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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실화

[실화괴담][69th]고시원 이야기

실화 괴담 2016. 9. 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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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나가는 법학도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0년, 당시 스무 살이던 저는 장충동 D 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통학하려면 대략 두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이 걸렸는데, 왕복 4시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제 하루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군요.


게다가 여자친구랑 만나다 보면 금세 지하철이 끊기는 일이 태반이라, 결국 상경해서 살기로 했습니다.




원룸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최대한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보증금이 천만 원은 기본이었고, 보증금이 저렴한 곳은 월세로 지급하는 금액이 상당히 비쌌습니다.


결국, 저는 당분간 고시원에서 지내기로 했죠.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그루터기 고시원이라는 곳이었는데, 한 달 고시원비가 20만 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값이 저렴했죠.


물론 방에 창문은 없었고, 화장실과 취사시설은 다 같이 쓰는 구조였지만요.




워낙 학교에서 가깝다 보니 한두 달 정도만 살고, 원룸을 구해서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사람이 환경에 적응해버리면, 익숙해져서 새로운 환경을 거부하게 되더라고요.


7월에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어느덧 11월을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마침 11월에 제 생일이 있어서 동기들과 학교 앞 베XX트라는 술집에서 파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닮아 술이 강한 편인데, 이상하게 그날은 빨리 취해서 결국 동기들이 저를 데려다 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취기를 없앤답시고 동기들과 학교 중앙 광장 코끼리 동상에 올라가는 등 미친 짓을 하다가, 동기들을 먼저 보내고 비틀거리면서 고시원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고시원은 동산 뒤에 있는데, 그곳은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가로등도 하나밖에 없는지라 11시 정도만 되도 인적이 상당히 줄어들고 나름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곳이었습니다.


겨우 골목 앞까지 와서 "아 이제 다 왔다." 생각하며 고시원 쪽으로 향하는데, 가로등에 어떤 여자가 머리를 툭툭 박고 있었습니다. 


마치 왕복운동을 하는 듯 말이죠.




저는 [저 여자도 술 취해서 맛이 갔구나...] 하고 혼자 중얼대며 고시원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더니 뒤에서 [너무 춥다...]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마치 기계로 조합해 낸 것 같은 소리였죠.




흔히 공포영화나 그런 곳에서 나올법한 목소리였어요.


상당히 거슬리는 기분 나쁜 톤이었고.


취기 때문에, 그리고 피곤하기도 했기에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집 가서 발 닦고 자면 되지, 왜.]


그리고는 고시원으로 올라갔습니다. 


1층은 사무실 같은 곳이고, 2층은 총무실과 여자 숙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3층이었고, 4층은 원룸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고시원은 밤이 되면 모든 층에 불을 꺼놓으므로 가끔 맨정신에 올라가면 소름이 끼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1층 2층 3층 올라가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술 취한 여자가 제 바로 뒤에 있더군요.




순간 술이 확 깼습니다.


[뭐... 뭐야... ] 하고 입이 저절로 움직이더군요.


그 전봇대에 머리를 박아대던 여자는 저를 쫓아왔던 겁니다.




제가 서 있던 장소는 층간 창가 쪽, 담배를 태우던 장소여서 노래방 간판 불빛이 비쳤는데, 그 여자 얼굴도 불빛에 비쳤습니다.


보통 시선이 다리부터 올라가서 얼굴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그 여자는 얼굴부터 보게 되었습니다.


턱... 입... 코... 눈... 




눈?


눈 주위가 새까맣길래 처음에는 선글라스를 낀 줄 알았는데 다시 살펴보니 눈이 없습니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갖춰둔 스쿱으로 도려낸 것같이 말입니다. 




3층 현관에서는 신발을 슬리퍼 같은 걸로 갈아신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제 방 815호로 죽으라 달려가서 단숨에 문을 따고 들어가서 잠갔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고시원 특유의 따뜻한 보일러 때문에 방 안은 찜질방처럼 따뜻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논리적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긴장이 풀렸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더는 안 올 거라는 안도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잠깐 잠에 빠졌나 봅니다. 


너무 더워서 눈을 떴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더워서 문을 좀 열었습니다.


그 방은 문을 열면 왼쪽에 1인용 침대가 있고, 정면에는 책상이 있습니다.




침대 맞은편에는 옷장이 있고요. 


상당히 좁은 방이었습니다.


방에 창문이 없어서 환기하려면 문을 열어야 했고요.




잠에서 잠깐 깨어났던 저는, 문을 살짝 열어두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기척이라고 해야 하나, 눈을 감고 있어도 물체가 지나가면 보이지는 않아도 뭔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누군가 제 방앞에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술도 마셨겠다 하도 피곤해서, 그냥 옆방 사는 형일 거로 생각하고 잠을 청했죠.


그리고 아침 9시쯤 일어났습니다.




마침 그때 옆방 형도 일어났는지 방에서 나왔습니다.


[어? 형 일어나셨어요?]


[아... 아니, 일어난 건 진작에 일어났지.]




[오늘 쉬는 날인데 빨리 일어나셨네요?]


[잠이 안 와서... 근데 너 어제 여자 데려왔냐?]


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습니다.




[여자라뇨?]


[에이, 시치미 떼지 마. 어제 새벽에 물 먹으러 가는데 네 방 앞에 여자 한 명 서있더만.]


저는 순간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전날 새벽, 고시원 앞에 있던 여자가 저를 따라서 3층까지 올라왔던 게 그제야 떠올랐거든요.


자다가 문을 열어두었고,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는 건 생각났지만, 그 주인공이 옆방 형이 아닌 그 눈알 없던 여자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형, 어제 제 방 앞에 서 있던 사람 형 아니었어요?]




[에이, 무슨 소리야 그게. 너 좀 더 자야겠다.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만 하고.]


저는 너무 놀라서 방안에 돌아와 침대에 앉았습니다. 


그때 귓가에 들렸던 한마디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잘 쉬고 간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 기괴한 목소리...


전날 새벽에 봤던 것은...




그리고 밤새 제가 느낀 인기척은...


그저 술김에 본 환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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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8th]취사장에서

실화 괴담 2016. 9. 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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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매망량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 복무 시절 겪은 일입니다.


전역 전날, 숨어서 삐대다가 그만 잠이 들어 저녁점호 때까지 취사장에 박혀있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 부대는 해안 경계부대였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주더라고요. 




말년 휴가 복귀해서 다음 날이면 전역할 예비 민간인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요.


애당초에 부대 분위기도 널널했기에, 원래 말년들은 점호에 자주 빠지곤 했습니다.


점호를 맡는 소초장도 신경 안 썼어요.




"또 말년 하나 땡땡이치고 있구나." 하고, 부대 안에 있기만 하면 뭐라고 말도 안 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저는 그 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날만은 달랐습니다. 




자는데 갑자기 소초장이 절 막무가내로 끌고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취사장을 지나 연병장 근처까지 가서야 절 내팽개쳤습니다.


그래놓고서는 말 한마디 없이 취사장을 바라보더니, 곧 몸서리를 치고 가버리더라고요. 




황당한 사태에 전 아무런 저항도 못 했죠.


다음날, 전역신고를 마친 후 소초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이제 민간인이겠다, 저는 편하게 말을 놨죠.




[형, 불렀어요?]


[어.... 왔냐.]


[무슨 일 있어요?]




소초장 형은 힘겹게 말을 이었습니다.


[너... 어젯밤 아무 기억도 안 나냐?]


[형이 나 끌어낸 거? 그렇고 보니 왜 그런 거야?]




소초장 형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네 뒤에 얼굴 일그러진 꼬마가 칼 들고 웃고 있더라...]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소초장 형이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전날 밤 잘 때, 한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졌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그 밤, 소초장 형이 절 끌어내지 않았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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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7th]물 위의 그녀

실화 괴담 2016. 9. 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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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요조라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지금은 대학생인 제 친구가 3년 전 겪은 일이랍니다.


친구는 공부는 못하는데 체격이 좋아, 체대를 가려고 체육관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체육관에서 여름이 되자 피서를 겸해 체육관 애들끼리 계곡에 놀러 갔다고 합니다. 




점심 즈음 도착해서 하루종일 잘 놀고 저녁을 먹었죠.


친구는 고등학생이긴 했지만, 저녁을 먹은 후 선배들과 모여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텐트에서 곯아 떨어졌죠.




한참을 자다보니 소변이 마렵더랍니다.


잠결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소변을 봤습니다. 


그리고 텐트로 돌아가려는데, 물가에 누군가 있는게 보였습니다.




비몽사몽한 채로 물가를 봤는데, 물위에 웬 여자가 서있더랍니다.


여자가 너무 아름다워서, 친구는 아무 생각없이 그 여자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발에 물이 닿았지만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고 합니다.




물은 차갑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예 물속을 걷는다는 느낌도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새 물은 친구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습니다.




그 순간 여자는 미소를 지었고, 그제사야 친구는 정신이 확 들었다고 합니다.


배까지 물이 올라오고서야 차갑다는 걸 느낀 겁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황급히 물에서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뒤를 돌아봤지만 거기에는 당연히 아무 것도 없었고요.


다음날, 친구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물밖에서만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흔한 물귀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 물귀신의 생김새를 물었을 때,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얼굴 있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외모 있잖아. 그런 외모였어.] 라고요.


아직도 그 말이 잊혀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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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6th]달의 몰락

실화 괴담 2016. 8. 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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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KLB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국민학교 2학년이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당시 살던 동네는 인천에서 꽤 유명한 달동네인 수도국산이란 곳이었는데, 저희 집은 거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작은 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불편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빌딩 숲 사이에선 보기 힘든 탁 트인 하늘은 지금 생각해도 그립네요.




달동네라는 이름답게, 보름달이라도 뜨면 불을 꺼도 될 정도로 은은한 달빛이 동네 전체를 밝혀주곤 했습니다. 


바로 그 동네에서 겪었던 으스스한 체험입니다. 


그해 여름 어느 밤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동네 구멍가게에서 싸게 팔고 있던 수박을 한 통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죠.


그 날은 마침 보름달이 뜬 데다 하늘도 맑아 기분 좋게 수박을 덜렁거리며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요.



 

그런데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보름달에서 갑자기 딱 그 달 정도 크기의 빛덩어리가 저희 동네 아래쪽 공업단지 옆 상가단지 방면으로 빠르게 추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속도는 나중에 중학생 때 본 별똥별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척 빠른 속도였습니다. 




떨어진 장소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너 번 번쩍거리다 이내 그 빛은 사라졌습니다. 


그 날 밤은 그렇게 멍하니 바라만 보다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방과 후 저는 전날 그게 너무 신경 쓰여 그 빛덩이가 떨어진 곳으로 먼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곳엔 당시 동네에서 유명한 작은 바이크 샵이 있었습니다. 


달동네다 보니 불량배들도 제법 있었는데, 개중 오토바이 절도범들의 장물아비 역할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썩 좋지 못한 곳이었죠.



 

그 가게가 완전히 불에 타 시커먼 네모구멍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2층짜리 건물이라 1층에는 그 샵 이외에도 2개의 다른 가게가 있었는데, 오직 그 샵만 도려낸 듯 전소해 있었습니다. 


마치 안에서 수류탄이라도 터진 것 마냥.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폭발에 의한 사고 같은데 그 건물의 유리창은 한 개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날 본 그 빛덩이가 떨어질 때 폭발음 같은 것도 들리지 않았었고요.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었으니 훨씬 전에 사고난 장소와 제가 본 현상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제가 본 빛덩이는 뭐였던 걸까요...?




그 뒤로 중학생이 되어 동네를 떠났습니다.


그 빛덩이는 다시 보지 못했고요. 


벌써 20년이나 지난 옛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기묘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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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괴담 2016. 8. 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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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유우나기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서울에 살던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분당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학원에 다니게 되었죠.


학원은 10시에 끝나고, 학원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 내리면 대개 10시 반 즈음이었습니다.




기사님이 집 앞까지 오면 차를 돌리기 힘들다고 하셔서, 집에서 이삼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내려주곤 하셨죠.



왼쪽 길은 차가 다니는 큰길이고, 가운데 길은 큰길과 똑같은 방향으로 쭉 이어질 뿐인 골목길입니다.




두 길은 끝에 가면 다시 이어지고, 두 길 사이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무가 빽빽해서 서로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전 이 두 길 중에서 늘 가운데 길로만 다녔습니다. 


당시 큰길에 있는 다리 밑에서 남학생과 그 어머니를 강간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꺼림칙하더라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선 같은 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뒤통수 부근에 약하게 저를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있는 건가 싶어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 전 다시 돌아서서 가지만, 곧 다시 그 느낌이 듭니다.




저 길이 끝나는 곳까지 계속 그 느낌은 따라 왔습니다.


하지만 그 느낌도 곧 익숙해지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계속 그 길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다시 위화감을 느낀 건, 그 느낀 정도 때문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점점 강해지는 것입니다.


마치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제가 느끼고 있는 와중에 점점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제가 100m 밖에서 보고 있었다면, 오늘은 95m 밖에서 보는 식으로.




하루하루,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느낌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제 뒤통수의 바로 뒤에 얼굴이 있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느낌이 왔습니다.


이젠 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 




돌아보면 너무나 확실하게 뭔가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을 것 같았기에.


저는 돌아보지 않은 채로 모른 척 길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또다시 그 길로 갔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습관이었는지, 아니면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안일한 생각인지.


다시 머리 뒤에 닿을 듯한 시선을 느끼며 길을 나아갔습니다.




이미 더는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의 시선을 느끼던 찰나.



                          갑자기



                                                    잡힌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달렸습니다. 


아마 살면서 가장 빨리 달린 것 같습니다.


천식으로 인해 운동하면 금방 천식 발작을 일으켰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언덕을 달려 올라가, 빌라 현관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계단을 올라가려면 층계참에 올라서서 몸을 돌려야만 하죠.


그리고 그렇게 돈 순간.




현관 앞에 뭔가 하얀 형상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다시 한 번 [으아아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올라갔고,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얘기를 듣고 딱 한 마디만 하셨습니다. 




[귀신이란 건 보지 않으려 하면 보이지 않는 거란다.] 고요.


그 뒤로 다시는 그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큰길로 다녔지요.




그 두 길 사이에는 나무를 키워서 양쪽이 서로 잘 안 보여서 그런지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딱 한 군데. 중간에 있는 계단을 지날 때면 양쪽이 서로 잘 보여서 그런지 여전히 시선이 느껴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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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4th]똑똑똑

실화 괴담 2016. 8. 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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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hellghost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 대학을 다니느라 현재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원룸에서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아주 깔끔하고 시설도 좋은 자취방입니다.


느낌도 좋아서 안심하고 계약을 했죠.




그런데 4월 즈음, 아마 제 기억으론 4월 20일이었을 겁니다.


자취방의 구조는 현관문이 있고 들어오자마자 부엌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엌과 방 사이에 유리 미닫이 문이 있고요.




저는 그때 몸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에, 야행성이었던 습관을 버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원래라면 깨있었을 새벽 2시에 이미 잠을 자고 있었죠.


그렇게 한참을 자던 저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깨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쾅쾅쾅 두드리는 것이 아닌, 아주 작게 똑똑똑 하는 소리가요.


현관문에 아무 힘도 주지 않은 채 노크를 하는 듯, 너무나도 작은 똑똑똑 소리였습니다.




똑똑똑.


똑똑똑.


똑똑.




그 날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매일 새벽 그 소리는 들려왔습니다.


그냥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엔 노크랑 박자가 너무나 똑같았고요.




똑똑똑.


똑똑똑.


똑똑.




노크소리는 매번 현관문에서 났습니다.


항상 자다가 반쯤 깨서 듣는 소리이기에 짜증이 나서 저는 확인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혹시 어떤 사람이 술을 마시고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도둑이 들어오려고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으니까요.




잠에서 막 깨서 몽롱한 상태로 저는 식칼을 하나 꺼내들고 슬쩍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둠뿐인 복도.




인기척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복도의 침묵만이 저를 반겨주었을 뿐입니다.


저는 자다 깼기 때문에 너무 졸렸고, 잘못 들었나 싶어 바로 방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현관문에서 노크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더라고요.




저는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소리가 안들리니까 좋다는 생각으로 일상생활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에 노크가 사라진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다시 노크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현관문이 아니었습니다.


유리 미닫이 문이었습니다.


부엌과 방을 가로막는, 그 유리 미닫이 문 말입니다.




똑똑이라기보단 콩콩콩에 가까운, 너무나 작은 소리.


하지만 규칙적인 노크.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왜 현관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깨달았습니다.




현관문에서 노크를 했던 그 무언가는 제가 문을 열었을 때 들어왔던거겠죠.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부모님이 제 자취방에 오셔서 주무셨을 때, 덥다는 이유로 그 유리 미닫이 문을 열고 주무셨습니다.


아버지는 가위에 눌리셨고, 이상한 여자가 부엌에서 스르르 다가오더니 어머니 배 위에 엎드려 누워 이상한 말을 속삭이는 걸 봤다고 하시더군요.




제 현관문에 노크했던 그 무언가는 제 방에까지 온 걸까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제 뒤에서 그 무언가가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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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3rd]물방울

실화 괴담 2016. 8. 1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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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행인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로 귀신을 본 것도 아니고, 소름 끼치게 무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싱거운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묘한 일이라 투고해봅니다.




2004년인가 2005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저는 드레스룸 겸 컴퓨터방으로 쓰던 방에서 여느 때처럼 컴퓨터를 하고 있었죠.


밤 10시쯤 어머니가 수박을 가져다주셨고, 더위에 지쳤던 저는 30분 만에 수박을 죄다 해치웠습니다.




빈 접시는 컴퓨터 책상 왼쪽에 있는 탁자에 올려뒀죠.


새벽 2시가 넘어갈 때쯤이었습니다.


탁자에 왼쪽 다리를 턱 올려놓고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는데, 왼쪽 허벅지에 뭔가 차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싶어 내려다보니 마치 수박즙 같은 연한 붉은빛 액체 한 방울이 허벅지에 번져 있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티슈를 뽑아 닦아냈죠.


새벽이라 정신도 없고 딱히 별생각도 안 들었죠.




그렇게 물을 닦고 손을 다시 키보드로 가져가는데...


이번에는 손등 위에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몇 초 동안 멍하니 손등을 바라보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잠도 확 깨서 불 다 켜고, 미친놈처럼 허공을 휘휘 저었습니다.


의자에 올라가 천장도 만져보고 티슈로 천장을 다 훑어봤지만, 습기 하나 없었습니다.


수박이 담겨있던 접시는 여전히 탁자 위에 있었고, 그나마 있던 즙도 더운 날씨에 다 말라 사라진 후였습니다.




도대체 그 물방울은 어디서 떨어졌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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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2nd]병원 화장실

실화 괴담 2016. 7.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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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고장해남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00년 12월 31일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날이었고, 다음날이면 14살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발육이 남달랐기 때문일까요.




저는 사춘기가 일찍 와서 그 무렵 하루가 멀다하고 어머니와 다투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날도 뭐가 문제였는지 어머니와 싸우게 되었죠.


어머니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셨는지 [그럴거면 당장 집에서 나가!] 라고 소리를 빽 지르셨습니다.




평소였다면 저도 그쯤 해서 잘못했다고 빌고, 몇대 맞고 끝났을 텐데...


그날따라 저도 미쳤는지, 돈 한푼 없이 얇은 옷만 걸치고 집에서 뛰쳐나와버렸죠.


막상 가출은 했는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돈도 한푼 없고, 그렇다고 친구네 집에서 얻어잘 수도 없고...


더군다나 어릴적부터 몽유병 증세가 있었기에, 저는 잠자리에 무척 민감하던 터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닿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시는데, 어릴 때부터 심심하면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일도 도와드리고 그랬거든요.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자주 가서 일하시던 병원 화장실이 딱이겠더라고요.


시골이라 병원 화장실은 꽤 작았습니다.




변기가 있는 칸도 4개뿐이고, 그 옆에는 상자만 쌓여있는 공간이 있었죠.


외진 곳에 있는 병원이라 사람도 거의 안 다니고, 상자 쌓여 있는 곳에서 시간 좀 때워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무릎 꿇고 빌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요.




밤 10시까지는 터미널에서 TV를 보다가, 터미널이 문을 닫자 10시 반쯤 병원 화장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시골이라 밤에는 환자도 없어서 병원도 거의 불을 끄고 대기실에는 간호사만 있더라고요.


그 무렵 이미 키가 178cm 이나 된 덕에, 초등학생이라고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혹시 자다가 누가 노크하면 어쩌나 싶어 다른 변기 칸들은 살짝 문을 열어두고 돌아왔죠.


잠을 자려는데 새삼 그러고 있는게 처량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러워서 엉엉 울다 콧물 닦고 자고, 추워서 다시 깨고...


하도 추워서 잠이 왔다가도 추워서 깨는 게 몇번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새벽 서너시쯤 됐을까요.




잠을 자다 추워서 깼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조용한 새벽에, 복도에서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괜스레 소름이 돋더랍니다.


추워서 그런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시간이 되도록 화장실에 왔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옆 변기칸들은 모두 비어 있고, 가장 안쪽 상자가 쌓인 칸에 제가 숨어 있던거죠.




슬쩍 상자위로 올라가 다른 칸들을 보니 아까 들어오면서 제가 살짝 열어둔 대로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곧이어 발소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똑똑똑...]




첫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어? 뭐지? 왜 문이 열려있는데 노크를 하는거지?"


[똑똑똑...]




두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똑똑똑...]


세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갑자기 털이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옆칸 앞에서 [터벅... 터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좌변기 밑 틈으로 발이 보일거라는 생각에 침 한번 삼키고 시선을 돌려봤는데...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람이면 당연히 발이 보여야 하는데, 소리는 들리는데 발이 안 보였던 겁니다.


[똑똑똑...]




네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저는 무서워서 추운 줄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자 위에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람 머리가 보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요.


하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와 집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집에 와서 울고불고 빌어야했지만, 도저히 거기는 못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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