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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번역괴담][5ch괴담][987th]휴일의 회사

괴담 번역 2020. 11. 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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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회사 근처 치과에 다녀왔다.

치료가 끝난 뒤 문득 사무실 쪽을 올려다보니, 창 너머로 사람 모습이 보였다.

너댓명 정도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중 회사에서 가장 친한 동료의 모습도 보였다.



휴일 출근인가 싶었는데 문득 그 녀석이 일요일에는 가족과 디즈니 랜드에 갈 거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의아해서 그 자리에서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자 바로 받았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귓가로 가져가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어, 무슨 일이야.]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뭐하다니, 디즈니 랜드 간다고 했잖아. 해저 2만리 앞에서 줄서고 있다.]



[어...? 너 지금 회사에 있잖아.]

그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그 녀석이 창 밖을 두리번거리다 잠깐 나와 눈이 마주쳤던 기분이 들었다.



왠지 기분 나쁠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녀석인데, 그날은 눈에 생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뚝뚝한 얼굴이었다.

그것만으로 이미 불길하게 느껴질만큼.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도망쳤다.

다음날.

조금 무서웠지만 무슨 일인지 확인은 해야할 거 같아, 용기를 내 동료에게 어제 일에 관해 물었다.



[너 말이야, 어제 진짜 디즈니 랜드에 갔었냐?]

[왜? 갔었어. 왜 그런게 궁금해? 어제도 이상한 전화나 하고... 너 좀 이상한데?]

[아니, 사실은... 어제 네가 회사에 있는 걸 봤거든.]



순간 회사 안 공기가 얼어붙고, 싸늘한 시선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했다.

[...뭐? 무슨 소리하는거야, 너. 어제는 하루 종일 가족이랑 디즈니 랜드에서 놀았다니까. 하하, 이거 봐, 어제 찍은 사진.]



동료의 스마트폰에는 분명히 디즈니 랜드에서 찍은 것 같은 가족 사진이 보였다.

방긋 웃고 있는 녀석의 딸이 무척 귀여웠다.

게다가 날짜도 딱 지난 일요일에 찍은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선물이라며 크런키 초콜렛을 받았는데 무서워서 먹을 수가 없다.

그날 이후 어쩐지 다른 동료들의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나에 대한 태도가 부자연스럽다.

지금도 일이 끝나고 술을 마시러 가곤 하는데, 문득 시선을 느끼고 뒤돌아보면 몇몇이 정색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일이 자주 있다.

그게 너무 무섭다.



나는 지금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여기에 적는다.

더는 회사에 나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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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특기라고 해봐야 눈이 좋은 것 정도였던 내가 다행히 부동산 회사에 취직했다.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민법 공부, 자격증 준비까지 여러모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발을 디딘 사회에서 마음이 꺾일 것 같은 적도 여러번 있었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기도 해서 여러모로 힘겨운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람이 숨을 쉬고 일을 하고 밥을 먹으면 멋대로 시간은 흘러간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입사한지 3년 남짓 지나있었다.



다만 아무리 일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피로는 일을 하는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정말 가끔 있는 연휴 전날 밤이라도 되며, 이불도 안 덮고 죽은 듯 침대에 쓰러지곤 했다.

그렇게 날이 밝은 연휴 첫날 토요일.



아마 5월 중순 즈음이었을 것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눈을 뜨니, 이미 10시가 넘어있었다.

집에서 나갈 마음도, 뭘 딱히 할 마음도 들지 않았지만 멍하니 오늘은 뭘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창 밖에서 저 멀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기다리라니까, A짱, 조금 기다려.]

무척 즐거운 듯한 여자 목소리였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자니, 다시 한번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랑 술래잡기라도 하며 놀고 있는건가 싶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창가에 섰다.

아무래도 목소리는 길 오른편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 집은 대로에서 꺾어들어가는, 30m 정도 되는 짧은 길가에 있다.

지은지 10년 정도 된 2층 아파트.

거실과 방 하나, 부엌.



양 옆에도 맞은편에도 그 옆에도 똑같이 아파트가 있다.

뭐,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골목이다.

햇빛을 받아 때가 낀 게 잘 보이는 창문을 바라보며, 내일은 창문이나 닦을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시야에 아까 그 여자가 들어왔다.



[정말 기다리라니까, 얘.]

나는 그 여자를 평생 잊지 못하겠지.

황록색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갈색 머리.



시원스레 건강해보이는 얼굴에, 기가 막히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띄우고 있다.

30대 중반 정도 나이일까.

팔을 약간 아래로 내밀고 종종걸음을 하다가, 멈춰 서서는 역시나 기가 막히게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팔 너머에는 길만 있을 뿐이다.

옆에서 보면 혼자 웃는 얼굴로 소란 떨며 길을 걷는 여자로 보이겠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뒤쫓으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름대로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걸 본 순간 나는 내 자신이 어딘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너무 지쳤구나, 하고.

그 여자는 그렇게 생각할만큼 자연스러웠다.



미소도,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도.

마치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히 아이가 파인더 밖으로 뛰쳐나간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바라보고도, 그 여자가 대로를 향해 골목을 벗어나 교통 안전 거울에 비치던 그림자가 사라질 떄까지 이어졌다.



여자가 이상한 것일까, 내가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어떤 것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것이 정답이더라도 무척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둘 다 이상한 거겠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웃으며 말을 건네는 여자도.

골목을 벗어나 교통 안전 거울에 비치던 그 여자 조금 뒤에, 따라가는 아이 그림자를 분명히 목격한 나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고, 제대로 된 마무리고 뭐고 없는데다 별로 무서운 이야기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걸 몇번이고 보게 될때마다 느낀다.

잘 알 수 없는 것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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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4th]한밤 중의 주문

실화 괴담 2020. 11. 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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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피자빵맨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8년 12월 2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경기도 남부에서 동네 주민들은 다 아는 오래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밤 11시 45분에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외진 곳에 있는 빌라 B동 201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습니다. 



곧 가게 마감시간이라 주문도 더 안들어 올테고, 배달 대행비 오천원도 아낄 겸, 제가 직접 배달을 갔습니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도착하고 보니, 색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빌라에 A동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 옆은 당연히 B동이겠거니 싶어,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두고 옆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워낙 오래 되고 관리가 안 되서인지 현관의 동호수는 다 닳아 없어졌고, 올라가는 동안 로비등도 1층에는 불이 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빌라들은 으레 불이 안 들어오는 곳이 많다보니, 저는 별 생각 없이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201호에는 연두색으로 페인트칠 한 문에 부적이 붙어있었습니다. 



뭔가 거창한건 아니고 입춘대길이라 써진 부적이었습니다. 

201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네.] 하고 여자 대답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거실에서 방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발소리가 났습니다. 



오래된 빌라라 그런지 걸을 때 바닥이 울리는게 더 잘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결제를 했으니 지갑 찾을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될텐데 싶었지만, 무슨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3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노크를 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문 너머와 위층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들어보니 201호에서는 강호동씨 목소리와 웃는 소리가 들려와, 아마도 "아는형님" 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화장실이라도 간건가 싶어서 노크하고 또 기다렸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는 금방 연결됐습니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주문한 분은 야근하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야식을 시켜준 거 같았습니다.

[제가 지금 밖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저희 빌라가 A동이랑 B동 말고 A2동, B2동이 따로 있는데 혹시 거기로 가신거 아닐까요? 자주들 헷갈리시는데, A2동이랑 B2동은 곧 철거 예정이라 사람이 아무도 안 살아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 A2동과 B2동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위층과 문 너머에서 들리던 TV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습니다. 



보통 괴담을 보면 여기서 TV소리가 더 커지거나, 위층에서 뭔가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나곤 할텐데...

제가 겪었을 때는 은은하게 들려오던 TV소리가 뚝 끊긴 정적과 동시에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단 알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후레쉬로 계단을 비추면서 내려왔습니다. 



고작 2층인데 내려갈수록 한기가 뒷목까지 올라오더니 밖으로 나오자 사라졌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의 모든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분명 들어갈 때는 201호와 301호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일단 배달은 해야되니, 걸어서 건물사이를 헤메다가 B동을 찾았습니다. 

B동은 로비와 1층에 불도 들어오고 사람 사는 소리도 났습니다. 

201호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와 아이 둘이 바로 문을 열고 피자를 받아갔습니다.



오토바이를 A2동에 세워뒀던 저는 어쩔 수 없이 A2동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A2동에서 들었던 대답소리와 TV소리, 웃음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가끔 그 날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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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싼 방을 하나 찾았다.

이른바 사고 물건이었다.

그 방에 살던 사람이 자살했다고 집주인이 그러더라.



나는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 그대로 방을 빌렸다.

딱히 방안에 인기척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살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그게 다 하나하나 귀신이 되어 남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방에는 묘한 그림자가 있었다.

누군가 사람이 서 있는 듯한 그림자였다.

뭔가 싶어서 바라보면 금세 사라진다.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같은 일이 몇번이고 일어났다.

끝내는 누군가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듯한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가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내 옆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곤 했다.

자살한 사람은 어른이었기에, 내가 지레 겁먹은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날 침대에서 문득 눈을 떴는데, 아이가 위에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고 말았다.



그런 일이 몇번 있은 뒤, 얼굴을 트게 된 옆집 이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방에서 자살자가 나온건 사실이지만, 그 전에 아동학대로 인해 여자아이가 죽은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아동방임이라는 것.



부모가 자식에게 식사도 주지 않아 굶어죽었다고 한다.

그 후, 그 방을 빌린 사람은 나까지 모두 다섯명.

대부분 금세 방에서 도망쳤던 모양이다.



자살한 건 내가 오기 전전번의 사람.

아이의 원령에게 저주받아 죽은 게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었단다.

그 뒤 나는 어떻게 됐냐고?



어깨를 으쓱하고 이야기를 흘려보낸 뒤, 계속 그 방에 살았다.

아이의 기척은 그 후에도 느낄 수 있었지만, 무시하면 그 뿐이었다.

2년 정도 살다 그 방에서 나왔다.



그때는 그걸로 그 아이와 이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새로 얻은 방에도 그 아이는 나타났는걸.



지금도 대개 무시하고 있지만, 가끔 말을 걸어주면 아이가 반갑게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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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84th]처음 보는 버섯

괴담 번역 2020. 11. 1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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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때 친척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다.

산에서 나물 캐는게 취미인 아저씨인데 작년에 산에 나물 캐러 갔다가 겪은 이야기라고 한다.

작년 연휴 때는 휴일이 꽤 많았기에 아저씨는 평소 다니던 곳이 아니라 더 먼 곳에 발을 디뎠다고 한다.



처음 보는 나물이 있지는 않을까 하며 여행 삼아 처음 가는 산에 올랐다.

하지만 첫 산행이다보니 길도 익숙치 않아 나물을 캘만한 곳은 여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저찌 캐긴 캤지만 평소 다니던 산과 비교하면 반 정도 밖에 못 캔 상황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시커먼 버섯 하나를 찾았다고 한다.

아저씨는 잎나물에는 해박하지만, 버섯에 대해서는 그닥 아는게 없었다.

만져도 괜찮은건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그거 맛있어.] 하고,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촌티나는 시골 아이 느낌의 남자아이가 아저씨를 보고 있더란다.

[얘, 이 주변에 대해 잘 아니?] 하고, 아저씨는 물었다.



[계속 이 주변에 살았으니까.]

[이거 맛있어?]

[아빠가 자주 따 와.]



그렇다면 만진다고 별 일은 없겠다 싶어, 아저씨는 버섯을 따서 자루에 넣었다.

[얘, 어디 나물 캐기 좋은 곳 없을까?]

[내가 좀 알려줄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저씨는 남자아이를 따라 이동했다.

그 곳에는 아까 본 것과 같은 버섯이 잔뜩 있었다.

가끔 눈에 익은 버섯도 있었다고 한다.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건넨 뒤, 아저씨는 검은 버섯과 눈에 익은 버섯들을 캐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남겨둔다면 내년에도 또 캐러 올 수 있으니 적당히 캐고 돌아가려 했단다.

그러면서 남자아이에게 감사의 의미로, 혹시나 하고 체력회복용으로 가져왔던 막과자를 몇개 선물로 줬다고 한다.



그걸 본 남자아이는 얼굴을 찌푸리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웃어댔다.

입은 웃고 있는데 표정은 그렇지 않은채로, 말 한마디를 던지고 가버렸다고 한다.

[오늘 가르쳐 준 버섯은 죄다 못 먹는 거야.]



아저씨는 놀란 나머지 그대로 산을 내려왔다고 한다.

길눈이 밝지도 않은 곳에서 그 남자아이를 잡겠다고 따라갈 수는 없었을테니.

집에 돌아와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따 온 버섯은 정말 모두 독버섯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장난치는 건 무서워. 아니, 그게 진짜 아이였는지도 모르겠다만...]

그렇게 말하며 올해는 잘 아는 산에만 갈 예정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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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 퇴근을 앞두고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침 회의 중이었기에 일단 전화를 끊고, 회의가 끝난 뒤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이 끝난 뒤, 밤 9시쯤.

편의점에서 야식거리를 사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전화를 건 것은 아버지였다.



여보세요, 하고 받으니 [오, 나다.] 하고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묻자, 아버지는 낮고 분명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검사를 받으러 입원했는데, 가족분은 없냐고 그러길래 전화했다. 혹시 괜찮으면 좀 와줄 수 있겠니?]



어디냐고 묻자, 고향 시민병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중학생일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홀로 나를 키워주셨다.

아버지는 내게 단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이니만큼, [당연히 가야죠.] 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다음날은 토요일이니, 오늘은 고향 집에서 자면 될테니 조금 늦은 시간이더라도 상관 없겠지.

렌터카를 빌려, 현 2개 너머 있는 고향까지 서둘러 향하면 2시간 정도 걸리려나.

여하튼 빨리 가야겠다 싶어, 렌터카 업체로 향했다.



운전하는 도중 생각했다.

아버지가 이런 일로 나를 부르는 건 처음이구나, 하고.

고향 수도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고향에서 거의 떠나질 않고 평생 거기서만 사신 분이다.



사소한 일로는 좀체 전화도 하지 않으시는데다, 나한테 오라고 하는 일은 여태껏 한번도 없었다.

고속도로는 생각보다도 더 차가 없었다.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여, 액셀을 밟았다.



한동안 밟고 있자니, 걱정 탓인지 토할 것 같아졌다.

이명도 심했다.

조금 몽롱한 가운데서도, 아버지가 걱정되어 의식을 붙잡으려 핸들을 꽉 쥐었다.



2시간하고 조금 더 걸려서, 드디어 고향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시민병원 쪽으로 향한다.

인구 수천명 정도의 작은 시골마을이라, 고속도로에서 나오자 금세 길이 어두워졌다.



시계를 보니 11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시민병원에서 면회를 할 수 있는걸까?

당직의사가 있나?



묘한 의문이 들었지만, 그저 아버지가 걱정되어 나는 운전을 서둘렀다.

암이라도 걸린 거면 어쩌지?

아직 제대로 된 효도 한번 못했는데.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사람 없는 시내로 들어서자, 멀리 흐릿하게 본 적 있는 편의점을 발견했다.

곧바로 시민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목이 까끌까끌하게 말라붙은데다, 기분도 영 좋지 않아 시원한 거라도 하나 마셔야겠다 싶었다.



손님 하나 없는 편의점에서 차가운 캔커피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야마다!]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산대에 서 있던 건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카와다였다.



맞다, 여기가 이녀석네 부모님이 운영하던 편의점이었구나.

카와다는 그립다는 듯 이런저런 말을 건네온다.

[5년 정도만에 보네. 고향으로 돌아온거야?]



[아니, 아버지가 시민병원에 계시다길래 만나뵈러 왔어.]

[시민병원? 저 큰 연못 옆에 있는거?]

그렇다고 대답하자, 카와다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야, 잠깐 좀 괜찮겠냐?] 라고 말하더니, 카와다는 계산대에서 나와 나를 취식대 쪽으로 이끌었다.

다행히도 늦은 시간 때문인지, 나 말고 다른 손님은 없었다.

카와다는 말을 이어갔다.



[그 시민병원 말인데, 거기 얼마 전에 시 재정 문제 때문에 망했단 말이야. 옆에 있는 F시 병원이랑 통합되서 지금은 완전 폐허야. 지금 시간에는 가봐야 아무도 없다고. 폐쇄되서 들어갈 수도 없을테고.]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되묻자, 카와다는 내게 아버지의 전화번호가 뭐냐고 물었다.

내가 휴대폰에 저장된 아버지 번호를 보여주자, 카와다는 자기 휴대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병원에 계시니까 못 받으실거야.] 라고 말하는 나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왼손으로 제스쳐를 취한다.

[아, 안녕하세요. 야마다군 친구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데 바꿔드릴게요.] 라고 말하더니, 나에게 자, 하고 전화기를 건넸다.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넘겨받으니, [어, 무슨 일이냐?] 하고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고 자시고, 아버지가 병원에 있으니까 오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꾹 참으며 물었다.

[아니, 별 일 없어. 아버지, 몸은 좀 괜찮아?]

[아아, 머리랑 주머니 사정은 영 좋지 않다면 그거 빼면 다 괜찮다.] 라고 말하며, 아버지는 쾌활하게 웃었다.



목소리 너머로 노래방 반주 소리가 흘러나온다.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 정말 건강하구만.

적어도 병원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최소한 한밤중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 건강은 있어보였다.



[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일 때문에 근처에 좀 왔는데, 곧 돌아가려고. 나중에 전화할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카와다에게 휴대폰을 돌려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멍하니 있었다.



[뭐, 이제 된 거 같으니까 커피나 마셔. 지금 시민병원에 갈 것도 아니면 오늘은 그만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런데 가봐야 양아치 놈들한테 습격당해서 연못에 빠질 뿐이라니까. 간만에 얼굴 봐서 다행이다.]

카와다는 싱긋 웃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아버지가 무사하다는 건 확인했다.



게다가 수수께끼의 전화를 곧이곧대로 믿고서 자정에 폐병원을 혼자 찾아가기도 싫었고.

석연치 않은 심정으로, 나는 내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와다네 편의점에서 나와, 차를 돌려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를 앞둔 시간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퇴근하고 나서 4시간을 꼬박 운전한 탓인지 지칠대로 지쳐, 샤워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자버렸다.

이튿날 아침, 전화벨에 눈을 떴다.

아버지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하고 받자, [어, 잘 지내냐? 어제는 집에 없어서 미안했다. 무슨 일 있었니?] 하고 아버지가 물었다.

괴상한 일을 굳이 말해야하나 싶었지만,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었다는 것, 병원까지 오라고 했다는 것, 카와다네 편의점에서 진상을 듣고 돌아왔다는 걸 그대로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곧바로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그 시간에 나에게 전화한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잠시 아버지는 침묵을 지켰다.

[...시민병원은 확실히 문을 닫았다. 그 새벽에도, 지금 대낮에 가도 아무도 없어. 그것보다... 카와다네 편의점에 갔었니? 카와다군도 있었고?]

나는 카와다와 이야기한 내용과, 카와다 휴대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했었다는 걸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음...] 하고, 어딘가 괴로운 듯한 신음을 냈다.

[카와다씨가 운영하던 편의점은 반년 전에 문을 닫았단다. 일가 모두 야반도주라도 했는지 사라져서 연락도 끊겼고... 그 집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해서 아직 찾는 중이야.]

나는 어안이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다.



[어제 너한테 걸려온 전화는, 번호가 000-0000-0000 으로 뜨더구나. 나는 내 휴대폰이 고장났나 싶었는데, 받아보니까 왠 젊은 남자가 너한테 바꿔주는거야...]

나도 아버지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사정은 알겠다. 너 지치거나 하지는 않았니? 일에 문제는 없고? 교통사고 조심해라. 또 전화하마.]



카와다네 가족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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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82nd]짚 인형

괴담 번역 2020. 11. 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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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설 회사에서 현장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연말에 도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하루 작업을 마치고, 컨테이너로 된 현장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미팅용 테이블 위에 신문지가 덮여 있었습니다.



가운데가 묘하게 불룩한게, 뭔가 올려두고 위에 신문지를 덮은 것 같은 느낌.

뭐야, 이거? 하며, 무심코 신문지를 들췄습니다.

짚 인형이었습니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붙어있는.

[으악!]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뭔데, 뭔데?]

[우와, 이거 짚 인형이잖여.]

[이런건 첨 봤구만.]



[위험한 거 아닌가?]

어느새 사람들이 꽤 몰려, 왁자지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까운 사방댐 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들어왔습니다.



그 현장 사무소는 도로 공사랑 사방댐 공사 공용이었거든요.

[아, 이거? 마츠모토네 아저씨가 나무 자르다가 찾았다더라고.]

마츠모토라는 건 하청으로 일하는 토건 공사 쪽 사람이었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작업원이 발견했는데, 그냥 버리기도 기분 나빠서 사무소까지 가지고 왔다는 것이었어요.

[산에 가면 이런 짚인형이 종종 있나보더라고. 나도 몇번 본 적이 있으야.]

[인형은 내일이라도 근처 신사에 가져가는 게 옳지 않겠는가?]



다음날 아침, 조회에 참석하러 현장 사무소로 향했습니다.

입구 근처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습니다.

[뭔 일 있당가?]



[밤중에 누가 사무실에 침입했나 봐.]

입구 새시가 열려 있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무실 안이 난장판이었습니다.



외진 곳에 있다보니 경비 시스템 같은 것도 없어서, 아침 일찍 온 아저씨들이 발견한 게 고작이었답니다.

입구 문에는 자물쇠를 달아놨었는데, 억지로 비틀어 연 듯 했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컴퓨터나 측량도구 같이, 내다 팔면 돈이 될만한 게 나름대로 있었는데, 정작 그런 것들은 멀쩡히 놓여 있었습니다.



다만 그 짚인형만큼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봐, 저것 좀 봐.]

내 앞에 있던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바닥부터 벽에 이르기까지 진흙투성이 발자국과 손자국이 잔뜩 찍혀 있었습니다.



[저 발자국 말이여, 저거... 맨발이구만...]

그 말을 듣자, 등골이 오싹해질 수 밖에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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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81st]산 속 표지판

괴담 번역 2020. 11. 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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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초겨울의 이야기다.

인대가 끊어졌던 친구의 재활 겸, 지인과 함께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셋이서 오르게 되었다.

지도는 물론 준비해뒀지만, 중급 정도의 레벨인데다 소요 시간도 4시간 정도인 코스였다.



그렇기에 조금 만만하게 본 것도 있었다.

갈림길이 나오면 굳이 지도를 꺼내보지 않고, 표지판이 가리키는 걸 곧이곧대로 믿고 따라 걸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면 괜찮을테니, 지도를 확인하며 거슬러 가기 시작했다.

지도를 확인하니, 왜 길을 잃은 것인지 이유가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이 잘못되어 있던데다, 나무에 감긴 테이프는 더 위험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명백하게 누군가가 "악의" 를 가지고 저지른 짓이었다.

산 입구에 있는 건의함에 상황과 경위를 적은 메모를 넣어뒀다.

아무리 중급 레벨의 산이라도, 전혀 예상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져 길을 잃는다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그 산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명 이상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하는 놈이 아직도 있다는 것도, 그리고 어쩌면 거기 당해 죽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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