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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

[번역괴담][2ch괴담][684th]불을 지키다

괴담 번역 2016. 4. 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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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동료 여럿이서 캠프를 갔었다고 한다.


밤이 깊어져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고, 불 곁에 남아있는 건 이제 그 뿐이었다.




하품을 하며 슬슬 불을 끄고 나도 잘까 싶을 무렵,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하고 있는거야?]


고개를 들자, 불 너머 저편에 누군가 앉아 있다.




흐릿하게 보이는 커다란 검은 그림자.


눈에 안개라도 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때는 무섭다는 생각도 안 들어, 평범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응... 불을 지키고 있는거야.]


상대가 누구인지, 왜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문조차 전혀 떠오르질 않았다고 한다.




방금 전까지는 멀쩡하게 깨어있었는데, 마치 잠에 취한 것처럼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멍하니 잠에 취한건가 싶은데, 다시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 불이 꺼지면 당신은 어떻게 할거야?]




[응... 안 꺼져.]


[이런 산속이면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 뿐이겠네.]


[응... 이 불이 꺼져버리면 그렇게 되겠네.]




[어둠은 깊다고. 안에 뭐가 숨어있을지 모르지.]


[응... 어두운 건 무서워. 그러니까 불을 지켜야지.]


누군지 모를 목소리는 계속 불을 끄라고 권유한다.




[불 따위 안 지켜도 괜찮아. 졸리잖아. 어서 푹 자버려.]


[응... 그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는거야.]


[내가 대신 꺼줄까?]




[응... 그러지마.]


[불 꺼버린다.]


[응... 하지만 바로 다시 켤거야. 어두운 건 싫으니까.]




[한 번 꺼진 불은 바로 다시 켤 수 없어. 쓸데없는 짓이니까 어서 자 버려.]


[응... 라이터도 있으니까, 불씨만 있으면 금방 다시 켤 수 있어.]


[라이터인가. 그게 있으면 바로 불이 켜지는건가.]




[응... 켜질거야. 산불도 금방 낼 수 있을 정도로.]


그러자 의문의 목소리는 라이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불이 안 꺼지면 라이터는 필요 없는거지? 나한테 줘.]




[응... 이건 중요한 거니까 안 돼.]


[내가 대신 불을 지켜줄게. 그러니까 라이터 줘.]


[응... 내게 아니니까 역시 안 될거 같은데.]




이런 입씨름을 몇번인가 반복했다.


이윽고 그림자가 슬쩍 움직이더니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불이 꺼지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네. 돌아가야겠다. 또 놀자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알 수 없는 무언가는 산속 어둠으로 사라져갔다.


[바이바이...]


멀어져 가는 기척을 느끼며, 그렇게 인사하고 있자니 갑자기 몸이 강하게 흔들리더란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먼저 잠자리에 들었던 동료가 자기를 흔들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동료는 엄청난 기세로 질문을 던져댔다.


[너! 지금 도대체 뭐랑 이야기한거야!]




[뭐라니... 어?]


그제야 겨우 사고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금방 전 대화하건 걸 떠올렸다고 한다.


[어, 지금 나 누구랑 말하고 있던거야!? 꿈꾸고 있던 건 아니지!?]




정신을 차리니 다른 일행들도 모두 텐트에서 얼굴을 내밀고 벌벌 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흔들어 깨운 사람이 사정을 늘어놓았다.


자다가 텐트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 깼다는 것이었다.




한밤중에 누가 이렇게 떠드나 싶어 밖을 내다 봤다가 기겁했다고 한다.


분명히 밖에는 한명 밖에 없을 터인다.


조심스레 살피니, 모닥불을 사이에 둔 그림자 두개가 보이더란다.




한명은 확실히 친구였지만, 다른 하나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의 형태를 한 검은 덩어리 같은 것으로 보이더란다.


친구와 그림자는 몇번이고 끈질기게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불을 꺼야한다느니 끄면 안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였다나.


절대 불을 끄면 안 돼!


차마 말로는 못하고, 마음 속으로 그렇게 빌고 있자니 곧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고 한다.




그때쯤 되니 다른 사람들도 다 일어나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림자가 사라진 순간, 텐트 속에서는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직후에 바로 뛰쳐나와, 황급히 홀린 것처럼 불을 바라보는 친구를 붙잡고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했던 것이다.




무심코, 그림자가 사라진 모퉁이의 어둠을 응시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발밑에서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릴 뿐.




그 후 그들은, 산에서 내려갈 때까지 계속 불을 지켰다.


불침번을 둘 세운 다음 불 감시하는 사람을 따로 한명 두었다니 어느 정도였는지 감이 올 것이다.


보람이 있었던지, 그 후 그 그림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그 때 무슨 소리를 하고 있었던지 원...]


생각하노라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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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83rd]처음 보는 생선

괴담 번역 2016. 4. 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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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동료이자, 존경하는 인생 선배 K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K씨는 젊을적 어업 관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기잡이를 나갔던 트롤선 선장에게 돌연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승무원 Y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K씨는 무슨 일인지 묻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선장에게 말했다.


[어찌되었든 동료가 죽어 혼란스러운 건 잘 알겠네. 하지만 선장인 자네가 당황하면 큰일이야! 침착하고 냉정해야해!]




그리고 가까운 항구에 정박하도록 지시한 후, 그 항구로 달려갔다고 한다.


항구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눈을 감은 Y의 시체가 있었다.


선상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경찰이 출동해 사정청취를 하고 부검까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사이, K씨는 선장과 선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선장의 증언은 이러했다.


Y가 죽기 전날, 난생 처음 보는 생선이 잡혔다고 한다.




새까맣고 번들번들해 아름다우면서도 무척 큰 생선이었다.


선장은 난생 처음 본 생선에 왠지 모를 꺼림칙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Y가 [이거 먹어보자!] 라며 그 검은 생선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선원들은 모두 [기분 나쁘니까 그러지 마.] 라며 Y를 말리려 했지만, Y는 막무가내로 그 검은 생선을 향해 식칼을 들이댔다.


그 순간, 그 생선에게 [키이이이이이이...]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선원들은 더욱 기분이 나빠져, [당장 버려!] 라고 외쳤지만 Y는 들은체만체였다.




그 검은 생선의 살은 새하얘서, 선장의 말에 따르면 넙치살 같았다고 한다.


반으로 갈라놓은 생선은 꽤 맛있어 보였지만, 이상한 비명을 들었기에 다른 선원들은 그 생선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 생선을 먹은 것은 Y 뿐.




Y는 볼이 미어터지게 생선을 집어삼키며 [맛있어, 맛있어.] 라고 연신 되뇌였지만, 다른 선원들은 기분 나빠하며 손도 대려하지 않았다.


결국 검은 생선의 나머지 반쪽은 바다에 내던져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한 선원이 소리쳤다.


[이봐! 저기 좀 봐! 배 뒤쪽!]


선장이 달려가 배 추진기 쪽을 보니, 반만 남은 어제 그 생선이 배를 따라오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설마 추진기에 몸이 걸려있기라도 한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반 밖에 않은 생선이 스스로 헤엄쳐 따라오고 있었다.


내장이고 뭐가 하나도 없는, 죽은게 틀림없는 생선이 어떻게...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칠 무렵, 이번에는 다른 선원의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이봐! Y가... Y가 죽었어...!]


선장은 당황해 Y의 선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잠을 자던 자세로 말라 붙은 Y의 시체가 있었다.




마치 미라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는 Y...


선의가 말한 사인은 노화였다.


Y는 40대 후반이었지만, 죽은 모습은 100살이 넘은 노인 같았다고 한다.




곧바로 시체 사진을 카메라로 찍었고, 선원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선장은 그 와중에 부랴부랴 사장인 K씨한테 연락을 했던 것이다.


경찰은 선의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그때 K씨도 같이 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다들 [이건 이집트 미라 사진이잖아!] 라고 외칠 정도로, 그 사진 속 시체는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항구에 돌아온 Y의 시체는 마치 잠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멀쩡하고 깨끗했다.


결국 부검 결과 심부전으로 인한 심장발작이 사인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미라 같이 말라붙은 Y의 사진은, 차마 유족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


기분 나쁘고 재수도 없어서 선장과 K씨, 선의가 셋이 합의해 태워버렸다나.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해서, [그거 정말로 있었던 일인가요?] 라고 몇번이고 물었다.




하지만 K씨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진짜 이야기야. 사진도 당시 선장이랑 선의, 경찰이 다 봤었고 증언도 해줄거라고.]


아무래도 바다에는 아직도 사람의 힘을 벗어난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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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해외에서 유학할 무렵 이야기다.


나라 이름을 밝히면 신원이 드러날까 두려워 비밀로 해둘 생각이지만, 유럽의 자그마한 나라인 것만 밝혀두지.


1년간의 유학생활 중, 나는 대학 근처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다.




대학 자체가 완전 깡촌에 있는 낡아빠진 학교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럽은 거리 풍경을 보존하기 위해 건축 관련 법률이 엄격한 듯 했다.


대학 건물 역시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서 멋대로 리모델링이나 개축이 불가능했던 거겠지.




그 탓에 벽지도 너덜너덜하고, 바닥은 나무가 삐걱대는데다 냉난방도 안됐다.


일본이라면 지진 한방에 무너질 건물이지.


대학교가 그 정도니, 기숙사는 오죽하겠나.




학교 건물이랑 막상막하일 정도로 낡아빠진 건물이었다.


물도 잘 안 나오고 나무 틈새로 바람은 숭숭 들어오지, 쥐까지 여기저기 기어다니는 끔찍한 곳이었다.


당연히 냉난방도 안 되고.




그나마 공유 룸에는 난로가 있었기에 겨울에는 거기 다같이 모여앉아 겨우 견뎠다.


기숙사 주변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려면 정문을 거쳐야만 했다.


그 문 옆에는 작은 조립식 오두막이 있고, 거기 문지기 할아버지가 늘 머무르고 있었다.




이 문지기는 내가 기숙사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온 사람이었다.


마치 옛날 이야기에 나올법한 심술궂기 짝이 없는 할아범이었다.


기숙사에는 통금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까지는 무조건 기숙사에 돌아가야만 했다.




늦으면 입구에 서 있는 문지기에게 잡히게 된다.


문지기는 통금을 어긴 학생의 이름을 적어뒀다 나중에 사감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학생은 불려가서 설교를 잔뜩 듣고, 반성문까지 써야만 한다.




이전에 일하던 문지기는 무척 오래 일한데다 학생들을 잘 이해하는 상냥한 할아버지였다.


나도 한 번 통금 시간에서 10분 정도 늦게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빨리 들어가렴. 나는 아무 것도 못봤단다.] 라며 윙크를 찡긋하고 보내줬던 적이 있다.


정말 댄디하고 잘생긴 할아버지였다.




맥주를 잔뜩 마셔서 그런가 배불뚝이였지만 말야.


하지만 새로 온 문지기는 달랐다.


이것저것 잔소리가 많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음험했다.




고작 5분 늦은 거 가지고 한참 동안 설교를 늘어놓고, 사감한테 보고까지 올린다.


설교가 아무리 길어도 잘못을 했으니 할말 없이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게 또 밑도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무 연관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앉았으니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진이 빠질 수 밖에.




문지기는 오두막 창문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설교를 해대니, 밖에 비가 내리던 눈이 오던 신경도 안 쓴다.


오히려 그런 날일수록 설교를 더 길게 늘어놓아, 그 때문에 감기가 걸린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내가 쓰던 방은 2인실로, 다른 유학생과 같이 쓰는 방이었다.




그 녀석이 바로 P였다.


P는 요구르트로 유명한 나라에서 온 녀석이었는데, 머리가 비상해서 학비랑 기숙사 비용을 다 국비로 지원받는 녀석이었다.


그 뿐 아니라 성격도 워낙에 좋아서, 기숙사 안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녀석이었다.




처음 유학을 와 아무것도 모르고 말도 못 꺼내던 나를 도와준 것도 P였다.


난생 처음 겪는 환경 속에서 내가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던 건 모두 P 덕분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P가 새로 온 문지기의 소행을 참다 못해 직접 담판을 지으러 갔었다.




아까 전에도 말했듯, 문지기의 설교는 악천후일수록 오히려 더 길었다.


그런데 마침 어느 학생이 눈오는 날 그 설교에 걸려서, 오랜시간 영하의 날씨 속에 서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당연히 컨디션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원체 몸이 약한 녀석이라 이전에도 종종 잔병치레를 하던 그는, 결국 폐렴까지 병세가 악화되어 유학을 그만두고 모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던 것이다.


애시당초 그가 지각한 것 역시 병원에 다녀오느라 그랬던 것이다.


P는 잔뜩 화가 나 열변을 토했다.




[귀국해야만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건 저 문지기 때문이야! 제대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P는 제대로 된 사과와 위자료를 받아내고, 통금 관련해서도 협의를 하겠다며 달려나갔다.


그것 말고도 여러 이야기를 한 것 같았지만 당시 내 어학 실력으로는 저 정도 알아듣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담판 때문에, P는 유학을 그만둬야만 했다.


갑작스레 모국에서 P에게 지급되던 국비장학금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원인은 그 문지기였다.




직접 항의하러 온 P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량 학생이라며 대학 측에 보고를 했던 것이다.


기숙사에서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거짓 보고를 사감에게 계속 올린 끝에, 그게 P의 모국에까지 전해진 것이었다.


국비유학생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 나라를 대표해, 그 나라의 세금으로 공부하는 입장이다.




조금이라도 나쁜 행실을 보이면, 바로 나라 전체의 이미지에 해가 된다며 장학금이 끊겨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언제나 온화하던 P가 미쳐 날뛰는 걸 보았다.


평생 우등생으로 정의롭게 살아온던 그가, 말도 안되는 음해 때문에 악인으로 낙인찍혔으니 그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가 갔을까.




그의 분노는 정말 엄청났다.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니, 혹시 이미 그때 P는 미쳐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장학금 중단 통보를 받자, P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다만 이번에는 직접 담판을 짓는게 아니라, "복수" 를 하려는 것이었다.


워낙에 덕망이 있던 P의 제안이었고, 다들 문지기에 대해 울분이 쌓여 있었기에 기숙사에 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P를 돕기로 했다.




물론 나도.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들은 거라곤 [내일 저녁, 기숙사 지하실로 좀 와줘.] 라는 말 뿐이었지만.


다음날, 나는 P의 말을 따라 기숙사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은 작은 홀이었는데, 그날따라 왠지 불은 다 끄고 벽 구석에 있는 촛대에 양초가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홀 안에는 이미 상당수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검은 로브 같은 걸 둘러쓰고,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지하니까 당연히 밖에서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어슴푸레한 방에 가득한 검은 인간들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져 나는 조금 기죽었다.


검은 로브를 쓴 사람 중 한명이 내게 다가와, 같은 로브와 마스크를 건네줬다.




자세히 보니 P였다.


[그걸 쓰고 기다리고 있으면 돼.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뭐라고 외치면 그걸 따라서 외쳐줘.]


하지만 나는 너무 무서워서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홀에 모인 건 기숙사생 중 절반 정도였다.


모두가 사라지면 문지기가 이상하게 여길테니, 나머지 녀석들은 평소처럼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그쪽 역할을 맡았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한동안 기다리고 있자,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몹시 천천히, 가능한 한 소리를 내지를 않으려는 듯.


마치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주변을 보니, P랑 다른 한 명이 계단 바로 옆벽에 붙어 낌새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그대로 손을 뻗어 내려온 사람을 잡았다.


문지기였다.




문지기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파악이 안 된 듯,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홀 한가운데까지 끌려왔다.


나는 그제야 홀 한가운데 도끼가 놓여져 있는 게 보였다.


평소에는 난로에 넣을 땔감 팰 때 쓰는 놈이었다.




그걸 보자 문지기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녀석들 문지기를 죽이려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냐?


방으로 돌아가 경찰에 신고해야하나 싶었지만, 주변에 검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가득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나 역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내심 겁에 질려 울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P가 마스크를 벗고 문지기 앞에 서서 말했다.


[도둑이 아니라서 다행이겠군.]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패거리 중 한명이 [지하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요. 도둑이 든 게 아닐까요?] 라고 말해 문지기를 꾀어냈었다고 한다.




계단을 내려올 때 그가 잔뜩 경계하고 있던 건 그 때문이었겠지.


P는 문지기를 향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겁에 질려 있던 내 귀에는 잘 들리지가 않았다.


간신히 [네놈의 악랄한 정신에 벌을!] 이라던가, [청년의 앞날을 끊은 죄값을 치뤄라!] 라는 둥 거창한 소리를 해대고 있었던 건 기억난다.




마지막에 외친 [참수로 단죄하리라!] 라는 말만큼은 왠지 제대로 들려왔다.


P는 문지기의 눈을 가는 천으로 가리고, 어깨를 눌러 땅에 무릎꿇렸다.


문지기는 비지땀을 줄줄 흘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릿속이 새하얬다.


그 순간, P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도끼가 아니라.




그리고는 손수건을 삼각으로 접어, 양끝을 잡고 문지기의 목에 살그머니 갖다댔다.


문지기는 무릎꿇은 채 뛰어올랐다.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P는 문지기를 죽일 작정이 아니었다는 걸.


눈을 가린 문지기는 완전히 손수건을 도끼라고 믿고 있었다.


그게 목에 다가오면 진짜로 목이 잘려나간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P 옆에서 다른 녀석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문지기에게 평생 창피를 줄만한 모습을 남겨 주려는 게 P의 복수였던 것이다.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나는 겨우 긴장을 풀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P는 잔뜩 웃음을 머금고 손수건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고, 옆에 있는 녀석들도 소리를 죽이며 웃고 있었다.


뭐, 어느 나라던 대학생이 생각하는 건 고작 이 정도 장난일테니.


[그에게 천벌을!]




P가 그렇게 외치자, 모두가 [천벌을!] 이라며 따라 외쳤다.


나도 말이지.


P는 그대로 손수건을 내려 문지기의 목에 대었다.




문지기는 [으노화!] 하고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넘어졌다.


패닉에 빠진 것인지 그대로 물고기처럼 몸이 이리저리 튀어오른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우리는 다같이 웃어제꼈다.


한바탕 웃은 후, P는 문지기의 눈을 가린 천을 벗겨주려 했다.


하지만 문지기는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몸을 잔뜩 말았다 다시 쫙 펴는 등, 이상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걱정이 된 것인지, P가 문지기의 어깨를 잡은 순간.


[으제에에에에르르르르르우우우우!!!!] 하는 외침과 함께 문지기의 움직임이 멎었다.




입에서는 침과 거품이 줄줄 흘러내렸다.


단번에 지하실은 정적에 잠겼다.


누가 봐도 분명했다.




문지기는 죽어있었다.


아마 지나친 긴장 때문에 심장발작이라도 일어난 거겠지.


곧바로 응급처치를 했더라면 어떻게든 살아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작해야 스물서넛의 애송이들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우뚝 서서 그를 바라봤을 뿐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이 사건이 대학에 발각되면 다들 퇴학당하겠지,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런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이 녀석 묻어버리자.]


정적을 깨고, P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않았다.




하지만 다들 P의 의견에 찬성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여기서 일어난 일은 우리 밖에 모른다.


모른 척 입다물고 있으면 문지기가 실종되고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닌가.




마침 지하실은 땅을 파고 벽돌로 벽을 세운 것 뿐이라, 바닥은 흙바닥인 채였다.


벽돌이 무너진 벽 아래 구멍을 파고, 문지기를 뉘였다.


아직 죽고 시간이 그리 지나지 않았기에, 몸은 부드러웠다.




눈은 천으로 가린 채였다.


흙을 덮고, 그 위에 벽돌을 적당히 쌓아 그럴싸한 모양새로 만들었다.


지상으로 올라가자 방에 있던 녀석들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문지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궁금해했다.


P는 [문지기랑은 화해했어. 사정이 있어서 그 양반 한동안 기숙사에서 나가 있겠다고 하더라고.] 라며 대충 얼버무렸다.


다들 의심스러워하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잔뜩 굳어있는 우리들을 보자 아무 말 않았다.




며칠 후, 대학에서도 문지기의 실종을 알아차렸고,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이 찾아와 기숙사 안을 조사하기도 했고, 학생들한테 탐문도 했지만 결국 문지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문지기는 행방불명 처리가 되었다고 들었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사건이 처리가 됐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 경찰도 설마 지하실에 그가 묻혀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로부터 며칠 뒤, P가 귀국했다.


그때까지 나와 P는 이전처럼 사이좋은 룸메이트로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나 역시 평범하게 유학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심령현상이나 가위눌림 한 번 없이, 아주 평온한 유학생활이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사건이다.




이제 와서는 그 문지기 사건은 내가 꿈을 꾼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 바로 요전날까지는 그랬다.


노후화가 심해진 기숙사를 해체했는데, 지하에서 백골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전해듣기 전까지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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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81st]낭떠러지 절벽

괴담 번역 2016. 4. 1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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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친구들과 셋이서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은 새벽 4시 10분. 


슬슬 잘까 싶었는데, 갑자기 친구 한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입을 열었다.




[아침해를 보러가자!] 


나는 [자고 싶어...] 라고 대답했지만, 다른 한놈마저 [가볼까?] 라고 덩달아 신을 냈다.


결국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낭떠러지 절벽 위, 등대가 보이는 언덕을 향해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졸려서 왔다갔다 하는 정신으로 멍하니 있자니, 서서히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5시가 되어, 곧 해가 뜨려니 할 즈음이었다. 


친구 중 한 놈이 [야, 저기 누가 있는데?] 라고 말했다.




뭔소린가 싶어 나는 친구가 가리킨 방향을 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등대 아래, 낭떠러지 절벽을 사람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암벽등반인가 싶었지만, 이런 꼭두새벽에 그런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나와 친구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 이상한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이상한 점을 또 눈치채고 말았다.




처음에는 한명이 오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수가 대여섯이었다. 


그 뿐 아니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바다 속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수면 아래서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고는, 그대로 벼랑을 오른다. 


조금 멀어서 얼굴은 보이질 않았지만, 모두 평범한 옷이었고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었다.


[왠지 위험한 거 같아... 도망치자.] 




한 친구가 말했다. 


다들 거기 머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우리는 바로 차에 올라타 그곳에서 떠났다. 


그 후로도 두 번, 그 등대 근처에 갔었지만, 그 때말고는 그런 이상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 




그 지역에서는 자살 명소로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내가 그날 본 게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그 낭떠러지 절벽을, 바다에서 기어나온 사람이 맨손으로 오르는 기묘한 광경은,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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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80th]빛의 바다

괴담 번역 2016. 4. 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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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나는 어느 배에서 삼등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오키나와 쪽으로 항해하고 있을 때 일이다.


새벽 2시 즈음, 평소처럼 배 위치를 해도에 기입하고 뱃전으로 나와 주변을 돌아보고 있던 도중이었다.




문득 수면으로 시선을 돌리니, 파도 사이로 야광충 무리가 보였다.


야광충은 굳이 따지자면 더러운 바다일수록 많다.


드물게도 그날따라 한가했기에, 나는 같이 당직을 서던 조타수한테 슬쩍 말을 걸어봤다.




[밖에 야광충이 엄청 많네.]


하지만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수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조차 꺼렸다.


[왜 그래?]




내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야광충은 말이야,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라고. 그런 걸 보고 싶지는 않아.]


그런 전설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는 다시 뱃전을 지키러 돌아갔다.




잠시 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수면 전체가 창백한 빛에 뒤덮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해 완전히 새까맸다.




눈앞에는 한가득 어두우면서도 창백한 빛의 바다.


우리 배는 그 빛 안을 나아가고 있었다.


방금 전, 조타수가 한 말이 진짜라면 무섭겠다 싶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배의 위치를 확인할 겸, 해도에 위치를 기입하러 갔다.


우리 배는 아쿠세키지마(悪石島) 근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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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79th]중고차의 비밀

괴담 번역 2016. 4. 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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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는 어느 중고차 경매장에서 일했었다.


왜건 차량 한대의 경매가 끝나고 며칠 후, 불만처리 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중고차 거래다보니, 기본적으로 클레임은 많을 수 밖에 없다.




장비 중 일부가 결품이거나, 서류상 처리가 잘못 된 게 대부분이고.


이쪽도 워낙에 잦은 일이라 매뉴얼이 구축되어 있어서, 트집에 가까운 건 거절하고, 이쪽이 잘못한 것이면 사과하고 보완한다.


차량 자체의 문제면 경매에 출품한 사람이 돈으로 해결하는거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라, 즉석으로 판단해 대처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 걸려온 전화는 달랐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노가 아니라 어딘지 모를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차 안 룸미러에 여자가 비쳐요...]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장난전화인가 싶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끊어버릴 수도 없어,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룸미러에 여자가 비쳐요. 잘못본 게 아니라니까요. 너무 기분 나빠서 이 차 그냥 반품하고 싶어요.]


이런 클레임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상사와 상담했다.




손님과는 조금 분쟁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 쪽에서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대개 클레임으로 인해 회수한 차는, 다시 경매에 나오게 된다.


그 왜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정비하고 조사한 후 출품했고, 어느 중고차 체인점으로 다시 팔려가게 되었다.


차 이력에 "영구차로 사용하던 것" 이라는 꼬리표를 새로 붙인채.


지금도 어딘가에는, 룸미러에 여자가 비치는 그 왜건이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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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비쩍 마른 남자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마침 나도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어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나 역시 저 이야기를 올린 사람과 취미가 같았다.




한밤 중에 집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 집은 삼거리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기에, 앞으로 쭉 뻗어나가는 길을 바라보고 있는 게 내 취미였다.


길에는 가로등이 점점이 이어지고, 스포트라이트처럼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 아래 광경을 보며 능글맞게 웃곤 했다.




이런 음침한 취미를 가진 터이니, 당연히 성격은 소심하다.


집 2층에서 밖을 살피는 모습이 들키지 않도록, 커튼을 치고 그 틈새로 내다보곤 했다.


물론 내 그림자조차 들키지 않게, 방에 불도 끄고서.




객관적으로 써놓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꽤 기분 나쁜 광경이다.


그날 역시, 나는 평소처럼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문득 전봇대 바로 옆에 웬 여자가 멈춰 서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내게 옆모습을 보이며, 전봇대에 글자 같은 걸 쓰고 있는 듯 했다.


신경이 쓰여 쌍안경을 꺼내, 손에 들고 바라봤다.


하지만 여자가 뭘 쓰고 있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문득 여자의 얼굴로 방향을 돌렸다가, 나는 숨이 턱 막혔다.


눈이 마주쳤다.


전봇대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던데다, 나는 커튼 그늘에 숨어 있었다.




바깥에서 나를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처음부터 내가 여기있다는 걸 알고 있는게 아니라면.


꽤 당황하면서도, 나는 여자가 나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것 같지만, 우연히 여자가 우리집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여자는 양손을 둥글게 말아 눈앞에 가져다 댔다.


마치 쌍안경처럼.




[다 보여.]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쳐, 나는 바로 창가에서 멀어졌다.




온몸은 소름과 식은땀 투성이였다.


안정을 되찾고 다시 서서히 커튼 틈으로 창밖을 살피자, 여자는 사라진 후였다.


그날 이후, 나는 한밤 중 창밖으로 바라보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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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77th]스케이트보드

괴담 번역 2016. 4. 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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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밤에 문 닫은 슈퍼마켓 앞에서 혼자 연습하면서 말이지.


그날도 평소처럼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 있는 아파트 복도 창문이 보였다.


꼭대기층 창문 난간에, 팔에 얼굴을 괴고 나를 쳐다보는 사내아이가 보였다.


초등학생 정도일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불은 켜져 있는데, 역광이 져서 얼굴에 그림자가 졌거든.


하지만 확실하게 시선은 느껴졌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거기만큼 연습하기 좋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매일 같이 거길 오가는 사이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말았다.


그 사내아이가 하루에 한 층씩 내려오며, 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날부로 나는 스케이드보드를 때려쳤다.




 

 


Illust by 느림보(http://blog.naver.com/loss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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