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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43rd]아이의 손바닥

괴담 번역 2014. 5. 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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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상을 떠난 우리 삼촌에 관한 이야기다.

독신이었던 삼촌은, 누나의 아들이었던 나를 친자식처럼 귀여워 해 주셨다.

나도 삼촌을 무척 좋아했기에, 나는 사회인이 된 후에도 삼촌 집에서 생활했고, 삼촌이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살았다.



그런데 삼촌에게는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삼촌은 아이들의 손바닥을 무척 무서워했던 것이다.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적의 내가 양 손을 쫙 펴고 손을 들면 금새 전속력으로 달려 도망칠 정도였다.



어릴 때 나는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자주 손을 삼촌에게 내밀고 삼촌을 따라 달려가곤 했다.

하지만 짓궂게 손을 내밀고 달리던 내가 까딱 잘못해 넘어지기라도 하면, 삼촌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시곤 했다.

그런 마음씨 따뜻한 분이셨다.



사회인이 되고 몇 해 지났을 무렵, 나는 삼촌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며 TV를 보고 있었다.

그 날은 드물게 우리 둘 다 과음을 해서, 잔뜩 신을 내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 이야기까지 꺼내게 되었다.



삼촌은 어느해 설날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종종 TV에서 나오곤 하던 강시 영화를 본 내가, 잔뜩 겁에 질려 밤에 화장실도 못 가고 혼자 울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즐겁게 꺼내 놓았다.

삼촌 등에 꼭 매달려 숨은 채, 조심조심 화장실로 가던 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면서.



삼촌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크게 웃었다.

어릴 적 부끄러운 이야기에 조금 화가 난 나는, 삼촌을 놀릴 겸 어린 시절 내 손바닥을 무서워하던 삼촌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동안 나는 삼촌이 얼마나 한심한 꼴로 내 손바닥을 무서워하며 도망쳐 다녔는지, 심술궂게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삼촌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랄만큼 정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삼촌이 화가 났나 싶어 당황해 사과부터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삼촌이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삼촌이 이야기 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삼촌은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한 내가 뭐라 한 마디 하려는 순간, 삼촌은 느릿느릿 이야기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 삼촌은 트럭 운전사의 조수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트럭 운전사의 조수라고는 해도, 삼촌은 아직 면허도 못 따고 학원에 다닐 무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와 계약한 운전사 옆에 앉아, 길도 익히고 운전도 배우면서, 짐이나 나르는 것이 다였다.



젊은 시절이었기에 짐을 나르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 중간에는 딱히 할 일도 없어 삼촌은 그저 창 밖 경치만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드물게 꽤 먼 곳까지 가게 되었다.

운전사랑 이야기 할 거리도 다 떨어진 삼촌은, 평소처럼 고속도로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지방은 며칠 전 눈이 내렸던 듯, 고속도로 길 여기저기나 벼랑 가장자리에는 희미하게 반쯤 녹은 눈이 남아 있었다.

잠시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삼촌은 옆에 달리는 차 안에 작은 여자아이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멍하니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여자아이도 삼촌을 바라본 것인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다가 차차 웃는 얼굴로 삼촌을 바라봤다고 한다.



삼촌도 미소를 지어주며, 가족끼리 여행이라도 왔나보다 싶어서 부러운 마음에 계속 여자아이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는 신이 난 듯, 웃으며 유리창에 딱 달라붙어 삼촌을 향해 그 작은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기분이 좋아진 삼촌도 손을 흔들어 주려는 순간이었다.



[큰일났다!]

운전을 하고 있던 트럭 기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삼촌도 깜짝 놀라 앞을 보니, 거기에는 눈 때문에 타이어가 미끄러져서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내려오고 있는 대형 트럭이 보였다.



삼촌네 트럭도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은 탓인지, 천천히 차체가 옆으로 기울고 있었다.

서서히 앞 유리창에 다가오는 아스팔트를 보며, 삼촌은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황해서 안전벨트를 꽉 붙잡고 충격에 대비하는 삼촌의 눈 앞에, 똑같이 눈 때문에 미끄러져 옆으로 기울고 있는 여자아이의 차가 보였다.



여자아이는 옆으로 떨어지는 차 유리창에 딱 눌러붙어 있었다.

사랑스러운 얼굴이 유리창에 꽉 눌러붙어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이윽고 옆으로 기울다 못해 차는 아스팔트에 내던져지듯 굴러떨어진다.



빙글 돌면서 여자아이가 붙어있는 유리창 쪽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얼굴이 찢어지고 부서져 피가 흩날린다.

삼촌의 눈에는 그 모든 광경이 고속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천천히 비치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결국 삼촌이 탄 트럭도 그대로 전복했고, 삼촌은 그 충격 때문에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삼촌은 병원 침대 위에 있었다고 한다.

입원 도중 병문안을 왔던 상사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아이는 교통사고 충격 때문에 시신마저 제대로 수습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후 삼촌은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그리고 결혼한 뒤 아이를 얻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여자아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도 공포감에 시달리게 되어 결국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삼촌은 아이의 손바닥을 보면 그 때 그 광경이 되살아나, 두려움을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피투성이가 되어서 새빨갛게 물든 채, 차가 회전할 때마다 아이의 형체가 무너져 가는데, 거기 달라 붙은 작은 손바닥만 하얗더라...]



그렇게 말하고 얼음이 녹아 옅어진 소주를 단숨에 들이킨 후, 빈 손으로 마구 머리를 긁던 삼촌의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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