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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

[번역괴담][2ch괴담][496th]틈새 속으로

괴담 번역 2014. 10. 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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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가 직접 체험한 일입니다.


지난해 여름, 어느 휴일이었습니다.


한밤 중에 편의점에 가려고 매일 같이 지나다니는 길을 걷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1m 정도 크기의 틈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곳에 틈새가 있었나 싶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가려던 터였습니다.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또각또각하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꽤 서두르는 듯 했기에, 나는 길 가장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겨 추월해 지나갈 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하지만 바로 뒤까지 들려왔던 발소리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습니다.


도중에 어디 빠질 길도 없고, 그렇다고 집 한 채 없는 빌딩 숲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뒤를 슥 돌아봤더니,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아까 그 틈새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뭘까 싶었지만, 그냥 저 사람도 틈새 안이 신경 쓰이나 보다 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하려던 터였습니다.


그 여자는 어떤 주저도 없이, 틈새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갑작스런 모습이, 나는 새삼 그 틈새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혹시 지름길이라도 있는건가 싶은 생각에, 다시 돌아가 틈새 안을 봤습니다.


하지만 안은 그저 깜깜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멀리까지 칠흑 같은 어둠만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금방 전 여기로 들어섰던 여자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나중에 날이 밝으면 한 번 다시 와보자 하는 생각만 하고 그대로 가던 길을 갔습니다.




다음날.


친구와 만날 약속이 있던 나는, 기왕 가는 길이라 역으로 향하던 와중에 어제 그 틈새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젯밤의 기억을 의지해 찾아보니, 분명히 어제와 똑같은 곳에 틈새가 있었습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일단 그 틈새 안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틈새 안은 입구에서 고작 2m 떨어진 곳에 콘크리트 벽이 있어서, 앞으로 지나갈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벽에 혹시 문이라도 붙어 있나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건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착각한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고 있자니, 저 앞 쪽에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벽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시간은 막차가 끊길락말락 할 때였으니, 새벽 1시를 넘을 무렵이었을 겁니다.


이런 시간에 왠 아이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생각 없는 부모가 데리고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벽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들어간 것은, 오늘 낮에 봤던 그 틈새였던 것입니다.


서둘러 아이가 있던 곳까지 달려가자, 역시나 낮에 봤던 그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셔터가 내려진 양 쪽 건물과 주변 분위기로, 전날 여자가 들어갔던 곳도 틀림없이 여기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분명 낮에 확인했을 때 이 틈새는 들어가자마자 벽이 나오는, 막다른 골목이었을텐데...




딱히 다른 통로 하나 없는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생각에 나는 틈새를 들여다 봤습니다.


역시나 그 안은 깜깜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두려웠기에, 나는 근처에 있던 작은 돌을 틈새에 던져 봤습니다.




안에 벽이 있다면, 보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돌이 벽에 맞는 소리는 들릴 테니까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돌이 벽에 맞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뿐 아니라 아예 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돌을 던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있는 돌을 줍기 위해 막 허리를 굽혔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았습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어두운 틈새 안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내 팔을 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우아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치며 손을 뿌리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손은 믿을 수 없이 아귀 힘이 강해서,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은 나를 틈새 안으로 질질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손에 저항하며, 다리를 빌딩 벽에 걸치고 드러누워 버텼습니다.


하지만 손의 힘은 너무나 강해 조금씩 안으로 질질 끌려들어갑니다.




문득 반대쪽 빌딩을 보니, 근처에 철제 간판 같은 게 있었습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간판을 잡고, 그대로 그 간판으로 손을 후려쳤습니다.


팔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일이었지만, 눈 앞에 일어난 것은 전혀 예상 외의 일이었습니다.




간판이 얇고 날카로웠던 탓에, 간판에 맞은 팔이 그대로 잘려나간 것입니다.


갑자기 끌어당기는 힘이 사라진 탓에, 나는 그대로 도로 반대편까지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하지만 팔에서 잘려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손은 여전히 강한 힘으로 내 팔을 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미친 듯이 옆에 있는 가로등에, 나를 잡고 있는 손을 마구 내리쳤습니다.


내 팔도 부딪혀서 아팠지만,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열 번 정도 부딪혔을 무렵, 우드득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손이 떨어져 저 멀리 날아갔습니다.




나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서 도망쳤습니다.


나중이 되어 냉정히 생각해 보고서야 느낀 것이었지만,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내 팔에서 떨어진 손을 그대로 두고 도망쳤는데도, 사람의 손이 떨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팔에서 손이 잘려나갔을 때도,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나는 밤 중에는 그 길을 다니지 않습니다.


낮이라면 괜찮지만, 더 이상 밤 중에 그 길을 지나갈 용기가 없습니다.




결국 그 틈새는 무엇이었는지, 여자와 아이는 어떻게 된 것인지, 나는 전혀 모릅니다.


뭐 하나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작년에 실제로 겪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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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ch에서 자주 보고 하는 이 그림책이, 우리 집에는 어릴 적부터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 이 그림책에 나온 것 같이 생긴 도깨비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 5층이었다.




그런데 한밤 중에 눈을 떴더니, 베란다 유리창 너머에 도깨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림책에 나온 모습 그대로, 둥둥 떠 있었다.


[A야, A야.]




유리창 너머로 내 이름을 부른다.


[같이 놀러가자.]


그림책에 나오는 것처럼, 웃는 얼굴로 나를 부른다.




[같이 가자, 같이 가자.]


하지만 한밤 중에 놀러가면 엄마에게 혼난다.


나는 [미안하지만 그러면 안 돼...] 라고 거절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난 어느밤, 도깨비는 다시 한 번 나를 찾아왔다.


그 날은 무척 더웠기에 모기장만 치고 유리창은 열어뒀던 터였다.


지난번과 똑같았다.




[같이 놀러가자.]


이번에도 거절했지만, 전과는 달리 도깨비가 화를 냈다.


[왜 같이 안 가는거야.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이리로 와 주지 않는거야.]




꽤 무서웠기 때문에, 나는 도깨비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며 찬찬히 이유를 설명했다.


[도깨비는 좋아하지만 엄마에게 혼이 나니까 안 되는걸. 같이 놀고 싶으면 내일 오라구.]


그랬더니 도깨비는 모기장을 넘어 방으로 들어왔다.




이대로 끌려가면 큰일이라 생각한 나는, 옆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의 손을 잡아끌었다.


도깨비는 이제 명령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이리 와! 빨리 이리 와!]




그 소리에 아버지가 깨어나, [꺼져!] 라고 외쳐 도깨비를 내쫓았다.


그 이후 도깨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이다.




하지만 얼마 전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다,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실은 아버지가 결혼하기 전 사귀었던 여자가, 아파트 벽면을 타고 우리 집에 침입했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꺼지라고 고함을 치자, 여자는 마구 날뛰어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었다고 한다.




겨우 힘으로 여자를 제압한 후, 청테이프로 꽁꽁 묶고 그대로 경찰에 신고했었다고 한다.


나를 데려가려 했던 그 여자의 얼굴이 너무도 무서워, 지금도 종종 아버지는 그 시절의 악몽을 꾼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 내 나이는 4살 정도였고, 어머니는 마침 동생을 임신했을 무렵이라 병원에 입원해 있던 터였다고 한다.




아마 나는 그 때 봤던 광경이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기억을 제멋대로 바꿔 씌웠던 것 같다.


지금 그 사건을 떠올려봐도, 내게는 그림책 속의 도깨비 얼굴만 생각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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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4th]지장보살의 얼굴

괴담 번역 2014. 10. 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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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무렵, 학교 가는 길에 작은 사당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40cm 정도 크기의 지장보살이 4개, 길을 향해 나란히 줄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중 맨 오른쪽 지장보살만은,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학교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그 지장보살의 얼굴을 보면 저주를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얼굴을 가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그 지장보살의 얼굴을 봐서는 안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애초에 그 사당은 초등학생이 오르기 힘든 높은 벼랑 위에 있었다.


또한 사당 주변도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어쩐지 기분 나쁘고 무서운 느낌이었기에, 소문 탓도 겹쳐 아무도 거기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반의 A가 직접 그 저주를 확인해 보겠다며, 친구를 데리고 그 사당으로 향했다.




나는 직접 가지 않았기에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함께 따라갔던 친구 셋은 통학로에서 A를 지켜보고, A만 벼랑을 올라 지장보살로 향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장보살을 만진 A의 말에 따르면, 얼굴 앞에만 천이 내려져 있는 게 아니라, 얼굴 전체에 몇 겹이고 천이 빙빙 감겨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A의 손에 의해 지장보살의 얼굴이 드러났다.




[뭐야, 얼굴이 망가져서 숨겨둔 거 뿐이었잖아. 야, 이거 봐!]


아래에서 기다리던 3명의 친구도 멀리서나마 지장보살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마치 무언가 강한 타격을 받은 것처럼 금이 간 채 부서져 있었다.




얼굴을 보고 난 후, A는 다시 얼굴을 천으로 가리려 했다.


하지만 원래대로 깔끔하게 감는 법을 몰랐기에 그냥 얼굴을 칭칭 감고, 마지막으로는 턱 밑으로 대충 천을 묶어 뒀다고 한다.


이게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전까지 일어났던 일이다.




이후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A는 코에 병이 생겼다.


하지만 점차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4학년이 되자마자 수술을 해야 했다.


A는 꽤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술의 영향인지, 조금 얼굴 형태가 변해 못생겨졌다.




그 후 여름방학 무렵, A는 자전거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얼굴에 화상까지 입게 되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지장보살을 만지고 고작 1년 사이, A의 얼굴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A와 같이 지장보살을 봤던 나머지 셋은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우리 사이의 소문은 [지장보살의 얼굴을 보면 저주받는다.] 에서 [지장보살 얼굴의 천을 풀면 저주받는다.] 로 변해있었다.


A가 화상을 입고 나서 얼마 후, 어느날 저녁.


나는 공원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친구 둘과 함께, 그 사당 앞을 우연히 지나가고 있었다.


폴로 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지장보살 근처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옆에는 빗자루가 보인다.




청소를 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지장보살을 수건으로 닦는 걸, 우리는 멈춰서서 보고 있었다.


맨오른쪽 지장보살은 A가 천으로 대충 가려놨던 그 모습 그대로다.




아저씨는 곧 다른 지장보살들을 다 닦고, 그 천에 손을 댔다.


[그거, 풀면 저주 받아요!]


나는 아저씨에게 외쳤다.




[무슨 소리니. 지장보살님은 너희들을 모두 지켜봐주시고 계시지, 저주 같은 건 안 하신단다.]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천을 풀었다.


지장보살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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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3rd]아기 울음소리

괴담 번역 2014. 10. 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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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일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켜 놓고 잔 기억이 있기에, 여름이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심한 열대야였죠.




더우면 잠을 못 자는 체질이라, 그저 이불 위에 누워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


문득 그 날 봤던 공포 영화가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금새 겁에 질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후회했습니다.




여름밤에는 뭐라 말로 하기 힘든 이상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 탓인지, 잠깐 생각했던 것 뿐인데도 평소보다 훨씬 무서웠습니다.


어찌됐든 잠을 자면 되겠거니 하는 마음에,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자려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한껏 의식해서 잠에 들려하면, 오히려 잠이 안 오는 법이죠.


그래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귓가에 들려오는 선풍기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창 밖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기가 자다 깼나 싶어, 나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집 중, 불이 켜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갸웃거리던 와중, 나는 깨닫고 말았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창 밖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귓가라기보다는, 머릿 속에서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찌됐든 내 속에서 울리는 소리였고, 나에게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심령현상 따위 겪어본 적 없던 나였지만, 이 상태가 왠지 위험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울음소리가 내 안에서 들리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내 발목에서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딱 아기 몸무게 정도의 무게였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 몸이 경직되면서 선풍기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큰일났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마냥 몸이 굳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눈을 감는 것 뿐이었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저 나무아미타불만 외며, 어떻게든 사라져 주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기처럼 느껴지는 무게감은 서서히 얼굴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똑바로 누워 있었기에, 발목에서 얼굴까지 일직선으로 올라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얼굴까지 올라오면 어쩌나,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 속은 혼란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무아미타불만은 계속 외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기의 무게감이 배 부분에서 딱 멈췄습니다.


아, 이제 사라지는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안정을 되찾을 무렵이었습니다.




퍽! 퍽! 퍽! 퍽!


그런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배를 강하게 얻어맞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기가 낼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전혀 배려 없이, 온 힘을 다해 배를 몇 번이고 때리는 감각이었습니다.


실제 물리적인 타격은 없지만, 아픔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안정을 찾자마자 그런 상황이 오니, 나는 공포 때문에 혼란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배를 때리는 것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잠시 뒤, 아기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배를 때리는 힘에 비례해, 울음소리도 점점 커져 갑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판단히 서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는 머릿 속으로 [나는 아무 것도 못 해줘! 빨리 사라져!] 라고 몇 번이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이어졌던 걸까요.




아기의 무게감, 울음소리, 그리고 배를 때리는 행위 자체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당황스러워 멍하니 있자니, 선풍기 소리와 창 밖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꿈이라도 꾼 건가 싶어 뺨을 때리자, 아팠던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상담을 겸해, 이 이야기를 해줬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혹시 가족 중에 누가 유산하거나 낙태한 적 있지 않아?] 라고 물어왔습니다.


솔직히 엄청 놀랐습니다.




가족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우리 어머니와 언니가 모두 유산과 낙태를 경험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어머니도, 언니도 당시에는 몹시 슬퍼했다고 합니다만...


[어떻게 그걸 안 거야?]




[아니, 알았다고 해야 되나... 아마 그 때 태어나지 못한 아이였을거야.]


그 이야기를 듣자, 그 당시에 무서워했던 나 자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분명히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가족을 찾아 왔던 것이겠지요.




그런 아이들을, 나는 제멋대로 무섭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아마 외롭고 슬펐던 거겠지... 태어나지 못했던 게...]


[응... 그랬을거야...]




친구의 말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곧이은 친구의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너한테 대신 낳아달라고...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배를 찢으려 했던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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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2nd]탐험

괴담 번역 2014. 10. 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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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여름,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여름이었다.


어느 청소년 수련원에 2박 3일로 수련회를 떠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수련회 가기 전날에 밤에 무서운 이야기를 잔뜩 하려고, 같은 학교 선배이기도 한 형에게 그 수련원에 대한 소문을 꼬치꼬치 물어봤었다.




[창고 액자 뒤에 부적이 붙어있다더라.] 라던가, [그 수련원 옆 숲에서 누가 목을 매 죽었대.] 라는 둥, 생각 외로 소문이 많아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두근거렸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다음날, 수련원에 도착했다.


바로 별관에서 이불을 꺼내오고, 각자 구역을 지정해 청소를 시작했다.




기껏 수련회까지 왔는데 놀지도 못한다는 것에 실망해 투덜거리고 있는데, 좀 노는 녀석이던 S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야, 같이 탐험이나 하러 가자.]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S의 꼬임에 빠져 청소를 땡땡이치기로 한 나는, S와 함께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숲으로 들어갔다.


뒷일은 생각도 않고 호기심에만 가득 차서, 우리는 계속 걸어갔다.


이윽고 작은 못이 나타났다.




[그래, 여기서 게를 잡아서 다들 놀래켜주자.]


S는 바짓자락을 걷어 올리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돌들을 뒤집어 가며 게를 찾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못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게를 찾아냈지만, 게를 넣어갈 도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주머니에 딱 한 마리만, 게를 넣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S는 그것 가지고는 부족했던 것 같다.




[더 희귀한 걸 찾을지도 몰라.] 라며, 물이 흘러드는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득 나는,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이렇게 오랫동안 나와 있다가 혼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그래서 혼자 남기로 하고, [아까 연못 바로 옆에 있던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라고 S에게 외쳤다.




S는 계속 위쪽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S의 모습이 사라지고도 수십 분이 더 흘렀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나도 상류로 올라 S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불안해져서 소리를 질러 S의 이름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다.


혹시 내가 올라온 사이 S가 아래로 내려온 건 아닐까 싶어 다시 연못으로 내려가려는데, 부스럭 부스럭하고 숲 안 쪽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길래 순간 겁에 질렸지만, S였다.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S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 가 버렸다.


어째서인지 나도 몹시 불안해져,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S는 전교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달리기가 빨랐기에,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뒤쳐져버렸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미아가 됐다가는 집에도 못 돌아간다는 두려움에, 나는 필사적으로 수련원이 있을 법한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다행히 겨우겨우 수련원에 돌아올 수 있었다.


당연히 담임선생님에게는 진탕 혼이 났다.




담임선생님에게 야단을 듣고나자, 마침 딱 자유시간이 시작된 터였다.


나는 S도 잔뜩 혼났을 것이라 예상하며, S네 반으로 가서 S를 찾았지만 S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수련원 전체를 다 돌아다녔지만 S가 없다.




S랑 같은 반 아이들한테도 물어봤지만, 다들 [모르겠는데? 어디 갔나?] 라는 대답 뿐이었다.


혹시 숲에서 헤매다 아직 못 돌아온건가...?


나는 당황해서 바로 선생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털어놓고 S를 찾아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응? 오늘 S는 안 왔는데...]


순간 머릿 속이 새햐얘졌다.




아무래도 S는 오늘 오지 않았다는 것 같다.


즉, 이 수련원에 S가 있을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S는 나와 같이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설마 내가 꿈이라도 꿨던 것일까.


어안이벙벙해져서, 나는 계속 S를 찾아 헤맸다.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서 S를 찾았지만, 결국 S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에, 나는 해가 진 후라도 S를 꼭 찾아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마침 그 날 밤에는 담력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대충 담력시험을 가는 척 하면서 S를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혼자 가기엔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같은 반은 E를 꼬시기로 했다.




나는 [재밌는 거 보여줄게.] 라고 말하고, E와 함께 낮에 갔던 못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S가 올라갔던 상류 쪽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E와 함께 부두를 넘어, 상류로 올라간다.




[야, 우리 어디 가는거야?]


E는 꽤 불안해보였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온 이상 혼자 돌아갈 수도 없다.


연못을 조금 지나, S가 뛰쳐나왔던 숲 쪽으로 향한다.




회중 전등을 조심스레 비추자, 큰 나무 곁에 돌이 줄지어 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이끼투성이의 지장보살이다.


게다가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전부 머리가 없었다.




그것을 보자, 나는 등골이 오싹해져 [으아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른 뒤 쏜살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E도 내 비명에 놀라, 둘이서 반쯤 구르다시피 하면서 낮처럼 필사적으로 뛰어 수련원으로 향했다.


[도대체 뭔데 그래?]




겨우 숨을 돌리며, E가 물었다.


나는 그 참에 낮부터 있었던 일을 전부 E에게 말했다.


[허깨비라도 본 거 아니야? 아니면 진짜 S가 왔었나?]




[잘못 본 게 아니야!]


나는 강하게 부정했다.


어딘지 모르게, 나는 S가 직접 왔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S는 몰래 여기로 온 것이리라.


동네에서 이 수련원까지는 버스가 다닌다.


설령 초등학생이라하더라도, 버스비만 있으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래, S는 모두를 놀래켜 주려고 혼자 온 걸거야.


그래서 같이 못에 가자고...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온 몸을 떨었다.




잠시 후, 우리는 담력시험을 마치고 온 친구들과 합류했다.


이후에는 별관으로 이동해, 레크리레이션을 받는 일정이었기에, 다들 거기로 갔다.


나는 도저히 참가할 생각이 들지 않아, 그대로 숙소로 혼자 이동했다.




가면서 문득, E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혼자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려웠지만, S를 찾느라 지친 몸을 일단 좀 쉬고 싶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 문을 연다.




[어...? 다른 반인가...?]


숙소에 머문 시간이 워낙 짧았던 터라, 다른 반네 방으로 온 것 같았다.


[여기야.]




거기엔 S가 있었던 것이다.


넋이 나간다는 게 어떤건지,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놀라움과 공포로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몹시 슬펐다.


S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대로 내 옆으로 지나쳐갔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신발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날 아침.


지저분하게 벗어던진 바지 주머니에서 반쯤 얼굴을 꺼낸 게가,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사흘 뒤, 수련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나는 부모님에게 S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날 늦잠을 잤던 S는, 학교에 오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었다고 한다.


당연히 선생님은 내가 물어봤을 때,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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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번, 기묘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가위눌림이라는 현상은 많은 이들이 겪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가위눌림은, 실은 잠을 자고 있는데도 뇌가 착각을 해 깨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된다.



그리고 나도 그 해석에 동의하는 바였다.

그리고 거기서 호기심이 생겼다.

만약 가위에 눌렸을 때, 그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이었다.



흥미가 생긴 나는 내가 자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가위에 눌리는 순간을 관찰하기로 했다.

자기 전에 카메라를 적당한 위치에 설치하고, 자는 동안 가위에 눌리면 일어나서 카메라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위를 자주 눌리는 것도 아니었기에, 한 두 달 가량은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밤, 마침내 때가 왔다.

그 날은 특별히 지친 것도 아니었고, 딱히 가위에 눌릴 거라는 예감도 없었기에 평소처럼 잠에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잠에 들고 4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가위에 눌릴 때 느껴지는 특유의 기분 나쁜 감각이 나를 덮쳤다.



곧바로 의식이 돌아오고,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디어 가위에 눌렸구나, 하고 흥분하는 한편,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감정이 마구 뒤섞인다.

이 실험의 목적은 단순히 가위에 눌리는 게 아니라, 얼마나 이 현상을 지속시켜 기록으로 남기는가에 달려 있다.



오랫동안 가위에 눌려있지 않으면, 동영상을 틀어도 잠시 지나가고 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몸을 안정시키지 않으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왠지 묘하게 냉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어서, 가위에 눌리고서 그렇게 5분 가량을 있었다.



슬슬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오고, 슬슬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내게는 가위에 눌리는 것 말고도 계획이 하나 더 있었다.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소리를 힘껏 지르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힘껏 소리를 지를 경우, 그것을 찍은 영상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정말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머릿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상상만 할 뿐, 실제로는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나는 가위눌림 끄트머리에, 온 힘을 쥐어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 자신의 감각으로는 확실히 소리를 질렀다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힘이 다 했는지,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더니,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묘하게 몸이 나른하다.

그토록 기력을 쥐어짰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당장이라도 찍어놓은 영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우선 출근이 급했기에 퇴근 후에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 드디어 어제 찍은 동영상을 확인한다.

두근두근대며 기대했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내가 자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는 것 뿐이겠지.

다만 소리를 질렀던 시점의 영상이 무척 궁금했다.



카메라를 PC에 연결하고, 파일을 확인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대개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은 "일련번호.avi" 형태로 저장된다.



그리고 카메라 안에는, 며칠 전에 찍고 지우지 않았던 실험용 동영상 몇 개와, 어제 찍은 동영상 파일만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폴더 안에는 [ssggggg34333333333333], [B9めn項sSもp懺れ履水] 등 완전 이상한 이름의 파일이 30개나 있었다.

심지어 확장자도 없다.



당연히 더블클릭해봐도 실행이 되지 않는다.

시험삼아 이름을 바꿔 뒤에 ".avi"를 붙여 봤지만, 재생할 수 없는 파일이라는 창이 뜰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중 유일하게 "일련번호.avi" 형태로 저장된 파일을 연다.



일련번호와 저장일로 미루어 보니, 어제 찍은 영상인 듯 했다.

재생이 시작되고, 내 방의 모습이 나타난다.

촬영 시점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내 발 끝에서, 내려보듯 찍혀 있다.



화면 아래 쪽이 내 발 쪽이고, 화면 위 쪽은 내 머리 쪽이다.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동영상을 배속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어라, 하고 당황했다.



동영상의 총 재생시간이 하단에 표시되어 있는데, 4시간 남짓이었다.

분명 내가 잠에 든 시간과, 일어난 시간을 감안하면 7시간 정도 분량이 촬영되어 있어야 한다.

그게 묘하게 짧은 것이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일단 계속 배속 재생으로 영상을 본다.

그 사이,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나는 종종 뒤척이거나 미묘하게 움직일 뿐,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동영상이 3/4 정도 재생될 무렵까지 배속으로 영상을 틀었지만, 아무 변화도 없다.



하지만 어제 내 감으로는 이 무렵에 가위에 눌렸었다.

곧 가위에 눌리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그 부분부터 정상 속도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재생 시간이 3시간 30분을 넘어갈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뒤척이던 내가, 몸을 돌리다 그대로 멈춰버렸다.

몸을 돌리다 오른손을 하늘에 올린 채, 몸이 딱 굳어 있는 것이다.

당황해서 재생바를 확인했지만, 재생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데, 화면 속의 나는 혼자 부자연스럽게 팔을 공중에 든 채, 일시정지라도 한 것 마냥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혹시 이게 가위에 눌렸을 때의 모습인걸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에, 가슴이 덜덜 떨려왔다.



가위눌림은 단순한 뇌의 착각이 아닌걸까?

설마 실제로 몸이 경직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채 그저 멍하니 동영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몸이 굳고 나서 3분 가량 흘렀다.



화면은 여전히 똑같다 싶었지만, 뭔가 이상하다.

이 위화감은 뭘까, 하고 의문을 느끼고 있을 무렵, 문득 깨달았다.

자고 있는 내 발 밑, 이불 속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나와 있다.



대단히 느린 움직임이었기에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분명히 내 몸이 아닌 무언가가, 내 발 밑으로부터 나와 있었다.

이윽고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며, 검은 부분 외에 하얀 부분도 영상에 잡히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머리카락과 이마 같다.



사람의 얼굴이다.

사람의 얼굴이, 내 발 밑, 이불 속에서 거꾸로 천천히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 동영상을 꺼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동영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동영상을 끝까지 봐야한다는 것처럼, 정지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몸이 자유롭게 움직여주질 않는다.



마치 깨어있는 상태에서 가위에 눌린 것처럼.

이윽고 그 얼굴은 이불에서 반쯤 빠져나와,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두 눈에서는 전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쩐지 카메라 너머로,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나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



그 사이, 동영상 속에서 팅팅팅하는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피식, 파식하는 파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보다가는 너무 위험하다.

저 얼굴이 전부 나오면 끝장이다, 하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제발 멈춰줘!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멈춰!

마음 속으로 계속 소리친다.



동영상의 재생 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제발 멈춰!

이대로 저 얼굴이 다 나타나기 전에, 동영상이 끝나기만을 빌던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화면에 나타났다.



화면 한구석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카메라 스위치를 눌러 녹화를 정지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화면에 찍힌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

화면에 나타난 나는, 무표정인 채로 카메라에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눌렀다.



그것을 보자 나는 공포와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자 이미 아침이었다.

하지만 모니터 속의 카메라 폴더에는, 어제 봤던 동영상 파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파일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 이후 그 동영상을 다시 보는 것 자체가 두려웠기에, 바로 동영상을 지우고 카메라도 팔아버렸다.

그 날은 도저히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 회사마저 쉴 정도였다.



그 날 내가 봤던 것은 도대체 뭐였을까.

녹화를 중지시킨 것은 분명히 나였지만, 내 기억 속에는 결코 그랬던 적이 없다.

설령 내가 녹화를 멈췄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침대 위에는 또다른 내가 누워 있었다.



그리고 이불 밑에서 나타나던 그 얼굴은...

그 때 이후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가위에 눌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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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90th]폐도 탐색

괴담 번역 2014. 10. 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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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나도 지금까지 이 일이 현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


대학생이던 당시, 나는 정말 의미없는 나날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꿈이고 목표고 아무 것도 없이, 동아리에 과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그저 산만하고 나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하는 것이라곤 나랑 똑같이 잉여 인간이던 친구 K, S와 함께 드라이브를 다니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점차 질려가기 시작해서, 기왕 다니는 거 평범한 길 말고 폐도를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폐도란 대개 아무도 쓰지 않는 길이나 이미 폐쇄된 길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개척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차로 갈 수 있는 곳이나 돌아다녔기에 폐쇄된 도로를 찾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더 좋은 길이 나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나, 어디로 연결된 건지도 모를 작은 샛길 같은 곳을, K의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왠만한 일은 금새 싫증을 내고 흥미를 잃는 우리였지만, 이상하게 그 폐도 탐색만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폐도를 따라 달리며 보이는 비일상적인 광경이, 꿈도 희망도 없던 우리와 맞아떨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K가 [재밌는 곳을 찾아냈어. 지금 같이 가 보지 않을래?] 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새로운 폐도를 찾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2시를 넘어갈 무렵이었지만, 그 날 다른 예정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기에, 나와 S는 당연히 동행하기로 하고 K의 차에 올라탔습니다.


그 곳은 대학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 산길이었습니다.




차가 자주 다니는 큰 도로에서, 비스듬하게 옆으로 좁은 길이 나 있었습니다.


거기로 들어서자 땅에 잡초가 가득하고, 나뭇가지나 돌이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이런 길이 있었나 싶어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고작 100m 정도 달리자 금새 막다른 곳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엥? 겨우 이게 끝이야?]


나와 S는 무심코 불만을 토했지만, K는 득의만만한 얼굴로 옆을 가리켰습니다.




[저기를 봐.]


그 곳을 보자, 도로 옆에는 산사태 방지용 콘크리트 둑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중 둑이 끊기고, 그 사이에만 철망이 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철망 뒤로, 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로 가보자구.]


분명 철망은 쳐 있었지만, 단순히 철사로 고정시켜 놓은 것에 불과했기에 잘라버리면 간단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터였습니다.




그리하여 K가 준비해 온 니퍼로 철사를 자르고, 우리는 차를 통해 폐쇄된 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솔직히 뭔가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철조망이야 돌아오는 길에 다시 철사를 연결하면 될 일이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숨겨진 길을, 자동차에 탄 채 오래 나아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까 지나온 길조차 풀이 무성하고 돌이 여기저기 굴러다녔습니다.


이 정도로 숨겨진 길이라면 조금 나아가기만 해도 차가 굴러다니지 못할만큼 험한 꼴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예상과는 다르게, 길은 오히려 아까 지나왔던 길보다도 깔끔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좁은 산길을 5분 정도, 신중하게 달렸습니다.


잠시 뒤, 눈 앞에 터널이 나타났습니다.




터널이라기보다는 아래를 지나갈 수 있도록 중간을 비운 다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만.


높이는 고작 4, 5m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차가 지나가기에는 충분한 폭이었기에, 우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거기를 지나갔습니다.




터널을 지나자 길이 조금 거칠어져서, 아스팔트 위에 돌이 여기저기 튀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S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잠깐 멈춰봐! 저기 좀 보라구!]




S가 가리킨 것은 차의 뒷쪽, 아까 빠져나온 터널 쪽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터널의 입구를 가리는 것처럼, 신사의 기둥문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깥쪽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터널을 지나가며 자동적으로 기둥문도 통과하게 만든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왠지 기분이 나빠진 우리는 돌아갈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는 가보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500m 정도 나갔을까요.


지금까지는 길 상태가 좋지 않을지언정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던 길이, 마치 경계선이라도 있는 것처럼 뚝 끊겨, 그곳부터는 비포장 흙도로가 이어졌습니다.




기분 나쁘게도 아스팔트와 흙의 경계선 좌우에, 무슨 사당 같은 게 두 개 있어서, 거기를 경계로 뒤가 포장 도로, 앞이 비포장 도로였습니다.


이쯤 되자 이 앞에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불안이 섞여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어디가 됐든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돌아갈 생각은 사라진 채였습니다.




다행히 비포장 도로로 바뀐 후에도 길의 폭은 똑같았고, 나무가 쓰러져 지나가지 못하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차의 바퀴자국이나 없던 것이나, 폐쇄된 길치고는 너무 깨끗하다는 걸 그 때 눈치 채야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그 길을 달리자, 지금까지 왔던 산길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 마냥 탁 트인 곳이 나왔습니다.




우리 차가 달리는 길 외에는, 좌우로 그저 광활히 펼쳐진 평야 뿐이었습니다.


논 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누가 경작한 것 같은 모습도 전혀 없었습니다.


문득 하늘을 보니, 구름 하나 없이 푸르고 맑아, 그 경치에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이상했습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 걸까요.


폐쇄된 길 안 쪽이니, 망한 마을이라도 있는 걸까요.




우리가 평소 살던 곳에서 그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이렇게 넓고 텅 빈 땅이 있다는 게 이상하고 놀라웠습니다.


도대체 이 오솔길은 어디까지 계속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할 무렵, 길 앞 쪽에서 검고 작은 건물이 멀리서 보였다.




가까워짐에 따라 그것은 점점 모습이 커져, 형태가 확실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초가집인 듯 합니다.


...아니, 단순한 초가집이 아니라는 걸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건물이 비정상적으로 컸던 것입니다.


이렇게 큰 초가집은 난생 본 적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학교 체육관만하달까, 그보다도 더 큰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왜 폐쇄된 길 안 쪽에, 이렇게 커다란 건물이 있는 걸까요.


게다가 그 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안 것이지만, 지금까지 온 길은 이 건물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을 뿐, 도중에 곁가지로 새는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즉, 이 건물이 이 길의 종착점이었던 것입니다.




황폐한 마을인가 싶었지만, 그 건물 외에 다른 건물도 없었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타고 온 길은 그저 이 건물에 향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건물 앞에 차를 멈추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무척 상쾌했습니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새파랬습니다.


새소리나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봄날처럼 딱 좋은 기온에 계속 여기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눈 앞의 거대한 초가집을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집니다.


도대체 이 건물은 뭘까...




초가집은 대개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새 쇠락해 간다고 들었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낡고 전체적으로 거무스름한 나무집이었지만, 썩어들어갔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누가 지금도 살고 있는걸까?




[안에 들어가볼까?]


내가 제안하자, K는 동의하고 나섰지만, S는 썩 내켜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난 우선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올게.] 라며 건물 뒤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K는 둘이서 건물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건물의 문은 무거웠지만 잠겨 있지는 않았습니다.


안을 들여다보자, 곰팡내 같기도 하고 오래된 광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한 독특한 냄새가 났습니다.




[실례합니다! 누구 계신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역시 아무도 없구나 싶어 안심한 나와 K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어슴푸레하기는 하지만 문 밖의 빛이 들어와 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나무판자가 깔린 휑하게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선반 같은 게 벽에 붙어 있지만,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왼쪽 벽에는 미닫이 문이 있어, 그 너머로 또 방이 있는 듯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그저 마루와 벽 뿐이었습니다.


위쪽은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천장까지 텅 빈 것 같았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 미닫이 문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사라진 터였습니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십니다!] 라고 다시금 확인한 뒤, 천천히 문을 열었습니다.


안은 의외로 밝았습니다.




채광창 같은 게 위쪽에 여럿 있는지, 입구 쪽보다 훨씬 밝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은, 단순히 밝은 것 뿐 아니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새 깨달았습니다.


우선 방이 엄청나게 넓었습니다.




무슨 체육관 하나 정도는 되는 넓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 안에 균등하게 5개, 비정상적으로 굵은 기둥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굵기는 3m 정도 될 법하고, 길이는 10m에 육박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나무 기둥이 5개나 있던 것입니다.


[야... 이렇게 큰 나무가 일본에 있긴 하냐...?]


K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렇게 큰 기둥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큰 기둥을 세웠나 싶어 주변을 바라보는데, K가 [으앗!]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뭔가 하고 보니 5개의 기둥 중 한가운데의 기둥에, 뭐라고 써 있는 부적 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못으로 기둥에 박힌 것으로, 수도 없이 기둥 전체에 박혀 있었습니다.


글자는 붓으로 쓴 것으로, 한자나 무슨 기호처럼 보였지만, 뭐라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K가 [뭐가 붙어 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부적과 못 사이에, 무언가 말라붙은 덩어리 같은 게 함께 박혀 있었습니다.


뭐가 박혀 있는걸까 싶어, 나와 K는 거의 동시에 시선을 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금새 우리는 그 해답을 얻었습니다.




박혀 있던 것은 사람의 귀였습니다.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사람의 귀가, 부적과 함께 기둥에 박혀 있던 것입니다.


아래쪽은 썩어 문드러지거나 말라붙어 뭔지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위쪽에 박혀 있는 귀들은 생생해서 바로 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천 개는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더욱 두렵게도, 위쪽에는 박힌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 귀도 있었습니다...


[도망치자!]




[으아아아아아악!]


나와 K는 미친 듯 달려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기가 어딘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곧바로 차에 타고 도망치려 했지만, S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나와 K는 전력으로 달려 건물 뒤쪽으로 향했습니다.




워낙에 큰 건물이다보니 뒤쪽으로 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건물 뒤쪽까지 가니 거기에 S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습이 이상합니다.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우리들도 S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습니다.


건물 뒤쪽은 그저 넓게 평야가 펼쳐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야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간단한 받침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줄로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받침대 위에는 초가 2, 3개씩, 불이 붙여진 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평선 저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뭐야, 이게!]


[야, 여기 위험해!]


나와 K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찾았는지, S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나와 K가 전혀 신경 쓰지 못하던 것에 관해 말했습니다.


[야... 여기 태양은 어디에 있는거야...?]


태양...?




그러고보니 하늘은 푸르고 맑아, 구름 한 점 없습니다.


하지만 태양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밝은데, 그 밝기가 전체에 건쳐 똑같았습니다.




[저기, 난 처음부터 여기가 이상하다 싶었어... 여기 너무 조용하잖아. 너희 여기 온 다음 한 번이라도 새나 다른 동물 소리 들은 적 있어? 그 뿐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풀 한 포기 없었지!]


S는 벌써 반쯤 울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S를 달래서 차로 향했다.




도중에 건물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는데,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분명 나와 K는 문을 열어 놨었는데...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K가 벌벌 떨면서 운전해, 우리는 겨우 처음 들어왔던 폐도 입구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국도로 돌아오자,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걸 보자 겨우 원래 세상을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그 후 우리 셋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날 체험했던 일들은 세 명이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 폐도 입구 근처를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전에 들어갔던 좁은 길 자체가 튼튼한 문으로 가려져 있어 도저히 지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지나갈 수 있었다 하더라도, 두 번 다시 그 길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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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89th]잉어엿

괴담 번역 2014. 10. 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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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직접 겪은 실화다.


어느 여름, 동네 신사 축젯날.


수많은 포장마차가 길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와중, 잉어엿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엿은 작은 것만 있는 줄 알았던 나에게, 예쁘게 색이 든 잉어엿과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달큰하게 퍼지는 냄새는 두근두근 매력적인 것이었다.


같이 구경을 나왔던 부모님은 [엿이 참 예쁘네.] 라는 말은 하셨지만, 충치가 생긴다느니, 이렇게 큰 엿은 어차피 다 못 먹는다니 하면서 결국 사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잉어엿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그 다음날부터 매일 포장마차를 구경하러 혼자 신사에 놀러가곤 했다.




며칠동안 계속 된 축제도 끝나,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였다.


매일 같이 찾아오다보니 어느새 낯이 익어버린 엿장수 아저씨가, 나에게 작은 봉투에 조그만 자투리 엿조각을 넣어서 [다 먹고 꼭 이빨 닦아야 한다.] 라면서 건네주셨다.


잔뜩 신이 난 나는 어디 걸터앉아 엿을 먹으려고 신사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이것도 먹으렴.] 하고 조각난 엿이 가득한 봉투를 건네줬습니다.


신사 한구석에서 선물로 받은 엿을 먹고, 나는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잉어엿 포장마차 앞을 지나가며, 아저씨에게 힘껏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는 포장마차를 정리하며, [벌써 다 먹었니?] 라며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나는 [아직 이만큼 더 있어요!] 라며 조각난 엿이 든 봉투를 보여줬다.


그러자 아저씨는 봉투 안을 슬쩍 보더니, 황급히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봉투 안에는 깨진 유리 파편이 가득했습니다.


만약 조각난 엿부터 먹었더라면...


그 후 아저씨의 신고로 경찰이 왔고, 엿장수 아저씨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까지, 경찰서에 같이 가야만 했다.




나는 엉엉 운 기억만 나고 제대로 대답도 못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듣기로는 다른 포장마차 아저씨가 [이상한 남자가 봉투를 들고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라는 증언을 했었다고 한다.


범인이 잡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축젯날이 되어 포장마차가 거리에 늘어서면 종종 떠오르는, 어릴 적의 소름 돋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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