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A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A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B라는 친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B와 그의 여자친구인 C가 귀신에게 씌인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A가 들은 바에 따르면, 가끔 정신이 산만할 때면 갑자기 귓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무슨 소리인지 귀를 기울이면전혀 들리지 않는데, 다른 일에 신경을 쏟고 있노라면 갑자기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주변에서 누가 부르는 것도 아니고, TV나 다른 소음을 잘못 들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히 뭐라고 하는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 마치 동물의 울음소리가 우연히 사람 말소리 마냥 들린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물론 단순히 가끔 놀라거나 기분이 나쁜 정도라면 익숙해지거나 참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껏 잠들려고 하는 순간에도 몇번이고 귓가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니, 신경쇠약이 되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B는 나날이 초췌해져 갔습니다.
이게 만약 B 혼자에게만 일어난 것이었다면 단순한 정신 질환으로 여기고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시간이 흐르며 여자친구인 C에게도 옮아갔던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심령 스폿을 찾아갔다던가, 멋대로 어디 붙은 부적을 찢었다던가 하는 액을 탈 만한 일은 전혀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같이 산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온 후 그런 현상이 시작됐기에, 혹여나 산에서 뭔가 동티가 튈만한 일을 무심코 한 것은 아닌가 싶어 B는 A와 함께 그 드라이브 코스를 다시 찾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을법한 것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 만에 하나 A에게 불티가 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 겹쳐 산자락에 있는 신사에서 불제를 받아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일단 신사의 신주에게 사정을 전했지만, 딱히 그 동네에도 그런 환청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뭔가 붙어 있다는 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문전박대하지도 않았기에, 불제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주조차 사람에게 붙은 악령을 쫓기 위해 불제를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위안을 얻어서인지는 몰라도 불제를 지낸 후부터 귓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B는 C에게도 불제를 받게 하려고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을 전화해도 C의 휴대폰은 꺼져 있을 뿐인데다, 문자에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막막해진 마음에 C의 집에 전화를 했더니, C가 입원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C는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지쳐, 악귀를 쫓겠다는 생각에 귓속에 소금을 잔뜩 집어넣어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짓은 귀에 자극을 줘, 외이와 중이에 심한 염증이 일어났습니다.
귀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C는 이 고통마저 악령의 소행이라며 날뛰었다고 합니다.
결국 가족의 손에 이끌려 이비인후과에 가게 되었지만, 거기서 [악령의 소리를 쫓기 위해 귀에 소금을 채웠어요.] 라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정신과로 이송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C의 가족에게 불제를 받아 악령을 쫓아내야한다는 소리를 해도 들어줄 리가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아예 B와 C 사이에 연락조차 못하게 엄금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C는 약물 치료를 받아가며, 병상에서 멍하니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신경정신적인 문제인지, 악령의 소행인지는 누구도 모를 일일겁니다.
하지만 내게는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난 이 일들이 그저 두렵고 불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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