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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단편

[실화괴담][107th]젖어있는 축구복

실화 괴담 2022. 1. 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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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의 투고자분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997년에서 1998년 사이 겪은 일입니다.

제가 복무했던 부대는 블랙호크, UH-60 헬기를 운용하던 육군 항공단이었습니다.

지금은 부대 이름이 바뀌었지만요.



제가 복무할 무렵, 부대에서는 헬기 추락 사고가 몇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추락 사고 이후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기사나 사건 기록을 찾아보시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육군 소속이지만 병력 수송용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던 부대였던만큼, 간부와 사병의 비율이 50 대 50에 가까울 정도로 간부가 많은 부대였습니다.

사병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보니 하루에도 경계근무를 여러번 나가기도 하고, 재수가 없으면 2교대로 들어가는 말뚝 근무도 심심치 않게 잡히곤 했습니다.

저는 상황실에 근무했기에 평소에는 경계근무를 서지 않았지만, 대규모 작전 등으로 부대에 인력이 모자라면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초소 경계근무에도 끌려가곤 했습니다.



어느날, 대규모로 진행된 야간 헬기 작전에서 부대 소속 헬기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보통 헬기가 추락하면 조종사와 승무원은 십중팔구 유명을 달리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탑승자 중 절반이나 생존했습니다.



사고 조사에 따르면 헬기가 추락하기 직전까지 정조종사가 조종간을 돌려 자신이 탑승한 쪽으로 헬기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반대편에 타고 있는 부조종사와 승무원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야간에 저공 전술 비행 도중 고압선에 걸리게 되면 낙하산을 펼 시간조차 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작전 개시 전 고압선의 배치와 송전탑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선발대가 현장에서 각종 무장과 조종사 및 승무원의 유품 몇가지를 회수해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정리하던 도중, 우연히 순직한 정조종사가 착용한 헬멧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밤에 났던 탓에 그러려니 생각했죠.

저는 추가 사고 처리 및 작전 지원 등으로 인해 인력이 모자란 탓에, 야간 경계근무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무 도중, 희끄무레한 사람 같은 무언가가 초소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야음 속이라 확실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어, 수하를 통해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상황실에 보고를 하고, 지시에 따라 후임병에게 초소를 지키도록 한 뒤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근접해도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 겁니다.

그 형상이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은 없었는데, 제가 걷는 속도와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km 거리를 추격 아닌 추격을 하며 따라가다 연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그 사람 같은 무언가는 연병장을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가더니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확인한 거라곤 그 무언가가 사라지기 직전, 입고 있던 것이 부대 축구복이었다는 것과 등번호 뿐이었습니다.

상황실에는 사라졌다고 보고를 했지만, 당연히 피로나 수면 부족으로 헛것을 본 것으로 치부되어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사실 부대 내에 활주로가 있다보니 가끔 아지랑이나 신기루 같은 게 보이는 일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대형 추락 사고가 벌어진 상황이다보니,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도 했죠.

며칠간 정신없이 사고 수습으로 시간이 흐른 뒤, 부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축구 시합이 열렸습니다.



무심코 경기를 지켜보던 중, 며칠 전 봤던 무언가가 입고 있던 축구복의 등번호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의 축구복 등번호였습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저는 경계근무 당시 상황실에 있던 간부를 찾아갔습니다.



비슷한 나이대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이었기에, 제가 본 것들을 그대로 털어놓았죠.

이야기를 듣자 간부도 얼굴이 파래져서, 같이 순직한 조종사의 유품 추가 수습을 겸해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캐비넷을 열어보자, 각자마다 고유한 등번호를 받아 한벌만 존재할 터인 축구복이 걸려있었습니다.



캐비넷 속에 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 옷만 축축하게 젖은 채.

보통 부대 축구복은 해당 등번호를 받은 간부가 전출을 갈 때 반납하고, 전입한 간부에게 물려주곤 했는데, 그 옷만큼은 나이 많은 주임원사가 따로 가지고 나가 조용히 처리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날 밤 보았던 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1. 오늘의 괴담은 군대에서 일어난 헬기 사고 뒤 체험하게 된 알 수 없는 일에 관한 이야기.
    끝까지 동료를 살리기 위해 조종간을 잡았던 조종사의 용기에 감탄하게 됩니다.
    마지막 남은 아쉬움이 무엇이었기에 축구복을 입고 연병장을 달렸던 걸까요.
    부디 나라를 지키던 넋이 평안을 찾았기를 바랍니다.
  2. 도미너스 2022.02.05 14:36
    이번 괴담도 잘 보고 갑니다.
    실화라서 그런지 더 오싹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3. 비밀댓글입니다
  4. 저도 군대에서, 2시 4시 근무에 헛것 많이 봅니다.
  5. 역주행 2022.05.05 03:58
    역주행 완료 후 돌아와서 글 남깁니다. 실화괴담이라길래 모르는 이야기들이 엄청 많겠구나 생각했으나.. 반대로 손에 꼽히더군요. 제가 거의 모든 공포팟케를 다 듣고 무서운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써서 어디서 알게됬다고 쓰지는 못하겠지만... 이쯤되느 쥔장님의 속상함이 느껴질듯 합니다.. 힘내세요~

[실화괴담][106th]한밤의 하이힐 소리

실화 괴담 2021. 3. 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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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beomdev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생활 중에 겪은 체험담입니다.

저는 육군으로 입대했는데 특이하게도 배를 타게 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정해진 기간마다 배를 타고 파견을 가는 생활을 했었죠.



한 파견지에 가게되면 타군의 협조 하에 훈련용 배에 저희 배를 뒀었습니다. 

그 타군의 배는 항상 쓰이는 것이 아닌 특정 기간에만 쓰이는 배였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군의 경계근무는 그냥 CCTV로만 이루어졌고, 실제 병사들이 배치되지는 않았어요.



그날은 마침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고 후 그 타군 배에 남아 쉬고 있었습니다.

칠흑과 같은 암흑 속, 영 좋지 않은 몸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각... 또각....]

마치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배에 올라타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대략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배를 탈 때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승선화라는 구두에 가까운 신발을 신습니다.

보통 군인들이 신는 전투화조차 잘 신지를 않는거죠.

혹시나 바다에 빠지면 수영을 해서 생존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전투화는 벗기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승선화를 신고 배에 타서 움직이는 소리는 [쿵... 쿵...] 에 가깝지, 결코 [또각... 또각...] 하는 소리가 날 수 없습니다.

그 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바지에서 열쇠식 자물쇠를 두 번 열어야 했습니다.

근처 항구가 나름 낚시꾼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기에, 저는 술에 취한 여성분이 어쩌다가 이 배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지? 

방에서 먼저 나가 퇴선을 권고해야하나 싶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또각대며 들려오던 하이힐 소리가 딱 멈췄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저는 다시 고민을 했습니다.

혹시 술에 취해 쓰러진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무 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민하고 있던 그 순간.

[또또또각각각또각또각똑까가아악또깍!]



그 발걸음이 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이힐을 신고 뛰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를 질질 끌면서 오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뭔데? 뭔데? 도대체 뭐가 오는 건데? 대체 뭔데? 하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했고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사용 배를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문은 안과 밖에서 모두 잠글 수가 있습니다. 



밖에서 자물쇠도 걸 수는 있지만, 안에서는 그냥 스위치식이던 손잡이를 돌려서던 문을 잠글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환자이기 때문에 안에서 문을 잠궈놓지는 않았던 터였습니다.

너무 무서워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잠근 순간.



[또각또또각또각끼이이잉끼이이이이끽...]

소리가 바로 방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정체조차 모를 "그것" 이 제가 있는 방 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방문에 창문이 없는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밖을 내다보었거나, 혹은 밖에서 "그것" 이 저를 들여다보였다면...

심장마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가라고... 제발... 하며 기도하는 사이, 제가 있는 배로 접근하는 배의 엔진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전 복귀가 너무 빨라 의심했지만 항상 듣던 그 엔진소리였기에 안심했습니다.

기상이 안 좋거나 바다가 사나우면 현장 지휘자 판단 하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는 일도 왕왕 있었으니까요.



안심이 됐지만, 문 앞의 "그것" 이 움직이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희 부대 배는 다시 복귀했고, 이래저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대원이 제가 있던 방의 문을 열려고 하더라구요. 



아마 몸상태가 안 좋다보니 걱정돼서 그랬겠죠.

그런데 문이 잠겨있으니 문을 두들기면서 [야! 야! XXX, 문 열어!] 하고 소리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 원칙적으로 환자는 혼자 두면 안되다보니 군생활한지 얼마 안된 제가 나쁜 생각이라도 한게 아닌가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힘들게 몸을 가누어 잠긴 문을 열었습니다.

복귀한 선임들과 간부들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문을 왜 잠궜냐는 선임들의 질문에, 차마 있었던 일을 설명할 수는 없고 [그냥 무의식중에 그랬나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그것" 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민간인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귀신이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인 소음을 발생시켰고...



전역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잊을 수가 없는 체험입니다.

 

 

 

  1. 오늘의 괴담은 군생활 도중 아무도 없는 배에서 겪게된 소름끼치는 체험에 관한 이야기.
    군대와 하이힐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그만큼 또 소름 끼치네요.
    과연 배에서 들려오던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무언가를 끌던 것 같이 다가오다 사라진 정체가 못내 궁금해집니다.
  2. 저였으면 문 못열었을듯 ㅠ 팔척귀신처럼 목소리 흉내내는 거면 어떡해유,,,,
  3. 한동안 안 오셔서 무슨일 있으신가 걱정했네요 ㅠ 오늘 괴담은 실화라서 그런지 더더욱 무섭네요 ㄷㄷ
  4. 도미너스 2021.03.03 19:50
    아~ 텅 빈 배에 혼자 있는데 저러면 진짜 오줌 쌀 것 같겠네요.
    이번 이야기도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5. 에고...1000번째 번역괴담은 기념비적인 번호에 걸맞는 걸 올린다 하시더니, 좋은 번역거리가 안 보이나 보네요. 요즘 현실이 괴담보다 더해서 그런가?
  6. 600편 즈음에 생일 언급이 있어서 댓글 남겨봅니다.
    내일 생일 맞으시죠 ? 생일 축하드려요~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7. 제비볶음 2021.05.15 04:54
    요즘에는 글이 안올라오네요
    혹시 무슨일 있으신가요???
  8. ㅁㄴㅇㄹ 2021.05.22 15:50
    가장 큰 괴담사이트의 주인장님께서 두달 여간 활동을 안하시니... 이 또한 괴담이 될것 같슴돵....
  9. 고양이집사 2021.05.28 02:03
    제 생각엔 다른 군인이 장난칠라고 하히힐 들고 또각또각 소리 내면서 겁준거 같은데요? 왜냐하면 빠르게 또각소리 날라면 뛰어야하는데 하히힐 신고 뛰는 사람이면 운동신경이 ㅎㄷㄷ.......
    그런데 손으로 하면 쉽지 않을까요? 그냥 빠르게 흔들어제껴(?)주면 되니까요.
  10. 괴담장인 2021.06.25 23:26
    자기 전에 여기서 괴담 몇 편 보고 자는데 진짜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11. 한창 바쁘게 살고 계신가 봅니다.
    거의 매일, 새 글이 올라왔는지 블로그를 기웃기웃하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든 좋으니 무탈히 돌아오셨으면 합니다.
  12. 여기서 수능 끝나고 할 거 없어서 괴담을 쭉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허접한 일본어 실력이지만 제가 괴담을 번역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있네요 앞으로도 재밌는 괴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13. 토리토리 2021.12.04 00:27
    현재는 모두 폐선 처리되었지요?? 더는 귀신 안 나오길...

[실화괴담][105th]2초간의 공백

실화 괴담 2021. 1. 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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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jh853445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던 도중이었어요.

친구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라고 하길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습니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현재 통화 중이라는 안내 음성 뿐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도 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인가 싶어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곧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너 왜 그래...?]

[뭐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막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제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더랍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씨발 존나 재미없네.] 라고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는 거에요.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바로 다시 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웃으면서 믿지 않았는데, 다음날 그 친구를 만나 통화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와 그 친구의 통화시간은 2초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 2초 동안, 저 대신 친구와 전화하고 있던 건 도대체 누구였던걸까요.

 

 

 

 

  1. 오늘의 괴담은 친구와 통화하던 중 일어난 기묘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
    갑자기 끊어진 전화, 그리고 알 수 없는 누군가와의 통화...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이끌려 온 것인가 싶어집니다.
    2초간의 공백 동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리고 욕설을 내뱉은 존재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2. 항상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3. 도미너스 2021.01.17 23:26
    실화라서 그런지 썸뜩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4. 밀랍술사 2021.01.24 17:44
    오랜만에 실화로 맨든 괴담...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5. 귀신이... 사가지없는 편
  6. 괴담이 얼마나 재미없었길래 귀신도 걸러ㅋㅋㅋ
  7. ㅇㅅㅇ 2021.03.27 18:59
    도청당하셨네요
  8. 비밀댓글입니다

[실화괴담][104th]한밤 중의 주문

실화 괴담 2020. 11. 23. 21:32
300x250

 

*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피자빵맨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8년 12월 2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경기도 남부에서 동네 주민들은 다 아는 오래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밤 11시 45분에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외진 곳에 있는 빌라 B동 201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습니다. 



곧 가게 마감시간이라 주문도 더 안들어 올테고, 배달 대행비 오천원도 아낄 겸, 제가 직접 배달을 갔습니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도착하고 보니, 색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빌라에 A동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 옆은 당연히 B동이겠거니 싶어,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두고 옆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워낙 오래 되고 관리가 안 되서인지 현관의 동호수는 다 닳아 없어졌고, 올라가는 동안 로비등도 1층에는 불이 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빌라들은 으레 불이 안 들어오는 곳이 많다보니, 저는 별 생각 없이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201호에는 연두색으로 페인트칠 한 문에 부적이 붙어있었습니다. 



뭔가 거창한건 아니고 입춘대길이라 써진 부적이었습니다. 

201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네.] 하고 여자 대답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거실에서 방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발소리가 났습니다. 



오래된 빌라라 그런지 걸을 때 바닥이 울리는게 더 잘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결제를 했으니 지갑 찾을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될텐데 싶었지만, 무슨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3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노크를 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문 너머와 위층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들어보니 201호에서는 강호동씨 목소리와 웃는 소리가 들려와, 아마도 "아는형님" 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화장실이라도 간건가 싶어서 노크하고 또 기다렸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는 금방 연결됐습니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주문한 분은 야근하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야식을 시켜준 거 같았습니다.

[제가 지금 밖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저희 빌라가 A동이랑 B동 말고 A2동, B2동이 따로 있는데 혹시 거기로 가신거 아닐까요? 자주들 헷갈리시는데, A2동이랑 B2동은 곧 철거 예정이라 사람이 아무도 안 살아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 A2동과 B2동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위층과 문 너머에서 들리던 TV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습니다. 



보통 괴담을 보면 여기서 TV소리가 더 커지거나, 위층에서 뭔가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나곤 할텐데...

제가 겪었을 때는 은은하게 들려오던 TV소리가 뚝 끊긴 정적과 동시에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단 알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후레쉬로 계단을 비추면서 내려왔습니다. 



고작 2층인데 내려갈수록 한기가 뒷목까지 올라오더니 밖으로 나오자 사라졌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의 모든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분명 들어갈 때는 201호와 301호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일단 배달은 해야되니, 걸어서 건물사이를 헤메다가 B동을 찾았습니다. 

B동은 로비와 1층에 불도 들어오고 사람 사는 소리도 났습니다. 

201호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와 아이 둘이 바로 문을 열고 피자를 받아갔습니다.



오토바이를 A2동에 세워뒀던 저는 어쩔 수 없이 A2동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A2동에서 들었던 대답소리와 TV소리, 웃음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가끔 그 날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1. 오늘의 괴담은 한밤 중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러 갔다 겪게 된 불가사의한 체험에 관한 이야기.
    실제로 저런 일을 겪게 된다면 정말 모골이 송연할 것 같습니다.
    과거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 잔류사념이 되어 남아있는 것인지, 혹은 그 자리에 매어있는 영혼인지...
    정말 잊기 힘든 경험일 거 같네요.
  2. 이야 얼마만의 실화괴담인가요 ㅋㅋ
  3. 도미너스 2020.11.24 15:03
    귀신 안 나와도 소름 돋는 이야기네요.
    사람 홀리려고 작정한 귀신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이야기도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4. 밀랍술사 2020.11.26 02:21
    계속 착각했으면 소리가 계속 들려왔을까요? 갑자기 찾아온 정적이 인상적이네요.
  5. 으아 이거 무섭네요
  6. 저도 ㅇㅇ이츠를 하지만 정말.심야에 깊숙하고 어둡고 낡은 곳에 배달을 하러가는 것이란…무습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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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어느 나라를 다녀왔다.


풍부한 자연 속, 숲을 한가로이 산책하려고 했었는데, 그 와중에 조금 무서운 체험을 해서 글을 남겨보려 한다.


사실 그 숲에는 뱀이 자주 나온다고 해서 혼자 가면 위험하다고는 하는데, 그건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다.




내가 체험한 건 뱀과는 관계 없는 일이기도 하고.


스마트폰 GPS를 믿고, 다소 무리하면서도 조금 깊은 숲까지 들어갔었다.


낮이었는데도 문득 정신을 차리니 어쩐지 어둑어둑하고 기분 나쁜 곳에 서 있었다.




이전까지 들리던 새나 벌레 울음소리도 어느덧 뚝 그치고, 주변은 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는 와중 갑작스레, 저 멀리 앞에서 타탁, 하고 나무를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숲속에서 갑작스럽게 소리가 울려퍼지기는 했지만, 그리 신경은 쓰지 않았다.




아마 뭐가 나무에 부딪히기라도 한거겠지.


그런데 잠시 뒤, 그 소리가 들린 것과는 반대 편인 뒤쪽에서, 타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린가 생각하고 있자니, 이번에는 내가 서 있는 곳 오른편 저 멀리에서도 타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부터는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들기 시작해서, 돌아가려고 했다.


이번에는 왼편 저 멀리에서 타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에 의해 주위를 포위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패닉에 빠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 후에도 일정한 텀을 두고, 무언가 신호라도 주고 받는 양, 타탁, 타탁, 하고 나무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곳에서 2번 연속 들리는 경우는 없고, 반드시 다른 장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어쩐지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무슨 종교적 의식 같은건가 생각하고 있자니, 그 고리가 점점 좁혀져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소리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게 느껴졌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마침내,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싸듯 소리가 울려펴지기 시작했다.


타탁, 타탁, 타탁, 타탁...


그쯤 되자 완전히 포위되어, 완전히 나를 목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권과 휴대폰만 가방에서 꺼내, 가방은 그대로 버려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옷이 더럽혀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땅바닥을 기었다.


기어서라도 그 포위망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이었다.




뱀 같은 것과 마주칠 위험도 높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었다.


웅크려서, 또 기어서 움직이면서 계속 소리를 좇았다.


그러는 도중, 포위해 오는 소리 중 한 곳을, 바로 곁에서 지나쳤다.




타탁, 하고 엄청나게 큰 소리가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나무를 치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아마 나무를 치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온힘을 다해 나무를 친다면, 어디서 그러고 있는지 금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결국 누가 소리를 내는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용히 엎드린채 소리가 멀어져 가기만을 기다렸다가, 단번에 달려 도망쳐 돌아왔다.


가방을 버리고 온 건 아쉬운 일이지만, 아마 마지막에는 그 자리를 중심으로 둘러싸였겠지.




완전히 가운데에 몰릴 때까지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 보노라면,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 무서운 체험이었다.


돌이켜 보면 숲에 막 들어섰을 때, 동물의 배설물 같은 걸 밟아 화를 내며 발로 나무를 차서 털어냈었다.


그때 큰 소리를 냈던 게, 혹시 무서운 무언가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을까...




  1. 오늘의 괴담은 동남아시아 어느 숲을 산책하다 겪게 된 기묘한 체험에 관한 이야기.
    꾸준히 이야기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문득 떠오르실지도 모르겠네요.
    과거 있었던 구사령문이라는 이야기와 상당히 유사한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과연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하게 령도를 여는 의식이 있는걸까요?
  2. 관련 이야기는

    654번 거목
    http://vkepitaph.tistory.com/947
    655번 구사령문
    http://vkepitaph.tistory.com/949
  3. 저런걸 사면초가라고 하죠.
  4. ㅇㄹㅇ 2019.01.03 23:30
    햐 언제 올라오나 항상 기다리게 되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5. 이런 이야기 넘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당
  6. 언제나 잘 보고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7. 언제나 2019.01.15 00:54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8. 2019년도 괴담의 중심과 함께!
  9. 공장장님 2019.01.18 22:43
    안녕하세요ㅋ 꾸준한 업데이트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ㅎㅎㅎ 괴담 정주행 중인데 리플보니 책도 있으신 거 같아서 오늘 두권 구매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번역 부탁드려요(__)
  10. 누가 나무로 타닥 소리를 내었는가?
  11.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ㅠㅠ
  12. 잘 보고 있습니다!!
  13. 아나이스 2019.04.08 01:38
    와...전에 써주셨던 일본괴담중에
    제목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
    고목인가...?? 했던 그 귀신들 같아요~
    사람을 토끼몰이 사냥하듯 위협적인 소리로
    몰아넣는다는 그런 내용이였던거 같은데^^
    비슷한 귀신들인건가??
    소름돋네요~
  14. 유료 앱이라도 좋으니
    어플로 매일 읽고싶어지는곳이에요.
    인터넷접속 안키고읽을수 있다면 좋을텐데
  15. 잘 지내세요? 너무 오래 안 오셔서 걱정이 되네요
  16. 팬이에요 2019.05.21 22:32
    예전부터 띄엄띄엄..보다가 그제부터 정주행을 마쳤네요. 약소하지만 메일 알려주시면 후원할게요. 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17. 잘 읽고 갑니다...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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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리조트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무렵 이야기다.


부지 안에는 넓은 산책로가 있고, 수영장이나 체육관도 있었다.


밤중에는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투숙객이나 불법침임자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했지.




실제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사장이 함구를 잘 한 덕에 공공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빠짐없이 돌아보면 2시간은 걸리는 부지를, 사원이나 알바생, 야간 담당 경비원이 2인 1조가 되어 교대로 돌아보는 게 일이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부지 안에 나타나는 고기라고 불리는 괴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처음 만나면 딱 한번만 몸이 아프고, 그 외에 특별히 해 끼치는 건 없다는 것이었다.


절대로 다른 곳에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근로계약서를 썼다.


고기에 대해서는 다른 누구에게도 알려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이틀째 되는 날, 빠르게도 고기가 나타났다.


선배와 산책길을 순찰하고 있는데, 회중전등을 비춘 곳에 갑작스레 나타났다.


선배는 [아, 고기다. 도망쳐.] 라고 말하더니, 나를 끌고 길을 벗어났다.




고기는 유치원생 정도 키에 아무 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살색 그대로, 엄청 땅딸막한 꼴을 하고 있었다.


머리와 목, 몸통의 경계가 애매한데다, 피부가 덜렁덜렁하게 늘어나 있어, 눈도 코도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겨우 입 같은 건 보였지만, 사람으로 치면 배가 있을 곳 쯤에 있어서, 보기만 해도 이상했다.


손발은 확실히 달려 있었지만, 너무 짧아서 팔꿈치와 무릎의 구별이 가질 않았다.


그런 모습으로 아장아장 천천히 걷고 있었다.




우리들의 존재는 알아차린 듯, 스쳐 지나가면 언뜻 쳐다본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지나갔다.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냄새가 났다.




선배는 [저거야, 저게 고기야. 너는 내일부터 드러눕겠구나.] 라며, 웃으며 말했다.


날이 밝자 선배는 곧바로 주임에게 연락을 넣었다.


나는 사흘간 일을 빼고 휴가를 얻었다.




아침, 집에 돌아오자 낮부터 심한 발열과 설사가 일어나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드러누웠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냉정해진 뒤 내가 제일 두려웠던 건, 무슨 미확인 바이러스라도 감염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는 예정대로 1년간 계속했지만, 고기를 본 것은 그때 한번 뿐이었다.


그 리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들 당연한 듯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내게는 무척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1. 오늘의 괴담은 리조트 부지 안에 나타난다는 의문의 존재, 고기에 관한 이야기.
    리조트 사장의 사생아라도 되는 걸까요?
    기괴한 모습보다는, 이름조차 없이 홀로 지내야만 하는 그 신세가 더 마음에 박히네요.
    처음 만날 때 한번만 아프게 된다니, 무슨 메카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꺼름칙하긴 합니다.
  2. lehniers 2018.12.10 23:41
    거...영적인 수두라도 되려나요.
    한번 걸리고 면역이게
  3. 그런데 왜 하필 고기라고 부르는 걸까요..?
    왠지 비밀이 있을거 같은데
  4. 지옥선생 누베라는 작품에서 봤던 요괴가 생각나네요! 그 요괴의 살을 베어서 먹으면 천재가 된다고 했나...외관도 비슷하고요.......
  5. 비스무리한 요괴를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그 요괴는 냄새가 시체가 썩는 듯한 냄새라고 했으니 좀 다를려나요?
  6. 이번 글도 잘봤습니다!
    추운날씨 건강챙기세요!!
  7. 요카이 2018.12.25 16:45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선생님
  8. 고기라고 하니까 그 고베 시 북쪽에 있는 집 스레가 생각나네요. 그건 산에서 내려온다고 했었죠..
  9. 비켜봐 시켜볼께 있어

[번역괴담][5ch괴담][930th]자동문

괴담 번역 2018. 12. 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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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느 기계 메이커 공장에서 일하던 무렵 이야기다.


그 공장 심야 순찰을 하는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늦은 밤, X공장 복도를 흰 그림자만 있는 존재가 배회한다는 소문이었다.




X공장 옆에는 커다란 공장이 한 동 더 있고, 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건설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통로의 자동문이 고장인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도 멋대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어느 밤, 나는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한밤 중 공장에 홀로 남아 기계 정비를 하고 있었다.




정비하던 기계는 정기적으로 물을 넣어줄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양동이에 물을 퍼서 끌차로 운반하고 있었다.


마침 딱 그 고장난 자동문을 통과하기 얼마 전, 통로에 놓여져 있던 짐과 끌차가 부딪히는 바람에 물이 조금 쏟아지고 말았다.


통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고 그냥 가버리면 다음날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기계 정비를 마친 뒤, 물을 닦을 걸레를 가지고 자동문 앞으로 돌아왔다.


문앞에 도착한 순간, 위화감이 느껴졌다.


양동이의 물이 쏟아져 생긴 웅덩이에서 시작해, 자동문 쪽으로 이어지는 젖은 발자국이 보였다.




X공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작업원은 모두 작업용 안전화를 신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안전화 바닥의 미끄럼 방지용으로 붙어 있는 고무 모양이 아니라, 슬리퍼처럼, 마치 평평한 면으로 된 것 같은 모습의 자국이었다.


그 뿐 아니라, 공장에 남아 있는 건 나 혼자였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다는 걸 진작에 확인했던 터였다.


공장 안 역시 작업장 외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경비원이 순찰을 돌 시간도 아니었다.


옆 공장도 아까 내가 물을 뜨러 갔을 때 문을 잠궜고, 열쇠는 내 주머니 안에 있다.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머뭇머뭇거리며 옆 공장 상황을 살피러 가봤지만, 문은 잠겨 있고, 누가 안에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안도한 나는, 자동문 앞으로 돌아가 웅덩이를 닦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 순간, 웅덩이 수면에, 흰 그림자 같은 게 문 쪽으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비쳤다.




깜짝 놀라 일어나서 주변을 확인했지만, 주변에는 딱히 별다를 게 없었다.


수면에 비친 것 같은 하얀 것도 마땅히 보이질 않았고.


기분 탓인가 생각하며, 다시 물을 닦으려 하던 순간, 등 뒤에서 자동문이 갑자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문 앞에는 당연히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문 앞에는 평평한 바닥으로 찍힌 발자국이 이어져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어? 내가 아까 옆 공장을 보러 갈 때도 저런 발자국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살려봐도, 웅덩이에서 자동문 쪽으로 발자국이 점점이 이어져 있었을 뿐, 문 앞에는 없었을 터였다.


그쯤 되자, 전에 경비원들에게 들었던 소문이 떠올라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웅덩이를 닦아내고, 공장에서 도망치듯 퇴근했다.




돌아가기 직전, 공장의 불을 끌 무렵, 자동문 쪽을 슬쩍 보니 문은 아직도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후에는 특히 이상한 일은 없었다.


공장에서 사고가 있었다거나 과거에 사람이 죽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들은 게 없고.




다만 그 자동문은 몇번이고 수리업자가 와서 문을 고쳤지만, 아직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들른 편의점에서, 혹은 직장이나 병원에서, 사람도 없는데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다.


대개 그런 경우 센서의 오작동이라고 설명이 되겠지.




하지만 문에 붙어 있는 적외선 센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문 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센서는 그걸 인식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안 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언제나 거기에 있어서, 우리 곁을 떡하니 배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아직도 그 문은 가끔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다.




  1. 오늘의 괴담은 아무도 없는 통로에서 자기 혼자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자동문에 대한 이야기.
    센서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쉬운 일이지만, 사실은 저렇게 귀신이 앞에 서 있어서 그런거라면...?
    별 거 아니게 느끼던 일들이 묘하게 무서워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 같네요.
  2. 슈퍼뚱땡이 2018.12.08 13:18
    그래도 원한이 있는 존재는 아닌가보군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으니......
    그렇더라도 무서워서 다니기 힘들듯
    오늘도 잘 봤습니다
  3. 일하다가죽은귀신이려나... 불쌍하겠네요 죽어서도 노동이라면
  4. lehniers 2018.12.09 23:43
    뭐... 혹시 정년퇴임한 직원 내지는 어느 열혈사원의 생령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보면 급 훈훈...은...무슨
    방금 화장실 문 열렸는데 어떡하지...
  5. 비밀댓글입니다

[번역괴담][5ch괴담][929th]독 넣은 점쟁이

괴담 번역 2018. 12. 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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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JR 엣⚫⚫지마역이라는 한산한 역에서, 주변 대학교와 상고 학생들 사이에서 퍼졌던 유명한 소문이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옛날에는 역에 서는 열차도 적었다.


그 탓에 주변 사람들도 근처 몬⚫⚫쵸역을 이용하는 게 더 편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는 그럭저럭 사람이 들었지만, 한낮에는 홈이 거의 비어 있었다.


거기서 독 넣은 점쟁이가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것이다.


낮에 아무도 없는 홈에서 혼자 열차를 기다리고 있으면, 검은 베레모에 검은색 록밴드 셔츠를 입은 중년남자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슬쩍 다가와, 작게 포장된 봉투 하나를 넘겨준단다.


남자는 [안에는 독이 든 과자가 들어있어. 누구 싫은 녀석이 있으면 먹여버리라고.] 라고 말한 뒤, 달려가 버린다고 한다.


봉투를 열어보면, 가게에서 파는 작은 과자랑 메모지가 하나 들어있다.




그 메모지에는 기분 나쁘게도 받은 사람의 생년월일과 혈액형이 써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단한 그 날의 운세도.


실제로 독 넣은 점쟁이와 만나봤다는 동생 친구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생년월일과 혈액형은 실제 그 녀석 것과 딱 들어맞았다고 한다.




뭔가 뒷조사라도 하고 건네줄 대상을 정하는걸까?


당연히 과자를 직접 먹어봤다는 사람도, 누구에게 받아서 먹어봤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기에, 큰일이 나지는 않은 거 같다.


그냥 도시전설이라면 별 상관 없겠지만, 이 남자 이야기는 역이 개업하고 얼마 뒤 소문이 퍼져나간 때부터 시작됐다.




벌써 25년은 족히 됐는데, 전해 들려오는 용모가 전혀 변하질 않는다.


최근에는 아예 귀신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는 등,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만나더라도 상대를 안하면 별 피해 입을 것도 없겠지만, 어찌됐든 뭔가 묘하게 악의로 가득 차 있달까, 기분 나쁜 이야기다.




  1. 오늘의 괴담은 대낮, 역에 출몰한다는 독 넣은 점쟁이 이야기.
    일단 누굴 먹이라고 독이 든 과자를 준다는 것도 꺼름칙한데, 심지어 자기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다니...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진짜 묘한 악의가 서려 있는 기분 나쁜 존재입니다.
  2. 더불어 덧글 추측에 따르면 이 역은 도쿄도 엣추지마역(越中島駅)이라고 하네요.
  3. 루그리아 2018.12.04 02:21
    잘 봤습니다 오싹하네요
  4. 잘 봤습니다!! 요즘 다시 활동하셔서 넘 기뻐요!
    JR엣츄지마역이면 근처는 몬젠나카쵸역이겠군요ㅎㅎ
  5. 슈퍼뚱땡이 2018.12.04 10:54
    누군가에게 악감정을 가지고있는 사람이라면 소문을 듣고 일부러라도 저 역에 찾아와 기다릴 수도 있겠네요
    잘 봤습니다
  6. 요즘 글이 많이 올라와서 좋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7. 안녕하세요 2018.12.05 00:59
    요즘 글이 많이 올라와서 좋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8. ㅇㄹㅇ 2019.01.22 23:05
    만약에 저런 식으로 사람을 해치면 경찰한테 걸리지 않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