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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산범, 2017

호러 영화 짧평 2017. 8.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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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괴담 전문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에 실화괴담 한 편이 올라옵니다.


http://thering.co.kr/1887


부산 장산에 산다는 미확인 생물체에 관한 이야기였죠.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장산범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 생물체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웹툰에도 등장하고,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죠.


그리고 올해, 그 장산범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합니다.





사실 장산범 이야기는 애시당초 별로 매력적인 공포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보된 목격담은 하얀 털옷을 입고 있는 사람 같았다는 정도 내용이 끝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의 입을 타면서, 이런저런 설정들이 달라붙기 시작한 거죠.


박지원의 "호질" 에 등장하는 창귀처럼 죽은 이의 목소리를 흉내낸다는 것도 그렇고, 이름도 없던 것이 장산범이라는 이름까지 붙었고요.


결국 이 문제는 영화화 되면서도 발목을 잡는 본질적 문제로 남았습니다.


얼핏 흥미로워보이지만, 제대로 된 기반이 없고 어디서 빌려온 설정들로 이야기를 꾸려가야 하니까요.





영화의 전개는 목소리를 흉내내며 사람들을 꾀어내려드는 알 수 없는 존재의 공포와, 도플갱어가 오리지널의 자리를 빼앗으려드는 체인질링 느낌의 투-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두 이야기는 서로 전혀 연결되는 느낌이 나지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애시당초 궤가 다른 이야기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후반부 들어 급격하게 설정이 붙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두 대상이 겹쳐보이지는 않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것 또한 장산범에 대한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다 끌어쓰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었겠죠.





허정 감독은 전작 "숨바꼭질" 에서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서 다소 헐거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장산범은 어떻게 보면 "숨바꼭질" 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느껴질만큼 그와 비슷한 단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어번의 놀래키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만, 극 전체로 봤을 때는 긴장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력과 거울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것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보니 작위적으로 느끼게 되고요.





결국 이런 간극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열연 뿐입니다.


염정아씨는 "장화홍련" 에 이어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박혁권씨도 자기 역할은 충분히 잘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혁씨 연기에 무척 감탄했는데, 한국 공포 영화 역사에 이름을 올릴만한 남성 캐릭터가 나온 느낌입니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그저 그랬어도 이준혁씨한테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네요.






21세기에 자생하는 도시전설이라는 점에서, 장산범 이야기는 많은 흥미와 주목을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데 그 위에 열심히 무언가를 쌓는다해도, 그 결과는 자가당착으로 이어질 뿐이겠죠.


그야말로 사상누각.


보는 내낸 서서히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이제는 장산범을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네요.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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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나라 간 얽히고 얽힌 수많은 관계 중에서도,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3국의 관계는 정말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이라는 현대사의 큰 곡절을 넘어오면서, 이 세 나라는 서로 적대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음알음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왔죠. 

그런데 이런 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랑 받고, 또 금지되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임진강이라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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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시겠지만 임진강은 황해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남북의 자연경계선 중 하나입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갈려져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경기도 출신의 월북시인 박세영은 이런 임진강을 주제로 한편의 시를 쓰게 됩니다. 

1950년대 쓰여진 이 시는, 북쪽에서 임진강 너머 남한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1957년, 고종한이 작곡을 해 노래가 만들어지면서 북한 사회에서 큰 히트곡이 됩니다.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 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강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 울고
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협동벌 이삭 바다 물결 우에 춤추니
림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허나 이 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시를 쓴 작가 박세영이 공산주의 찬양에 앞장서던 인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박세영은 일제 강점기 시절 KAPF 소속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공산주의 관련 시를 써냈던 인물입니다. 

해방 후에는 월북해서 북한 문단의 거물로 자리잡았고, 현재까지도 국가로 사용되고 있는 북한판 애국가의 작사 또한 맡았습니다. 

그 공으로 북한 공훈예술가의 자리에도 올랐죠. 



이런 그의 사상적 기반은 임진강의 2연에도 드러납니다. 

북쪽에서 남쪽을 보는데, 들판이 메말라 풀뿌리나 캐먹고 있습니다. 

북쪽은 협동벌에 이삭이 가득해 바다물결 춤추듯 하는데 말이죠. 

이는 당시 천리마 운동으로 한참 북한이 남한보다 잘 나갈 무렵이라는 걸 돌려 표현한 셈입니다. 



그리하여 이 체제 찬양적인 노래가 북한에서 히트를 친 건 좋은데... 

정작 시대가 변하면서 북한 정권에서는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남한에 두고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감상적인 내용이, 체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서였죠. 

결국 북한에서는 60년대 후반부터 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노래가 어떻게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전래되게 되었을까요? 

일본에서 처음 임진강 노래를 취입한 그룹은 포크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입니다. 

196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그룹으로, 긴 휴지기가 있었지만 현재도 활동 중인 전설적인 그룹이죠. 

당시 이들에게 가사를 써주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이 노래를 추천해주고 일본어로 가사를 번안해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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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타케시는 교토 출신인데, 당시 교토에서는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간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나빴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사이에도 패싸움이 줄을 이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196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마츠야마 타케시는 이런 갈등을 스포츠로 해결하고자, 조총련계 학교와의 축구 친선전을 학교에 제의했다고 합니다. 


친선전은 성황리에 치뤄졌는데, 당시 이 경기에서 조총련계 학생들이 응원가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임진강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감명깊게 들은 마츠야마 타케시는 오랫동안 그 곡조를 기억하고 있다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에게 전해주게 된 것이죠.




 



임진강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두번째 싱글로 1968년 2월 21일 발매됩니다. 


하지만 공연에서 워낙 호평을 받았던 곡임에도, 임진강 싱글은 곧 판매중지 조치를 받게됩니다. 


조총련 측에서 원곡이 북한 노래임을 알리고, 작사자와 작곡가를 명확히 할 것, 그리고 원곡의 번역을 그대로 살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츠야마 타케시는 가사를 번역하면서 2연의 정치적 내용을 들어내고, 그 부분에 민족의 아픔을 담아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총련 측의 항의로 인해, 북한 체제의 찬양적 내용이 있다는 게 드러나자 결국 정치적 이유로 이 곡은 일본에서도 금지곡이 됩니다. 


막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터였기에, 북한 노래가 널리 불리는 것을 한국 정부에서 원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이후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는 임진강의 멜로디를 역재생해서 너무 슬퍼 참을 수 없다라는 곡을 싱글로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학생운동에서도 자주 부르던 노래였지만, 학생운동 바람이 잦아들면서 임진강 또한 잊혀져 갔죠. 


이 노래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에서였습니다. 


2002년 재발매 된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임진강 싱글은, 2002년 오리콘 순위에서 연간 14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 이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또 한참 후의 일입니다. 


군사정권 내내 북한 체제 찬양을 이유로 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제대로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몰았던 김연자 덕분이었습니다. 


김연자는 이 노래를 2001년 홍백가합전에서도 부르며,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노래를 발굴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김연자 버전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와 다르게, 남북분단 현실을 직접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지 더 절절하게 가사를 번안하기도 했고요.




 



더불어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노래는 2004년작 영화 パッチギ!(박치기!)의 OST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판 임진강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쓴 소년 M의 임진강(少年Mのイムジン河) 이라는 작품입니다. 


60년대 재일 한국인의 삶을 담아낸 영화 안에서, 임진강은 그 애환을 그대로 드러내는 매개체로 나타납니다. 


한일 양국에서 다시 한번 이 노래가 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오랜 세월 한국, 북한, 일본 세 나라에서 참 고초도 많았고 사랑도 받았던 노래입니다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을 겁니다. 


남에서는 북을, 북에서는 남을, 일본에서는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고국을. 


그 시절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노래라고 생각하면,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곤 합니다. 


음악으로나마 그 마음들이 하나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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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24th]화상

실화 괴담 2011. 5. 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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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루리웹 QAN[T]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9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매일 같이 실습을 하고 5시 즈음에 집에 돌아오곤 했죠.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너무나 피곤했던터라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곤 했었습니다.



그 날 역시 평소처럼 똑같이 피곤에 절어 잠이 들었는데, 그 날 저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저는 저녁 노을이 질 무렵 잠에서 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곤했던 저는 세수라도 하기 위해 화장실로 갔죠.



그런데 거울을 본 순간 [어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눈이 아래로 축 쳐져 있는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라는 생각에 다시 거울을 봤습니다.



그런데 눈 주위 피부가 마치 화상에 걸린 것 같은 모습으로 눌어 있는 것입니다.

무서워져서 눈가의 피부를 살짝 잡아 당겼는데, 피부가 죽 늘어나면서 혈관이 훤히 보였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방에는 형이 있었죠.

그런데 형 역시 눈 주위가 화상에 걸린 것처럼 눌어 있었습니다.

미칠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것과 동시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



하지만 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생생했기 때문에 저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죠.

겨우 정신을 차릴 무렵, 저는 바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타는 냄새도 나고, 구급차 소리도 들려왔죠.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봤더니 우리 집 위층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급히 주위 사람들에게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불이 났대요. 부탄 가스가 터져서 그만 저 집 주인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는구만.]



귀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대단히 오싹했던 경험이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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