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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번역괴담][2ch괴담][787th]물려받은 물건

괴담 번역 2016. 11. 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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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은 무척 가난했다.


부모님은 내가 가지고 싶은 게 있다해도 하나 사주질 않으셨다.


옷은 주변 이웃집에서 물려준 걸 받아다 입었고, 간식이라곤 얼음사탕[각주:1] 뿐이었다.




의무교육은 제대로 받았지만, 필기구나 교과서는 다 물려받은 것이었다.


태어나서 내내 물려받은 물건만 써왔기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만 딱 하나, 싫은 게 있었다.




물려받은 책상이었다.


그 책상은 물려받은 물건인데도 아직 새것처럼 윤이 반짝반짝 났다.


서랍을 열면 나무냄새가 훅 풍겨와, 나는 그 향기 맡는 걸 즐기곤 했다.




처음 그 책상을 받고 나서는 너무 마음에 들어, 한가할 때면 분수에 맞지 않게 거기 앉아 책을 읽는 게 내 기쁨이었다.


하지만 책상을 받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이상한 체험을 했다.


평소처럼 의자에 앉아 책상에서 책을 읽는데, 오른쪽 다리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다리에 느껴지는 감각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다리를 조금 빼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게 할 뿐.


그러나 잠시 뒤, 또 서늘한 것이 다리에 닿았다.




기분 나빠서 나는 오른발로 서늘한 것을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그러자 발끝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시선은 책에 꽂혀 있었지만, 의식은 책상 아래 발끝에 몰려 있었다.




나는 오른쪽 다리를 슬쩍 움직여, 그것의 표면을 어루만졌다.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구멍이 나 있는 듯 했다.


부드러운가 싶으면 딱딱한 곳도 있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발끝은 핥듯 그것의 표면을 훑다가, 마지막으로 위쪽을 향했다.


가는 실 같은게 수도 없이 느껴진다는 걸 알아차림과 동시에, 나는 내 발에 뭐가 닿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살그머니 몸을 숙여 책상 아래를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창백한 사내아이가 있었다.


내 발끝은 사내아이의 머리에 닿고 있었다.


나는 놀라 의자에서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책상 아래 사내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사내아이 역시 미동도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채 일어서지도 못하고, 나는 엉금엉금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버지를 찾아가 금방 본 걸 울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혀 믿어주질 않았다.


만약 믿어주더라도, 우리 집에 책상 살 돈은 없으니 바꿔줄리도 없었고.




결국 나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그 책상을 사용했다.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노라면 종종 다리에 서늘한 것이 닿을 때가 있었지만, 책상 아래를 보지는 않았다.


또 그 아이와 마주칠까 무서웠으니까.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보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를 속여 넘길 생각이었다.


중학생이 된 후, 나는 어머니에게 슬쩍 물어봤다.


내가 쓰고 있는 책상은 누구한테 받아왔냐고.




어머니는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더니, [그 책상은 와타루군네 집에서 받아온거야.] 라고 가르쳐주었다.


와타루군은 나와 동갑으로, 함께 유치원을 다녔던 친구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며칠 전, 와타루군은 강에 떨어져 죽었다.




머리가 좋았던 와타루군은 입학하기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쓰고 있는 책상에서 공부하며, 앞으로 시작될 학교 생활을 두근대며 기다린 게 아니었을까.


사정을 알게 된 나는, 책상 아래 있는 와타루군이 더는 무섭지 않았다.




와타루군이 이루지 못한 꿈만큼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할 작정이었다.


그 후로도 와타루군은 내 다리를 만지곤 했다.


나는 와타루군이 다리를 만질 때마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는 것이라 여겼다.




와타루군의 격려 덕분인지, 나는 상당히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에서는 야구가 유행하게 되었다.


나도 끼고 싶었지만 야구배트나 글러브를 살 돈이 없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아버지에게 졸랐다.


그러자 아버지는 [조금 기다려라.] 라고 말했다.


몇개월 뒤, 아버지는 배트와 글러브를 내게 건네주었다.




또다시 물려받은 것이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


나는 다른 아이들 틈에 끼어, 신나게 야구를 즐겼다.




그런데 어느날, 한 친구가 내 글러브를 보고 말했다.


[그거, 요시로 글러브 아니냐?]


요시로는 학교 야구부에서 뛰던 같은 반 친구였다.




재능이 있어 신입생인데도 주전으로 뛸 정도였다.


하지만 요시로는 얼마 전 죽은 터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다 강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내가 쓰는 글러브가 요시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다짐했다.


요시로가 아쉬워하지 않게, 그 녀석 몫까지 열심히 야구하자고.


그때, 문득 생각했다.




요시로와 와타루군은 묘하게 닮아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일찍 죽은데다, 사인도 죽은 장소도 같다.


그리고 두 사람의 유품을 내가 쓰고 있다.




이런 우연이 있는걸까?


몇개월 뒤, 나는 다시 아버지를 졸랐다.


이번에는 게임기가 갖고 싶었으니까.




그러자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조금 기다려라.] 라고 말했다.


2주 뒤, 아버지는 게임기를 가져다 주었다.


또 물려받은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게임기를 받기 얼마 전, 신문에 실렸던 기사가 떠올랐다.


근처 강에서 중학생이 빠져 죽었다는 기사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날 밤, 평소처럼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몇년간 나는, 그게 죽은 와타루군이 나를 격려해주는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무언가는, 필사적으로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책상 아래를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1. 氷砂糖. 순도 높은 설탕 결정을 굳혀 만든 사탕으로, 겉모습이 얼음조각과 비슷해 보여 얼음사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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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6th]미친 가족

괴담 번역 2016. 11. 2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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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전하려는 건 내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요.


나는 23살 남자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간병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52살, 어머니는 44살, 동생은 18살.


가족 넷이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동생은 이번 봄부터 취직을 위해 자취하러 나갈 예정이었지만요.




그날 역시, 저녁을 먹은 뒤 거실에서 부모님이랑 함께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생 방은 어디다 잡아 주실거에요?] 라던가, [혼자 사려면 이거저거 준비할 게 많을텐데?] 같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생은 자기 방에서 취직 관련해서 뭘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지직... 지지직... 지직...


갑자기 TV에 노이즈가 꼈습니다.


하지만 금새 멀쩡해졌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TV를 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말인데...]


문득 부모님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제야 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은 입을 반쯤 벌린 채, 깜짝 놀란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TV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 왜 그래, 다들...?]


나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부모님의 표정에 놀라 물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나를 무시하고 계속 TV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두 사람은 부릅뜬 눈만 돌려 나를 보았습니다.


[왜 그래!]




하지만 다음 순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응, 그렇지만 자취라니 말이야...]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괜찮지 않겠어?]


[아니, 잠깐... 잠깐 기다려! 지금 그건 뭐였어? 뭐였냐고?]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옛날부터 농담도 잘 말하지 않는 딱딱한 분들입니다.




장난으로 그런 짓을 하실리 없었습니다.


[지금 그거라니?]


하지만 부모님은 둘 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게 지어낸 게 아니라 진짜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어... 지금 그거라니...]




부모님은 기억하고 있지 않을텐데...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걸...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웅얼거리며 고개를 떨궜다.


[그런데, 당신은 언제 죽을거야?]


[어?]




나는 당황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대답합니다.


[그러네, 그 이야기도 해야겠구만. 언제로 하지? 자살이 좋을까, 사고가 좋을까?]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아... 뭐...? 죽어? 누가...? 응?]




완전 횡설수설하고 있었죠.


하지만 부모님은 신경도 안 쓰고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나도 그동안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제 딱 좋은 거 같네.]




[도와줄테니 걱정 말아요.]


부모님은 더욱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목을 매달면 뒷처리가 어렵다느니, 수면제가 좋다느니, 뛰어내리다 도중에 기절하면 아프지 않다느니...




마치 그걸 다 체험해보기라도 했다는 듯이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뭐가 재미있는 것인지 하하호호 웃기까지 했습니다...


[자, 잠깐만!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분명히 이상한 부모님 모습을 보고, 불안과 무서움에 그만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부모님이 동시에 나를 바라봅니다.


[헉...!]




부모님의 눈동자는 양쪽 모두 반대방향을 향해 치켜뜬 채였습니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시선은 어딜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얼굴만은 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꼴을 하고, 망가진 로봇처럼 죽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동생 방으로 도망쳤습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동생이 깜짝 놀라 기겁했습니다.


[으악! 깜짝 놀랐잖아, 형!]


동생은 책상에 앉아 서류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그게 말이야! 아버지랑 어머니가! 눈동자가 반대로... 죽으라고 말하고 막... 아, 그 전에 TV에 노이즈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하나도 모르겠잖아.]


나 스스로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몰랐으니까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결국 머리를 움켜쥐고 말았습니다.




[아, 아무튼 부모님이 이상해!]


문득 눈을 들어 동생을 봤습니다.


동생은 입을 반쯤 벌린채, 눈을 부릅 뜨고 있었습니다...




[아... 아...]


부모님이 이상해진데 이어, 동생까지...


서서히 동생의 눈동자가 반대 방향을 향하는 걸 보고, 나는 현관을 향해 달렸습니다.




뭐야, 이게!


도대체 뭐냐고!


현관에서 밖으로 나가기 직전, 슬쩍 시야에 거실이 들어옵니다.




부모님이 나를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눈동자는 반대방향을 향한채...


전속력으로 사람이 많은 대로까지 달려나왔습니다.




그 후, 조금 안정을 찾고 휴대폰으로 혼자 사는 직장 선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선배네 집으로 갔습니다.


선배는 영능력이 있는 사람이기에, 보통 사람은 믿어주지 않을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줬습니다.


[그러냐... 좋아, 내일 아는 절에 가서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자. 오늘은 우선 푹 쉬어. 너 얼굴이 장난이 아니다.]




그날은 선배네 집에서 묵었습니다.


다음날, 선배는 야근이고 나는 휴일이었습니다.


아침 6시, 선배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절에 가, 거기 주지스님에게 어젯밤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지스님은 내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말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큰일이었군요, 얼굴이 초췌하십니다.]


그 후, 그대로 돌아가면 안된다는 말에, 나는 선배와 주지스님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안은 지옥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양팔, 양다리에서 피를 질질 흘리면서 거실과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거실 구석에는 피가 묻은 식칼이 몇자루 버려져 있었습니다.




[앞으로 2번 왕복하면 오른쪽 다리 혈관을... 앞으로 3번 왕복하면 팔뚝 혈관을...]


중얼중얼 혼잣말을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목욕탕에 있었습니다.




물이 가득한 욕조에 스스로 머리를 잡고 쑤셔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머리를 눌러가면서...


[아가가가가각... 아가가가가각... 죽어, 네놈! 죽어, 네놈! 죽어, 네놈!]




동생은 책상에서 글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다만 손에는 커터칼을 들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거울이 있었습니다.


[OO시 OO쵸...]




집 주소를 몸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서워 엉엉 울었습니다.


그 후 세명 모두 주지스님과 다른 절에서 도와주러 오신 스님 덕에 정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주지스님이 들려준 바에 따르면, 가족들이 그렇게 되어버린 건 선조에게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사극에서 종종 [후손까지 저주해주마!] 라고 말하는, 그런거라고요.


게다가 저주하는 방법도 잔혹해서,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가족에게 빙의해, 천천히 시간을 들여 옭아매는 방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저주하는 쪽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랍니다.


나는 전생에 덕이 높은 스님이었기에, 나한테는 차마 손을 못 댔다는 겁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 참다못해 가족에게 손을 넓혀 압박을 가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아버지와 동생 몸에는 아직도 상처가 남아 있어, 같이 목욕이라도 가면 늘 우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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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5th]오래된 화장대

괴담 번역 2016. 11. 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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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내가 옛날 일하던 디자인 회사 거래처에서 알게 된 여성에게 들은 것입니다.


그녀도 나도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 공통 화제가 많았습니다.


서로 일이 빨리 끝나면 함께 저녁을 시켜먹기도 하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장래 전망을 늘어놓으며 자주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고백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인이라 섣불리 고백했다 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웠습니다.


이대로 가끔 둘이서 밥이라도 같이 먹는 사이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녀에 대한 마음을 가슴 가득 품은채 한달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한 식사자리만 기다리며 보내고 있었죠.


그렇게 그녀와 몇번째인가 같이 저녁을 먹던 날, 우연히 그날 밤 방송되는 공포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혹시 무서운 일이라던가 직접 겪어본 건 없어?] 하고 슬쩍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딱 한번... 무서운 일을 겪어본 적 있어요.] 라며 그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 그녀, A는 갓 상경한 미대생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탓에 겁도 많고 낯도 가렸지만, 워낙 성격이 밝았던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도 잔뜩 생기고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A씨는 휴일마다 친구와 함께 잡화상, 앤틱 숍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습니다.


어느날 저녁, 유럽 가구를 주로 다루는 작은 가구점에서 꽤 낡은 화장대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합니다.




그 화장대는 거울 주변에 전구가 달려 있어, 옛날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분장실에서 쓰던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무척 화려한 물건이었죠.


다다미 8장짜리 원룸에서 사는 입장인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에 한번은 A도 포기하고 돌아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화장대가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아, 결국 중학교 때부터 모아온 저금에 2개월치를 먼저 보내주시던 부모님 용돈까지 탈탈 털어 그 화장대를 사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날 밤, 샤워를 마친 A는 빨리 그 화장대 앞에 앉아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렸습니다.


원래부터 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A입니다.




거울 주변에 달린 라이트의 부드러운 불빛 덕인지, 거울 속의 A는 평소보다 더욱 희고 아름답게 보였다고 합니다.


A는 마치 자신이 진짜 할리우드 여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잠겨 황홀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로, 과제에 치여 사는 매일매일 중에, 그 거울 앞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A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무렵부터였습니다.


A의 성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거울 앞에 앉아있을 때를 빼면, A는 조금씩 성격이 나빠지기 시작했답니다.




대학에서 친한 여자 동기가 [요즘 더 예뻐진 거 같은데? 남자친구라도 생겼어?] 라고 말을 걸어오곤 하는데, 기쁜 마음도 있지만 속에서는 "당연한 거 아니냐, 이 못생긴 것아! 너희들이랑 나는 달라." 하고, 친구들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피어오르더랍니다.


A는 원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의 애매모호한 태도에도 분노가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어느새 그것은 A의 마음 밖으로 나와, 태도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많던 주변 친구들도 슬슬 A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좋아하던 남자 역시, A가 권해야 마지못해 어울려 주곤 했습니다.


그 모습 또한 A의 초조함을 더욱 크게 만들었고요.




어느날, 노천카페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뚱하게 있는 그를 보고, A는 입을 열었습니다.


[왜 그러는데? 나한테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확실히 말하지 그래. 그런 태도, 짜증나거든?]


그러자 잠시 가만히 있다, 그는 A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그럼, 확실히 말할게. A 너, 처음 만났을 때랑 성격이 꽤 달라진 거 알아? 전에는 온화하고, 누구하고든 상냥하게 이야기했었다고. 거기다 얼굴도...]


거기서 그는 말을 멈췄습니다.


[뭐라고? 내 얼굴이 뭐가 어떻다는건데? 똑바로 말하라고!]




A는 소리를 빽 질렀다고 합니다.


그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습니다.


[그게 말이야... A 너, 성형한거야? 다른 애들도 다 수군대고 있어. 확실히 얼굴이 바뀌었다고. 원래는 귀여웠었는데... 왜 그렇게 인상이 센 얼굴이 되어버린거야?]




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A는 앞에 있던 컵을 들어 그의 얼굴에 물을 끼얹고 일어섰다고 합니다.


[내가 성형 같은 걸 했을리 없잖아! 장난치지마!]


주변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뒤로 하고, 화가 잔뜩 나 어지러운 머리로 A는 휘청휘청 카페 화장실에 들어섰습니다.




성형이라니, 내가?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왜 다들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거야?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세면대에 토악질을 하다 문득 눈앞의 거울을 물끄러미 봤답니다.


그 순간, A는 자신의 얼굴에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어... 내 얼굴이 이랬던가...?




그 순간, 집에서 그 화장대 거울 비치던 자기 얼굴이 떠오르더랍니다.


지금까지 왜 깨닫지 못했는지, 왜 아무렇지도 않게 그 거울을 바라봤던 것인지...


A 스스로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거울에 비치던 A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일본인도 아니고, 아예 본 적 없는 백인 여자였다고 합니다.


눈은 A보다 크고 조금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눈이었고, 눈썹도 강해보이게 생겼다고 합니다.




무척 아름다운 북유럽계 여성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은 붉고,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였습니다.


그걸 자랑스럽게 브러쉬로 빗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합니다.




문득 거울을 다시 보고, A는 오싹해졌습니다.


자기 얼굴이 그 거울 속 여자와 닮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동 따위 원래 자신이었다면 할 리가 없었을 터입니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주변을 업신여기는 기분 따위 이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 분노와 초조함 또한 그녀의 것일 터입니다.


그녀가 나를 취해, 변해가고 있다니...




공포로 덜덜 떨면서도, A는 이미 돌아간 그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모든 것을 털어놨습니다.


그 거울이 있는 방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비싼 화장대라 원래 샀던 곳에 반품할까 싶기도 했지만, 자기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또 나올까봐 결국 그대로 해체했다고 합니다.




그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A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성격 또한 온화하고 상냥한 원래 A씨 성격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소원해졌던 친구들과도 다시 친해졌고요.


한동안은 겁에 질려있었지만, 화장대를 해체했다고 딱히 저주가 내린 것도 아니었고, 이상한 일은 그걸로 끝이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후, 그녀는 그 무렵 찍은 사진을 휴대폰으로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확실히 눈이 지금 그녀보다 컸고, 눈꼬리도 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눈앞에 있는 그녀와는 다른 얼굴을 보니,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혹시 성형하기 전 얼굴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그런 판단에는 자신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사진 속 그녀의 얼굴이 진짜 외국인 같았기에 진심으로 믿게 되었죠.


더불어 나는 그녀에게 고백도 제대로 못하고, 회사 간 거래가 끊기면서 지금은 그저 소원한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게 제일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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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4th]헤어진 여자친구

괴담 번역 2016. 11. 2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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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귄 여자가 있었습니다.


5년이라는 세월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4년째가 지날 무렵부터, 여자친구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도 나중에 결혼하자고 이야기하곤 했고, 언젠가는 진짜 결혼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막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취직처를 찾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나 자신조차 가누지 못하는 상황인데, 왜 결혼 이야기를 대뜸 꺼내는 걸까.




여자친구는 자기도 일하겠다고 말해왔지만, 남자인 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결혼하고 살다보면 아이도 생기겠지요.


적어도 가정을 나 혼자 부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길 때까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의견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몇번이고 설득에 나섰지만, 서로의 의견은 어긋날 뿐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있으니 결혼하고 싶다.


지켜주고 싶으니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우습게도, 그런 마음이 오히려 이별을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던 입은 끝내 서로에게 더러운 말을 내뱉고 말았고, 그녀가 외친 [두번 다시 보기 싫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 관계는 그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반년 정도 지났을까요.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잊을 수 없는 사랑이라며 울며 호소했습니다.


매정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터지고 말았던 큰 싸움 탓에, 나는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졌던 터였습니다.


관계를 회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뒤, 나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흘 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한번 만나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만나서 얼굴을 보면 마음이 움직일 거라 여긴거겠죠.


나는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잘 못내리는 성격이라, 사귀고 있을 무렵에는 모든 결정을 여자친구에게 미루곤 했었습니다.




그런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제안을 했던 거겠죠.


물론 나는 거절했습니다.


다음 전화는 이틀 뒤였습니다.




세번째나 전화를 받으니, 슬슬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전화기에 여자친구 이름이 뜨는 것도 보기 싫어, 쿠션 아래 핸드폰을 던져넣고 없는 척 하기로 했습니다.


진동이 다 울리고 멈췄나 싶으면, 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견딜 수 없어 큰맘 먹고 핸드폰을 집어드니, 부재중 통화가 30통 넘게 찍혀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 기분 나빠 견딜 수가 없더군요.




뭐라고 한마디 해줄 생각으로, 통화 버튼을 누른 순간이었습니다.


[왜 안 받는거야!]


귀에 전화기를 채 대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심한 절규였습니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그녀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거짓말을 그대로 말했습니다.




핸드폰을 잊어먹고 나갔다가 지금 막 돌아왔다고.


그리고 가능한 한 상냥한 목소리로,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크크크...]




낮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는 울고 있는건가 싶었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껄껄 웃기 시작했습니다.




[너희 집 앞에 자판기 있지? 지금 보여?]


내 방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 자판기가 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창밖을 바라본 순간,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져 떨어졌습니다.




그녀가 귀신 같은 얼굴을 한 채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사귀던 5년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습니다.


아니, 한번이라도 봤다면 당장 이별을 고했을거라 생각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이었습니다.




그날 밤은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침해가 떠오르자, 나는 겨우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밝은 햇빛을 받으면 마음이 달라질거라 여겼죠.




살짝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봤지만, 자판기 쪽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안심하고 커튼을 활짝 열었습니다.


창문 정면, 가느다란 전봇대에 기대듯 앉아, 그녀는 내 방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습니다.


안녕, 하고 입이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힘껏 커튼을 닫았습니다.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구나 싶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알아채지 못하게 슬쩍 밖을 보니, 그녀는 여전히 전봇대 옆에 앉아 내 방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집에는 일주일 정도는 버틸 식량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녀라도 배는 고플 것이고, 목은 마를테며, 화장실은 가고 싶겠죠.


나는 틈을 봐서 방을 나온 뒤, 당분간 친구네 집을 돌아다니며 묵을 작정으로 짐을 쌌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내가 들여다보지 않을 때만 볼일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볼 때는 늘 거기 있었습니다.


나흘째 밤.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희희낙락해서 방을 나오려다, 현관문을 보고 우뚝 멈춰섰습니다.


우편물 구멍이 기묘한 형태로 열려 있었습니다.




신문 정도만 들어올 수 있게 열리는 타입이라 다행이었습니다.


90도로 돌아가서 열리는 타입이었다면, 나는 거기서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을테니까요.


더 열기 위해 손가락이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저기, 들여보내 줘.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서로 사랑했었잖아. 한번 더 이야기를 하자.]


뇌리에 떠오른 것은, 오랜 세월 봐왔던 사랑스런 웃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자판기 옆, 귀신 같은 얼굴만 떠오를 뿐.




나는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미친듯이 벌벌 떨었습니다.


그럼에도 몇시간 정도는 잠을 자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린 뒤, 조심스레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가만히 현관문을 바라봤습니다.




우편물 구멍에서 새빨간 줄이 수도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끼익, 하고 철판이 살짝 열리더니, 무언가가 던져져 들어왔습니다.


붉은 줄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림과 동시에, 나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고기토막이었습니다.


그녀는 작아져서 내 방에 들어올 생각이었던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구급차 불러!] 하고 소리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더욱 소란스러워지더니, 잠시 지나 [문 열어주세요.] 하고 말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은 열고 싶지 않았지만, 남자는 경찰일테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관문도 그 앞 복도도 새빨갰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구급차로 옮겨진 듯 했고, 경찰 쪽에서도 배려를 해줘 대면하지는 않았죠.




발견됐을 때, 그녀는 자기 손가락을 물어뜯고 있엇다고 합니다.


나는 곧바로 이사했습니다.


새 집은 건물 입구에 우체함이 있는 곳으로 골랐습니다.




처음 이사했을 때는 커튼을 열때마다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그 사건이 있고 몇개월 뒤, 그녀가 자살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솔직히 안심했습니다.




안됐다 싶었지만 안도하는 마음이 더 강했죠.


어느덧 내 마음도 안정을 찾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여자친구도 생겼습니다.


그 무렵부터였습니다.




끼익, 철컥, 끼익.


불규칙하게 소리가 들리게 되었습니다.


현관문에서요.




끼익, 철컥, 끼익.


다른 곳으로 가도 소리는 들려옵니다.


노이로제 증세까지 생겨, 여자친구와도 헤어졌습니다.




그러자 소리는 멎었습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그건 기분탓이었으리라 여기고, 나는 다시 새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끼익, 철컥, 끼익.




끼익, 철컥, 끼익.


나는 지금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결혼은 평생 할 수 없겠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평생 홀로 남을 수 없을 겁니다.


아직도 그녀가, 문 앞에서 스스로를 작게 잘라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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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3rd]반어인의 마을

괴담 번역 2016. 11. 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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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친구네 고향은 해변마을인데, 이상하게 여자아이의 출산율이 높다고 한다.


뭐, 쌍둥이가 많이 태어난다는 마을도 있다고 하니, 그 정도는 크게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높은 확률로 기형아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난치병을 가지고 있거나.




지금은 의료 기술도 발전해서 그나마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옛날에는 멀쩡한 사내아이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고 한다.


어느 시기에는 아예 마을에 남자가 없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헤매다 흘러들어온 남자 여행자가 있으면, 그대로 단 하루 뿐인 천국을 즐기게 되었다.




술을 잔뜩 먹여 취하게 한 뒤, 마을 젊은 여자들이 번갈아 가며 아이를 배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더 이상 남자에게 쓸모는 없었다.


취해서 자고 있는 사이, 죽여서 토막낸 후 바다에 버리는 것이다.




태어나버린 기형아들도 마찬가지로 죽여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어느날부터인가, 바다에서 괴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고기에 사람 손발이 달린 것 같은, 반어인이.




그놈은 한밤 중, 바다에서 올라와 집 밖에 나와있는 마을 사람들을 덮쳤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나는 웃음 섞인 질문을 던졌다.


[정말? 너 본 적 있어?]




[아니, 없어. 그렇지만... 있을거야, 분명.]


[왜 그렇게 단언하는거야? 근거라도 있어?]


친구는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죽은 기형아들에게 공양 하나 드리지 않았잖아? 처음 찾아왔던 여행자가 살해당했을 뿐 아니라, 그 자식이 기형아라면 자식까지 살해당하는거야... 공양이던 뭐던 하질 않으면 그 원한이 풀릴리가 있겠냐...]


그 녀석은 "본 적 없다" 고 말했지만, 이야기하는 내내 무언가를 숨기는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예상이지만... 녀석은 보고만 게 아닐까.




기형아가 태어나는 확률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태어나기는 할 터다.


그 녀석은 기형아가 살해당해, 바다에 버려지는 모습을 봐버렸을지도 모른다.


[밤 10시 이후에는 절대 밖에 나다니지 말거라!] 라고 엄포도 들었을테고.




그 녀석의 고향이 해변마을이기는 해도, 걔네 가족은 그 녀석이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가족끼리 그 마을에서 도망쳤다고 한다.


물어보면 장소 정도는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컬트는 좋아해도 직접 체험하기는 싫었다.


어떻게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을까 싶었는데...




이야기를 마치며,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기형아나 여행자의 시체를 물고기들이 먹어치웠겠지...?]


그게 묘하게 무서웠다.




역시 이 녀석, 본 적 있구나 싶었다.







Illustration by j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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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2nd]야식

괴담 번역 2016. 11. 1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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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수능 시험을 앞두고, 집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단다.


새벽 2시,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A, 야식 가져왔어. 문 좀 열어주렴.]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방문은 잠겨있었다.




A는 마침 딱 흐름을 타고 있던터라, 풀고 있던 문제까지는 마저 풀고 싶었다.


[거기 놔두고 가, 엄마.]


곧 어머니가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새벽 3시.


다시 어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A, 간식 가져왔어. 문 좀 열어봐.]




A는 [간식? 필요 없는데?] 하고 대답했단다.


그러자 갑자기 밖에서 미친듯 노성이 들려오더란다.


[시끄러! 됐으니까 당장 이 문 열어! 열라고! 열라고!]




A는 잔뜩 쫄아서 문을 열려고 다가갔다.


하지만 묘하게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 그대로 멈춰섰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울먹이는 소리로 [부탁해... A... 문 좀 열어줘...] 하고 간절히 부탁해오더란다.




하지만 A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갔다.




그 순간, A는 떠올렸다.


지금 부모님은 제사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 계시다는 것을.


문을 열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싶어, A는 그 후로도 한동안 벌벌 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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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1st]지하의 우물

괴담 번역 2016. 11. 1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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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공개하면 아마 옛 동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겠지.


들키면 꽤 위험할 것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또 나를 찾아나설테니.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전하지 않으면, 그 우물의 존재는 어둠 속에 묻힌채 영영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목숨을 걸고 이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 이야기다.




나는 도쿄에 있는 모 조직의 신진 간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N이라는 자였다.


요새는 그런 조직도 자잘하고 위험한 일은 모두 외주를 맡겨버린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을 고용하는거지.


경찰에게 잡히면,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딱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 대신 대가는 후하게 쳐줬기에 나도 그런 일을 받아가며 먹고 살고 있었다.




나는 도쿄에서도 비교적 부자와 외국인이 많이 사는 거리에서 일했다.


위험한 일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느낌이 들겠지만, 정작 내가 했던 건 별 거 아니었다.


승합차로 꽃집에 꽃을 가지러 가고, 꽃값을 낸다.




그리고 그 꽃을 캬바쿠라와 고급 클럽에 배달한다.


그런 클럽들 가면 늘상 놓여있는 그런 꽃들 말이다.


꽃을 가져다 준 뒤 돈을 받는 것이다.




꽃집에서 사온 돈의 세배에서 다섯배는 되는 돈이다.


그런 식으로 한달에 3천만 가까이 벌었다.


내가 하는 위험한 일이래봐야 처음에는 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성실하게 임했다.


상대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투성이다.


젊은이를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을러대고 값을 깎으려는 양아치들도 숱했지.




그때마다 주먹으로 해결하려 들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뭐, 주먹부터 휘두르려는 놈들도 있지만.


경찰 부를 일이 생기면 그대로 거래는 끝나게 된다.




조직에서도 미운털이 박히게 되는거지.


내 입장에서도 피 같은 돈을 날릴 수는 없는거고.


그렇기에 그럴 때마다 나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설득했다.




설득하면서도 중요한 곳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1엔도 깎지 않고, 조건 하나 내주지 않았다.


뭐, 어쨌든 그렇게 일처리를 꽤 잘 해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N의 동생격인 S, 그리고 K라는 사람에게 상당히 신뢰받게 되었다.


그래서 종종 꽃배달용 승합차를 몰고, 한밤중에 불려가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차에는 아마 드럼통이나 골판지 상자 같은 걸 넣는 듯 했다.




짐을 실을 때는 나는 운전석에만 있었고, 어차피 뒤쪽은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이라곤 벤츠 뒤를 따라 운전하는 것 뿐.


짐을 내리면 또 한동안 기다린 뒤, 벤츠를 따라 돌아온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이다.


뭘 옮겼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가로는 고작 한번 일한 것으로 꽃배달 한달치 돈을 받았다.




어느날 밤, 나는 또 K의 호출을 받고 나왔다.


도착해보니 평소와는 면면이 달랐다.


평소에는 S랑 K, 그리고 젊은 부하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간부인 N이 있었고, S랑 K까지 셋뿐이었다.


세명 모두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어, 뭔가 확실히 이상한 분위기였다.


내가 도착했음에도 [시동 끄고 기다리고 있어.] 라고만 말할 뿐, 자기들끼리 중얼중얼 무언가 말을 나눌 뿐이었다.




[...은 이대로 돌려보내.]


[저녀석은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띄엄띄엄 대화가 들려왔고, 결국 나는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왠지 모를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트렁크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차 안에 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럼통이나 골판지 상자가 아니었다.




내려놓을 때 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무거운 물건인 듯 했다.


더욱 괴상한 것이, S와 K가 내 차에 같이 탔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다들 벤츠를 타고, 나 혼자 그 뒤를 따라갔을 뿐이었는데.


게다가 갑자기 수도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아닌가.


고속도로에는 카메라도 있고, 번호판도 다 기록되기에 이쪽 일을 할때는 최대한 고속도로를 피해 달리기 마련이다.




수도고속도로 순환선은 황궁을 내려다보면 안된다던가 하는 이유로, 몇몇 구간은 지하로 가게된다.


부끄럽지만 나는 길치다.


운전은 잘하지만 방향감각도 없고, 길도 잘 기억하질 못한다.




그렇기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순환선을 두바퀴 정도 돌았던 것 같다.


주변에 차가 하나도 없을 무렵, 갑자기 N이 타고 가던 벤츠가 비상 깜빡이를 켰다.


그제까지 아무 말이 없던 S와 K였지만, 그걸 보고 S가 입을 열었다.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가서 멈춰서.]


그 말대로 했다.


거기가 합류지점이었다.




[저기 섬처럼 생긴 곳에다 후진으로 차를 대.]


그대로 하고 전조등을 껐다.


양쪽 기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라, 평범하게 지나가는 차는 뒤를 돌아봐도 좀체 찾을 수 없는 위치였다.




설령 찾아내더라도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N이 탄 벤츠는 그대로 가버렸다.


S와 K는 둘이서 짐을 내렸다.




그리고 나도 나오라고 불렀다.


기분 나쁜 예감이 또 나를 덮쳤다.


이제까지 운전석 밖으로 나를 부른 적은 없었으니까.




S와 K가 둘이서 메고 있는 비닐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 시체 봉투처럼 새까맸다.


이미 내용물이 사람일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터무니 없는 일에 말려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허리가 아파왔다.


왜 조직 사람이 아니라 날 데려온건가 싶었다.


그 이유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S는 [주머니에 열쇠가 있으니까, 그걸 꺼내서 철조망 문을 열어.] 라고 말했다.


나는 그대로 했다.


철조망을 지나 5m 정도 가자 또 문이 나왔다.




문이라기보다는 벽이라는 느낌일까.


열기 위한 손잡이도 없고, 열쇠 구멍도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S는 또 다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라 했다.




이번에는 크고 작은 열쇠가 하나씩 있었다.


콘크리트 벽에 스테인리스로 된 작은 뚜껑이 붙어있는데, 그것을 작은 열쇠로 여는 것이었다.


안에는 원통형 열쇠구멍이 있고, 거기 큰 열쇠를 넣었다.




열쇠를 돌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조금 움직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벽이 열렸다.


벽 안까지 장치가 되어 있어 문이 잠겨있었다.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할 구조였다.


그 앞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손전등을 들고 잠시 나아가니 곧바로 철문이 나왔다.




"무단 출입 엄금. 방위시설청." 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상했다.


여기는 일본 도로공단의 시설일텐데.




아니, 그걸 떠나 조직 사람들이 이런 곳에 멋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익히 아는 사람들이라 실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디 감시 카메라는 없는건가 싶어 불안했다.


안에서는 더 이상한 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철문도 아까 전 벽과 똑같은 방법으로 열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S랑 K는 이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꽤 힘들어 보였지만 도와달라고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계단이 나왔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종종 두 사람을 발을 멈추고 어깨에 맨 "짐"을 고쳐맸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대단히 넓은 통로가 좌우로 펼쳐졌다.


아마 폭이 10m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거기서 잠시 쉬었다.


통로에는 군데군데 전등이 달려, 무척 어슴푸레했지만 일단 손전등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우리는 왼편 통로로 나아갔다.




가끔씩 쉬면서 한동안 걸어갔다.


통로 자체는 올곧게 뻗어있었다.


종종 양옆에 철문이 보였다.




그러다 어느 문 앞에서 S가 멈춰서서 입을 열었다.


[이거 아닌가? 이거 같은데.]


거기에는 "제국 육군 제 13호 갱도" 라고 써 있었다.




낡은 글자체였다.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일본에는 육상 자위대 뿐이니까.




최소 몇십년은 더 된 터널이라는 뜻이었다.


S도 K도 땀투성이가 되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또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고, 나도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S가 [이제 가자.] 라고 말하고, 봉투 한편, 아마 "다리"가 있을 쪽을 잡았다.


그랬더니...


"봉투"가 갑작스레 날뛰기 시작했다.




S는 허를 찔렸는지 그만 손을 놓아버렸고, 반대편 봉투 입구에서 얼굴이 튀어나왔다.


재갈을 물고 있는 약간 마른 남자였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짐작은 하고 있었음에도, 봉투 안에서 진짜 사람이, 그것도 살아서 튀어나온 걸 보고 내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S는 K에게 [야, 왜 정신을 차린거야! 약을 놔, 약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라고!] 하고 소리쳤다.


K는 [약은 가진 게 없어.] 라고 어떻게든 대답했다.




그 사이에도 "봉투"는 계속 날뛰었다.


몸을 묶였는지, 격렬하게 몸을 뒤틀며 어떻게든 봉투 밖으로 나오려하고 있었다.


S는 봉투 위, 배 근처를 밟듯이 차버렸다.




순간 "봉투"의 움직임이 멎었지만, 곧 [우욱!] 하고 큰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S는 배 근처를 계속해서 차댔다.


그런데도 "봉투"는 계속 날뛰었다.




이윽고 K도 가세해, 둘이서 엄청나게 찼다.


뿌드득하는 소리가 두어번 들렸다.


아마 늑골이 부러졌던 거겠지.




"봉투"의 움직임은 멈췄다.


그 순간, 어째서인지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때까지 성난 야수처럼 날뛰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S가 [다시 집어넣어.] 라고 말하자, K는 남자 어깨를 밟고 봉투를 잡아당겨 남자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지금도 그 광경은 슬로모션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남자는 봉투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겠지.


K가 힘겹게 봉투 입구를 묶는 걸 확인한 후, S는 다시 몇번 더 봉투를 걷어찼다.


[이 정도 해둘까. 죽으면 안되니까 말이야.]




S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았다.


[너, 저녀석 얼굴 봤어?]


[아뇨... 갑작스러워서 뭐가 뭔지 저는 전혀.]




그렇게 대답하는게 고작이었다.


사실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S와 K는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된 "봉투"를 메었다.




달라진 것은 나도 가운데에서 함께 들게 됐다는 것.


이제 내용물을 알아버렸으니, 나 또한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 13호 갱도라는 곳을 계속 걸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넓은 통로와는 달리, 폭이 3m 정도의 좁은 통로였다.


오른편은 계속 벽이었지만, 왼쪽에는 종종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폭 1m 약간 더 될 정도의 계단을 조금 내려가니 문이 있었다.




몇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S는 어느 문 앞에서 [멈춰.] 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또 "제국 육군", "제국 육군 제 126호 우물" 이라고 써 있었다.


우리는 S의 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상당히 넓은 방이었다.


초등학교 교실 정도 크기일까.


그 한가운데에 확실히 우물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이 닫혀 있었다.


무거워보이는 철제 뚜껑이.


가장자리에는 쇠사슬이 달려 있었고, 그게 천장에 있는 도르래에 연결되어 있었다.




도르래에 달려 있는 또 다른 쇠사슬을 당기자, 뚜껑에 붙은 쇠사슬이 서서히 감기고 뚜껑이 열렸다.


나는 명령대로 계속 쇠사슬을 잡아당겨 뚜껑을 열었다.


완전히 뚜껑이 열리자, 두 사람은 "봉투"를 들어올렸다.




이미 무슨 짓을 할지는 짐작하고 있었다.


이 깊은 땅 속, 아무도 오지 않을 우물에 내던져버리면 두번 다시 나오지 못하겠지.


하지만 딱 하나,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어째서 산 채로 던져야만 하는걸까?


두 사람은 봉투를 우물 안에 집어던졌다.


나는 물이 튀는 소리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퍼석하는 소리였다.


물이 하나도 없이, 마른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


S와 K는 서로 마주봤다.




S는 손전등을 들고 있던 내게 턱을 주억거렸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라는 뜻이었겠지.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지만, 처음에는 빛이 약해서 바닥까지 보이지가 않았다.




빛을 조절하고 초점을 맞추자, 희미하게나마 바닥까지 빛이 닿았다.


"봉투"의 일부분이 보이고 있었다.


우물은 역시 마른 듯, 물은 거의 없었다.




내가 비추고 있는 사이, 손이 나타났다.


새하얀 손이.


그 뿐 아니라 털 하나 없는데다 새하얀 머리도.




방금 전 "봉투"에 담겨있던 사람은 대머리가 아니었다.


뭔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또 머리가 나타났다.


어? 2명이나?




나는 더 혼란스러워져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머리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눈이 없다.




눈구멍이 텅 비어있는데 아니라, 콧구멍처럼 그저 작은 구멍이 뚫려있을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우리들은 모두 굳어버렸다.


게다가 두명 뿐이 아니라, 그 녀석들 주변에서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뭐지, 저게?


사람인가?


왜 우물 안에 있지?




저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놀라 손전등을 떨어트리고 일어섰다.




S와 K도 마찬가지였다.


들어온 것은 N이었다.


N은 우리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S, 벌써 다 끝냈냐?]


S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지만, 곧 대답했다.


[끝냈습니다.]




N은 우리의 상태를 보고, 우리가 우물 안을 봤다는 걸 알아차린 듯 했다.


[봤냐, 저 안을.]


우리는 아무 말 않았지만, 그건 곧 긍정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빨리 뚜껑을 닫아.]


그 말을 듣고, 나는 급히 아까 전과는 반대로 도르래를 풀었다.


뚜껑은 조금씩 닫혀간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잊어.]


하지만 머릿 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죽이면 안된다고 했지만, S 본인 또한 왜 죽이면 안되는지 그 이유는 몰랐을 것이다.




산 채로 떨어트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 채로... 그런 괴물 같은 놈들이 있는 곳에.


차마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온 길을 거슬러, 차를 타고 도로로 나왔다.


S와 K는, 이번에는 N의 벤츠를 타고 갔다.


그리고 그게 내가 그 세 사람을 본 마지막 순간이 되었다.




나는 떠올리고 말았다.


그때 "봉투" 안에 들어있던 남자의 얼굴을.


최근 출소한, 회장의 셋째 아들이었다.




일처리가 영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서투르게 나섰다가 그만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까지 살았던 듯 했다.


나는 두세번 마주쳤을 뿐이었지만, 별거 없는 주제에 온갖 잘난 척은 다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장의 아들을 죽이는 게 용납될 리가 없다.


시체를 숨겨도 머지않아 들키고 말겠지.


가능한 한 들키지 않도록 나를 사용해서 옮겼지만.




그 사건으로부터 2주일 정도 지나, N은 사라졌다.


[너도 어디로 숨으라고.]


S는 전화로 그렇게 말했다.




들킨거겠지.


회장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조직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던 덕에, 나는 도망칠 수 있었다.




S와 K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났고, 나는 사람이 많은 지역을 전전하고 있다.


이건 PC방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PC방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이게 마지막 기회겠지.


조직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어디에서 썼는지 금새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동네에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다.




누군가 그 우물의 정체를 밝혀내주길 바란다.


왜 야쿠자 조직이 그런 우물의 열쇠를 가지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정체가 밝혀진다면 나를 쫓는 녀석들도 모두 잡혀들어갈지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도망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도망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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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80th]신이 깃든 인형

괴담 번역 2016. 11. 1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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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이야기다.


할머니는 간병인이 필요할 정도의 상태였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곁에서 늘 병구완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구완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어머니는 점점 지쳐서 노이로제 증상을 보일 정도가 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보기 드물게 싱글벙글 웃으며 나타났다.





그리고는 선물이라며, 할머니에게 인형을 내밀었다.


어머니 말로는 신이 깃든 인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인형으로 느껴졌다.




어머니의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아무 말 않고 넘어갔지만.


그날 이후, 할머니는 깊은 밤이 되면 [히익... 히익...] 하고 괴로운 듯 신음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일어나 할머니를 병구완했다.




어느 날, 한밤중 또 [히익... 히익...] 하고 할머니의 괴로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에서 깨어 할머니 방을 들여다보았다.


할머니 곁에서, 어머니가 그때 그 인형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 지나,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계신다.





Illustration by j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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