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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The Autopsy of Jane Doe, 2016

호러 영화 짧평 2017. 5. 1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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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Doe 라는 것은, 영미권에서 여성 아무개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남자 아무개는 John Doe 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 정도 되는, 신원미상의 누군가를 지칭하는 단어죠.

이 영화, The Autopsy of Jane Doe 는 제목 그대로 신원 미상의 여성, Jane Doe의 시체를 해부하는 영화입니다.


사실 공포 영화에서 가장 애용되는 소재를 꼽으라면 폐쇄된 공간일 겁니다.

외부로의 지원을 구할 수 없고, 내부의 적과 함께 고립된다는 절망감!

제작비 절감은 따라오는 거고요.

The Autopsy of Jane Doe 역시 폐쇄된 부검실이라는 한정적 공간을 아주 잘 이용해낸 영화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시체를 부검하게 되는데, 계속해서 그 시체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징후들이 발견됩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시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 영화가 매력적인 점이라면, 너무나도 이성적인 시작이 끝에 가서는 광기와 공포로 물든다는 점입니다.

현대 과학이 지배하는 부검실 안에서, 그 현대 과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 일어나는거죠.


사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 보면 작위적이겠습니다만, 호러 영화에 있어서는 완벽한 조합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심리적으로 조여가면서, 설령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이 영화의 뛰어난 매력이기도 하고요.





환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섞어둔 작품인데, 후반부 들어 공포가 이성을 지배하면서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호러 영화에 조예가 깊거나, 오컬트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익히 들어보셨을 사건이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요.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의 첫 공포 영화라던데, 생각보다 무척 훌륭한 작품을 뽑아냈습니다.

차기작이 기대되네요.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등장하는 고양이 이름이 스탠리인 것도 유쾌했습니다.

폐쇄 공간을 다룬 호러 걸작 샤이닝의 감독이 누구였는지를 생각해보면, 아마 감독의 센스였겠죠.

뻔할 수 있을 법한 부분에서 뻔하지 않게 만들고, 그게 또 먹히게 만드는 것.

만만치 않은 숙제를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점수는 8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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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 짧평 2017. 5. 1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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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일본의 합작 공포영화입니다.

대만 쪽에서는 가끔씩 기대하지 않은 대박이 터지곤 해서, 이번 영화에도 좀 기대를 걸었었는데 아쉽게도 빗나갔네요.

대만 전통 영혼결혼식이라는 독특하고 무서운 소재를 잘 골라냈음에도, 제대로 활용을 하질 못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모든 걸 보여주고, 그 이후에는 천천히 실망으로 굴러떨어지는 느낌이죠.


사실 이렇게 실망스러운 평가를 하게 된 것에는, 영화의 구조가 이상하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이야기인데, 거기에 또다른 이야기들이 얽히고 섥혀서 오히려 뭐가 뭔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릅니다.

마지막에 가서 풀리기는 하는데, 그게 시원하게 딱 풀리는 게 아니라 황당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게다가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무척 떨어집니다.

나름대로 트릭을 넣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정작 그게 무척 엉성하고 배려 없이 놓여져 있어서 전혀 충격으로 다가오질 않더라고요.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더욱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데, 각본가가 이야기를 쓰다가 수습이 안되서 던져버린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엔딩을 그런 식으로 내버리면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는데...

후반부의 황당한 급전개와 난데없는 엔딩은 이 영화의 평가를 떨어트리는데 톡톡한 기여를 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점만 있는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전통 영혼결혼식이라는 소재는 진짜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영혼결혼식이 등장하는 씬은 진짜 오싹합니다.

비주얼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관객에게 압박감과 공포를 선사하는 장면들이죠.

그래서 아쉬움이 더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훌륭한 소재를 들고서도 아쉬운 스토리텔링으로 말아먹은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차라리 전생 쪽의 비중을 늘리고, 영혼결혼식 장면을 늘렸다면 훨씬 무서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긴 합니다만 굳이 찾아볼 것까지는 없는 영화라고 생각되네요.

아니면 영혼결혼식 부분만 편집한 클립 영상을 구해보시거나요.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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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2016

호러 영화 짧평 2017. 5. 1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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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미쓰다 신조 소설이 영화화된 건 이 작품이 최초인 탓에 저도 기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원작이 진짜 좋은 작품이거든요.

미쓰다 신조의 음침하고 끈적한, 기분 나쁜 공포를 어떻게 재현했을까 궁금했는데...


실상은 재현하려는 시도도 안했더라고요.

기본적인 스토리 전개 자체가 원작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러려면 굳이 원작으로 이름을 빌려다 쓴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는 수준이었어요.

원작과의 접점은 전무하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더불어 배우 연기도 영...

AKB48의 에이스였던 이타노 토모미가, 그룹 졸업 이후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예쁜 걸로는 아이돌 시절부터 유명한 분이었지만, 연기력은 영 아니더라고요.

영화 자체도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는데, 배우 연기까지 모자라니 여러모로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원작과 어떻게든 접점을 엮으려는 건지 이상한 메타픽션이 들어갔는데...

아마 제가 원작 작가 미쓰다 신조였으면 감독을 한대 쳤을 거 같습니다.

거기서 이어지는 엔딩도 완전 별로에요.

이따위로 안일하게 끝내는 건 누굴 위한건지 정말.




결과적으로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그냥 원작 소설을 읽으시라는 겁니다.

원작 소설은 이 망작 영화보다 한 10배는 나은 훌륭한 작품이니까요.

미쓰다 신조 팬으로서, 이따위 쓰레기 영화에 노조키메를 갖다썼다는 데 울분을 금할 수 없네요.

이타노 토모미 팬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그냥 이타노 토모미 화보집을 사서 보시는게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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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백경, 2015

호러 영화 짧평 2017. 5. 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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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예와 마찬가지로 오노 후유미 원작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작품.

원작은 괴담 신미미부쿠로 시리즈처럼, 100편의 짧은 괴담이 담겨있는 괴담집이었습니다.

필연적으로 그 100개의 이야기 중, 어떤 걸 걸러내고 어떤 걸 담아낼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잔예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원작에 너무 매달렸습니다.

솔직히 귀담백경은 아마 여러분이 읽으시면 시시하다고 느끼고 넘어갈 정도의 괴담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노 후유미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귀담백경 책도 가지고 있지만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100편의 괴담 중 소름끼치는 건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영화로 만든다고 달라질까요?

영화는 10편의 에피소드를 뽑아내서 만들었지만, 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영상에 담는데에만 치중했습니다.

당연히 원래부터 안 무서웠던 이야기인데 영상으로 바뀌었다고 심각하게 무서워지지는 않습니다.

근데 그나마도 뭔가 진지하게 공포에 빠지기 애매해요.


지금 여러분이 보고계신 귀신의 자기부양 움짤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솔직히 이거부터가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웃기지 않습니까.

잔예의 경우에는 차라리 괴담의 기원을 파고드는 다큐멘터리 같은 맛으로 보는 매력이라도 있었지만, 귀담백경은 도저히 뭐 커버가 안 쳐지는 수준이었습니다.

10개 중에서 제 기준으로 그나마 어떻게든 팬심 동원해봐도 건질만한 에피소드는 1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굳이 안 보셔도 될 작품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시간과 돈을 위해서는 아예 안 보시는게 나을 거 같고요.

제 평가는 3점입니다.

나름 기대했던 작품인데 이 정도까지 말아먹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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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트위터에서 호러 영화를 보면서 짧게짧게 개인적인 소감과 평가를 남겨왔습니다.


140자 제한이 있는 트위터에서, 서너개 트윗으로 영화를 정리하다보니 그야말로 짧은 평가, 짧평이 되더라고요.


나름대로 본 영화들이 쌓이고 있고, 개인 취미라서 호러 영화 감상은 평생 할 거 같습니다.


블로그에도 가끔씩 영화 감상을 남기고,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트위터보다 조금 정제된 리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트위터에 올린 짧평의 합본이 되겠습니다만, 거기서 약간 더 다듬어진 리뷰가 올라오게 될 것 같네요.


괴담의 중심,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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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위자 : 저주의 시작(2016)

호러 영화 짧평 2016. 11.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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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과 인시디어스의 성공은 호러 영화 판도에 큰 영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한정된 장소와 저예산으로도 성공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성공만 하면 수백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영감을요.

거기 의거하여 숱하게 쏟아져 나온 '컨저링 제작진', '인시디어스 제작진'의 영화 중, 위자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2014년 빛을 본 이 영화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하다못해 깜짝 놀랄만한 일도 그닥 없는 아주 밋밋한 영화였거든요.

호러 영화에게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대치에서 수준 미달인 영화였습니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영화 평가 지표로 꼽히는 로튼 토마토에서 7%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겠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기적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찍으며, 5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에서 1억 달러 넘는 수익을 거둔거죠.

이 정도 흥행 대박이 터졌으니, 당연히 후속작을 만들어야겠죠.

하지만 호러 영화로서 수준 미달이었던 첫 작품을 어떤 식으로 살려내야만 할까요?

유니버설의 선택은 감독 교체였습니다.



전작인 위자는 각본가로 활동해 왔던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의 입봉작이었습니다.

그간 부기맨, 포제션 등 호러 영화 각본가로 활동해 온 스타일스 화이트 감독이었지만, 정작 감독 데뷔작인 위자는 수준 미달이었죠.

유니버설은 후속작 감독으로 오큘러스를 감독했던 마이클 플래너건를 선택했고, 이 선택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전작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보였거든요.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이미 언급했듯 프리퀄입니다.

위자에 등장했던 악령의 진정한 정체를 파헤치는 내용이죠.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은 각본 또한 맡아, 전작에서 설명하지 않고 던져놓다시피 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개연성 있게 엮어내는 수완을 보였습니다.

최소한 이 악령들이 어떤 원한 때문에 악령이 되었는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죠.

악령의 목적과 원인조차 알 수 없었던 전작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스토리 진행은 다소 뻔하게 흘러가지만요.



전작 위자가 그렇게 심각한 혹평에 시달린데는, 호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영화 내내 긴장감 없이 흘러갈 뿐 아니라, 분명히 귀신이 덮쳐오는데도 심드렁하게 바라보게 되는 괴상한 일이 벌어졌죠.

하지만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적어도 관객을 놀래켜 줄 장면을 여럿 준비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을만 합니다.

악령 그 자체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막내딸 도리스에게 빙의해 시도때도 없이 흰자를 드러내며 튀어나와 관객들을 놀래켜주죠.

전작이 대놓고 겁주는 영화임에도 그거 하나 제대로 못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발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컨저링과 인시디어스가 촉발시킨 하우스 호러 조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영화입니다.

악령의 근원은 집에서 기인하고, 집안에서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이어지죠.

이미 하나의 장르로 일컫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나온만큼, 집이라는 소재를 다룸에 있어 모자라는 부분은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집 자체에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있음에도, 정작 집에 관한 서술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예고편에는 나왔는데 정작 본편에서는 잘려나간 지하실 내부 장면들도 그렇고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위자 : 저주의 시작은 전작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해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호러 영화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합격점은 넘었지만, 새로운 시도도 없었고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장면들로 도배되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큘러스 때도 그랬지만,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은 합격점 정도는 확실하게 만들어낼 능력이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로튼 토마토 82%라는 놀라운 호평은, 아마 전작이 너무 말아먹은 것에 의한 반동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기본 점수는 6점을 주고 싶네요.

만약 위자보드를 직접 해봤고, 괴이한 경험을 직접 해보셨다면 +2점.

정말 하우스 호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1점.

전작 위자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1점을 더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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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 짧평 2016. 8. 1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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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라이트 아웃이라는 이름은 스쳐가다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겁니다.

 

2013년 제작된 이 단편 영화는 3분이 채 안되는 길이임에도 수많은 이들을 놀래키는데 성공했죠.

 

불을 끄면 닥쳐드는 귀신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효과적인 소재 덕분이었습니다.

 

누구나 어둠에 대한 공포는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는 Who's There Film Challenge에서 감독상을, FANT Bilbao 2014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이대로 좋은 단편 공포 영화로 기억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이 영화는 장편 영화로 거듭나 세상에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작금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공포 영화 감독 겸 제작자, 제임스 완의 눈에 들었거든요.

 

원작 감독 데이비드 샌드버그가 그대로 감독을 맡으면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하우스 호러에 능한 제작자와, 인디에서 이미 역량을 보여준 감독의 만남이었으니까요.

 

 

 

 

아니나다를까, 라이트 아웃은 기대했던만큼 아주 만족스러운 공포 영화였습니다.

 

사실 원본이 짧디 짧은 단편 영화인데다, 이미 그 안에 공포를 조성하는 요소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장편 영화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어 다소간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사족이 붙어 원작을 망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스토리라인과 뒷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스티븐 킹 작품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인데,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얻은 귀신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납득이 갈만한 설명을 내놓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공포에 맞서야 한다는 메세지는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귀신의 의도와 결부해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유가 있는 메시지기도 하고요.

 

 

 

 

라이트 아웃에 등장하는 귀신은 빛을 두려워하기에 빛 속에서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빛이 존재하면 언제나 그림자도 존재하기 마련이고, 빛이 꺼지는 그 순간 공포는 엄청난 속도로 엄습합니다.

 

마치 여고괴담에서 귀신이 순간순간 다가오듯, 네온사인이 점멸할 때마다 가까이 다가오는 귀신의 존재는 엄청난 긴장감을 빚어내죠.

 

작정한 듯 여러번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마다 정말 깜짝깜짝 놀라게 될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귀신입니다.

 

공포 영화 감상에 있어 강력한 한방을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라이트 아웃이니만큼, 이 영화는 조명에 아주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태양광부터 시작해 형광등, 백열전구, 네온사인, 자외선 램프에 촛불과 벽난로까지 온갖 광원은 다 등장합니다.

 

공포 영화에 있어 조명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독이 아주 잘 이해한 듯 한데, 적절한 역광과 그림자 연출 덕에 분명 빛이 켜져 있는 상태임에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이 구성됩니다.

 

당연히 어디서 귀신이 튀어나올지,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관객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게 되죠.

 

더불어 아주 독특한 광원들이 후반부에 등장하기도 하고요.

 

 

 

 

제작자로 참여한 제임스 완의 역량은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발휘됩니다.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하우스 호러는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지죠.

 

정신병에 시달리는 어머니는 모든 빛을 차단하려 듭니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침한 집.

 

그리고 정적 속에 천천히 들려오는 발소리.

 

집이라는 한정적인 무대에서 어떻게 하면 공포를 만들어 낼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의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된 느낌이었습니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자주 보이던 익숙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죠.

 

 

 

 

감독 데이비드 샌드버그는 첫 장편 상업 영화를 훌륭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제임스 완의 눈에 들었는지, 향후 애너밸 2 감독 자리도 내정받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되네요.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공포 영화였습니다.

 

모름지기 공포 영화라면 이래야지! 하는 느낌?

 

자주 놀래켜주고, 납득할만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다 괜찮은 엔딩을 보여줍니다.

 

 

 

기본 점수로는 8점을 주고 싶네요.

 

여기에 단편 영화 라이트 아웃을 재미있게 봤고, 장편 영화를 기대해왔다면 1점 추가.

 

그간 제임스 완이 작업해 왔던 하우스 호러 영화들의 팬이라면 1점 더 추가하면 되겠습니다.

 

 

국내 개봉까지 한참 남은 게 좀 아쉽네요.

 

늦여름 개봉보다는 한여름 개봉이 입소문이나 관객 동원에 더 좋았을텐데.

 

개인적으로 후반기에 기대하던 노조키메, 라이트 아웃, 귀담백경 세 작품 중 노조키메가 무너진 상황이었기에 더 반가웠습니다.

 

 

 

더불어 보러 가시기 전에 2013년에 나온 원작 단편 영화는 한번씩 보고 가시면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2013년 버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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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 짧평 2016. 7. 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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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 괴담을 번역하다보니 운좋게도 공포 영화를 공짜로 볼 일이 종종 생깁니다. 

7월 7일 국내 개봉한 잔예 역시 좋은 분이 전해주신 덕에 날로 보고 왔네요. 



잔예는 국내에는 십이국기, 시귀 등으로 알려져 있는 여류 공포 소설가 오노 후유미가 쓴 동명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입니다.  

2003년 이후 한동안 괴담 단편들로만 창작을 이어오던 오노 후유미가, 9년여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1999년 시귀로 못 받았던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이 작품으로 2013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든 작품이었다는 점이죠. 

잔예는 현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넣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르포르타주 소설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고스트 헌터 시리즈나 시귀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호러 소설을 기대했을 팬들에게는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작품일 수 밖에요. 

그 뿐 아니라 자극적인 묘사는 나오지도 않고, 어디까지나 공포의 근원과 주변을 탐구하는 내용이다보니 화끈한 호러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땅과 집에 얽힌 액운이라는 소재는 매일 같이 개발이 이어지고 오래된 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국내에서 공감하기 더욱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영화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궁금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한 소설을, 어떤 식으로 영화화했을지 알고 싶었거든요. 



영화는 말 그대로 책을 완벽하게 영상화했습니다. 

도입부, 작가가 쿠보에게 제보를 받아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파헤치는 부분부터, 책의 마지막 마무리까지 온전하게 영화 안에 모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 전체의 서사가 무척 단절적으로 나타나게 되어버렸네요.



 

집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을 시작으로, 그 원인을 추론하고, 과거 그 집과 땅에 있었던 일들을 역으로 추적해나가는 스토리 자체는 흥미로울 여지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단서를 찾고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을 엮어 나가는 이야기가 책과 똑같은 순서대로 나타나다보니, 정작 한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의 연결이 느슨하고 애매해져버렸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한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얽히고 섥히는데 정작 이야기가 하나씩 뚝뚝 끊어지다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한데 엮어내는 게 어려울 수 밖에요. 

더불어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공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보니, 단순한 호러를 원한 사람이라면 금새 질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책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영화가 그대로 물려받은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전적으로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괴담이라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글로 적히고,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구현됩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죠.



 

영화화된 잔예는 그런 부분들을 아주 만족스럽게 채워줍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들려오는 바닥이 쓸리는 소리, 마루 밑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신음소리, 내 귓가에만 울려퍼지는 아기 울음소리...  

이런 소리들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구현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켜주고, 책에서 상상만 하던 부분을 아주 만족스럽게 메워줍니다.  

책을 그대로 영상화한 덕에, 책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어떤 이미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원작을 읽은 관객에게는 플러스가 될 수 있겠고요. 



일본 괴담은 대개 음습하고 끝맺음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어떤 의미에서 잔예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에 정확히 일치하는 작품입니다.  

공포의 근원을 찾아나가며 마주치게 되는 사건들은 대개 음산하고 고독하며, 알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습니다. 

근원에 가까워지면서 재앙이 점차 퍼져나가고, 그걸 두려워한 나머지 끝을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마저 전형적인 일본 괴담과 닮아있네요. 

그나마 엔딩 직전,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들어왔다 머리 끝까지 화만 났을 관객들을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호러 씬이 몇 있기는 하지만요. 

여러번 언급했듯,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무서운 장면이 딱딱 나오는 영화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는 꼭 피하셔야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훌륭했습니다. 

한때 일드의 여왕이었던 다케우치 유코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떠오르는 신예 하시모토 아이와 사카구치 켄타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신 스틸러 역할을 맡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기본적인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3점입니다. 

만약 단절된 서사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좋아한다면 +2점. 

일본 괴담을 정말 좋아한다면 +2점. 

원작 잔예를 읽어봤다면 +3점.



 

정작 예고편은 평범한 하우스 호러처럼 뽑아놨습니다. 

저도 예고편만 보고 원작을 완전히 무시한 망작일거라 예상했는데, 왠걸. 

오히려 지독하리만치 원작에 집착한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자 오노 후유미가 직접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찾아가 제작을 의뢰했다던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납득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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