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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6th]사냥당하는 6명

괴담 번역 2017. 5. 2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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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점쟁이 겸 점장 대리로 일하고 있던, 15년 전쯤 이야기다.


분명 추석 직전이었던 것 같다.


바의 단골 손님들이 모여 담력시험을 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소는 짐승들의 영산이라 불리는 산.


아직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이었기에, 유사시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휴일날 밤 9시에 출발했다.


앞차에는 A씨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남자 손님 한분,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두분이 앉았다.




뒷차에는 바텐더 형이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내가,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두분이 앉았다.


늦은 시간이라 산길에는 아무도 없었고, 순조로이 위령비를 향해 나아갔다.


달빛도 밝고, 가는 길에 전망도 잘 보였다.




산 중턱 근처 접어들었을 때, 바텐더 형이 이상하게 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앞차가 너무 빠르지 않냐? 저렇게 가지 않아도 괜찮은데...]


안전운전을 하기로 이야기를 했던데다, 앞차를 운전하는 A씨는 얌전한 성격이라 누굴 태우고 저렇게 운전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앞차는 쏜살같이 달아나 후미등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산길이라 커브 때문에 그랬나 싶었지만, 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앞차가 시야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산 정상까지는 외길이라 도중에 차를 세울 곳도 없다.




그런데도 뒤에서 따라오던 우리 차가 먼저 도착하고 만 것이다.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꽤 늦게 앞차가 도착했다.


앞차에 탄 사람들도 당황해하고 있었다.




A씨는 당황해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뒤에 있었는데 언제 앞지른거야?]


앞차에서는 계속 뒷차가 보였고, 안전운전을 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데다, 차 안에 좋아하는 여자도 같이 타고 있었다.


굳이 위험운전을 해놓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나와 바텐더 형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깜짝 놀랐지!], [여우한테 홀린 거 아냐?] 라며 장난스레 얼버무렸다.




그리고 사람들을 목적지인 위령비로 데리고 가서 기념촬영을 했다.


슬슬 돌아가려고 할 무렵, 바텐더 형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돌아갈 때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몰래 A씨에게 다가가 [돌아가는 길에 뭐가 나올지도 몰라요. 동요하지 말고 태연하게 있으세요.] 라고 말했다.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좋아하는 분을 안전히 모셔다 드려야죠.] 라고 말하니 묘하게 결의를 굳힌 듯 했다.


돌아가는 길도 A씨가 운전하는 앞차가 먼저 출발했다.




아까 전 산 중턱 근처에 접어들자, 뭐가 나왔다.


형이 백미러와 나를 황급히 번갈아 보기에, 나는 뒷좌석에 있는 두 명에게 말을 건네는 척 뒤를 바라봤다.


우리 차를 따라오듯,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사람이 6명 있었다.




다 일본인인 것 같았지만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최근 것 같았다.


6명은 모두 비통한 얼굴을 하고, 우리 차에 도움을 청하듯 손을 뻗고 있었다.




그 6명 뒤로는 수많은 동물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동물 무리에는 개나 고양이는 물론, 소나 말, 곰까지 있었다.


솔직히 나는 뭐라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뒷좌석의 여자 손님 두명은 아무 것도 모른채,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대충 말을 맞추고 뒤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6명 중 맨 뒤에 있던 사람이 동물들한테 따라잡혔다.


동물들은 멈춰서서 낙오한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해, 점차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아직 우리 차를 따라오고 있던 5명이 분명히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동물들은 다시 나타났다.


그 후 동물들은 한명을 삼키고, 다시 따라오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마지막 한명이 사라지자, 동물들은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바텐더 형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합 장소인 편의점에서 앞차와 합류하자, A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무 것도 안 나오던데? 겁을 주고 그래.] 라고 말했다.




왜 앞차를 우리가 앞질러 갔던 건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우리 차를 따라오던 6명은 아마 생전에 동물에게 심한 짓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동물의 영산에서 갇힌채, 용서받을 때까지 그 죽음의 레이스를 반복하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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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5th]마츠가야마

괴담 번역 2017. 5. 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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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삼주기도 지났으니, 아버지와 산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가 정밀 기계 회사를 퇴직하고 2년째 되던 해였다.




퇴직금도 꽤 나왔고, 연금도 들어둔 터였다.


아버지도 이제부터는 인생을 즐기며 여행이라도 다닐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딱 그 무렵, 고등학교 동창에게 투자 사기를 당해 퇴직금의 2/3 가량을 잃고 말았다.




그 친구는 지명수배가 되었지만 그대로 소식이 끊겼고.


원래부터 태국에 살던 사람이라, 경찰도 더 이상 일본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빚을 진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돈을 잃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죄다 날아간 것도 아니고 남아있는 것도 있으니, 아버지가 마음 편히 먹고 노후를 즐기셨으면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심하게 우울해하셨다.


돈을 잃은 것보다도, 어릴 적부터 친하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으리라.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지, 집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계시는 일이 늘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산에 다녀오마.] 라고 말을 꺼냈다.


왠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제껏 여행은 종종 다니셨지만 해외 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오는 게 대부분이었고, 등산이 취미인 분도 아니었으니까.


나도, 어머니도 혹시 자살을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마침 아버지가 등산을 가겠다는 날은 내 휴일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어쩐지 복잡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한동안 생각하더니 [그러거라.] 라고 대답하셔서, 내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버지가 말한 목적지는 근처 현이라 꽤 시간이 걸리지만, 산에는 오후 4시 넘어서 들어가야 한다기에 점심이 지나서 출발했다.




3시간 정도 지나 그 마을에 도착했다.


굉장한 시골이었다.


마을 변두리까지 와서, 숲 앞 작은 신사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조금 의외인 것은, 거기 다른 차가 수십여대 세워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고급 외제차도 꽤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숲에 들어가 한동안 걸었다.




걷는 사이에도 아버지는 침묵을 지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제까지 산에 가는 목적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적어도 산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마츠가야마.] 라고 툭 대답했다.




한시간 남짓 걷자, 등산로의 입구 같은 좁은 길이 나왔다.


거기에는 금줄 같은게 쳐져 있고, "사유림에 무단 입산 금지." 라는 간판도 세워져 있었다.


간판 위쪽에는 새빨간 글자로 범어 같은 것이 써 있었다.




6월이라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밝았다.


산은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등산로에는 낡은 나무 판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다 경사도 높지 않아 오르기는 쉬웠다.




예순 넘은 아버지도 그리 숨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니까.


10분 정도 오르자 앞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여자 둘인 것 같았다.




따라잡고 보니,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와 그 어머니인 듯 했다.


어머니 쪽은 상복 같은 양복을 입고, 힐을 신고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이 많아보였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않고 그 두 사람을 지나쳐갔다.




나는 슬쩍 몸을 기울여 [먼저 가겠습니다.] 라고 작게 말한 뒤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그 두 사람 역시 침묵을 지킨채 뒤를 따라 올라온다.


20분 정도 더 가자, 덤불을 베어 만든 것 같은 공터가 나왔다.




아직 산 정상은 아니었다.


거기 있는 큰 나무를 지나치자, 동굴 입구가 보였다.


신장대가 붙은 금줄이 위에서부터 쳐져 있었다.




높이 3, 4m 정도 되는 곳에 움푹 패여 있어, 안은 꽤 깊어 보였다.


어슴푸레하게 동굴 안쪽 깊은 곳에 사람 모습이 보였다.


몇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여기서 기다려라.] 라고 말한 뒤, 동굴로 들어갔다.


내가 근처 썩은 나무 밑동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이, 아까 그 모녀가 도착해 동굴로 들어갔다.


40분 정도 기다리는 사이, 8명 가량이 동굴에서 나왔다.




나이대는 다양했고, 여자도 둘 있었다.


어느 사람이던 흰 옷감으로 싼 상자를 소중한 듯 손에 들고 있었다.


곧이어 아버지가 나왔다.




역시 흰 옷감으로 싼 상자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내 얼굴을 보더니, 아버지는 [...겨우 하나 끝났다.] 라고 말했다.


내가 [그 상자는 뭔데요?] 라고 물어도 아버지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느덧 날은 꽤 저물었기에, 서둘러 산을 내려와 차를 탔다.


아직도 차는 몇대 남아있었다.


아버지는 뒷좌석에 앉아, 소중한 듯 상자를 안고 아무 말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대로 2층 다락방에 틀어박혀 식사도 방 안에서 하게 되었다.


그 대신인지, 밤에는 빈번히 밖을 드나들게 되었다.


게다가 방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밤 9시쯤 집을 나서서, 12시가 넘어 돌아온다.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발과 손은 진흙투성이라 언제나 돌아오면 손을 열심히 씻곤 했다.


어느날, 드물게도 아버지가 문을 열어놓고 나가서 방을 슬쩍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책상 위는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그 위에 불교풍도, 신토풍도 아닌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고대풍이라는 느낌으로, 주변에는 흙인형 같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 그 흰 옷감의 상자가 있고, 상자 앞에는 10cm 정도 되는 가는 뼈가 쌓여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상자를 슬쩍 들어올려봤다.


상자는 의외로 무겁고, 어쩐지 미지근했다.


흔들어봤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찰흙 같은 게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귀를 대어보니 희미하게 [두근, 두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아래에서 아버지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나는 담배를 피우러 집밖에 나왔다.


귓가에서 [너, 그 상자에 손댔지?]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겁해서 돌아보니 아버지가 서 있었다.




[괜찮다. 이제 다 끝났으니... 이걸로 전부 끝났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는 아직 60대인데도 비틀비틀 몸조차 못 가누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 뒤, 신문에 아버지를 속인 친구가 해외에서 죽었다는 기사가 났다.




자세하게 써 있지는 않았지만, 칼을 맞았다고 했다.


그 후 경찰도 집에 찾아왔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돈도 찾지 못했다.


6년 뒤, 아버지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문득 의식이 돌아온 것처럼 눈을 떴다.


나는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다.


[아버지, 그때 그 마츠가야마는 뭐하는 곳이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코에 산소관을 꽂은 채 조금 웃었다.


[마츠가야마가 아니라, 순서가 다르다... 낡은 유적... 나머지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마.]


떠듬떠듬, 겨우 그렇게만 말하고 아버지는 잠자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흘 뒤,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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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4th]부어오른 머리

괴담 번역 2017. 5. 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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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계시지만, 할아버지가 뭔가 이상하다.


처음 이상한 점을 느낀 건 10여년 전, 내가 중학생이던 무렵이었다.


어느날 문득 "어쩐지 할아버지 머리가 커진 거 같은데?" 라고 느낀게 시작이었다.




정말 조금 사팔눈이 된 것 같아 보여, 어머니에게 말을 해봤지만 어머니는 전혀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런것도 같았지만, 가끔씩 문득 할아버지를 보면 역시 머리가 커져서 사팔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후로부터, 할아버지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한밤 중에 계속 집안을 걸어다니게 되었다.




언행이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특히 11시쯤 되는 늦은 밤이면 내 방에 찾아와, 빨리 자라고 화를 내곤 하셨다.


화를 낼 때면 할아버지의 눈이 가운데로 쫙 쏠린다.




눈알 뿐 아니라, 눈 자체도 옛날보다 가운데로 몰려서 굉장히 불안하게 느껴졌다.


몇번이고 다른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봤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질 않았다.


할아버지는 수면제로 잠을 청하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에도 머리는 조금씩 커지고 눈이 점점 이상해진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상경해 집을 나왔다.


그 이후 집에는 거의 들르질 않았다.


솔직히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족들도 전부 무서웠다.




전화는 자주 했었다.


[다들 건강하세요?] 라던가.


일년 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울증을 앓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단다. 아마 약 때문인 것 같아.]


약 때문에 몸 안의 나트륨이 빠져나가, 언행도 이상해지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게 되셨다는 것 같았다.


무서움은 남아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귀여워해주시던 할아버지셨다.




나는 고향에 돌아가 할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링겔도 뽑아버리는 탓에 개인실에서 침대에 묶여 있다고 했다.


병실 문을 연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머리는 2배 가까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이목구비는 전부 중앙에 모여 있는데, 눈은 이제 양 눈이 가운데에서 딱 달라붙어있는 수준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몰린 눈으로, 나를 쓱 쳐다봤다.




나에게는 할아버지가 사람으로 보이질 않았다.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은 나를 보고 가족들은 놀랐다.


[자고 있는 할아버지가 깰 거 아니냐! 호들갑 떨지 말거라!]




할머니에게 야단을 맞고, 망연자실한 채 할아버지 곁으로 끌려갔다.


할아버지는 자고 있었다.


약의 영향인지 얼굴은 부어 있었지만, 머리가 부어오른 건 아니었다.




내가 이상한 것일까?


아까 그 모습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나는 내 눈에만 보이는 할아버지의 머리와 얼굴의 변화가, 할아버지의 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담을 했지만, 기분 나쁘다거나 그럴 리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제대로 들어주질 않았다.


나는 포기하고 문병을 끝내자마자 도쿄로 돌아왔다.


하지만 역시 할아버지의 상태가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혹시 가족들은 언제나 같이 있다보니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어, 나는 떨어져 사는 삼촌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삼촌은 혼자서 멀리 떨어져 살며 고향에는 좀체 내려오지 않는 분이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전공을 공부하며 조교수로 일하는 분이라, 나는 취직이나 진학에 관해 종종 삼촌과 상담하곤 했다.




삼촌에게 내가 봤던 것들을 이야기하니, 삼촌의 분위기가 확실히 이상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바쁠텐데도 굳이 다음날, 심야 신칸센을 타고 우리 집으로 찾아오셨다.


나는 삼촌과 이야기를 나누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삼촌의 할아버지, 즉 우리 증조할아버지도 만년에 똑같이 우울증과 뇌 기능 장애를 앓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삼촌에게는 증조할아버지의 머리가 부어올라,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는 게 보였다고 하고.


증상이 악화됨에 따라 점차 머리가 더 부어오르는 것 또한 나와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조차.


해결법이나 대처법은 삼촌도 모른다고 했다.


삼촌은 울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집으로 절대 돌아가면 안된다. 죽기 직전 모습을 보면 그 집에는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거야. 나는 장례식에도 못 갈 것 같다. 가고 싶지만, 그런 꼴은 두번 다시 보고 싶지가 않아...]


삼촌이 본 증조할아버지의 모습이 어땠을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앞으로 몇년을 더 버티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더 이상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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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3rd]야구장의 유령

괴담 번역 2017. 5. 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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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 중, 야구부 선발 멤버였던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


우리 학교 야구장에는 베이스 커버를 하는 유령이 있단다.


1, 2루 사이로 굴러온 땅볼을 1루수가 잡고 돌아보면, 이미 누군가가 1루에 서서 포구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1루수가 그리로 볼을 던지면, 그 존재는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당연히 공은 흙바닥 위에 뚝 떨어져 굴러가고.


옆에서 보면 1루수가 허둥대다 아무도 없는 1루에 공을 던져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녀석은 마침 주전 1루수였다.


그녀석에게는 꽤 익숙해진 일인지, 공을 잡으면 우선 천천히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본다고 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1루로 뛰어오는 건 타자 주자와 베이스 커버를 하러오는 투수 뿐이라는 걸 되새기는 것이다.




그렇게 침착을 되찾은 후, 어떻게 대처할지 정확한 판단을 내려 수비한다.


그 덕인지 수비는 상당히 능숙해졌고, 실책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뭐, 확실히 사람도 아닌 것이 지키고 있는 1루를 밟으러 가는 건 꺼름칙한 일일테니.




야구부 합숙 때,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들 같은 경험을 했었다고 한다.


감독은 늘 [주전하고 후보의 차이는 수비력에서 나오는거야!] 라고 강조하던 사람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수비할 때의 마음가짐이라고 할까, 평상심 같은 걸 단련해야만 주전 자리를 얻을 수 있는게 아닐까, 모두 웃어넘겼다고 한다.




정작 선발투수가 [포수 미트가 2개가 보이더라니까.] 라던가, [타자가 둘이 서 있었어!] 라고 말했던 건 다들 너무 나갔다고 입을 모았지만.


쇼와시대 중순부터 코시엔도 못 나가본 약소팀 야구부 주제에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 싶었지만, 나름대로 유쾌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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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2nd]오랜만이야

괴담 번역 2017. 5. 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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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이야기다.


할아버지댁에는 8년여만에 찾은 터였다.


할아버지는 현관까지 나를 마중나오셨다.




[할아버지, 오랜만이야.]


내가 말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울기 시작했다.


나는 간만에 만나 너무 반가워서 그런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70여년 전, 아직 전쟁 전인데다 할아버지가 15살 정도 됐을 무렵이었단다.




지금 내가 입은 옷을 그대로 입은 내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여름인데도 겨울옷을 두텁게 입고, 깔끔하게 차린 남자였단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오랜만이야.] 라고 말 한마디 건네고, 잡목림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는 것이다.




당시 할아버지는 [뭐야, 저 녀석은...] 하고 그냥 잊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나랑 만나면서, 그 기억이 살아나 무심코 눈물이 흘렀다는 이야기였다.


할아버지가 그냥 기억을 착각한 걸수도 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나는 타임리프라도 했던 걸까?




아니면 내 모습만 과거에 전달된걸까.


묘하게 가슴 떨리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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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일 때 무렵 이야기.


우리 가족은 총 9명이서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당연히 아침 7시 전후해서는 화장실에 줄이 쫙 늘어선다.




어느날 저녁식사 때, 어머니가 기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아침에 화장실 불이 켜져 있길래, "안에 누구 있니?" 하고 물어봤거든. 그랬더니 "응." 하고 대답하더라고.]


가족들은 다들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그게 S 목소리인지, T 목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서 "누구야? S니? T니?" 하고 다시 물어봤는데, 이번에는 대답이 없지 뭐니? 문을 여니까 잠겨있지도 않고 안에 아무도 없어서 등골이 오싹하더라니까.]


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다들 [잘못 들은 거겠죠.] 라던가, [옆집 멍멍이 소리 잘못 들은거 아니야?] 라며 흘려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침.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는데, 불이 벌써 켜져 있었다.


[안에 누구 있어?] 라고 물었다.


그러자 신문을 부스럭거리며 넘기는 소리와 함께, [오냐.] 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한참 바쁠 때 신문이나 한가하게 읽고 있나 싶어, [빨리 나오세요!] 라고 소리치며 문고리를 잡아당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은 그대로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용변을 보고 학교로 갔다.


그날 저녁식사 때 아침에 있던 일을 말하자, 여동생이 자기도 들었다는게 아닌가.


[그거, 아빠 아니었어?]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화장실 안의 무언가...


아침해가 높이 뜨더라도, 무서운 것은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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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70th]한심한 친구

괴담 번역 2017. 5. 1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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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정도 전 이야기다.


나는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친구 중에는 정말 한심한 녀석이 하나 있었다.


일은 할 생각도 않고, 여자한테 들러붙어 기둥서방질이나 하고 사는 놈팽이였다.




용돈을 받아서 파칭코나 마작 같은 도박으로 탕진하곤 했다.


돈을 주는 여자는 여럿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게임센터에서 마주치거나 하면 매번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있었다.




전부 한창 때가 지난, 지쳐보이는 기색의 노래방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날, 또 그 녀석과 게임센터에서 마주쳤다.


여자를 둘 데리고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었다.




물장사하는 사람이 입을법한 옷을 입고, 여자 둘은 녀석의 양 옆에 앉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 참 잘났구만." 하고 생각하며, 인사만 건넸다.


잠시 게임을 하다 다른 친구랑 밖에 나와 자판기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심한 친구놈이 나왔다.




여자는 한명 뿐이었다.


간다고 하길래, 나머지 여자 한명은 어디 갔냐고 물었다.


그 녀석은 이상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는, 그대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무서워서 눈을 감고 말았다.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린채 웃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지만, 그 뿐 만이 아니었다.


아까 본 여자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그 후 게임센터 안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두달 정도 지났을까?


다른 친구에게서, 한심하기 짝이 없던 친구놈의 소식을 들었다.


행방불명됐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가끔씩 소식이 끊길 때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휴대폰까지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렀지만, 그 녀석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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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69th]인어

괴담 번역 2017. 5. 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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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 되면 아버지 고향에 내려가곤 했다.


시골은 섬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어업에 종사하거나 김 양식을 하며 살아가는 어촌이었다.


할아버지 댁은 산 근처라서, 자주 사촌들이랑 산에 오르거나 바다에서 놀곤 했다.




산 바로 앞에 강이 흐르고,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곳에는 게가 많아서 자주 잡으러 가곤 했다.


그날은 추석이었다.


어른들은 [추석날 헤엄치면 상어가 나오니까 절대 물에 들어가면 안된다!] 라고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사촌동생과 둘이서 게를 잡으러 갔다.


게를 잡으러 가는 길, 강을 건너가는데 다리 위에서 사촌동생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형! 저기 사람이 있어.]




다리 아래는 게가 잘 잡히는 곳이었기에, 먼저 온 사람이 있나 싶어 내려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잖아.] 


[거기 말고. 강 속에. 여자가 있잖아.]




강물 속을 바라보자, 확실히 긴 머리의 여자가 옆모습을 드러낸채 서서히 강 상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어? 뭐지? 어떻게 거꾸로 흘러갈 수 있는거지?




그 순간, 그 여자가 몸을 휙 뒤집어서 내 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나는 [히익!]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한동안은 무서워서 눈을 꽉 감고 있었다.




잠시 뒤 눈을 뜨자, 사촌동생은 가만히 강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촌동생은 무서워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내가 바짓자락을 잡아끌자, [저기, 형. 저 사람 진짜 예쁘다. 인어일까? 아니면 강의 여신님?] 하고 한가하게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끔찍한 모습일 뿐이었다.


어떤 옷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구불구불하고 긴 머리카락에 마른 몸.


그리고 나를 째려본 무시무시한 얼굴만 생각날 뿐.




기묘하게도 사촌동생에게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신처럼 보일 정도였던 것 같다.


같은 것을 보았는지, 다른 것을 보았는지, 아니면 서로에게 다른 모습이 보였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촌동생은 그로부터 2년 뒤, 바다에서 사고로 죽었다.




그 여자와 관련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 한번도 헤엄을 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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