.
그러면 꼭 맨 뒤에서 [선생님, 한 장 남아요.] 라면서 한 장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매번 그러니까 학생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선생님, 왜 맨날 한 장씩 남아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
A도 당황해서 [이건 선생님 꺼야.] 라고 대충 얼버무렸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인쇄한 게 아니라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자기가 볼 것은 원본이니만큼 나눠줄 때 포함시키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이다.
드디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A는, 자신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복사기 앞에서 직접 숫자를 세며 복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원본을 원고대에 올리고, 매수에 32를 입력한다.
1장, 2장, 프린트물은 계속 나온다.
A는 한 눈 팔지 않고 그것을 계속 세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32장째 프린트물이 나오고, 복사기는 인쇄를 멈췄다.
원본까지 꺼내서 다시 세어 보았지만, 역시 원본과 복사본을 합쳐 33장이 틀림 없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신경 써서 센 프린트물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나눠주는데, 이번에도 한 장이 남는 것이다.
A는 이 때 처음으로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당황해서 학생 수까지 세어봤지만, 결석한 학생도 없고 32명이 모두 다 있다.
프린트물이 남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한 장, 프린트물이 남았다.
A는 망연자실해져서, 학생들에게 [여기 총 32명 맞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킥킥 웃으며 [선생님, 꿈이라도 꾸는거에요?] 라며 야유를 보냈다.
그렇지만 그 후, [정말 32명이지? 33명 아니지?] 라고 묻는 A의 얼굴이 너무나도 진지했던 것일까.
[선생님, 왜 그래요...] 라던가, [장난 치지마요!] 라며 아이들도 덩달아 겁에 질리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A는 마음을 다잡고, 그냥 자신의 착각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한 녀석이 엄청난 목소리로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알았지?!] 라고 절규한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자 A는 두려움 때문인지 정신이 몽롱해졌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교장실 소파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A는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지금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처음 A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왜 교사를 그만 뒀는지 물어봤지만 A는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었다.
그간 계속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지만, 지난번에 같이 술을 마시다가 취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야, 내가 진짜 무서운게 뭔지 아냐? 내가 그 학교 그만 둘 때쯤에, 수업하다가 기절했던 반 애들이 죄다 나를 피해다니는거야. 그래서 내가 그 반 애 하나 잡아다 물어봤더니 뭐라는 줄 알아? 그 때 어떻게 알았냐고 소리를 질렀던 게 바로 나였다는거야! 근데 난 목소리는 들렸지만, 내가 말한 적은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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