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무서운 이야기 실화

[실화괴담][61st]지름길

실화 괴담 2016. 7. 11. 23:37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S.H.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지난번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어릴적, 여름에 동생이랑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갔었답니다.


다들 그러듯 시골에서 신나게 놀고,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더군요.




그러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할머니께서 문득 말씀하시더랍니다.


[절대 밤에 읍내로 나가면 안된다!]


할머니의 얼굴은 무척 진지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댁은 하도 시골이라, 가게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30분은 나가야 했습니다.


시골길이라 가로등 하나 없어 칠흑 같이 깜깜했고요.


친구는 할머니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만 말씀하셔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어두우니까 위험해서 그런가보다 했답니다.




너무나도 진지한 할머니의 태도가 조금 무섭기도 했고요.


그리고 방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하는데, 새벽 한시쯤 될 무렵 갑자기 동생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의 신신당부가 떠오르긴 했지만, 기묘하게 친구도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몹시 땡겼다네요.




그래서 결국 친구는 동생과 각각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나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합니다.


다시 집에 돌아오려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 이야기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답니다.




갑자기 동생이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형, 저기로 가면 지름길이야.]


동생이 가리킨 쪽을 보니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왠지 그쪽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왔던 길로 돌아가자.]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뒤에 있는줄만 알았던 동생이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더랍니다.




[어...?]


친구는 등골이 오싹해지더랍니다.


그럼 지금 도대체 내 뒤에서 말을 건 사람은 누구지...?




순간 할머니가 엄포를 놓던 게 떠오르더랍니다.


[절대 밤에 읍내로 나가면 안된다!]


친구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죽어라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집까지 돌아왔다고 합니다.




도착해서 자전거에서 내리는데,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쳇...]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진 친구는 동생 손목을 잡아 끌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네요.




다음날, 할머니께는 밤새 읍내 갔던 걸 비밀로 하고 아침을 먹은 뒤, 집에 돌아가려 버스를 탔습니다.


친구는 전날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지름길이라 말했던 길이 무슨 길이었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버스 창가에 앉아 주변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마침내 지름길이라던 그곳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그곳은 천길 낭떠러지였으니까요.




만약 그때 뒤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를 믿고, 지름길이라던 곳으로 방향을 틀었더라면...


친구는 아직까지도 시골에 내려갈 때면 그 일을 잊을 수가 없노라며 소스라쳤습니다.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63rd]물방울  (13) 2016.08.18
[실화괴담][62nd]병원 화장실  (12) 2016.07.29
[실화괴담][60th]산토끼  (27) 2014.03.01
[실화괴담][59th]원한 서린 길  (24) 2012.08.06
[실화괴담][58th]몸살  (9) 2012.07.22

[실화괴담][60th]산토끼

실화 괴담 2014. 3. 1. 15:58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육군 인트라넷 블로그 '아미스토리'에 임경민 전우님이 주변 전우에게 듣고 올려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5년 6월 어느 금요일...

나는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지겨운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평소 나와 어울리던 절친 4명은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바쁜 모양이지...

[야, 니 어디 갈낀데? 갈 데 없으면 PC방이나 가자.]

[니는 허구한 날 PC방이고? 난 안 갈란다. 가 봤자 할 것도 없다.]



[그래, PC방은 좀 아이다. 우리 노래방 갈래?]

[그래, 차라리 노래방이 낫겠다.]

[그럼 오디션 갈꺼가?]



[아이다, 거기 아줌마 서비스 별로 안 준다. MP3 가자.]

그렇게 우리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친구들과 좁은 방 안에서 놀고 있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둔 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남석이 전화다.



무슨 일일까?

[여보세요?]

[마, 니 지금 어데고?]



[MP3다. 와?]

[니가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이다, 임마. 니 어제 기현이 학교 조퇴하고 간 거 알제?]

[어, 어제 보니까 금마 표정이 말이 아니던데 뭔 일 있나?]



[어제 금마 아버지 돌아가싯다. 그래서 전화 받고 간 거 아이가. 어제 조퇴하고 나서 쭉 병원 빈소에 있는 거 같은데 함 가봐야제. 니도 지금 온나.]

[진짜가? 알았다. 어디 병원인데?]

[A동 성심병원이라고 아나? 나도 잘 몰라가 민균이한테 물어서 가고 있다.]



[아, 내 거기 안다. 글로 가면 되나?]

[어, 잘됐네. 병원 앞에 있을테니까 퍼뜩 온나.]

[그래, 알겠다.]



기현이에게 무슨 위로를 해 줘야 할까...

나는 전화를 끊고 노래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사정을 말한 뒤 노래방을 빠져나왔다.

시끄러운 시내 한복판을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간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차가 막혀 30분이 지나도록 도착을 못해, 나는 한 정거장 먼저 내려 병원 쪽으로 달리기로 했다.

A동은 할머니댁이 있는 동네라 명절 때마다 오기 때문에, 이 곳 지리를 대충이나마 알아 성심병원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병원 입구에는 기현이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 셋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타. 차가 밀리가 좀 늦었다.]

[내도 방금 왔다. 퍼뜩 들어가자.]



우리는 그렇게 기현이 아버지 빈소로 들어갔다.

안에는 일가친척들과 함께 있는 기현이가 보였다.

먼저 기현이에게 유감이라는 말과 함께 최대한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해 주었다.



나는 기현이가 정신도 못 차리고 슬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현이는 담담하게 우리를 맞으며 고맙다고 반겨주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빈소 곁에 차려진 탁자에 앉아 음식과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기현이의 표정이 너무 우울해보여 우리는 일부러 농담도 던지고 장난도 많이 쳤다.



그러던 와중 문득 빈소 안 쪽의 영정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번 빈소에는 어느 할머니, 2번 빈소에는 친구 아버님...

그리고 3번 빈소에는 어느 젊은 여자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무척 젊은 듯했고, 연예인 뺨치게 예쁜 얼굴이라 눈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와, 저 여자도 죽었나보네. 진짜 예쁘고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그러게. 와... 근데 진짜 예쁘네.]



[생긴 걸로 보니 어디서 강간이라도 당하고 충격 받아서 자살한 거 아이가?]

그 때 나는 장난이라도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 우리가 병원에서 나왔을 때 이미 시간은 밤 11시를 약간 넘은 뒤였다.



친구들은 전부 버스와 택시를 잡아 집으로 떠났다.

하지만 방금 택시를 잡은 남석이에게 마지막 남은 만 원을 빌려준 탓에 내게 남은 돈은 삼천원이 고작이었다.

집까지 돌아가기에는 한참 모자란 돈이었다.



기현이에게 부탁해 돈을 빌려볼까도 생각했지만,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 같은 상황에는 말을 선뜻 꺼내기가 어려웠다.

결국 근처에 있는 할머니댁에서 하루 자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친척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고 허락을 구했다.



다행히 누나는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래. 누나는 지금 밖이라 나중에 들어갈거야. 집에 할머니 계시니까 문 열어 달라고 말씀 드려라. 아직 안 주무실거야.]

나는 집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고 [어차피 내일 학교 안 가니까 할머니 댁에서 자고 내일 갈게.]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나는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되었다.

[벽산 아파트 가 주세요.]

할머니 댁은 위치가 조금 특이해서, 주변에 냉동창고와 공장들만 즐비한 사이로 언덕을 올라가면 딱 한 동만 세워진 아파트였다.



그렇게 언덕 위에 있는 곳이다보니 주변은 죄 산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를 바라보는데, 그 날따라 이상하게 굉장히 오싹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날 내려준 택시가 출발하고, 나는 아파트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구까지는 50m 정도의 거리였다.

입구 쪽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을 때,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발신자 표시제한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아... 누가 또 이런 장난을 치노? 여보세요?]

[......]



전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 조용해 전화가 끊어졌나 싶어 액정을 보았지만, 통화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

나는 이상하다 싶어 그냥 그렇게 첫번째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런데 곧바로 다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여보세요?]

[......]



[야, 이런 장난 치지마라. 니 진짜 잡히면 뒤진다.]

나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었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곧이어 또다시 걸려온 전화에 나는 다시 전화를 꺼내야만 했다.



역시나 발신자 표시제한이다.

[하... 마, 니 누고? 자꾸 장난 칠래?]

그 때였다.



[산... 토끼... 토끼야...]

아주 작고 가느다란 여자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았기에 나는 조용히 하고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잠시 후.

[산... 토끼... 토끼야...]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다.



[뭐야...? 니 누군데...?]

하지만 여자는 내 물음에는 대답도 않고 계속 산토끼만을 중얼거렸다.

화가 난 나는 [아, 씨발! 장난 작작 치라고!] 라고 화를 낸 뒤 앞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어... 디를... 가... 느냐....]

순간 등 뒤로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도대체 뭐지...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으... 으...]



겁에 질린 나는 전화를 끊고 아파트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분명히 들었다.



그것은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전화는 끊었지만, 아까 들었던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치 바로 내 옆에서,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깡... 총... 깡... 총... 뛰... 어서... 어... 디를... 가... 느냐....]

[으... 으악!]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더 빠르게 달려 7층의 할머니 댁을 향해 계단을 뛰어 올랐다.



계단을 오르는 와중에도 내 귓가에는 계속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윽고 할머니 댁에 도착한 나는 미친 듯 할머니 댁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귓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무렵,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셨다.



나는 할머니를 본 순간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며 할머니 품에 안기려 했다.

[할머니!]

탁!



그러나 할머니는 휘둥그레한 눈으로 나를 보시더니, 손으로 나를 밀쳐내셨다.

[니... 니, 거기 그대로 있으래이. 꼼짝 말고!]

그리고는 집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가시더니 소금을 한 웅큼 집어오셔서 그걸 내게 뿌리시는 것이었다.



[하, 할머니! 왜 그러세요!]

[니 가만 있그래이! 와 이 년이 여기 붙어서 안 가노!]

나는 아직도 그 때 할머니가 혼자 중얼거린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집 안에서 소금을 바가지채 가지고 오셔서 나에게 몽땅 뿌리셨다.

그 후에야 내 손목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오셨다.

나는 겁에 잔뜩 질린 채 부들부들 떨었고, 할머니는 그런 내 손을 잡으며 물으셨다.



[니 오늘 어데 다녀왔노? 사람 죽은데 갔었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믄 니 거기서 죽은 사람 흉 봤나?]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고, 이 놈의 자슥아! 와 그랬노, 와! 하이고, 참말로 큰일 치룰 뻔 했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내 등을 손으로 치셨다.



[니 다음부터는 절대 그라믄 안 된다, 알겠나? 아이다, 아예 사람 죽은데는 가지도 마라.]

그리고 그 후 내가 할머니에게 들은 말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할머니가 문을 열었을 때, 잔뜩 겁에 질린 내 등에 검은 옷을 입고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자가 업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창백한 표정을 한 채, 얼굴을 내 귀에 바싹 들이대고 할머니를 째려보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할머니가 말한 여자의 인상착의가, 3번 빈소에 있던 영정사진 속 여자와 똑같았던 것이다.



문득 생각이 나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봤지만,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걸려왔던 세 통의 전화는 통화내역에 없었다.

아직도 가끔 그 날의 소름끼치는 노랫소리가 떠오르곤 한다.

[산... 토끼... 토끼야...]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62nd]병원 화장실  (12) 2016.07.29
[실화괴담][61st]지름길  (7) 2016.07.11
[실화괴담][59th]원한 서린 길  (24) 2012.08.06
[실화괴담][58th]몸살  (9) 2012.07.22
[실화괴담][57th]문 열어  (17) 2012.06.28

[실화괴담][59th]원한 서린 길

실화 괴담 2012. 8. 6. 23:29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장단조중중모리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대학교에 다닐 적에 답사를 갔다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친구는 진주 쪽에 다른 친구 몇 명과 함께 교수님을 따라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 크지는 않은 마을이었지만, 친구 일행은 마을 노인정에 들어가 노인 분들의 이야기를 취록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노인정에서 취록을 하면 그 마을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나 유래, 서낭당이나 장승, 하다못해 산이나 저수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민속학 연구를 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는 셈이지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마을 분들은 이야기를 꺼리셨습니다.




대부분 취록은 학생들 단계에서 끝나기 마련이었지만, 결국 그 날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교수님이 직접 나서서 부탁하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마을 어르신 중 흰 수염을 길게 기르신 분 한 분이 머뭇거리며 입을 여셨다고 합니다.


그것은 오래 전에 이 마을 근처에서 [목격 되던 것] 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새마을 운동과 농촌 개량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아직 지붕이 슬레이트가 아니라 기와와 초가로 이루어질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1차선 도로가 나 있는 마을 어귀에는 본디 갈림길이 있어서, 왼쪽 길은 산 속으로, 오른쪽 길은 마을로 가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길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길은 아니었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어귀는 대낮에도 나무들이 무성하고 길게 금줄이 쳐진데다, 어두컴컴해서 혼자는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오싹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들짐승들조차 나다니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그 곳을 지나갈 때는 혼자서 다니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낮에도 출몰하는 [그것] 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귀신인지, 도깨비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끔 심한 악취가 나며 벌레조차 울지 않을 때가 오는데, 그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해 주신 할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막 권좌에서 물러날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당부를 한낱 헛된 것으로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동네 젊은이들과 내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읍내에서 다른 이들이 시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혼자 빠져나와 집에 따로 가셨다는 것입니다.




친구들은 먼저 집으로 갔고, 잠시 읍내에서 머물다 출발한 할아버지는 마침내 마을 어귀까지 오셨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혼자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것이었기에 많이 긴장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의기양양하게 발걸음을 재촉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뒤쪽에서 바람결을 따라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누가 밭에 둘 퇴비라도 삭히나보다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등 뒤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돌아보면 안 된다, 돌아보면 안 돼!] 라고 생각하며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마침내 잘 움직이지 않는 발로 달리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할아버지께서는 뒤를 돌아보셨습니다.


뒤에서는 마을로 난 길 바깥쪽 풀숲에서 무엇인가가 마구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풀숲에서 나와 길로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겁이 난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고, 마침내 그것이 풀숲에서 뛰쳐나오는 순간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후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것은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마을 어른들이 톳불을 들고 온 한밤 중이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그것까지만 말하고 입을 닫으셨습니다.




친구는 계속 다음 이야기를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진저리를 치시며 생각하기도 싫다고 이야기를 꺼리셨고 아예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 당시 할아버지와 내기를 했었다는 다른 할아버지께서 이야기를 이어서 해 주셨습니다.


당시 그 할아버지는 너무 놀라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었기에 읍내의 병원에 갔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정신적으로 너무 놀라서 그렇다며 안정을 취하라는 말만 하고 별다른 처방은 하지 않았고,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의 말처럼 할아버지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할아버지는 그 날 보셨던 것에 관해 결코 이야기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새마을 운동으로 신작로가 나고, 일차선이기는 해도 포장된 도로가 깔리면서 마을 어귀의 갈림길이 사라지자 가장 속시원해 하던 것은 바로 그 할아버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야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그 때 할아버지가 봤던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보셨던 것은 시커먼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온 몸이 완전히 썩어서 온통 검었고, 썩은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리는 썩어서 떨어진 것인지, 허리까지만 남은 몸을 팔로 미친 듯 기어서 할아버지를 따라오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할아버지를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던 것은 눈이었습니다.


이미 썩어서 눈알은 떨어지고 퀭하니 눈구멍만 남은 그 눈이.




분명히 할아버지를 향해 똑바로 바라보며 미친 듯 기어오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님까지 모두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마을에서의 답사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답사를 마치고 시내버스에 올라탄 채 터미널로 향하면서, 학생 중 한 명이 교수님에게 그것의 정체를 물었습니다.




그 때 마침 버스에 타고 계시던 나이 지긋한 비구니 스님께서 이야기에 끼어드셨습니다.


[어디 마을이라구요? 지금이야 별 이름도 없지만, 옛날에는 유명했지요. 일제 시대 전인가? 옛날에 그 마을에서 큰 돌림병이 돌았어요. 마침 그 때 가뭄도 겹쳤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병까지 도니까, 병에 걸린 사람들을 모아다가 산에다 버리고 마을에 금줄을 쳤었다는 거죠.]


그 때 돌아가신 분들의 공양을 스님의 절에서 하고 있기에, 그 때 이야기는 아직도 전해내려와 잘 알고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듣자 [과연...] 이라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무슨 말인지 궁금해하자,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자네들 집에 가면 조선 말, 고종 14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씩 찾아들 보게나.]




성격 급한 친구 몇몇은 바로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마른 침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 역시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1877년(고종 14년), 삼남지방 대기근, 역병 창궐.]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61st]지름길  (7) 2016.07.11
[실화괴담][60th]산토끼  (27) 2014.03.01
[실화괴담][58th]몸살  (9) 2012.07.22
[실화괴담][57th]문 열어  (17) 2012.06.28
[실화괴담][56th]산으로 가는 군인  (12) 2012.06.22

[실화괴담][58th]몸살

실화 괴담 2012. 7. 22. 22:42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장미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의 일입니다.


그 날은 제가 너무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잠만 자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아프면 헛것을 본다고 하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자기 제 옆에서 어떤 여자 아이가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직감적으로 그 여자 아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도 묘하게 무섭지는 않더라구요.


어쩌면 너무 아파서 무서워 할 겨를도 없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너무 피곤하고 아파서 그 여자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그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목소리는 처음과 같고, 어조도 나긋나긋했는데 말이죠.


뭐라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 맞지? 응?] 이라며 저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맞다고 하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니야...] 라고 대답했죠.


그 순간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지면서 머릿 속이 마구 뒤엉키는 듯한 기분이 들며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죠.


저는 이 아이에게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오빠 방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방에서는 저희 어머니께서 컴퓨터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빠 방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그 여자 아이는 끈질기게 저를 쫓아와서 저에게 맞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계속 아니라고, 싫다고 대답했지만 그럴 수록 저의 어지럼증은 더 심해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오빠 방을 나와 안방 침대에 누웠지만, 여자 아이는 거기까지 따라왔습니다.




이대로는 끝이 없을 것 같고, 몸이 너무 아팠기에 저는 [맞아... 네 말이 맞아...]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 아이와 어지러움이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몸살 기운도 싹 사라져서 정말 상쾌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정신을 차려보니 제 옆에는 엄마가 계셨습니다.


방금 엄마가 컴퓨터를 하는데, 제가 갑자기 들어와서 침대에 눕더니 [아니야... 아니야...]만 반복하다 방을 뛰쳐나가서 놀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여자 아이의 정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저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제가 받아주지 않아서 화를 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60th]산토끼  (27) 2014.03.01
[실화괴담][59th]원한 서린 길  (24) 2012.08.06
[실화괴담][57th]문 열어  (17) 2012.06.28
[실화괴담][56th]산으로 가는 군인  (12) 2012.06.22
[실화괴담][55th]탄약고 사건  (13) 2012.06.19

[실화괴담][57th]문 열어

실화 괴담 2012. 6. 28. 21:50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장단조중중모리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아는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그 사람이 집에 갔더니, 부모님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갔더니 집은 이사갈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멀쩡한 집에서 갑자기 왜 이사를 가냐고 부모님께 물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모님은 이야기 하기를 꺼렸습니다.


이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아파트는 입지 조건도 좋고 여러모로 괜찮아서 오랫 동안 살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더욱 의아했습니다.




부모님은 해외로 떠나기 전에, 혼자 있으려면 차라리 다른 곳에서 자고 오라며 돈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집은 아파트였기에 문은 휑한 복도와 연결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도와 연결된 방의 창과 현관 문에는 모두 절에서 얻어온 부적이 잔뜩 붙여져 있었습니다.


양 쪽 옆 집은 모두 이사를 간 뒤였기에 복도는 더욱 황량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부모님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셨으니 집에는 그 혼자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집에 붙여진 부적과, 부모님의 어딘지 모를 께림칙한 행동이 마음에 걸렸던 그는 잠을 자기 두려워 늦게까지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얕게나마 잠에 빠졌을 그 때.


잠결에 어렴풋하게 누군가 현관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가보려 했지만,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집에 찾아오겠냐는 생각에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시 뒤 들려온 목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현관에서 [나야, 문 좀 열어줘.]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아버지의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문을 열어드리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이미 해외 여행으로 외국에 나가계실 터였습니다.


즉, 지금 문 앞에 아버지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결코 아버지일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그는 숨을 죽이고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가만히 바깥의 누군가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문 밖의 누군가는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말조차 하지 않고, 노크 소리는 문을 두들기는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야, 문 좀 열어줘.]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급해서 그래. 문 좀 열어줘.] 라는 소리에 그는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셨던 것입니다.




당연히 진짜 어머니라면 이 곳에 계실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목소리는 사라지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더욱 시끄러워졌습니다.


다행히 잠시 뒤, 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적막만이 남았습니다.




그는 그제야 부모님이 이사를 하려던 이유를 깨달았고, 그 누군가가 사라진 것에 이불 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잠을 자고 있던 방의 창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습니다.


그가 자고 있던 방은, 복도와 맞닿아 창문이 복도 쪽으로 열려 있는 방이었다는 것을.


창문 바로 아래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그는 완전히 굳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나직하게, 끊임없이 말입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의 목소리로.


공포에 질린 채 그는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창 밖의 무언가는 한참 동안 귀에 속삭이듯 [문 열어.] 를 반복했고, 현관문은 이미 발로 미친 듯 걷어차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불 속의 그는 너무나 큰 공포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간신히 일어난 그는 현관문을 열어보고 다시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손에 밀가루를 묻히고 손바닥으로 문을 두들긴 듯, 현관문에는 하얀 손바닥 자국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59th]원한 서린 길  (24) 2012.08.06
[실화괴담][58th]몸살  (9) 2012.07.22
[실화괴담][56th]산으로 가는 군인  (12) 2012.06.22
[실화괴담][55th]탄약고 사건  (13) 2012.06.19
[실화괴담][54th]귀문  (16) 2012.05.30

[실화괴담][56th]산으로 가는 군인

실화 괴담 2012. 6. 22. 18:32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깜늑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군대 시절 부대 중사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중사님이 하사 시절, 밤에 부대 순찰을 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사님이 탄약고 근처를 지나갈 때 수상한 사람 한 명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후레쉬로 비췄더니,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총도 없는 걸로 봐서 근무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 늦은 밤에 부대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무척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암구어를 물었다고 합니다.




[정지!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그러자 다가오던 사람은 잠시 멈추더니 미친 듯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중사님은 바로 쫓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만 중사님은 산으로 가는 울타리 근처에서 그 사람을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어서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대로 복귀하려는데, 뒤에서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뒤에 후레쉬를 비췄더니, 울타리 너머에 그 사람이 서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울타리는 도저히 사람이 넘을 수 없는 높이였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빙 돌아서 문으로 나가야만 했죠.


그 짧은 시간에 부대 안에서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야! 너 도대체 어느 중대 소속이야!]


중사님이 그렇게 물어보자, 군모를 푹 눌러쓰고 있던 그 사람은 고개를 들고 씩 웃은 뒤 산으로 걸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중사님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몇개월 전에 산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자신의 동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58th]몸살  (9) 2012.07.22
[실화괴담][57th]문 열어  (17) 2012.06.28
[실화괴담][55th]탄약고 사건  (13) 2012.06.19
[실화괴담][54th]귀문  (16) 2012.05.30
[실화괴담][53rd]살인마  (14) 2012.04.02

[실화괴담][55th]탄약고 사건

실화 괴담 2012. 6. 19. 21:01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스탈릿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군복무 하던 시절 일어났던 탄약고 사건입니다.


새벽 2시 반쯤에 탄약고 초소 초병 두 사람이 각기 한 발씩 공포탄을 발포해서 부대가 뒤집어졌던 사건이었죠.


제가 근무한 부대의 탄약고 초소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한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초소 옆에 위치한 통신 창고에서 자물쇠를 잠궈 뒀는데도 한밤 중에 난데 없이 와장창하고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거나, 비오는 날만 되면 빗소리에 섞여 따닥따닥 하고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초소 바닥에서 들려오곤 했습니다.


모 사단 포병 독립 중대 소속으로 당시 제대를 2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었던 저는,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당직사관(하사), 당직부사관(저), 그리고 순찰자(후임, 상병 5호봉) 까지 세 명이 당직 근무를 서게 되었고, 그 날 외출했다 돌아온 관측장교 한 분이 사오신 치킨을 나눠 먹은 뒤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반.


초병 교대 시간이었던 탓에 근무 교대자들이 행정반에 들어와 총기 수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p96k 무전기로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행정반, 행정반, 행정반, 행정반!]


대단히 다급한 목소리에 잠이 확 깬 저는 곧바로 무슨 일이냐고 무전에 답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급한 목소리로 괴한 두 명이 초소 아래에서 초소 바닥을 마구 두드리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당직사관은 곧바로 부대 비상 사이렌을 울렸고, 거수자 상황을 전파하던 도중 갑자기 초소 쪽에서 몇 초 간격으로 두 발의 총성과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후 전 부대에 비상이 걸려서, 자다 깬 중대원 수십 명이 진압봉을 들고 초소로 뛰어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초소에는 사방에 총을 겨누고 정신을 못 차리는 초병 두 명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초소 주위를 수색하는 한편, 초병들에게 사정을 물었지만 둘 다 정신을 놓아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겨우 조금 진정이 된 뒤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놀랄만한 것이었습니다.


근무 교대 십 분을 앞두고 철수할 기대에 정신이 말짱한 상태였는데, 어느 순간 초소 앞 도로 멀리서 사람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찰자라고 짐작한 초병들은 초소 창문을 열고 암구어를 외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로 중간쯤에서 그 사람이 갑자기 매우 빠른 속도로 뛰어오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 형체를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 이르자 그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너덜너덜한 거적때기를 걸친 시커먼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손에는 둔기로 보이는 짧은 막대마저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초병들은 행정반에 즉시 무전을 날렸다고 합니다.




그 뒤 초소 바로 앞까지 달려온 괴한은 암구어를 무시하더니, 갑자기 둘로 나뉘어서 초소 좌우측 아래로 뛰어들어 오더랍니다.


그 순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초병들은 총을 고쳐 잡고 확인을 위해 초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괴한이 초소 바닥을 사방에서 마구 두드렸고, 고함에 가까운 암구어를 외쳐도 어떠한 응답조차 하지 않은채 오직 바닥만 두드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협을 하기 위해 사수가 한 발, 부사수가 한 발씩 공포탄을 발사하고 나서야 두드림이 멈췄고, 곧이어 중대원들이 달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전 중대원이 한밤 중에 온 부대를 샅샅이 수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여에 걸친 수색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날이 밝은 뒤 대대장까지 찾아와 보다 자세히 수색을 했지만, 초소 바닥에서 약간의 긁힌 자국이 발견 된 것 이외에는 어떠한 이상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공포탄 두 발이 격발된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 사건은 멧돼지에 의한 오발 사건으로 종결되었습니다.


그 후 부대의 철조망을 보수하고 멧돼지에 대한 대응 방법을 교육받는 것으로 그 사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그 초병들은 그것은 분명 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초병들은 그 후 탄약고 초소 근무를 한사코 거부하여 끝내 탄약고 초병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과연 그 때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직까지도 그것이 진짜 멧돼지였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초소 바닥을 어째서 두드린 것인지, 멧돼지가 1.5m 높이의 초소 바닥을 두드릴 수 있는 것인지, 그 멧돼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둘로 나뉘어 초소 바닥을 미친 듯 두드렸던 그것이 무엇일지, 아직도 저에게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57th]문 열어  (17) 2012.06.28
[실화괴담][56th]산으로 가는 군인  (12) 2012.06.22
[실화괴담][54th]귀문  (16) 2012.05.30
[실화괴담][53rd]살인마  (14) 2012.04.02
[실화괴담][52nd]삼풍 백화점  (19) 2012.02.29

[실화괴담][51st]목만 있는 병사

실화 괴담 2012. 2. 15. 17:33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유우나기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겪은 일입니다.

저는 몇 번 정도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해서, 귀신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다.

또 괴담도 무척 좋아했구요.



그래서 저는 후임들과 근무를 설 때면 후임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아는지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제 밑에 새로 후임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 후임은 사회에서 이른바 좀 놀던 친구였는데, 거기에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친구였습니다.



후임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그런 것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후임과 근무를 설 때면 저는 귀신 이야기를 하고, 후임은 사람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술 훈련 때문에 저희는 산으로 올라가 각자 진지에 투입되었습니다.



저는 기관총 사수였고, 후임은 부사수였기 때문에 함께 산병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꼽등이가 수십 마리나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후임은 벌레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분대장에게 진지를 옮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후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다른 진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도록 대항군은 오지 않았고, 저는 교대로 자면서 기다리자고 후임에게 제안한 뒤 먼저 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저는 자다가 눈을 떴습니다.



하늘을 보자 보름달이 떠 있어서 그걸 보면서 집 생각을 하고 있었죠.

후임은 졸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군생활 하느라 힘들거라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뒀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후임은 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뜬 채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후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후임은 [이 일병님은 그거 못 보셨습니까?] 라고 되물었습니다.



뭔가 있었구나 싶어서 무슨 일인지 캐묻자, 후임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고 있는 사이 후임 역시 살짝 졸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잠을 깨서 졸던 자세 그대로 눈만 떠서 바닥이 보이는데, 저와 후임 사이에 군복을 입은 다리가 보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망했구나... 소대장님에게 걸렸나?]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저였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귀신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후임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에 그냥 헛 것을 봤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호 안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제 쪽을 봤지만 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참호 안에 있는 사람은 무릎을 꿇고 한 쪽 무릎을 세운채 무릎에 팔을 짚고 턱을 괸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군복이 얼룩무늬가 아니라 회색의 단색이었습니다.

또 방탄 헬멧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목의 각도였습니다.



하지만 후임은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탓에 자세히 바라봤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목이 없어서 손으로 머리를 들고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날 이후 그 후임과는 귀신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한 3달 정도 지난 뒤 저는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너 지금도 귀신 안 믿냐?]

[조심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훅 갑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53rd]살인마  (14) 2012.04.02
[실화괴담][52nd]삼풍 백화점  (19) 2012.02.29
[실화괴담][50th]군대 괴담  (19) 2012.01.29
[실화괴담][49th]일행  (12) 2012.01.15
[실화괴담][48th]눈동자  (7) 20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