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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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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을 거니는 게 취미라, 길도 없고 사람도 없는, 산나물이나 캐러 가는 산에 자주 간다.


그래서 종종 이상한 것도 보게 된다.


새하얀 영양이나, 어른 크기는 훌쩍 넘는 독수리나.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그거였지.


가족이 다같이 있던 거.


결코 사람이라곤 있을 수 없는 산속에.




평일 오후였는데, 그날은 미야기, 야마가타, 아키타 3개 현의 경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커다란 너도밤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이라, 어둑어둑한 것치고는 편한 길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길이 있는 것도 아니라, 산나물 캐러 다니는 동네 사람이나, 나처럼 GPS 장비를 갖추고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들어오기도 힘든 곳이다.




그렇게 작은 산등성이를 따라 걷는데, 산등성이 아래 흐르는 작은 골짜기 옆에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계류낚시라도 하는건가 싶었다.


하지만 금세 의아해졌다.




한 사람이 아니라 4명이서 강가에 서 있던 것이다.


거리는 100m 좀 넘게 떨어져 있었기에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넷 있다는 건 확실했다.


개중 둘은 어린아이인 듯 했다.




머릿속에 가족끼리 동반자살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이런 곳까지 올 이유가 없다.


애시당초 어린아이가 걸어오기도 어려운 길이고.




조금 무서웠지만, 손에 든 쌍안경으로 살펴봤다.


네 사람은 나를 등지고 서 있다.


두명은 역시 어린아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어른이고, 남자와 여자인 듯 했다.


얼굴이 보고 싶어 잠시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다.


누가 장난으로 마네킹을 거기 세워놓았는가 싶었다.




나는 다가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혹시 진짜 일가가 동반자살하려는 거라면 멈춰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도망치거나 강에 뛰어들까봐, 조심스레 다가갔다.




바로 근처까지 다가가서야 알아차렸다.


정말 마네킹이었다.


어른 마네킹 둘과 아이 마네킹 둘에, 옷을 입혀 누군가 거기 세워둔 것이다.




황당한 것과 동시에, 소름이 끼쳤다.


이런 짓을 한 녀석이 있다면, 그건 분명 제정신은 아닌 녀석일테니까.


인형 앞을 바라보니, 각각 마네킹에 페인트로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이 수도 없이 뚫려있었다.


산탄총으로 쏜 것 마냥.


만신창이가 된 아이 마네킹의 이마에는 커터 칼날이 박혀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곧바로 하산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그 좁은 길을 마네킹을 들고 지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텐데.




혼자 한 짓이라면 두세번은 왔다갔다 해야만 했을 것이다.


재작년 일이니 아직 그 마네킹은 거기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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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골든위크 때, 형부에게 들은 이야기다.


형부는 고등학교 때 산악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흥에 겨워, 비싼 등산화를 제깍 사버렸단다.




세미오더로 산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아마 5만엔 넘게 냈다나.


25년 전이었으니 체감상으로는 더 비쌌겠지.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형부는 정작 그래놓고 고문 선생님이 무서운데다 매일 근력 트레이닝을 하는데 질려버렸다고 한다.


상하관계가 요상하게 구축되어 있는 군대식 운동부에 싫증이 난 나머지, 여름방학도 되기 전에 탈퇴해버렸다나.


그때는 두번 다시 등산 같은 건 안 할 생각이었던데다, 부잣집 도련님 비스무리한 거였으니까 뭐.




물건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 형부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는 등산화를 같은 반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얌전하고 성실한 친구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사이즈는 딱 들어맞았다.




친구는 무척 기뻐하며, 평생 잊지 않겠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워낙 비싼 신발이다보니, 차마 받을 생각도 못하고 그냥 빌려만 가겠다고 했단다.


형부는 잘 기억조차 못하고 있지만.




다만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는 신발이야. 네가 잘 신어주면 신발도 기뻐할거야.] 라고 말하며, 스스로 멋있다고 한껏 으쓱거렸던 것만 기억이 난다나.


친구는 그 후, 대학에 가서도,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등산을 했다고 한다.


고지식한 성격이라 매년 연하장을 보내왔고, 거기에는 여름에는 호타카에 갔다느니, 이번 겨울에는 키타다케를 오른다느니 꼼꼼하게 등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해부터인가, 소식이 뚝 끊겼다.


연하장을 받기만 할 뿐 딱히 답장도 하지 않았던데다, 형부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문으로 늦게서야 친구의 부고가 전해졌다.




암이었다고 한다.


38살의 한창 나이였다.


깊은 우정이 있던 것도 아니고, 형부 입장에서는 그저 필요 없는 신발을 준 것 뿐이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안타깝다는 생각 정도 뿐이었단다.


연하장이 안 왔다는 것도, 사실 부고를 들은 후에야 깨달았을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형부는 천천히 그 일을 잊어갔다.




그런데 작년 연말, 헛간을 개축할 때였다.


형부는 귀찮아하면서도 일손을 도우러 고향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있더란다, 그 등산화가.




신을대로 신어서 검게 윤이 나는 게, 집 헛간에 들어있던 것이다.


형부는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가족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아, 그거. 귀신처럼 초췌한 사람이 갚으러 왔더라. 계속 빌려써서 미안하더면서.]




형부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거, 언제 이야기야?]


[음, 작년일걸, 확실히?]




그렇다면 진짜 유령이 아닌가.


뭐, 실제로는 착각한 거고 친구가 죽기 전에 굳이 갚으러 찾아왔던 것이겠지만.


하지만 형부는 혹시나 친구가 죽은 뒤 갚으러 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단다.




어차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살아서 왔든, 죽어서 왔든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달까, 고지식한 녀석이야. 그런 닳아빠진 등산화를 이제 와서 갚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하지만 녀석은 녀석대로, 계속 빌려쓴다고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거겠지. 요즘 세상에 그렇게 고지식한 놈이 어디 버틸 수나 있었겠냐, 나처럼 적당히 닳아빠진 놈이나 버티지. 어떤 의미로는 빨리 하늘나라에 가서 행복할지도 몰라. 죽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형부는 묘하게 씁쓸한 듯 웃었다.




[어? 그 등산화? 있어, 아직 집에. 너 등산하고 싶으면 줄게. 신을 수 있을거야. 하하하... 거짓말이야, 거짓말. 절에다 공양했어. 또 저승에서 그 녀석이 신고 등산 다니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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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5th]화상 치료

괴담 번역 2018. 2. 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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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초 무렵, 유바리의 어느 탄광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혼슈에서 개척민으로 넘어온 광부 A씨는, 폭발사고에 휩쓸리고 말았다.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전신에 화상을 입어 중태였다.




옛날 일이다보니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저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아내가 기다리는 함바집 단칸방에 옮겨졌다.


데리고 온 의사는 [크게 다쳤지만, 오늘 밤만 넘기면 목숨은 건질 수 있겠지. 무슨 일 있으면 부르러 오시오.] 하고는 집 주소만 알려주고 돌아가버렸다.




그날 한밤중.


촛불 한자루 어스름한 아래, 머리맡에서 홀로 간호하던 아내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현관에 누가 온 것 같았다.


아내가 나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A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오. 오늘 큰 재난을 만났으니 정말 안타깝게 됐습니다. 당장이라도 병문안을 오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일이 많아 멈출 수가 없어 이렇게 밤 늦게 폐를 끼치며 찾아오게 되었소. 부디 우리에게도 A씨 간호를 돕게 해주시오.]


아내는 혼자 불안하던 차에, 따뜻한 제안을 받아 감동한 나머지, 방에 다 들어오지도 못할만큼 많은 동료들을 기쁘게 맞이했다.




그들 각자 한명씩, A씨에게 말을 걸고 격려해주고는, 방안에 앉아 아내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


아내는 몽땅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그들 중 한사람이, [나는 의술에 조예가 있으니, 진찰해 보겠네.] 하고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버젓한 신사였다.


누군가의 지인일까.


[몹시 심한 화상이지만, 나는 심한 화상을 치료하는데 능통하네. 오늘밤 안에 의술을 행하면 A씨는 금세 나을게야.]




아내가 그 말을 거스를리 없었다.


그리하여 어스름 가운데, 신사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치료는 거친 것이었다.




신사는 [화상은 눌어붙은 피부를 뜯어내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네.] 라고 설명하면서, A씨 몸을 감은 붕대를 벗겼다.


그리고는 A씨의 피부를 아무렇게나 뜯어내기 시작했다.


광부들 사이에서도 강건한 신체를 가졌던 A씨지만, 여기에는 견뎌낼 수 없었다.




A씨는 너무나도 심한 고통에 절규하며, [차라리 죽여다오!] 라고 울며 외쳤다.


아내는 허둥댈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처절한 남편의 절규 앞에, 아내는 자신도 귀를 막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신사는 [여기만 참고 넘기면 된다네. 금방 편해질거야.] 라고 말하며,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인가 A씨의 절규는 멎고,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신사는 아내에게 [걱정 끼쳤지만 이제 괜찮네. 금세 건강해질거야.] 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내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며, 바깥까지 신사를 배웅했다.


먼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온다.




곧 새벽이다.


방으로 돌아오니, 아까까지 좁은 방에 미어터지게 들어차 있던 문병객들이 하나도 없었다.


아내는 이상하다고 여기기보다는 불쾌했다.




돌아간다면 한마디 인사라도 하고 가면 좋을 것을.


지친 아내는 A씨 머리맡에 앉아 좀 쉬려고 했지만, A씨의 안색을 보고 경악했다.


새벽 햇살 속에 보이는 A씨의 안색.




그것은 마치 납덩이 같은 색깔이었으니까.


아내는 A씨에게 매달려 다시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소란을 들은 이웃집에서 의사를 데려왔다.




의사는 A씨 모습을 보자마자 아내에게 호통을 쳤다.


[누가 멋대로 환자를 건드린게야!]


A씨를 감싸고 있는 붕대는, 누가 봐도 비전문가가 매어놓은 듯 허술했다.




붕대를 벗긴 의사는, A씨의 몸에서 눈을 돌렸다.


끔찍하게 피부를 뜯겨 죽은 시체가 있었으니.


너무나도 괴기스런 사건이라 경찰이 불려왔고, 반쯤 정신을 놓은 아내에게서 어떻게 사정을 청취했다고 한다.




허나 그날 밤 나타났다는 사람들도, 그 신사도, 탄광은 물론이고 주변 마을 어디서도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어느 사람은, [그건 여우 짓일 것이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우에게 사람의 상처 딱지나 화상 자국은 신묘한 약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는 화상을 입거나 딱지가 앉은 사람이 산에 들어서면 여우에게 홀린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A씨의 아내는 눈이 나빴던데다, 하루 종일 울었던 탓에 눈이 부어있었다고 한다.


여우는 그걸 노렸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 이야기의 채집자는 기록해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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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4th]환각과 환청

괴담 번역 2018. 2. 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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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몇년 전부터 노인 간병 일을 하고 계신데, 얼마 전 치매 노인이 보는 환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래도 치매 걸린 사람들이 보는 환각은 그리 좋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한 환자는 [저기 아이가 죽어있어.] 라며, 아무 것도 없는 바닥을 가리키기도 했단다.




또 다른 환자는 [옆 침대 위에 피투성이 사람이 산더미처럼 있어.] 라며, 아무도 누워있지 않은 텅빈 침대를 보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입장이지만, 치매 노인들이 보는 환각은 젊은 시절 경험한 끔찍한 광경이 되살아나는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 뇌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환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몇년 전, 9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리 증조할머니도 돌아가시기 몇년 전부터 치매를 앓으셨다.


증조할머니에게는 세 사람의 가족이 보였다고 한다.


증조할머니 말에 따르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다섯살 정도 된 까까머리 남자아이라고 한다.




남자아이는 민요 중 "쿠로다부시(黒田節)" 를 좋아해, 증조할머니에게 자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반바지를 입고 있고, 이마를 다쳐 피가 나고 있다.


어머니는 잔소리가 심한데 비해, 아이에게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버지는 키가 크고, 아이를 무척 소중히 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들었다.


그 가족은 낮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증조할머니가 잠들 무렵에나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밤만 되면 증조할머니의 혼잣말이 들려와, 나는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증조할머니의 정신이 더 어두워져, 환각과 환청이 심해진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였다.


그 날은 마침 여름방학이라, 나는 수험 공부를 위해 늦은밤까지 깨어있었다.




라디오를 틀어두고, 학교에서 받아온 문제지에 매달렸다.


늦은밤인데도, 가끔 창밖에서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지 꽤 지날 무렵.




[똑똑.]


갑자기 창문 높은 곳에 바깥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누구지?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이다.


[똑똑.]


또 두드린다.




무서웠다.


누가 장난치는 것인지도 모르고, 강도일 수도 있다.


다른 방으로 도망치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틈에 이 방에 침입한다면...?


[똑똑똑똑똑똑똑똑... 똑똑똑똑똑. 쾅쾅쾅쾅쾅쾅쾅쾅...]


손가락뼈로 두드리는 소리와, 손바닥을 펴서 두드리는 소리.




무서운데다 기분 나빴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창문 밖에는 연못이 있고, 창문과 연못 사이에는 좁은 통로가 있다.




그 주변에는 나무가 잔뜩 심어져있다.


만약 이 창문을 두드리려 여기까지 오려면, 사람이 나무 주변을 걷는 소리, 낙엽이 떨어진 땅을 밟는 소리가 날 터였다.


어둠 속에서, 연못과 창문 사이 좁은 길을 걷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실수로 연못에 빠져 큰 소리를 내기 십상일텐데.


결국 그 소리는 한시간 넘게 이어지다가 겨우 그쳤다.


이튿날 아침, 증조할머니가 나를 찾아와서는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화를 내셨다.




딱히 야단 맞을 짓은 한 기억이 없어 당황했지만...


[왜 열어주지 않은거야! 비를 맞아서 감기 걸리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어제는 맑았는데.


[아이가 울었다! 왜 열어주지 않은거야!]


아이...?




[내 방 창문이 열리질 않으니까 "저쪽 방 창문 가서 열어달라고 말하렴" 했다. 네 방에 가서 말을 했다는데 왜 열어주지 않은거야!]


증조할머니 방에 가서, 창문 쪽을 보았다.


작은 손자국과 큰 손자국이 셀수도 없이 남아있었다.




황급히 내 방에 돌아와, 커튼을 닫아둔채 창문을 열었다.


역시 내 방 창문에도 크고 작은 손자국이 수도 없이 남아있었다.


비에 젖은 듯, 물방울이 창문에 붙어있다.




증조할머니...


나는 할머니가 본 게, 치매에 의한 환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 무 래 도 진 짜 로 봤 던 거 같 네.




만약 커튼을 열어뒀더라면, 나도 증조할머니가 봤던 세 사람의 가족을 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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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3rd]복이 들어오는 신발장

실화 괴담 2018. 2. 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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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느 집이던, 신발을 벗고 산다면 신발을 놓는 곳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신발을 벗고나서 정리하는 방향을 의식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신발을 정리하라고 하면 항상 신발 끝이 현관쪽을 보게 맞춰서 정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머니가 신발장을 보시곤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신발을 바깥쪽으로 두면 복이 걸어나간다고, 집 안쪽으로 오게 정리해야 복이 들어온다고요.


저는 속으로 그럴리가 있나 하면서도, 다시 신발 방향을 돌려놓고는 했죠.




이 이야기는 약 7년전 12월, 제가 중학생 때 이야기입니다. 


중학생 때 저는 그 나이대 학생들이 그렇듯,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새 컴퓨터를 하고는 했습니다.


제 방은 현관을 들어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안방과는 대각선으로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에 게임을 하다가 안방문 여닫는 소리나 부모님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모니터를 끄고 자는 척 하곤 했죠.


겨울, 난방비를 아껴야한다는 이유로 베란다 창문과 문을 모두 잠그고 두꺼운 커텐을 쳤던터라 거실은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웠습니다.


그 탓에 모니터 불빛이 방문틈으로 새어나가 부모님한테 몰컴이 걸리곤 했거든요.




그 날도 가족 모두가 잠들기 전, 신발장 정리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신발을 모두 안쪽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신발을 안쪽으로 향하게 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럼 복이 신발이라도 신고 들어오는걸까?"


헛소리 같겠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정리하고나니, 가족들 모두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성공적인 몰컴을 위해,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며 안방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했습니다. 


안방 문 여닫는 소리는 굉장히 커서, 안방 문만 닫혀있어도 열리는 소리를 듣고 빠른 자는 척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컴퓨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을까요. 


새벽 2시쯤, 저는 문 밖에서 탁하는 소리를 듣고 순간 놀라 모니터를 꺼버렸습니다.




속으로 "어째서? 안방문에선 아무 소리도 안났는데 어떻게?" 하면서, 저는 방문으로 다가가 귀를 댔습니다. 


[탁탁, 탁.]


문 밖에선 분명히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놀란건 소리가 나기 때문만은 아니였습니다. 


소리의 방향이 이상했거든요. 


분명히 방문 바로 밖 왼쪽, 신발장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신발을 신고 바닥에 몇 번 발을 구르는 듯한 그런 소리가요. 


가족들은 모두 방에서 자고 있을텐데. 


저는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바닥에 살짝 주저 앉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소리는 굳이 문에 귀를 대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신발장에서부터 굉장히 빠른 발걸음 소리가 부엌으로 달려가는겁니다.


진짜 복이 들어온 것은 아닐지언정, 뭔가가 들어왔다는건 확실했습니다.




저는 재빨리 제 방 작은 창문을 닫고 방문을 잠가버렸습니다.


다시 문에 살짝 귀를 가져다대자, 발소리의 주인이 부엌에서부터 방문 앞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 앞 거실에서 터벅터벅 맴돌다가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차마 이 침묵을 깨며 방문을 열고 나가서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저는 날이 어느정도 밝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 나가기로 마음 먹고 다시 모니터를 켰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새벽 6시쯤.


날이 어느정도 밝아오자, 저는 슬슬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거실에는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두꺼운 커튼도, 잠가놨던 베란다 문과 창문도 전부 활짝 열려진 상태로, 거실에는 곧바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안방문은 굳게 닫혀있었죠. 


신발장의 신발들은 여전히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였습니다.




대체 그 날 신발장을 통해 들어와서 뛰어다니다가 베란다 문을 열고 사라진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몇년이 지난 지금도, 신발을 안쪽으로 정리할 때면 또다시 뭔가가 집 안으로 걸어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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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소설 2: 다시 시작된 저주, 2015

호러 영화 짧평 2018. 1. 2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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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뭔지 정말...

1편도 모자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합격점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2편은 완전히 말아먹었네요.

1편이 스너프 필름의 느낌이라도 전달했다면, 2편은 그냥 아무 것도 못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기본 스토리 구성부터가 전작을 못 따라갑니다.

전작이 비밀을 파헤치는 쪽이었다면 이번 건 참사를 막는 쪽이죠.

호러 영화에서 어느 쪽이 더 오싹할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전작만큼의 스토리 구성이 안 나오니까 양보다 질이라고 스너프 필름 비중을 왕창 늘렸습니다.

근데 그게 전작처럼 리얼하고 오싹한 느낌이 안 들어서 그냥 그저 그래요...





에단 호크가 전편에서 사망하며 하차한 탓에, 전편의 조력자였던 제임스 랜슨이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호감 가는 캐릭터로 1편에 이어 노력했고, 좋은 모습 보여줬습니다.

1편에서는 경찰이었는데, 2편에서는 때려치우고 부굴의 저주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역할입니다.

대단히 소시민적인 호러 히어로인데, 그래서 더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게 있어요.

배우한테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더불어서 1편에서 제목 멋대로 번역한 죄값을 이번에 톡톡히 치뤘습니다.

원래 1편에서 에단 호크가 작가로 나오는 탓에 살인소설이라는 제목을 갖다붙인건데, 이번 작품에는 소설이라고는 코빼기도 안 나오거든요.

원제가 Sinister, 사악한 내지는 불길한이라는 뜻인데 이걸 이런 식으로 바꿔버렸으니 원.




1편에서도 하는 거 하나도 없이 아바타 놀이나 하던 부굴은 더욱 찌질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악신에게서 느껴져야 할 위압감과 공포는 온데간데 없고, 찌질하게 뒤에 숨어서 겁이나 주다가 사라지는 삼류 악당으로 나와버리는 게 이 영화 최대의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빼앗는 악신이라더니 하...

애들이나 겁주다가 마지막에서나 좀 있는 척 하는 동네 양아치 같은 모습이 정말 꼴뵈기 싫었습니다.

너 하나도 안 무서워 임마.




이 영화 시리즈가 꾸준히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소재 자체는 진짜 괜찮다는 겁니다.

근데 1편에서는 그나마 진짜 스너프 필름 느낌이라도 나던 살인영화가, 2편 들어서는 그냥 아무거나 갖다붙이고 대놓고 보여주는 형태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호러 장르가 저가에 찍어서 남겨먹는 작품성 모자란 B급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대충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3편은 아마 영원히 못 나올 거 같네요.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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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3rd]문고리

괴담 번역 2018. 1. 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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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한살 어린데 자주 같이 근무하는 남자 녀석이 있다.


노래방 아르바이트인데, 손님이 오지 않을 때는 카운터에서 담배 피거나 잡담도 해도 되는 꽤 자유로운 곳이었다.


나도 틈이 나면 그 녀석, M과 자주 떠들어대곤 했다.




이야기를 하던 와중, M은 자기가 영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 "나오니까" 가끔 상태가 안 좋아져] 라던가.


확실히 새로 들어온 알바생이 [문을 확실히 닫았는데 청소하는 사이에 열려있었어. 무서워...] 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무서워서 아르바이트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었으니, M은 정말 영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M에게 물어봤다.


[지금까지 겪은 것 중에 가장 무서웠던 일이 뭐야?]




그랬더니 M은 [바로 요 얼마 전 이야기인데...] 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M은 자동차를 좋아해서 혼자 자주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곤 한단다.


그날 역시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해안선은 지역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긴 터였고.


하지만 M은 아무래도 달리고 싶었는지, 차를 꺼냈다.




동반자 없이, 혼자 나서는 드라이브였다.


M은 혼자 드라이브 하는 걸 특히 좋아했으니까.


해안선은 심령 스폿으로도 유명하지만, 당시 유행하던 도로 경주가 자주 열릴만큼 커브와 직선 코스가 적절히 섞인 좋은 드라이브 코스기도 했다.




다만, 어느 다리에서 새벽 2시가 되면 여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다.


M은 귀신 이야기 따위는 잊은채 기분 좋게 해안선을 드라이브했다.


그리고 귀신이 나온다는 다리 바로 앞에 도착했을 때, 문득 귀신 이야기가 떠올라 시계를 봤다.




딱 2시였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딱 들었단다.


U턴을 하려해도 중앙 분리대가 있는데다, 갓길도 없어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M은 그대로 그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시선은 다리 너머로 고정하고, 절대 사이드미러와 백미러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애써 콧노래를 부르며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무척 기분 나쁜 분위기였지만, 어떻게든 건넜다.


어차피 이런 귀신 이야기는 헛소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며, M은 드라이브를 마저 즐겼다.


해안선을 쫙 지나가며 만끽한 뒤, M이 집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 무렵.




드라이브는 즐거웠지만, 조금 지친 탓에 M은 눈을 붙이기로 했다.


M의 방은 특이해서, 집 안에서 혼자 동떨어진 위치에 있다고 한다.


아파트 같은 입구에 현관도 있지만, 애시당초 집 안 부지에 있다보니 평소에는 문을 굳이 잠그지 않는다.




그런데 M이 이불 속에 들어가자, 갑자기 문고리가 철컥철컥하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족이라면 문이 열려 있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을테고, 친구가 장난치러 왔다 쳐도 이미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다.


M은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라 그대로 굳어있었다.




그 와중에도 문고리는 계속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어쩔 도리도 없이, M은 문고리를 지켜봤다.


갑자기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서서히 문고리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M은 미친듯 달려가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반쯤 돌아간 문고리를 우격다짐으로 돌린 뒤, 문을 잠궜다.




M이 문고리에서 손을 떼자, 문고리는 다시 미친 듯 철컥철컥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M은 날이 밝을 때까지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었다고 한다.


[혹시 친구였을지도 모르잖아. 문에 달린 구멍으로 내다보지 그랬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M은 새파란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거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무서워서 내다볼 수도 없었다고. 그냥 짐작이지만, 밖을 내다봤으면 피투성이 여자가 있었을 거 같아서 도저히 내다볼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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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2nd]거미가 된 사촌

괴담 번역 2018. 1. 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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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사촌이 자살했다.


난치병이라고 할까, 괴질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병 때문에 고생했었다.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꽤 희귀한 병이다.


일상생활이 가능은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하고.


하지만 외모적인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지는 병이었다.




이성이라면 더더욱 꺼렸겠지.


사촌은 우울증에 걸려 술에 빠져 살다가, 가족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장례식날 철야할 때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죽은 사람이 거미의 몸을 빌려, 장례식 철야 자리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향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다.


장례식 철야 자리, 스님의 독경이 끝나고 상주의 인사가 시작됐다.




그 즈음, 커다란 농발거미가 나타났다.


꽤 컸기에 깜짝 놀랐지만, 사촌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인사 하러 온 걸까 싶어 이내 침울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모, 그러니까 사촌의 어머니가 천천히 움직여, 맨손으로 거미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으깨죽였다.


그 때 이모가 짓고 있던 아무 감정 없는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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