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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성인식 끝난 뒤 있었던 동창회에서 들은 이야기다.


친구 T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어머니와 둘이서 지내왔다.


T는 그런 가정환경에도 주눅들지 않는 녀석이었다.




학급위원도 하고, 축구부 주장도 하면서 공부와 운동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멋진 학창생활을 보냈다.


T의 어머니 또한 아들바보인데다 뒷바라지에 힘써, 종종 휴일이면 T랑 친구들을 데리고 수족관도 가고, 축구 경기 때는 응원도 오시곤 했다.


지금도 T와 어머니는 사이가 좋지만, 작년 T가 칸사이 쪽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 집을 나와 자취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도 아들의 독립을 응원해주며, [열심히 공부하고 오렴!] 하고 배웅해주셨단다.


집을 떠나는 날에는 [외로워지거나 힘들면 이걸 엄마라고 생각하고 기운 내렴.] 이라며 손수 만든 작은 고양이 인형을 주셨단다.


T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 녀석이거든.




낯선 지방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T.


자취를 시작하고 한달 정도 지난 어느날 밤, 잠을 자다 갑자기 깨어났단다.


의식이 뚜렷해짐과 동시에, 가슴 위에 누군가 앉아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눈을 뜨려 해도 눈꺼풀도 닫힌채 열리질 않는다.


이게 가위눌림인가.




스스로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침착했다고 한다.


단지 가슴 위에 누름돌이라도 올려져 있는 듯, 무겁고 괴로웠다고 한다.


한동안 끙끙대고 있는 사이, 어느새 또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고 한다.


방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누가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그날부터 T는 종종 한밤 중에 가위에 눌리게 되었다.




그 탓에 잠을 자도 피로는 쌓이고, 몸상태도 점점 나빠졌다.


어느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머니한테 받은 그 고양이 인형을 손에 쥐고 잤다고 한다.


부적 대신 삼을 생각으로 말이지.




하지만 그날 밤도 가위에 눌렸다.


T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손에 있는 인형을 꽉 잡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꽉 닫혀 뜰 수가 없던 눈꺼풀이 번쩍 뜨였다.




T의 눈에 비친 것은, T의 가슴 위에 정좌한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잠옷 입은 여자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른 뒤, T는 기절했다.


날이 밝고 나자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오른손은 고양이 인형을 꽉 쥐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한달 정도 지나서부터 가위에 눌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 환경인데다 첫 자취라서, 정신적으로 좀 쫓기고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T는 웃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좋은 이야기네. 어머니가 주신 인형이 널 지켜준 거 아니야?] 라고 물었다.


하지만 T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글쎄, 그건 어떨지 모르겠네. 왜냐하면 내 위에 앉아있던 그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어머니였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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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할아버지는 취미로 유화를 그렸다.


인물화에 풍경화까지 딱히 가리는 것 없이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셨다.


그림들은 집에서 약간 떨어진 작업장에 장식해뒀고.





할아버지 댁에 가면 매번 새로운 그림들을 구경하곤 했다.


하지만 그 중 풍경화 한장이, 어릴 때부터 보기 두려웠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산 속을 흐르는 작은 강이 그려진 풍경화다.




나무들 사이를 발목 정도 찰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 어찌보면 마음이 놓이는 그림이다.


하지만 내가 무섭다고 느낀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할아버지는 기묘하리만치 풍경화에는 사람을 그려넣지 않았다.




풍경화에는 풍경만을 담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 그림에는 앞에서 흘러오는 강 안쪽에, 한 여자가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할아버지가 지인을 일부러 그렸나 싶기도 했지만, 어쩐지 물어보질 못했다.


그저 그 여자가 무섭다고 여기며, 그 그림은 가능한 한 보지 않으려 애썼을 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또 할아버지 댁에 묵으러 갔었다.


문득 함께 있던 형에게 [그 그림에 있는 강가의 여자 무섭지 않아?] 라고 물어봤다.


형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해, 같이 그 그림을 보러 가게 되었다.




작업장에 도착해, 이 그림이라고 형에게 가리켰지만 [사람 같은 건 안 그려져 있잖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세히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손가락을 뻗어 [여기 말이야, 여기.] 라고 직접 가리켰다.


하지만 형은 [너, 놀래키려고 이상한 장난 치는구나?] 라며 농담으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 무렵에는 형이 보이면서도 일부러 안 보이는 척 장난 치는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후 그 그림을 봤더니, 여자가 그림에서 사라져버린게 아닌가.


여자를 마지막으로 봤던 건 중학교 3학년 때 여름이었다.




그때는 아직 그림 속에 여자가 있었다.


몇번이고 봤었기에, 단순한 착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때 그림 속에 보이던 여자를 떠올리면 묘하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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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일 때 이야기.


그날은 확실히 점심시간 끝나고 1시간 반 정도 있다가 체육관에서 전교생이 모일 예정이었다.


나는 점심시간 내내 친구와 교실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문득 어쩐지 조용하다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다른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친구도 같은 걸 느꼈는지 주변을 돌아보다 깜짝 놀라 외쳤다.


[어, 왜 벌써 2시지?]




변명이고 뭐고, 당황해서 체육관을 뛰어갔다.


다른 반 아이가 체육관 문 앞에서 선생님한테 혼나고 있었다.


아, 쟤도 늦었나보다 싶었다.




나와 친구도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 온거야!] 라고 잔뜩 혼이 났지만, 스스로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선생님은 더 화를 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반에서도 지각한 아이들이 달려왔다.




그것도 몇명씩 연달아서.


최종적으로는 30명 가까이 됐던 것 같다.


늦게 온 아이들은 모두 [왜 늦게 왔는지 모르겠어요.] 라던가, [정신을 차리니까 집합시간이 한참 지나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와 친구처럼 다들 자기 교실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지경이 되니 화가 잔뜩 나 있던 선생님도 늦게 온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당황했던 것 같다.


결국 어영부영 다들 체육관으로 들여보내는 걸로 그 자리는 마무리가 됐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 빠졌는데도 담임 선생님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전교생이 모이는 집회 때는 전원이 모였는지 꼭 세어보곤 했었는데.


종종 이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도대체 무슨 조화였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카미카쿠시라는 건 이렇게 시간을 벗어난 뒤,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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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꺼내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결혼을 앞두고 이야기 해보려 한다.


우리 집안에는 대대로 전해지는 자장가가 있다.


"들은 사람이 악몽을 꾸게 되는 자장가" 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겠지.


시에 가락을 붙인 느낌으로, 라디오 체조 정도의 짧은 노래다.


글로 써놓으면 [아~ 시이~ 훗히~~ 잇타하아가아아아앗.] 정도의 느낌이다.




어찌 되었든 무척 독특한 노래다.


대대로 집안 사람들만 알고 있는 노래다.


전국시대, 우리 집안이 섬기던 영주를 죽인 무사의 집에 들어가 유모가 된 뒤 후계자를 죽였다는 애매한 전설도 따라붙어 있다.




사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어릴 때는 정말 무서웠었다.


부모님이 [자장가를 불러줄거야!] 라고 겁을 주면 울 정도로.


내게는 대학에 들어온 뒤 25살이 될 때까지, 4년 정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프로포즈를 받고, 상견례까지 마친 뒤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던 게 들통났다.


게다가 그걸 들켜놓고서는 같잖은 개그로 얼버무리려 들었다.


그 무렵에는 반쯤 동거하고 있다시피 했기에 대충 얼버무리고 술에 취해 잠든 그를 보니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처음으로 그 자장가를 내 입에 담았다.


3번 정도 되풀이 했을 것이다.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갑자기 눈을 딱 뜨더니 그 자리에서 막 토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랐지만, 토하고 나서 또 토투성이 이불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길래 그냥 버리고 돌아왔다.


자장가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그때는 분간도 되지 않았고.


그 후, 상대 쪽 부모님에게 위자료도 받고 제대로 헤어졌다.




그의 친구에게 근황을 전해들었는데, 악몽을 매일 꾸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죽어서 썩어가는 꿈만 계속.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순식간에 야위었다고 한다.




게다가 1년 정도 지나자 회사를 그만두고 입원치료를 받게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나는 그 이후 고향으로 내려왔기에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자장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최대한 그 노래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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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이던 80년대 무렵 이야기다.


친구 A,B와 함께 천체관측을 하게 되었다.


B가 생일선물로 천체 망원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A네 집은 주택가였고, B네 집은 약간 떨어진 외곽에 있었지만, 집 뜰에서는 영 마뜩치가 않았다.


결국 B네 집 근처 신사에서 천체관측을 하기로 했다.


여름방학 중이었기에, B네 집에서 하루 묵는 것도 겸해서.




10시 가까이 게임을 하다, 슬슬 출발하기로 하고 벌레 쫓는 스프레이랑 이거저거 챙겨서 신사로 향했다.


경내에 들어서자 벌레 우는 소리만 약간 들릴 뿐 조용했다.


천체 망원경을 설치하고, 회중전등을 끄자 주변은 깜깜해졌다.




처음에는 별자리 이름도 알아보고 이것저것 시끌벅적하게 놀았지만, 점점 질리기 시작했다.


저배율의 천체 망원경으로 올려다봐야 거의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니.


슬슬 돌아갈까 싶어 회중전등을 찾았지만,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관리를 맡았던 A가 [어디 있지?] 라며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쾅... 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소리일까.




A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필사적으로 주변을 찾는 사이, 나와 B는 그 소리가 신경 쓰여 소리가 들려오는 신사 구석으로 향했다.


우리는 신사 앞 기둥문을 나와, 왼편 광장에서 천체관측을 하고 있었다.


소리는 오른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쪽에서는 불빛이 보였다.


멀리서 봐도 무엇인지 눈에 들어왔다.


소복을 입은 사람이었다.




나는 축시의 참배[각주:1]가 뭔지 알고 있었기에 초조해졌다.


B는 잘 몰랐던지, [저거 뭐야?] 라고 물어왔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아가며, 위험한 것 같다고, 돌아가자고 B에게 말하려던 순간.




뒤에서 A가 [야! 회중전등 찾았다!] 라고 소리치며 회중전등 불빛을 빙빙 돌리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쾅... 쾅...] 하는 소리가 멈췄다.


들켰다...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


[도망치자!]


내가 소리치자, A와 B는 당황한 듯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내가 죽어라 달리는 걸 보고 당황했는지, A는 울면서 나를 따라왔다.


그러나 B는 [천체망원경!] 이라고 말하고는 광장 쪽으로 가버렸다.


기둥문을 지나, 계단을 내려와 주차장까지 도망친 우리는 B를 기다렸다.




1분 정도 기다렸지만, B는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A에게 물었지만, 애시당초 A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나를 따라온 것 뿐이라 별 의견이 없었다.


돌아가서 B의 부모님에게 말해야 할지, 우리 부모님한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계단 위에서 불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B가 천체망원경을 든 채, 울면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손에 촛불을 든 소복 입은 여자가 있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B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흐느껴 우는 B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A가 회중전등으로 비쳐보니, B는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미안해...] 라며 사과했다.


여자도 엉엉 울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 다들 침착해지고 나서 여자는 우리에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축시의 참배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들켜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신 우리를 죽이려는 거라 지레짐작했지만, 정작 여자는 "아, 실패했구나." 하고 체념하는 정도였단다.


하지만 그 후 큰 소리가 나서 놀라 광장으로 가보니, B가 굴러 넘어져 상처투성이가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엉엉 우는 B를 보니 자기 탓인것 같아, 책임을 느낀 나머지 여자도 통곡했단다.


다행히 B는 여기저기 까진 것 뿐, 큰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상처를 물로 씻어내자, B는 눈물 하나 없이 말짱했다.




그 후 주차장에 있던 자판기에서 여자가 음료수를 사줘서, 약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시내에 사는 OL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그 상사를 저주할 마음으로 축시의 참배를 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고, 자판기 불빛 아래로 본 얼굴은 오히려 미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소복이라고 생각했던 건 그냥 평범한 흰 옷이었다.


그 후, [혹시 B의 상처가 덧나기라도 하면 연락하렴.] 이라며 전화번호를 받았다.




[밤 8시 이후나 일요일에만 받을 수 있지만 말이야.]]


나는 다친 B 대신 천체망원경을 들고 B네 집으로 향했다.


B네 부모님에게는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B는 까진 상처도 다 나았다.


나는 여자에게 연락을 해주기로 했다.


예쁜 사람이었으니, 한번 더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고.




아마 나말고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내가 받았다는 이유에서 나한테 굳이 전화를 떠넘긴 것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고,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라고 몇번씩 사과했다.




나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정말 기쁜 듯 이렇게 말했다.


[맞아맞아, 그 때 그 저주, 효과가 있었지 뭐니?]




나는 차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을 수 없었다.


결국, 그날을 마지막으로 그 여자와는 연락한 적이 없다.



  1. 丑の刻参り. 축시, 새벽 1시부터 3시 사이에 신사 신목에 짚인형을 못으로 박아 상대를 저주하는 행위. 누군가에게 들키면 그 저주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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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63rd]달려가는 목

괴담 번역 2017. 5. 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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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살고 있었다.


볼일 때문에 도쿄에 갈 일이 있어, 미토역 홈에서 특급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상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안내방송이 울려퍼져, 나는 별 생각 없이 히타치 열차가 들어오는 카츠타 쪽을 바라보았다.


대개 안내방송이 나오면 열차가 이미 보일 무렵일텐데, 보이지 않았다.


어라, 하고 당황해하고 있는데, 선로 2개 사이, 거의 중앙의 낮은 부근에서 무언가 둥근게 날아오고 있었다.




저게 뭘까 싶어 바라보고 있자, 그것은 점점 다가왔다.


사람의 목이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지나쳐갔지만, 확실히 목이었다.




한쪽 눈이 튀어나와 있는 것까지 정확히 보였다.


떡하니 입을 벌린채, 그 목은 그대로 도쿄를 향해 달려갔다.


아니, 날아갔다고 해야하나.




너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이었지만, 목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생겼었다.


그렇기에 더 어안이벙벙해서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뒤, 다시 안내방송이 나왔다.




[카츠타-미토 사이 구간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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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62nd]음성 키보드

괴담 번역 2017. 4. 2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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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 문득 떠오른 옛날 이야기.


아직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내가 음성 키보드를 사 주었다.


전원을 켜고 끌 때 인사도 건네는 모델이라, 딸은 몹시 기뻐했었다.




일을 마치고 지쳐 돌아온 내 앞에 들고와, 일부러 같이 놀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는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이윽고 몇달이 지나자, 그 키보드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 키보드는 내가 벽장 안에 넣어놓았는데, 다음날 아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저거 망가진 거 같아. 전원도 안 넣었는데 가끔씩 "바이바이.",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


벽장 안에 넣으면서 고장이 났는지, 전원이 꺼질 때 나오는 바이바이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딸도 엄청 겁에 질려서, 벽장 가까이로 가려하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휴일, 가족끼리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내 귀에도 확실히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런지, 딸은 그만 울고 말았다.


아내가 된통 화를 내는 바람에, 나는 공구를 꺼내왔다.


벽장에서 키보드를 꺼내, 스피커 부분을 망치로 때려부숴 기능 자체를 파괴해버렸다.




그 후 타지 않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 방 구석에 놓아뒀다가 며칠 뒤 쓰레기 버리는 날 내다버렸다.


산산조각을 낸 뒤,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 라고 딸을 달래줘서 아버지로의 위엄은 지켰다.


하지만 내가 키보드를 산산조각 낸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처음 드라이버로 배터리 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뽑았는데... 


그 직후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환청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딸이 성인이 된 지금도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내가 공포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때려부쉈다는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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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회식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커다랗고 반투명한 토끼가 나를 앞질러 폴짝폴짝 뛰어갔다.


시바견 정도 크기였다.


취했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다.




[어라? 혹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씨인가? 우후후, 기다려...]


그런 식으로 오히려 두근대면서 바보같이 뒤쫓아갔다.


그랬더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방 문을 뚫고 들어가버렸다.




당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


어? 분명 문을 잠궜었는데?


우선 안으로 들어갔더니, 토끼가 거실에서 나를 쓱 돌아봤다.




내가 안으로 들어온 걸 확인하고, 이번에는 벽장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벽장을 열자 토끼는 없었다.


그 대신, 낯선 남성이 땀투성이가 되어 기절해 있었다.




기절초풍해서, 나는 옆집 여자에게 도움을 구하고, 요령부득이지만 토끼 이야기까지 더해 어떻게든 설명했다.


옆집 여자는 경찰과 구급차를 불러줬고, 경찰에게 이야기를 할 때 토끼 이야기는 안하는게 좋겠다는 조언도 해줬다.


경찰에게는 집에 돌아와보니 문이 열려 있고, 벽장 안에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는 말만 했다.




나중에 경찰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그 남자는 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을 이전부터 체크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내가 평소 돌아오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문을 부수고 방에 들어와, 벽장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회식 때문에 돌아오는게 늦어지는 사이,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었던거지.


구급차를 부르는 게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생명이 위급했을지도 몰랐다나.


아무래도 무섭기 때문에, 나는 고향집으로 내려가 살기로 했다.




회사랑 거리는 좀 멀어졌지만.


그날, 내가 돌아오는게 더 일렀으면 남자에게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고, 더 늦었으면 그 남자가 죽어서 귀찮은 일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


큰 토끼는 그걸 알려준 것이었을까?




그 이후 그 토끼를 다시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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