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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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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제대로 끝마무리가 나는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우리 집은 모자가정이다.

10년 동안 재혼도 않고 혼자 나를 키워오신 어머니에게, 반년 전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긴 모양이다.



그 사람도 똑같이 이혼을 해서, 나랑 한살 차이 나는 딸을 키우는 비슷한 처지인 모양이었다.

한번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한 적은 있지만, 이후 딱히 만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어째서인지 계속 목이 아팠다.



처음에는 목감기 같은 건가 싶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아파서 잠을 잘못 자서 담이라도 걸렸나 싶었다.

그러나 목의 통증은 좀체 잦아들지 않고, 고통은 이어졌다.

그 뿐 아니라 점점 통증이 심해지는데다, 밤에는 꿈인지 현실인지 애매한 상태로, 여자가 내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듯한 광경을 몇번이나 보곤 했다.



공포영화 같은 체험이었지만, 무슨 손자국이나 긴 머리카락 같은 게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단순히 내가 이상한 악몽을 꾼다고만 생각했다.

그런 일이 매일 같이 계속되어 예민해진 터였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신이 나서 남자친구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그 사람의 사진을 한장 보여줬다.



별로 흥미가 없었기에 대충 맞장구나 치고 넘어가려 했지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사진 속에는 꿈에 나타나 내 목을 조르던 여자가 찍혀 있었으니까.

나는 어머니에게 그 여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전에 말했잖아, 그 사람에게 너보다 한살 많은 딸이 있다고.]

만약 내가 그 사람을 본 적이라도 있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와서 괜한 악몽을 꿨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여자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짐짓 관심이 있는 척하며, 어머니에게 더 물어보았다.

[이 아이, 이혼한 뒤로는 어머니랑 살았지만 사실 아버지를 엄청 좋아하는 파더 콤플렉스라더라. 스무살이 넘어서도 아버지한테 무릎베개 받는 걸 좋아해서, 만났을 때도 찰싹 달라붙어 있더라고. 그 사람도 딸을 무척 소중하게 여겨. 아마 그 딸은 나를 좋게 보지는 않을 거 같은데.]

이야기를 듣고나니, 내게 일어난 것들이 심령현상이라면, 어머니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싶었다.



[참, 그 사람은 워낙 좋은 아버지라, 너에 대해서도 꽤 신경 쓰고 있더라.]

[그래?]

[네 사진을 보여줬더니 더 친근감이 생겼는지, "우리 딸이랑도 한 번 같이 만나면 좋겠네" 라고 하더라고. 딸한테도 네 이야기를 했나봐. 그랬더니 그 파더 콤플렉스인 딸이,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시무룩해 하더라지 뭐니? 한살 차이라고는 해도, 동생이 될 너를 꽤 신경 쓰는 거 같아.]



기분 나쁜 예감만 들었다.

나는 화를 내며, 다른 사람한테 내 이야기를 멋대로 늘어놓지 말라고 전했다.

우연인지 무엇인지, 그 후로 목의 통증은 사라졌고, 여자도 꿈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게 혹시 생령이나 저주로 인한 것이라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다.

왜 나에게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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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했던 고양이가 죽었습니다.

13살, 심장마비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장례식을 치뤘습니다.



예로부터 죽은 자와 같은 길을 지나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면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죽은 자가 따라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아이가 따라와 준다면 오히려 기쁠 거라는 생각에, 나는 일부러 같은 길을 지나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조금 늦은 저녁이었지만, 일도 손에 잡히질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았습니다.

잠시 혼자 있고 싶다고 가족에게 말한 뒤, 내 방 캣 타워에 남아 있던 그 아이의 털을 긁어모으고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것은 밤 늦게서였습니다.



고픈 배를 달래려 느릿느릿 일어나 계단을 내려가는데, 현관문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습니다.

문은 제대로 닫혀 있어 그럴리 없을텐데.

문득 나는, 그 아이가 돌아오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부엌에서 과자를 찾아, 현관문을 열고 거기서 기다렸습니다.

분명 돌아와 줄거야.

그 아이는 똑똑해서 길을 헤매지 않는 걸.



한시간은 그렇게 서 있던 것 같습니다.

12월 중순이라 꽤 추웠는데,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을만큼 나는 필사적이었습니다.

문득, 나는 뭐하는 걸까 싶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쓴 웃음을 지으며 체념하고 방으로 돌아가려, 문을 닫으려 일어난 것과 거의 같은 순간.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과자 봉지가 복도 끝까지 날아갈 정도로 강한 바람에, 재빨리 문을 닫으려는 순간, 내 시야 한 구석에 하얀 무언가가 나타났습니다.



그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페르시아 고양이였던 그 아이는, 하얗고 긴, 푹신푹신한 털이 예뻤으니까요.

굳이 내가 빗질을 하지 않아도, 항상 스스로 깔끔하게 가다듬곤 했었습니다.



눈물이 울컥 솟아나왔습니다.

나는 그저 기뻐서, [기다리고 있었어.] 라고 말하며 현관문을 닫고, 내 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습니다.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좀체 올라오질 않았습니다.



아까처럼 시야 한 구석을 바라보니, 역시나 하얗게 그 아이가 들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다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시야 한구석에 움직이는 그 아이가 보입니다.



나는 만족해서, 평소처럼 심야 B급 영화를 조금 보다가, 기분 좋게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 아이는 고양이답다고 할까, 무척 자기 맘대로라, 원래 자기 마음에 내킬 때만 다가오곤 했었어요.

하지만 불을 끄고 내가 침대에 누우면, 그래, 이런 식으로, 발 근처에서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들어와서...

그 아이의 털은 언제나 푹신푹신했습니다.

막 내온듯한 우유 빙수처럼, 부드러운 촉감.



그럴 터였습니다.

내 발에 닿은 건, 조금 딱딱하면서 뻣뻣해서, 그건 마치... 마치...

사람 머리카락 같은...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 튀어올랐습니다.

내가 실패해서 무언가 다른 걸 불러들이고 말았다는 것.

그걸 깨닫자 겁에 질려, 이불을 덮을 마음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방에서 도망쳐, 22살씩이나 되서 부모님 곁에서 잤습니다.

부모님은 그 아이를 잃은 충격이 커서 그런거라 여기셨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탓인지, 부모님이 달래주는 사이 나는 지쳐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어두운 장소에 있었습니다.

좌우상하 분간조차 되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일터인데, 꿈 속의 나는 그게 꿈이라는 걸 인식할 수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귀를 막고 벌벌 떨었습니다.

뭔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거야?

...되는 거야?

서서히 그 목소리는 커져, 명확히 들려옵니다.



...안 되는 거야?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꿈 속에서 나는 그저 사과할 뿐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자, 부모님의 침실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미 일어나셨는지, 나 혼자였습니다.



부모님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 방에 조심스레 돌아가보니 닫아뒀던 창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게 돌아가 줬구나, 싶었습니다.

그 후 한동안은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곤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기에 이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내가 불러왔던 게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죽은 사람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지나온 애완동물 장례식장 근처에는, 수많은 무덤과 화장장이 있었습니다.

역시 죽은 자와 같은 길로 돌아오는 건 하면 안되는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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