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5ch공포

320x100

 

 

전에 있었던 일인데 말이야.

부동산 쪽 영업을 하던 무렵, 어느 중고주택 매입 절차를 밟고 있었어.

리모델링해서 판매하려고 업자랑 같이 실내 상황도 확인하고, 계획도 잡는 도중이었지.



그 집 자체는 평범한 2층짜리 중고주택이었고 상태도 꽤 괜찮아서 금방 팔릴 거 같다고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어.

원래 주인은 빚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바람에 팔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

뭐, 흔히 있는 일이지.



하지만 그 집에는 한가지 이상한 게 있었어.

2층 가장 안쪽 방, 아마 창고로 썼던 방 같은데, 거기 쓸데없이 고급진 캐리어 가방이 놓여 있던거야.

집 안에 다른 짐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 캐리어 가방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게 어쩐지 이상한 분위기였어.



그건 그렇고, 이렇게 회사랑 개인이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금전 거래가 끝난 뒤에는 집에 남아있는 물건의 처리에 대해서는 판매한 사람도 토를 달 수 없게 계약서에 써놓는단 말이지.

집에 남아있는 물건을 처리했다가 나중에 괜히 분쟁거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야.

그러니까 해체업자나 폐품회수 업자, 그리고 부동산 업체 사람들이 사들여서 작업하는 집에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면 그걸 가져가는 경우도 왕왕 있어.



규정대로는 그렇게 하면 안되지만, 묵인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으니까.

그 때도 같이 간 업자가 그 캐리어 가방을 들고서는 [가져가서 안에 뭐 들었는지 확인해 볼게요.] 라고 말했지만, 딱히 말리지는 않았어.

실제로 나중에 찾아보니 꽤 고급 브랜드였으니, 그냥 버리기도 아까웠고.



하지만 자물쇠가 제대로 잠겨있어서 그 집에서는 열어보지 못했고, 업자는 사무실에 돌아가서 공구로 열어보겠다며 캐리어 가방을 차에 싣고 가버렸어.

그날 밤, 업자한테 전화가 왔다.

캐리어 가방을 공구로 열고 있는데,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하겠다는 거였어.



그런데 말이야, 공구를 우당탕탕 다루며 작업하는 업자와 통화하는 사이, 뭔가 이상한게 느껴지는거야.

어쩐지 잡음이 엄청 심했어.

축제 한가운데, 사람들이 넘치는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전해지려나?



[혹시 누가 옆에 있나요?] 하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지.

하지만 캐리어 가방을 여는 작업이 이어지는 사이, 잡음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어.

그런데 업자가 [조금만 있으면 열리겠네요.] 라고 말한 순간, 그 잡음이 한순간 싹 사라지는거야.



너무 무서워서 나는 그 가방 안 여는 게 낫겠다고 말하려 했어.

하지만 그 순간, [아, 열렸다.]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리고 곧바로 전화가 끊겼지.



황급히 다시 걸어봤지만, 업자는 결코 전화를 받지 않았어.

그 다음날 출근하니까 그쪽에서 일하는 작업원이 전화를 걸어오더라.

[어제 갑자기 사장님이 행방불명되셨어요.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모른다고 대답해버렸어.

그치만 말할 수도 없잖아.

사라진 원인이 캐리어 가방을 열어서 그렇다니.



그 후 업자는 결국 행방불명으로 처리되고 말았어.

사무실에 남겨져 있던 캐리어 가방은 다른 폐기물품이랑 같이 업체 측에서 처리한 모양이더라.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그 업자처럼 누가 또 캐리어 가방에 눈독을 들이고 가져갔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너무 오래되서 어느 브랜드 가방이었는지도 까먹었지만, 새까맣고 꽤 튼튼한 타입이었어.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는 캐리어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면, 굳이 열지 않는 편을 추천하고 싶네.

 

 

 

320x100
320x100

 

 

옛날 있었던 일인데 말이지.

그 무렵 다니던 회사는 꽤 큰 곳이라 전국에 사무실이 있는 회사였거든.

당연히 전근도 다녀야 했지만, 전근 가는 곳 근처에 회사가 집을 잡아줬었어.



월세 보증도 회사가 서주고, 수당도 나오니까 전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랑 친했던 선배도 도호쿠 쪽인가에서 우리 사무실로 전근 온 사람이었어.

몇번인가 그 선배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잡아준 집치고는 꽤 깔끔한 1LDK 짜리 살기 좋은 집이더라.



아무튼 그 선배랑은 일 끝나면 자주 밥도 먹으러 가고 했었지.

그러던 어느날, 선배가 요즘 곤란한 일이 있다고 말을 꺼내는거야.

늘 신세 지고 있었으니, 뭐 힘이 될 수 있는게 있으면 당연히 도와드리고 싶었지.



그래서 뭐가 곤란하냐고 물어봤어.

선배 이야기는 이런 거였어.

매일 아침 출근하려고 나설 때, 언제나 집 앞에 늘 같은 브랜드 담배곽이 놓여 있다는거야.



그 선배는 담배는 피우지도 않는데다 엄청 싫어해서 스스로 샀을리도 없고.

누가 장난을 치는건가 싶으면서도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 알 수가 없고 좀 기분도 나쁘고.

이 정도 수준의 장난은 경찰에 신고해도 딱히 해결해 주지도 않을테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어.



이야기를 들을 때는 확실히 기묘한 일이다 싶었지만 별로 특별할 것 없이 그것 뿐이었어.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가 매일 집 앞에 놓여 있다니, 딱히 손해 보는 일도 아니잖아? 라는 게 솔직한 생각이었지.

그걸 그대로 선배에게 말했더니, [뭐, 그것도 그러네.] 라며 납득한 것도 못한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날은 헤어졌지.



일주일 정도 지난 뒤였으려나.

이번에는 선배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어.

어쩐지 지난번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더라.



내 생각대로 선배는 [그 담배 일 말이야, 해결됐다.] 라고 말했어.

나는 누가 담배를 갔다놨는지 물어봤지.

그랬더니 [내가 집 앞에 놓고 있더라고.] 하고 대답하더라.



결국 선배는 집 앞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거 같아.

경찰에 신고를 하던, 스스로 해결을 보던 일단 영상으로 증거를 남겨놔야겠다 싶더래.

뭐, 확실히 증거 없이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을 일이겠지.



아무튼 그랬더니, 새벽 2시쯤에 선배가 집에서 나오는 게 영상에 찍혀 있더라는거야.

30분 정도 지난 뒤, 다시 집 앞으로 돌아오더니 담배곽을 복도에 놓아두더래.

그리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히죽히죽 지으며 서 있더란다.



며칠이고 계속 찍어봤지만, 그런 영상이 이어졌다고 선배는 말했어.

하지만 선배 스스로는 그런 기억이 없어서, 어쩐지 기분이 나빠서 영상은 다 지워버렸다고 하더라.

그 후로도 나는 선배가 다시 다른 곳으로 전근 가기까지 이전과 같은 관계를 이어나갔지만, 어쩐지 그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말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에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어.



딱 한가지 선배한테는 말할 수 없던 게 있었거든.

선배네 집에서 담배곽 이야기를 듣던 때, 그 사람 계속 히죽히죽 웃고 있었어.

아마 내 추측이지만, 영상 속에서 히죽거렸다던 그 미소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담배곽은 전근갈 때까지 계속, 매일 집 앞에 놓여있던 게 아닐까 하고 멋대로 여기는거지.

 

 

 

320x100
320x100

 

 

어제 마침 일을 쉬는 날이라 장을 보러 갔다.

아내는 일하는 날이라 내가 대신 간 것이다.

옥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트로 들어서기 직전.



멀리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멈춰서 살펴보았지만 누가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기분 탓일거라 생각하며, 나는 그대로 마트에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쇼핑카트를 밀며 걷고 있던 도중.

이번에는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A씨!]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결혼하기 전, 종종 모여서 술 한잔 하던 모임에 끼어있던 여자 지인이었다.



[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용케 나를 알아봤네.] 하고 무심코 말하자, 그녀는 [차를 보고서 어라? 혹시 A 아니야? 싶더라고.] 라는 대답을 했다.

장을 보는 도중에도 그녀는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계산을 마친 후 [그럼 이만.] 하고 떠나려 하자, 이번에는 차를 한잔 마시자고 하더라.

만난지 10년도 더 지났기에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무서워져서 [집에 강아지가 기다리거든.] 하고 정중히 거절한 뒤 돌아왔다.

내 자동차는 2년 전에 바꿨단 말이야.

 

 

 

320x100

[번역괴담][5ch괴담][1002nd]오래된 찻집

괴담 번역 2021. 7. 30. 14:58
320x100

 

 

개인적으로 오컬트나 비과학적인 것은 전혀 믿질 않는다.

하지만 5년 전 딱 한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그 무렵 나는 교토에 취직하여 일을 하게 된지 1, 2년 정도 지났던 터였다.



교토 출신이 아니었기에 그 무렵에서야 겨우 교토 지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교토 사람들은 주소에 위치를 특정짓지 않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때 구획을 나눈 400년 전 거리를 이용해 장소를 특정한다.



우쿄구(右京区)는 지도 기준으로 왼쪽에 있고, 사쿄구(左京区)는 오른쪽에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겠지만, 전통이 "자연스럽게" 장소에까지 숨쉬고 있는 기묘한 곳이다.

마을 쪽에서는 고층건물이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건축이 제한되어 있지만, 정작 빌딩 같은 건 너무나 평범해서 중소도시의 느낌이 난다.



그런 무척 불균형적인, 전통과 보통이 뒤섞인 이상한 "고도" 다.

이 동네는 땅이 세분화되어 있기에, 하나하나의 건물은 기본적으로 작다.

커다란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건 전부 다 그렇다고 해도 좋을만큼 외곽에만 있다.



그렇기에 나는 외근을 마치고 식사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카페" 나 "찻집" 에 들르곤 했다.

주변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거의 없으니까.

그거 말고는 작은 규모의 규동집이나 카페, 찻집 뿐이다.



교토에는 놀라우리만큼 카페가 많다.

유명한 가게도 많다.

그리고 그 카페 하나하나마다 가벼운 식사 메뉴와 커피 질에 무척 신경을 쏟고 있다.



그렇다보니 외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근처에 있는 단골 찻집에 들러 식사를 하는 것이 나의 재미였다.

나는 카페를 보는 눈이 나름대로 까다롭다.

취미이기도 하니, 일을 하는 와중에도 카페를 찾아갈 것이 소소한 기대가 되어주곤 했다.



그리고 그날은 카라스마도리(烏丸通) 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다.

나름대로 오래된 찻집으로, 꽤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몇번이고 다니다보니 가게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볼 정도였다.



평소처럼 문을 열고 점원에게 자리를 안내받았다.

언제나 그 시간대에 일하던 점원이 그 날은 보이질 않았다.

꽤 귀여운 여대생 아르바이트인데, 몇번 이야기 한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해볼 속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메뉴를 보니 평소와는 다른 메뉴가 실려 있었다.

"연어와 미즈나[각주:1] 크림 파스타" 라는 메뉴였다.



꽤 맛있을 거 같았다.

그걸 주문하니, 잠시 뒤 처음 보는 점원이 파스타를 가지고 왔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특히 미즈나의 사각사각한 식감이 좋았다.

크림 소스에 섞어 볶지 않고, 미즈나를 위에 뿌리듯 얹은 게 정답이었다.

그대로 볶았더라면 숨이 죽어버려서 존재감도 사라져 버렸겠지.



맛있는 식사에 만족하며 커피를 마신 뒤,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 있는 젊은 남자 점원은 자주 본 얼굴이었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새 메뉴 맛있네요.] 라고 말하자, 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대답했다.



맛있었다.

호평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그 찻집을 찾았다.



평소 보던 귀여운 여대생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나는 지난번에 먹은 그 메뉴를 다시 주문하려 했다.

하지만 없었다.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는 메뉴판에 존재하지 않았다.

호평이라고 했는데 왜 정식 메뉴가 되지 못한 것인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재료 수급 같은데 문제가 있었나보다 하고 생각하며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계산대로 향하자, 지난번과 같은 젊은 남자 점원이 서 있었다.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는 이제 안 파나요? 지난번에 호평이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

그러자 남자 점원은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걸 물어보시는 게 벌써 네분째네요. 저희 가게에서는 그런 메뉴를 판 적이 없습니다.]

나는 점원과는 다르게 웃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전의 일인데, 착각할 리가 없다.



결국 수수께끼는 풀 수 없었다.

다른 가게와 착각한 것이 아니냐며 점원은 웃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를 포함한 4명 모두 이 가게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니, 아마 4명 모두 가게를 착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시 찻집 사람들이 다같이 짜고 기분 나쁜 장난이라도 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별로 무서운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딱히 내가 손해본 것도 없으니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연어와 미즈나 크림 파스타가 있던 그 찻집은 다른 세계의 가게였을까.

 

 

 

  1. 水菜, ミズナ. 겨잣과에 속하는 야채의 한 품종으로 일본 특산. [본문으로]
320x100
320x100

 

 

2, 3년 전 친구가 겪은 이야기.

공양 삼아 올려보는 것이다.

내 친구, N은 역사를 좋아해서 옛날부터 취미 삼아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무렵 그녀가 쓰고 있던 것은 어느 성이 함락될 당시의 이야기였다.

성의 함락 당시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소설은 그 성에 살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었다.

다만 당초 N은 낙성 뒤 살아남은 주인공의 여생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고, 성이 함락된 것 자체에는 크게 파고들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N이 소설에서 낙성 부분을 집필하고 있노라면, 이따금씩 작은 괴이가 일어났다고 한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추위가 끊이질 않거나, 아무 것도 없는 아파트 옥상에서 한밤 중 이야기소리와 발소리, 신음소리가 나기도 하고.

컴퓨터에서 소설 파일이 사라진 적도 두어번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윽고 N은 낙성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마다 이변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험 삼아 원고에서 낙성 부분을 지우고 나니 이변이 그쳤지만, 원래대로 되돌리면 똑같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N은 제법 감이 좋은데다 종종 이상한 일들과 마주치는 사람이라, 이 시점에서 섣불리 건드리면 안되는 소재인 것 같다고 여겼다.



하지만 N은 아무래도 이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다지 유명한 성은 아니라 직접 성 터에 찾아간 적은 없었지만,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데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터였다.

이야기의 줄거리도 믿기 힘들만큼 순조롭게 구성되었고, 상상해서 묘사한 것이 나중에 보니 실제 기록과 일치하는 일도 몇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N 나름대로는 운명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N은 이 소설에 상당히 기합을 넣고 있었고, 결코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한동안 N은 괴이를 무시하며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오봉.

낙성한 날이 그로부터 한달 정도 뒤인 탓인지, N은 묘하게 쫓기듯 소설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한 더위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탓에 잠시 쉴 요량으로 N은 방에 누웠다.



그러는 사이 잠에 들고 말았는데, 묘하게 현실적인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 속에서 N은 어느 산에 있었다.

이야기의 무대 속에 등장하는 성과 꽤 가까이 있는, 관광명소인 산과 닮은 곳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 매점이 있었다.

매점 뒤에는 경사면이 보였는데,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녹지 않은 눈이 꽤 쌓여있었다.

눈이 있는 쪽 근처에는 더위를 식히려는 관광객이 잔뜩 몰려 있었다.



하지만 미끄러질 수 있어 위험하다며, 제대로 된 등산화를 신지 않은 사람들은 담당자가 막아서고 있었다.

N은 등산화를 신고 있었기에, 그대로 지나갈 수 있었다.

[위에는 지장보살님이 계시니까 합장하고 와 주세요.]



담당자의 말에, N은 별 생각 없이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쌓인 경사면을 올라가자 조금 평평한 곳이 나왔다.

하지만 지장보살은 보이질 않는다.



N이 주변을 돌아보니, 50m 정도 떨어진 곳에 간소한 나무 문이 있는게 보였다.

문 안쪽에는 길이 이어져 있는 듯 했다.

[아, 저쪽인가.]



N은 그리로 잠시 걸어가다, 흠칫 멈춰섰다.

문 아래에 아이가 앉아서 N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N의 말에 따르면, 중국 접시에 장식으로 그려진 어린 아이 얼굴과 닮았었다고 한다.



수수한 옷을 입은 아이 같으면서도, 싱긋 웃는 석상 같이도 보였다고 한다.

[지장보살님이라는 건, 저걸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걸어가려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다시 한번 문에 있는 아이를 보자, N은 갑자기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저 아이 외톨이구나, 불쌍하게도.

지금 바로 다가가서 안아줘야 해!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지금 당장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냉정한 성격의 N은, 아무래도 낯선 감정 속에 멈춰서 있었다.

문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서 확실히 껴안거나, 단호하게 한걸음도 내딛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N은 곧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주변 일대가 모두 설원이었는데, 그 문 너머에는 전혀 눈이 쌓여있지 않았다.



N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아까까지는 없었던 큰 지장보살이 서 있었다.

여러 사람이 향과 꽃을 든 채 참배를 하고 있었다.

[뭐야, 저 쪽에 있었네?]



N은 아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지장보살을 향해 길을 거슬러 갔다.

도중 뭔가 아쉬운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과감히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지장보살 참배 줄에 선 N은 곁눈질로 아직 문 아래에 아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참배객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이가 있는 거 보이세요?]

[응? 아이? 그런 거 없잖아?]



[아아, 역시 그렇구나.]

그래서 N은 지금까지 지장보살이 보이지 않았던 게, 그 아이가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N은 지장보살에게 저 아이가 평안하기를 바라며 손을 모은 뒤, 눈 덮인 경사면을 내려왔다.



경사면을 내려와 눈 쌓인 곳으로 나오자, 담당자가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말을 걸어왔다.

N은 [천만에요.] 하고 대답한 뒤 문득 산을 돌아보고 깨달았다.

이 산은 죽은 자가 모이는 산이라는 것을.



이 산이 실제 성 근처에 있는 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런 종류의 산이라는 걸, 그 순간이 되어서야 겨우 깨달았다고 한다.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N은 눈을 떴다.

가위에 눌렸던지 식은땀 투성이라, 한여름인데도 한기가 멎질 않았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N은 단순히 추석 무렵이라 그런 가위에 눌린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에서 깬 N은 [K다. K에 가야겠어!] 라고 아무 맥락 없이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K라는 것은 교토에 있는 어느 신사였다.



마침 칸사이 출신이었기에, 귀성을 겸해 불제라도 받을 겸 가게 되었다고 한다.

왜 K였는지, N은 지금까지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고향으로 귀성하고서도 N은 마음에 켕기면서도 그 소설을 계속 써내려갔다.



알 수 없는 소리나 신음 같은 괴이는 고향에서도 변함없이 일어났다.

하지만 K를 찾아 참배하고 난 뒤 몸이 가벼워져서, 교토에 머무르는 사이 이것저것 생각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성 성주의 묘가 있는 절에 무심코 참배했던 것이다.



그리고 N은 나를 동행 삼아, 낙성과 관계 있는 사적에 함께 가기도 했다.

나를 데려간 이유는 취향이 비슷한데다 영감이라고는 일절 없으니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나.

사정을 들은 내가 [그럼 그 성에 직접 가보는 건 어때?] 하고 묻자, N은 [아직 너무 이른 거 같아... 나한테는 아직 그 꿈이 생생하니까 무서워서 갈 수가 없어.] 라고 대답했다.



만약 꿈속에서 본 산이 성 근처에 있는 산이라고 하면, 낙성 전 전투로 수많은 백성과 패잔병이 숨어들은 산이다.

N은 성터에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그 산에는 나도 N도 어릴 적 학교 소풍으로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장보살이 있었는지는 우리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생각한 건데, 지장보살님은 보통 아이들을 지켜주는 분이잖아. 만약 지장보살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아이한테 이끌려서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두번 다시 눈을 뜨지 못했을지도 몰라. 지장보살님이 도와주신 거 같아.]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그 성에서는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되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적군의 난폭한 처사를 두려워하여, 성 인근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벼랑 아래에는 채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여성들의 비명과 신음소리가 삼일밤낮 동안 끊이지 않아,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해진다.

교통의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나그네들은 그 근처에 다가가기조차 꺼렸다고 한다.

N은 이렇게 분석했다.



[희생자 중에는 우리처럼 젊은 나이의 여성이 많았지. 내가 쓰고 있는 건 그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고. 옛날이었으니 희생자 중에는 우리랑 나이가 비슷하더라도 이미 아이를 가진 젊은 어머니도 많았겠지. 그런 어머니나, 어머니를 그리던 아이의 영혼이 싱크로했던 건 아닐까.]

N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런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어딘가 현대의 감각으로 글을 쓰고 있었던 것 같아. 전쟁의 희생양이 된 불쌍한 여성들이라고, 마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이. 그 때문에 이야기가 어정쩡해진 탓에, 영혼들이 불쾌해 한 걸지도 모르겠네. 아예 쓰지 않거나, 쓸거면 제대로 파고 들어서 그 입장에 선 뒤, 같은 시선에서 써야만 할 거 같아.]



N은 그 부분부터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사이, 밤중에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리고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 데이터가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괴이는 이어졌던 모양이지만, 부적을 PC 위에 올려두고 계속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글의 방향성이 달라지자, 괴이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마침내 성주에 관해 쓸 때는 다시 조금 괴이가 활발해졌다고 한다.



산속에서 계속 도망치는 꿈이나, 깊은 산 속 암자에서 홀로 낙성에 관계된 이들의 명복을 비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고 한다.

결국 글을 다 쓸 무렵에는 괴이가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 시작할 때의 구상과는 꽤 다른 이야기가 되었지만, N에게는 상당히 공부가 된 듯하다.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걸까.] 하고, 글을 마친 뒤 N은 문득 생각했다는 것 같다.

작년 낙성일을 앞두고, N은 성터에 꽃을 바치러 갔다.



딱히 이상한 일도 없었고, 고요한 성터를 거니는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한다.

N은 지금도 역사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다.

 

 

 

320x100

[번역괴담][5ch괴담][1000th]문 초코

괴담 번역 2021. 7. 22. 00:20
320x100

 

 

벌써 50년 가까이 지난 옛날 이야기다.

가면 라이더 카드라는 걸 알고 있을까 모르겠다.

과자에 딸려오는 덤 같은 건데, 남자아이들은 누구나 경쟁하듯 모았었다.



카드 한장한장마다 번호가 붙어 있어서, 새로운 걸 가진 녀석은 대단한 취급을 받았다.

받은 용돈을 죄다 털어넣는 놈도 있었고,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원정을 가서 사오는 녀석도 있었다.

과자 자체는 워낙 맛이 없어서 카드만 챙긴채 봉지째로 버리는 아이들이 많았던 탓에, 아까운 짓을 한다고 PTA에서 문제 삼는 바람에 사회적 현상이 되기도 했다.



조금 찾아보니 그 과자가 발매된 건 가면 라이더가 처음 방영된 1971년.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로부터 약 1년 정도 전 일이다.

가면 라이더 카드랑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하지만 나는 한창 유행할 때도 가면 라이더 카드를 모으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의 화제에 끼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기분이 나빠서 모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카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왜 그런 트라우마가 생기게 됐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5학년 때였다.

나는 당시 카와사키 쪽에 살고 있었다.



지금 와서는 꽤 깔끔해졌지만, 옛날에는 말이지, 공업지대 한가운데라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잔뜩 들어서 있었다.

바다도 이게 바다인가 싶은 색깔을 하고 있던데다, 냄새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리 집은 그 동네 상점가 거리에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공장이 아니라 우체국에서 일하셨으니까 말이지.

그 무렵에는 게임 같은 것도 없어서, 아이들은 죄다 밖에 나와서 놀곤 했다.

공원 같은데서 공을 차고 놀아도 누가 와서 뭐라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여기저기 막과자집이 있었다.

5엔이나 10엔 주고 살 수 있는 과자가 잔뜩 있었는데, 뽑기가 붙어 있어서 당첨되면 한개 더 먹을 수 있는게 많았다.

당연히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막과자집은 전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늘 같이 놀던 키다라는 녀석이, 하교길에 [새로운 막과자집을 발견했어] 라고 말을 꺼냈다.

[그런게 어딨어.]

[있다니까, 그럼 지금부터 가보자.]



그리하여 책가방을 맨 채 키다를 따라가게 되었다.

통학로에서 떨어진 운하 위 다리를 건너자, 혼잡하기 짝이 없는 공장 단지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끼익끼익, 쾅쾅대며 무언가를 가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데 막과자집 같은 게 있을리 없잖아. 아이들이 이런 데 올리가 없는걸.]

나는 투덜거렸지만, 키다는 앞에서 계속 걸어나가더니 금속과 약품 냄새가 나는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아마 용접이나 도금 같은 걸 하는 곳이었겠지.



키다는 거기서 [저기야.] 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OO 발동기" 라는 간판이 보였다.

[막과자집이 아니잖아.]



군대 막사 같은 건물이었지만, 그 무렵에는 아직 그런 집도 많이 있던 터였다.

그곳은 유리문 4장 정도 크기의 건물로, 아래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었다.

안에는 3분의 2는 공장인 듯, 다양한 부품과 공구가 있었고 자동차 반 정도 크기의 기계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오른편 벽에, 확실히 막과자가 쌓여 있었다.

뽑기랑 절인 오징어, 길쭉한 과자처럼 어디에나 있을법한 것들이 구색만 갖춘 정도로.

아아, 어차피 재미없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30분이나 걸려서 걸어올 보람은 없었구나.

[아니, 여기 엄청 대단한 과자가 있다니까.]

키다는 그렇게 말하며, 기계 옆에 웅크리고 있던 어른에게 말을 걸었다.



[또 왔어. 문 초코를 줘.]

그러자 그 사람은 우리를 돌아보았다.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금속으로 된 가면 같은 걸 쓰고 있었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용접할 때 불똥이 눈에 튀는 걸 막는 그 마스크였다.

그 사람이 일어서고나니,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보다 약간 키가 클 뿐이었다.



뿌옇게 흐린 목소리로 [오야.] 하고 말하고는, 선반에 있던 금속 깡통을 열었다.

[문 초코 2개.] 라고 말하며, 키다는 40엔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옛다.] 라며 깡통 안에서 은박지에 싸인 10cm 정도 되는 것을 꺼내 키다에게 건넸다.



[이게 엄청 맛있다니까. 너도 사.]

일단 밖에 나와서 보니, 제조사명이나 성분 같은 건 전혀 써 있지 않았다.

그저 파란 글씨로 "문 초코" 라고 써 있을 뿐.



키다는 황급히 은박지를 뜯고는, 안에 들어있던 맛동산 같이 생긴 초콜릿을 반으로 쪼개 나에게 주었다.

반신반의하며 나는 초콜렛을 먹었다.

그랬더니 말이야, 이게 정말로 맛있지 뭐야.



아니, 지금까지도 그렇게 맛있는 걸 먹어보질 못했다니까.

초콜릿 안에 녹진하게 녹은 액체가 들어 있었는데, 혀가 녹아내리는 듯 했다.

[이건 대단해!] 라고 생각한 나는, 키다를 따라 2개를 샀다.



그리고 탐욕스럽게 그걸 먹어치웠다.

키다는 다 먹은 뒤 포장지를 펼치더니, 손바닥 위에 무언가 푸른 우표 같은 걸 2장 올리고는 한장씩 햇볕에 비추어 보았다.

[뭐야, 그건?]



[뽑기 카드야. 이렇게 해서 달나라 풍경이 보이면 당첨이래. 그치, 아저씨?]

철가면을 쓴 아저씨는 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첨되면 달나라로 초대한다.]



나도 내가 산 것에 들어있던 걸 비추어 보았지만, 그저 파란 셀로판이었다.

나는 문득 아저씨가 다루고 있던 기계에 흥미가 동했다.

[그게 뭐야?]



[우주선이야. 이제 거의 완성됐는데, 아직 심장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는 기계 중앙 부분을 장갑 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부분만 금속이 아니었다.



둥글고 어슴푸레한 유리공이 붙어있었다.

농구공보다 약간 큰 정도였을까.

[이게 심장이야?]



[그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주선이라는 건 농담일거라 여겼다.

그 무렵 작은 자동차의 절반 정도 크기였기에, 사람이 탈만한 공간도 없었으니까.



아저씨는 말을 이어갔다.

[문 초코 맛있지? 외국에서 들여온거야. 너희 학교 친구들한테도 알려주렴.]

돌아가는 길, 키다와 둘이서 [그거 엄청 맛있는 과자였어. 외국제라니 진짜일까? 내일부터 매일 가자. 애들도 더 데리고.]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곧바로 키다랑 다른 친구 둘을 더 데리고 갔다.

다들 3개씩 문 초코를 사서 먹은 뒤, 감격의 도가니가 되었다.

[용돈이 떨어지기 전까지 매일 사러 올거야.] 라고 말하면서.



그리하여 동료는 점점 늘어나고, 이윽고 20명 가까이 되는 무리가 매일 막과자집을 찾게 되었다.

문 초코가 매진될까봐 걱정했지만, 아저씨는 계속해서 깡통을 안에서 들고 나왔다.

그러는 사이 만들던 기계는 점점 완성되는 것인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던 부분이 매끄럽게 되어갔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그때도 10명 가량 막과자집에 있었다.

갑자기 후지시마라는 녀석이 큰소리를 질렀다.



[우와, 달나라 풍경이다!]

그 덤으로 붙어있는 카드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는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나도 보여줘.] 라며 빼앗듯 들여다 보았지만, 역시 그저 파란 셀로판일 뿐이었다.



[이 거짓말쟁이야.]

나는 투덜거렸지만, 아저씨는 후지시마에게 다가왔다.

[너, 달나라 풍경은 어떻게 보였니?]



후지시마는 잔뜩 힘준 목소리로, [미국 깃발이 세워져 있었어. 아폴로가 꽂은 그거.]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오오, 당첨이야.] 라고 말하더니, 후지시마의 이름과 주소를 종이에 적었다.

나중에 경품이 집으로 보내진다는 듯 했다.



그 다음날 아침.

아직 동이 채 트지 않은 5시 즈음, 후지시마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도로에서 뺑소니를 당해 사망했다.

대형 트럭에 치였는지, 몸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목격자는 없었지만, 그 길을 지나다니는 대형 트럭은 얼마 없으니 금세 범인이 잡힐거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그 사실을 담임 선생님에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방과후에 다들 그 막과자집으로 향했다.



문 초코 중독 같은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게 문은 꽉 닫혀있고, 유리창에는 검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폐점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라는 표찰이 걸려 있었다.



거기 있던 모두가, 후지시마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다.

더는 문 초코를 먹을 수 없게 됐으니까.

역시 다들 중독 비슷한 상태였던 거였겠지.



후지시마의 장례식은 좀체 치뤄지지 않았다.

시신 중 머리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5일 가량 지나고서야 장례식이 치뤄졌고, 같은 반인데다 사이도 좋았던 나 역시 참석했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그 후에도 문 초코를 잊을 수가 없어서 그 후에도 매일 그 막과자집에 찾아갔었다.

하지만 계속 문은 닫힌 채.

10일째였을까, 오늘도 닫혀있으면 이제 그만 오자는 생각으로, 나는 홀로 막과자집을 찾았다.



그랬더니 가게 안이 어쩐지 빛나는 것 같았다.

유리창에 붙은 검은 종이가 가끔씩 희게 빛났다.

뭐지?



검은 종이 아래 작은 틈이 있길래, 나는 납작 엎드려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 기계가 보였다.

번쩍번쩍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아까 기계 한가운데 유리공이 있었다고 말했잖아.

그 유리공 안에, 사람 얼굴이 들어있었어.

후지시마다! 라고 생각한 순간, 그 얼굴은 눈을 깜빡였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아니, 좁은 곳으로 잠깐 보았을 뿐이니 아마 잘못 봤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리가 없으니까.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뒤, 조심조심 그곳에 다시 가봤다.

가게 건물 그 자체가 사라지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되어있었다.

후지시마를 친 트럭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벌써 50년 넘게 지났으니 진작 시효도 끝났지.

뭐, 대충 이런 이야기다.

그리고 이건 관계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무렵 항구 근처에 있던 화학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다.



밤인데도 낮처럼 밝게 보일만큼 큰 폭발이 일어났지만, 사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아무래도 후지시마가 죽은 건 그 녀석이 달나라 풍경에 당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서 말이지.

아무리 유행을 하더라도, 가면 라이더 카드는 차마 못 샀던거야.

 

 

 

320x100

[번역괴담][5ch괴담][999th]기묘한 남자

괴담 번역 2021. 1. 9. 23:45
320x100

 

 

얼마 전, 술집에서 회사 동료 몇명과 함께 한잔 하고 있을 때였다.

코타츠 같이 생긴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넣고 앉는 좌석이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가게다.

시간은 9시쯤.



그때까지 생맥주를 큰 조끼로 3잔씩 비우고 츄하이까지 꽤 마셨던터라, 어쩌면 술에 취해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부분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화장실에 가려고 통로에 나와 신발을 신고 있는데, 우리 오른쪽 칸막이 너머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무엇인가 싶어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테이블 끄트머리에 혼자만 색이 짙은 사람이 있었다.

색이 짙다는 걸 잘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사진 보정 같은 걸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갈 수도 있겠다.



윤곽을 지정한 뒤, 채도를 올리고 샤픈 효과를 강하게 준 느낌이었다.

아마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염색한 것 같은 덥수룩한 머리를 5:5 가르마로 타고, 요새는 좀체 보기 힘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옛날 시골 선생님 캐릭터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하지만 이상하다는 건 단지 외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왼쪽 손바닥을 펴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휴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는 뭔가 묘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15cm 정도 길이의 애벌레.

투구풍뎅이 애벌레 같이 새하얀 것이 몇마리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걸 오른손에 든 젓가락으로 집어서는, 옆에 앉은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갈색 양복 대머리 남자의 목덜미에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런 짓을 당하면 보통 참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당하는 남자는 별다른 조짐이 없어 그 행위 자체를 모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1분 정도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벌레를 집어넣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남자는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어 쉿하고 제스처를 취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화장실로 향했고, 돌아오니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그룹의 테이블을 다시 보아도 남자가 있던 곳에 음식 접시는 없었다.

정말 내가 아까 제대로 본 게 맞나 스스로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후 우리는 2차로 노래방에 갔다가 막차가 끊기기 전, 11시쯤 해산했다.



나는 동료들과 헤어져 근처 전철역으로 향했다.

이 부근에는 술집이 많아서 늦은 시간이지만 승객들이 꽤 있었다.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홈 근처에서 소란이 일었다.



직장인 같은 남자 셋이 서로 얽혀 있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한명의 웃옷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아까 술집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었다.



웃옷이 붙잡힌 사람은 이상한 남자가 등에 벌레를 집어넣던 그 사람이었다.

머리가 벗겨진 모습이 똑같았다.

그 순간, 쾌속 전철이 홈으로 들어왔다.



웃옷을 붙잡혀 있던 남자는 온몸의 힘을 모아 양팔을 휘두르더니, 두 사람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전철 앞으로 뛰어들었다.

 

 

 

320x100

[번역괴담][5ch괴담][998th]광설

괴담 번역 2021. 1. 6. 22:45
320x100

 

 

1월 막바지, 산림경비원 하루씨는 산을 한바퀴 돈 뒤 내려오고 있었다.

왼편 계곡에서 강렬한 북풍에 실려 춤추듯 날아오른 가루눈이 불어닥쳤다.

작은 눈보라 같은, 이른바 광설이었다.



저 멀리 흩날리는 눈 너머, 사람 모습이 보였다.

길가에 있는 원목을 쌓아두는 곳에 멈춰서서, 계곡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 속에서 무언가를 말하는 듯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람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상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미나모토씨였다.



[이봐! 그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야?]

하루씨가 말을 걸자, 미나모토씨는 천천히 그쪽을 돌아보았다.

늘 울퉁불퉁 엄한 얼굴만을 하고 있던 이가, 그때만큼은 억지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하루씨인가.]

[뭐야라니, 이쪽이 할 말이야. 그것보다 자네, 누구랑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 같던데.]

[아아, 조금 말이지... 쇼타랑 이야기를 했어...]



[뭐라고?]

하루씨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쇼타는 미나모토씨의 외동아들이었다.



작년 봄, 7살도 채 안 된 나이에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난 터였다.

쇼타가 죽은 뒤에도 미나모토씨는 일견 아무 변화가 없었다.

본래 입 다물고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고, 어디 모임에서도 침울하게 침묵을 지키는 게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비탄에 잠긴 모습도 끝내 누구에게도 보이질 않았다.

쇼타의 장례식 때도, 몸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울어대는 아내를 곁눈으로 힐끗 보고는, 죽 늘어선 문상객들을 원수라도 보는 양 째려볼 뿐이었다.

그런 미나모토씨의 행동을 보며, 하루씨는 내심 고집을 부리고 있구나 싶었단다.



아마 그렇게 함으로 슬픔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던 것이겠지.

그로부터 9개월여.

오늘까지 계속, 미나모토씨는 고집을 부려온 것이다...



[...걷고 있자니 원목 쌓아두는 곳 부근이더만.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저편을 보니, 바로 거기 쇼타가 서 있었네.]

하루씨는 아무 말 없이 미나모토씨의 독백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인가 바람은 잦아들고, 주위 산은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에 잠겨 있었다.



[쇼타 녀석, "어머니를 괴롭히면 안돼" 라고 말하더라. 나도 쇼타 때문에 안사람에게 깨나 화를 냈었으니. "언제까지 울고 있을거야, 울고만 있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라더라.]

그 이야기는 아내를 거쳐 하루씨 귀에도 들려오던 것이었다.

시골 우물가에서는 비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법이니.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해도 멈출 수가 없더만. 그렇게 해서 겨우 기력을 끌어내고 있었으니. 아니, 도망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깨달으니까 대화가 끊겨버렸어.]

미나모토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좀체 볼 수 없이 말수가 많다.



[그 녀석은 그게 참 걱정이었던 모양이야. 오랜만에 만난 자식한테 설교나 듣고. 정말 화가 나고 한심하지만... 그렇지만 말이야... 뭐랄까...]

말을 더듬더니, 그대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멈춰섰다.

[그렇지만 말이야, 하루씨.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



하늘을 바라보는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흘러, 뺨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미나모토씨는 그대로 소리를 높여 오열했다.

참고 참아오던 고집이 무너진 미나모토씨의 통곡은 쉬이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굵은 눈물은 설원에 하나둘 구멍을 남겼다.



바라보니 저 너머, 막 눈이 새로 덮인 설원 위에 살짝 한쌍만, 작은 아이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이윽고 다시 기세를 더한 바람이 강렬하게 불어온다.

눈이 흩날리고 발자국은 눈깜짝할 사이 쓸려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미나모토씨 마음 속,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찍혀있겠지.

산을 내려온 미나모토씨의 엄한 얼굴은, 근래 보지 못한 밝게 개인 표정이었다.

광설이 아주 잠깐만, 시간을 되돌려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320x100