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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다닐 때니,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다.

친구가 승합차를 산 기념으로, 친한 여자아이들을 꼬셔서 같이 단풍놀이를 갔다.

산 속에 호수가 있어 그 주변으로 등산을 할 수 있는,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통나무로 계단과 난간을 만든 잘 정비된 길이 있어 걷기 편한데다, 날씨도 쾌청하고 선선해서 정말 딱 좋았다.

한동안 그렇게 산길을 걷고 있는데, 노란색 줄이 쳐져 통행금지하고 써져 있는 구역이 보였다.

코스 상으로는 그 곳도 지나갈 수 있지만, 줄을 쳐서 지나가지 못하게 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운동신경이 좀 있으면 줄이 쳐져 있는 나무를 넘어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이 생긴 터였다.

슬슬 단풍 구경만 하는 것도 질리기 시작한 터라, 나는 그 곳을 넘어가 보기로 했다.

나름대로 운동신경에는 자신이 있었고, 같이 온 여자아이들에게도 뭔가 과시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말리는 것을 뒤로 하고, 괜찮다고 웃어 넘기며 나는 줄을 넘었다.

의외로 줄 너머는 바로 낭떠러지였다.

떨어지면 3, 40 미터는 족히 떨어져 호수에 추락할 높이였다.



확실히 줄로 막을만큼 위험하구나 싶어서 주변을 쓱 돌아보는데, 벼랑 근처 나무뿌리에 사진 액자가 벼랑 쪽을 향해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주워보니 보통 가족 사진이다.

웃는 얼굴의 부모와 남자아이가 찍혀 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봤지만, 꽃이나 향을 피운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달리 사진 액자만 거기 버려져 있을 이유도 없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금새 친구들 곁으로 돌아왔다.



다들 뭐가 있었냐고 물었기에, 나는 조금 부풀려서 [벼랑이 있었고, 사진 액자가 있었는데 그 옆에 꽃이 있었어.] 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히 역효과였다.

여자아이들은 저주 받는 거 아니냐며 울상이 되어 무서워했던 것이다.



당황한 나는 그냥 별 거 없었다고 얼버무린 다음, 나머지 코스를 걷고 타로 돌아왔다.

그런데 가장 먼저 차에 올라탄 여자아이가 절규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차 안을 보니, 뒷좌석에 사진 액자가 놓여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아까 벼랑에서 봤던 그 액자다...

곧 그것을 본 다른 여자아이들도 비명을 질러, 차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남자 녀석들도 망연자실한 채 겁에 질려 있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차 주인이었던 친구가 [야, 미안하다. 이거 우리 친척 사진인데 여기 있었네.] 라고 말하며 용감하게 사진을 집어 트렁크에 던져버렸다.

결국 그걸로 겨우 그 자리는 진정이 되었고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그 녀석과 다시 만났지만, 전날 있었던 일에 관해서는 전혀 말이 없었다.

액자가 신경 쓰였기에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지만, 트렁크는 커녕 차 안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 날 그 녀석이 일회용 카메라로 마구 찍었던 사진 중 한 장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녀석은 뭔가 더 무서운 것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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